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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

한정현 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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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39459 / 420쪽 120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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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일단은 추리소설, 아마도 연애소설, 그리고 역사소설 일본에 살고 있는 연구자 윤설영은 몇 년 전 우연한 사고로 기억의 일부를 잃었다. 어느 날 설영은 사고 즈음 사라진 친구에게서 메일 한 통을 받는다. 이름보다 먼저 생각나는 친구의 별명은 셜록. 절친했던 사이인 둘은 빨치산 여성 생존자에 대한 공공보건 사례를 주제로 한 소논문에 공동 저자로 참여했던 적이 있다. 마침 논문과 관련된 한국에서의 임용 기회가 생겨 공동 저자인 셜록과 연락이 닿아야 하는 상황. 몇 년 만에 낯설어진 서울로 돌아온 설영은 셜록의 담당의였던 성형외과 의사 구연정과 함께 셜록이 남긴 수수께끼 같은 메일의 알 듯 말 듯한 단서를 추적해나간다. 셜록이 사라진 세상, 자신들을 기록자 왓슨이라 부르는 사립 탐정이 등장했다. 이 왓슨들은 셜록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가 겪는 일들은 지금도 너무나 비슷해요. 아무것도 끝나지 않은 것 같아요”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당시 그곳의 문제는 여전히 지금 이곳, 이 사회에서 반복되는 문제라는 것. 많은 피해자가 피해자라는 이유로 오히려 숨을 죽이고 사회의 바깥에서 없는 사람처럼 살고 있다는 것 말이다. 이 소설은 그렇게 완성되었다. _「작가의 말」에서 왓슨들은 셜록의 메일 속 자료를 확인하고 힌트를 풀이해 숨겨진 장소를 찾아가며 논문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난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단서를 추적하는 동안 점점 드러나는 진실보다 중요한 것은 설영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연정의 잊지 못할 기억을 다독이는 ‘과정’ 자체다. 왓슨들은 기억을 헤집고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을 통해 역사적으로 반복되는 폭력의 구조를 찾아낸다. 설영과 연정이 현실에서 마주하고 기억에서 떠올리는 이들은 국가폭력, 젠더폭력, 혐오 범죄의 피해자 혹은 생존자다. 산에서는 동지에게, 내려와서는 공권력에 성폭력을 당한 빨치산, 엘리트 가족의 일원으로 살기 위해 정체성을 억눌러야 했던 성소수자, 집단의 명예를 위해 사라져버린 퀴어 청소년과 인터섹스. 공식적 역사로 기록되지 못했거나 공적 제도가 구하지 못한 ‘사연 있는’ 사람들. 문학평론가 김건형의 해석처럼 이 소설은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어지는 폭력의 계보를 보여주면서 정상과 비정상을 자의적으로 선택하고 배제하는 사회 시스템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추적한다. 정치·사회적인 영역에서 일상적인 영역에 이르기까지 ‘남성-제도-국가’로 이루어진 ‘정상’ 질서를 위협하는 존재들을 지워버린 대문자 역사. 그 반대편에 “기성의 역사 서술의 무게와 싸우며 인물에게 역사적 실재감을 부여하려”는 한정현의 새로운 역사가 있다. 나아가 이 소설은 피해자의 고통을 노골적으로 재현하거나 쉽게 애도하지 않는다. 왓슨들이 만나는 사람들은 이미 피해/생존자를 넘어서 “각자의 방식으로 견디고 말하는 법을 가진 사람들”이다(김건형). 빨치산 내 성폭력 피해자였던 김춘희와 이의선은 폭력의 경험 이후 자신이 겪은 폭력의 구조를 파악하며 스스로를 치유해냈다. 삶의 마지막 시기에도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 되려 했고 다른 누군가를 도우며 살아갔다. 그들을 기리는 남겨진 이들의 기억을 통해 되살아나 왓슨들과 다시 마주하게 된 사람들. 이제 세상에 없더라도 춘희와 의선은 납작한 희생자나 슬픔의 상징이 아닌, 실체 없던 고독한 고통을 함께 겪고 또 다른 왓슨들을 치유해내는 동료로서 시간을 넘어 살아간다. 세상이 정의한 이름을 헤치고 너에게 가는 길 소설에 따르면 공식적인 한국 최초의 성형수술은 “한국전쟁 직후 미군이 들여온 언청이 수술”이다. 그러나 한정현 소설의 사람들은 1940년대 초반 “남성과 여성이 동시에 있는 사람을 성형수술해서 성을 되찾아줬다는 기사”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이 소설의 제목은 왜 “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일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혐오받는 얼굴”, 마릴린 먼로. “아름답다고 추앙하다가 거부하면 부숴버릴 듯 달려드는 사람들”은 다른 “여자들을 마릴린 먼로에 비교하면서 여자들조차 마릴린 먼로를 비난하게” 한다. “권력자가 만들어낸, 권력 없는 사람들끼리 물어뜯는 구조” 안에서 마릴린 먼로는 추앙과 멸시의 대상이 되어왔다. 체제에 순응하던 여자들이 “자신의 삶을 찾아가려 했을 때 쏟아졌을 세상의 손가락질”과 “비난”은 “외모와 자주 결합”되곤 한다. 작가는 아름다움에 집착하길 권하면서도 아름다워지려는 노력에 대한 경멸을 숨기지 않는 사회의 모순을 강남의 성형외과 의사인 연정을 빌려 이야기한다. ‘주류 규범적 욕망의 대상이 되기 위해 원본을 파괴하는 속물적인 행위라며 지탄받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 성형은 선천적으로 타고나 변형 불가능한 몸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자신을 만드는 일일 수 있다’(김건형). 연정은 생각한다. 애초에 “그 원본이라는 것도 결국엔, 세상 사람들이 정해놓은 진짜 같은 무언가”이며 “원본이라는 것은 없고 고정된 것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고. 소설 안에서 무게감 있게 강조되는 연정의 저 말은 정체성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위안으로, 헛된 규격에 따라 타인을 배제하는 사람들에게는 질타로 느껴질 듯하다. 그러므로 이 책의 제목을 폭력의 계보 안에서 힘센 사람들의 분류에 따라 왜곡되어온 이름을 새로운 의미로 바꿔 부르자는 의도로 읽어볼 수도 있겠다. 당신과 나는 여전히 대의명분이나 당위 혹은 섭리를 외치는 사람들이 넘치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그 얄팍한 질서를 어렵게 벗어난 나 자신과 내 곁의 사람들을 위해서. “우리가 겪는 일들은 지금도 너무나 비슷해요. 아무것도 끝나지 않은 것 같아요.” 세상은 무척 더디게 변한다. 소설 속 이 문장은 인류가 계속되는 한 유효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금쯤 달라진 오늘의 나를 미래의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다면 이 말은 이제 희망으로 읽힐 수 있지 않을까.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소설 「우리의 소원은 과학소년」에서 한정현은 말했다. “그리고 낙관할 것.” 이번 소설에서 그는 순진한 낙관의 힘을, “폭력 속에서 최대한 인간의 존엄을 지켜나가는” 단단하고 투명한 사람들의 삶이 분명 있다고 다시 한번 힘주어 이야기한다(「작가의 말」). 『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는 그렇게 쉬운 절망 대신 어려운 낙관을 말하려 한다, 모두의 용감하고 단순한 사랑을 위해.

저자 소개

  • 저자 : 한정현
저자 : 한정현
201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소녀 연예인 이보나』, 장편소설 『줄리아나 도쿄』가 있다. 오늘의작가상,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목차

프롤로그초대장
제1장도착한 과거
제2장도쿄의 파루치잔
제3장사라진 배우들
제4장임시 휴업
제5장서울, 이번 추리소설의 무대
제6장일단은 추리소설, 어쩌면 연애소설
제7장왓슨들
제8장아득히 가까운 곳
제9장피크닉 가기 좋은 계절
제10장두 번 쓰는 이야기
제11장죽지 않는 마녀의 숲
제12장우리는 오래 그 마음에 남아
에필로그초대장
해설도쿄와 서울의 파루치잔, 퀴어 가족의 탐정소설_김건형
작가의 말
부록소설을 쓰며 참고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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