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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산이 필요할 것 같아

장시우 저 | 걷는사람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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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1262797 / 144쪽 12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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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고요한 슬픔 다양한 색채로 빛나는 소리 “나는 고요를 들였으나/창으로 넘어 들어오는 건 소리뿐이다”라는 진술은 매혹적이다. 창으로 넘어온 소리들은 시인의 방에서 “좀처럼 나갈 생각이 없는 듯 방 안을 배회”(「소리를 들이다」)하는데 그런 소리들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는 “기척을 보낸다는 것” 그 자체에 있다. 그것은 곧 “살아 있다는 고백 같은 것”(「양철지붕에 비 긋는 소리」)이다. 그렇다면 장시우 시인이 이토록 ‘소리’에 천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추천사를 쓴 김학중 시인은 “우리의 세계는 말들의 세계를 떠난 지 오래. 목적지를 처음부터 잃어버린 사람의 여행처럼 길을 걸어야 했다”면서 “장시우의 시는 우리에게서 격리된 이 말들의 빛을 나누어 갖게 한다.”고 말한다. 더 이상 우리는 말의 세계에서 살지 않는다. 한 인간이 다른 대상에게 전달할 수 있는 말도 마음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서로에게 오가는 감정들은 공허하기 그지없다. 그렇기 때문에 시인은 ‘시’를 슬픔에 도달하기 위한 두레박 삼고, 이를 청각의 세계로 나아가게 하여 거짓이 없는 소리의 의미를 파악한다. “슬픔에 정확하게 도달하지 못한다고 하여 계속해서 침묵만 하고 있을 수는” 없기에 소리와 함께 슬픔을 좇는다. 그리하여 이 시집은 어쩌면 ‘숨어 있는 소리 찾기’와 같은 시간을 우리에게 선사할 것이다. 책 속에서 오늘 저 달은 무력하다 늦은 밤 강남역이 불빛에 무너져 내린다 밤에 취한 거다 하나둘 꺼지는 청춘들 나른하게 바코드를 읽던 포스가 잠시 숨 고르기 하는 사이 창밖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다리들 (중략) 슬프다는 것 외롭기에 알 수 있는 것 함께 슬퍼한다거나 슬픔을 나눈다는 건 말장난일 뿐 슬픔은 고요히 가라앉는 것이므로 가만히 집중하는 것이므로 혼자가 어울린다 그리하여 오늘 무력한 달의 인사 따윈 받지 않기로 한다 -「알바몬 24시」 부분 민들레가 물었다 오늘 슬픔을 주문하셨나요? 아니요 상실을 주문했는데요 슬픔은 아꼈다 주문할 생각이어서요 미안합니다만 오늘 상실은 매진이라서요 대신 덧없음은 어떠실지요 차라리 우울을 주세요 우울은 극약이라 처방전이 필요하답니다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과음을 해 버려서요 -「민들레 약국」 부분 이유 없이 눈물 흘리는 일은 민망한 일인가 봐 벚꽃 지는 걸 지켜보는 건 슬픈 일이었다고 너는 말하지 갑자기 쏟아지는 비처럼 예상 못 한 일이니까 알고 있잖아 곧 지는 때라는 걸 우린 내일에 대해 말하진 않았지만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비는 꽤 오래도록 계속 내리고 너는 귀 기울이고 있다 말했어 -「이제 우산이 필요할 것 같아」 부분 내일은 태풍이 올 거래 오늘 이 고요와 햇살이 거짓말 같은 짐승의 울음 닮은 바람이 저 숲에서 올 거래 나뭇가지는 부러지고 어린나무들은 쓰러질 거래 그러곤 여리고 가벼운 것들을 데리고 갈 거래 저 모퉁이 너머로 해맑은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저 민들레, 꽃다지, 봄까치는 납작 엎드려 부들거리겠지 누구도 본 적 없는 센 바람이라는데 순진무구한 저 흰나비를 어쩌면 좋아 -「바람 발자국」 부분 나는 고요를 들였으나 창으로 넘어 들어오는 건 소리뿐이다 좀처럼 나갈 생각이 없는 듯 방 안을 배회한다 당혹스럽지만 허공 한 평 내어 준다 라디오를 켠다 주파수를 맞추며 쓸 만한 소리를 골라내 보지만 못 고른 소리들 너무 많아서 잡음만 보탠다 -「소리를 들이다」 부분 자정이 다가오고 있어 꿈이 목적이야 꿈 지상주의자들은 꿈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지 나 잠에서 깨어 꿈틀거리며 꿈이란 무엇일까 고민하지 요즘은 꿈이 제대로 꿔지지 않아 내면의 고요함 따윈 언제 적이었나 몰라 쫓기듯 숙제 못 한 아이처럼 밤새 끙끙 앓으며 이게 맞는 건가 묻기도 해 (중략) 기어가는 것 걸어가는 것 달려가는 것 날아가는 것 제 길 가는 모든 것들은 쓸쓸한 낯빛이야 이제야 새벽이 내 꿈을 켜네 -「꿈을 기억하는 법」 부분 그런데 저 같은 일용직이 살 수 있는 시간이 있을까요 나를 싹 지우는, 살 수 있다면 어제 번 돈을 몽땅 드릴게요 미안하지만 여긴 정규직을 위한 가게예요 오늘은 누구 목을 자르려나 저기 헐레벌떡 토끼가 달아나요 홍학은 어디로 갔을까 여왕님은 화가 났고 쩔쩔매던 사람들이 모두 목을 만져요 그럼, 오늘도 무사히! -「시간을 파는 가게」 부분 어쩌다 열린 차창으로 들어와 빠져나가지 못한 새가 죽음으로 남았다 장미꽃 아래 묻었다 어쩌면 나는 너를 묻기 위한 인연이었던가 가슴이 뛸 때 마주치지 못하고 발버둥이 끝난 흔적을 치우고 있으니 감지 못한 눈 감겨 주고 있으니 단 한 번의 마주침을 거두고 돌려보낸다 세상에 없는 노래가 그림자로 날아오른다 -「마주침」 전문

저자 소개

  • 저자 : 장시우
저자 : 장시우
부산에서 태어나 2003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섬강에서』 『벙어리 여가수』, 문화기획자로서의 기록을 담은 책 『원주 ABC?』 『예술가의 열두 발자국』을 냈다.

목차

1부 오래된 포옹처럼
검은 개와 눈이 마주친 순간
알바몬 24시
사적인 달
알 게 뭐야
게으름뱅이의 별
무수한 틈을 채우는 빛과 어둠
무지개처럼 비가 내린다면
풀문 서비스
서쪽 마녀에게
세 방울의 피
답은 바람이 알지
8월
민들레 약국
이제 우산이 필요할 것 같아

2부 눈을 감으면 더 환해지는
양철지붕에 비 긋는 소리
어느 날의 지구
바람의 조각
봄날이 있다
일생 한 일
라디오와 말똥가리
죽은 새가 거기 있다면
바람길
내가 이 얼굴을 본 적이 있는지
바람 발자국
번아웃
곧 꿈이 올 거니까
달이 되는 시간
빌린 집

3부 너를 묻기 위한 인연
잘 모르겠지만
소리가 보이는 방
소리를 들이다
일요일
자발적 자가 격리
구겨진 생각
꿈을 기억하는 법
스노우 볼
레인보우 케이크
끄라손
시월
시간을 파는 가게
마주침
유월
아바나, 비 그리고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4부 먼 꿈
아침
꿈을 지우는 법
생각
투명해지는 시간
가해자와 피해자
11월, 밤 그리고 기차
평균적으로 안정적
먼 꿈
소리에 빛깔이 있다면
오래된 시
달의 발자국
빨리 감기
혼자 걷는 길
바다 책방
가벼워지는 시간

해설
슬픔의 침묵과 그것을 넘어서는 법
- 진기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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