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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6427344 / 156쪽 120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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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사랑을 길어내는 ‘눈물’과 ‘외로움’ 이 시대를 보듬는 따뜻한 정호승의 시 정호승의 시를 읽으면 가장 먼저 슬픔과 그리움이 스며든다. 그러나 그 슬픔은 비극적이거나 감상적이지 않고 오히려 독자를 차분한 자기성찰로 이끈다. “눈물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볏단처럼 쓰러져간 벗들”을 기리는 사회적 발언을 내뱉을 때조차 그 목소리는 “기다리는 자의 새벽별”과 “새벽의 고요한 눈길”이 되기를 바라는 식으로 따뜻하다(「아버지의 편지」). 이는 시인 스스로가 다른 존재를 향한 연민과 타인을 향한 끝없는 사랑을 지녔기 때문이다.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이 시집에 수록된 그의 대표작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구절에서도 드러나듯이 ‘눈물’은 정호승의 연민과 사랑을 상징하는 시어다. “바위도 하나의 눈물”(「석련石蓮」)이고, 하늘에서 반짝 낙하하는 유성을 보면서도 “내가 너의 눈물이 되어 떨어”(「별똥별」)진다고 한다. 투명한 감정의 결정체인 눈물은 다른 사랑을 불러오는 매개가 되며, “이러한 ‘눈물’의 연쇄를 통해 정호승 시는 슬픔의 에너지를 연꽃으로 피어나게끔 해”(해설)준다. ‘외로움’ 또한 정호승의 시를 경유하면 한 차원 승화된 감정으로 탈바꿈한다. 그를 대표하는 또다른 수록작이자 이 시집의 제목을 품고 있는 「수선화에게」에는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라고 쓰여 있다. 정호승에게 외로움은 존재가 근원적으로 품고 있는 운명적인 마음이다. 그래서 이 시집을 읽다보면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기보다는 그것에 순응하면서도 다른 외로운 존재를 보듬는 심상이 생겨난다. “지금 시대의 외로운 마음들에게” 앞으로도 영원히 읽힐 따스한 목소리 이 시집이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에는 근대가 초래한 마음의 공허에 대한 본원적인 성찰이 담겨 있는데, 이 또한 거대한 에너지가 되어 독자의 몸과 마음을 움직인다. “나뭇잎에 앉은 먼지 한번 닦아주지 못하고 사람이 죽는다면/사람은 그 얼마나 쓸쓸한 것이냐”(「나뭇잎을 닦다」)라는 물음을 그냥 지나치기란 쉽지 않다. 인간이 저지른 파괴가 기후위기와 전염병으로 되돌아오는 세상에서 ‘나뭇잎’으로 표상되는 자연을 보듬는 시심(詩心)은 그 자체로 미래로 올곧게 나아가는 힘이 되어준다. 그밖에도 이 시집 곳곳에는 생태에 대한 관심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태도가 돋보인다.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잠이 든 채로 그대로 눈을 맞기 위하여/잠이 들었다가도 별들을 바라보기 위하여”(「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라는 깨달음이 이를 잘 보여준다. 새집의 형태를 단순한 새의 습성으로 파악하기보다는 새와 자연이 조응하는 호혜적 관점으로 바라본 것이다. 이러한 날카로운 포착이 이 시집의 잎과 가지를 오늘도 더욱 푸르고 풍성하게 하는 영양분이다. “이 시집에는 나의 대표성을 지닌 시들이 실려 있다”라며 정호승은 ‘시인의 말’을 통해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 시집은 누구나 사랑하는 문장 덕분에 한국 시문학의 독자층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했으며, 다수의 시가 교과서에 수록되는 등 그야말로 한국 서정시의 얼굴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시편을 더하고 기존 발표작을 세심하게 다듬으며 이번 개정증보판을 묶었는데, 이를 세상에 내놓으며 “시인은 늙어가도 시와 시집은 늙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언제 읽어도 이 시집이 눈물과 함께 사랑의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그 여전한 젊음 덕분일 것이다. ------------------------------------------------------------------------------------- [책 속에서]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전문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수선화에게」 전문 저 소나기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가는 것을 보라 저 가랑비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가는 것을 보라 저 봄비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기뻐하는 것을 보라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가 고이고이 잠드는 것을 보라 우리가 나뭇잎에 앉은 먼지를 닦는 일은 우리 스스로 나뭇잎이 되는 일이다 우리 스스로 푸른 하늘이 되는 일이다 나뭇잎에 앉은 먼지 한번 닦아주지 못하고 사람이 죽는 다면 사람은 그 얼마나 쓸쓸한 것이냐 ―「나뭇잎을 닦다」 전문 나무를 껴안고 가만히 귀 대어보면 나무 속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행주치마 입은 채로 어느날 어스름이 짙게 깔린 골목까지 나와 호승아 밥 먹으러 오너라 하고 소리치던 그리운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운 목소리」 전문 신촌 뒷골목에서 술을 먹더라도 이제는 참기름에 무친 산낙지는 먹지 말자 낡은 플라스틱 접시 위에서 산낙지의 잘려진 발들이 꿈틀대는 동안 바다는 얼마나 서러웠겠니 우리가 산낙지의 다리 하나를 입에 넣어 우물우물거리며 씹어 먹는 동안 바다는 또 얼마나 많은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겠니 산낙지의 죽음에도 품위가 필요하다 산낙지는 죽어가면서도 바다를 그리워한다 온몸이 토막토막난 채로 산낙지가 있는 힘을 다해 꿈틀대는 것은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바다의 어머니를 보려는 것이다 ―「산낙지를 위하여」 전문
제1부 사랑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남한강 꽃 지는 저녁 석련(石蓮) 수련 발자국 윤동주의 서시 정동진 고래를 위하여 리기다소나무 당신 첫마음 꽃다발 문득 풍경 달다 자국눈 첫눈이 가장 먼저 내리는 곳 철길에 앉아 너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입산 후회 별똥별 꿈 수선화에게 절벽에 대한 몇가지 충고 바닷가에 대하여 나무들의 결혼식 결혼에 대하여 반지의 의미 제2부 우박 달팽이 달팽이 나비 잠자리 개미 개미 밤벌레 나뭇잎을 닦다 소록도에서 온 편지 싸락눈 오동도 질투 가을 사막 나뭇잎 사이로 새벽 거지인형 그리운 목소리 귀뚜라미에게 받은 짧은 편지 마음의 똥 새벽의 시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손가락 글씨 새똥 자살에 대하여 종소리 안개꽃 봄비 제3부 세한도 우물 성의(聖衣) 검은 민들레 나의 조카 아다다 겨울한라산 길 떠나는 소년 밤눈 쓰레기통처럼 길바닥 새벽김밥 나의 혀 산낙지를 위하여 겨울잠자리 가을폭포 목련은 피고 아버지들 약현성당 오병이어(五餠二魚) 마더 테레사 수녀의 미소 서울의 성자 제4부 불국사 첫편지 보길도에서 새벽에 사랑하게 되면 쓸쓸하다 아버지의 편지 오빠 잠들기 전에 하는 작은 기도 너의 창에게 바란다 첫눈 엽서 연애편지 쓰지 않은 일기 길 친구에게 첫눈 오는 날 만나자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풀잎소리 낙엽 제비 봄기차 산정호수 불일폭포 보름달 해설│유성호 시인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