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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민율

서요나 저 | 파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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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1897128 / 239쪽 128 x 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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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추천사> 서요나의 시는 부른다. 두고 온 이름을 부르고 보고 싶은 사람을 호명하고 속삭이듯 허밍하듯 노래를 부른다. 누군가를 부를 때 그 소리는 자신의 몸 안에서 가장 먼저 울려 퍼진다. 그건 먼 곳을 가까이 당겨 오려는 목소리이며 미지에 가닿고자 하는 발걸음이기도 하다. 그렇게 마음에게로 번져 간 마음이 시인의 세심한 문장을 통해 읽는 이에게 스며드는 듯하다. 부드러운 고백과 어두운 길을 걸어가는 슬픔이 뒤섞인 시들은 한 편 한 편이 드물고 귀하다. 멀어서 아름답고 가까워서 슬픈 사람들. 관계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유려한 표현의 색을 입고 시집 전반을 물들인다. 요나와 이마를 맞대고 “1과 1이 11이 아니게 하는 거리는 몇 센티부터 시작되는가”를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시인이 불러 모은 친구들이 곁에 다가와 있다(?시크릿 시거렛 스크럼?). 다정한 이름들을 되뇌며 서요나의 시를 읽는 지금은 “너의 꿈이 나였다고 고백해 줄 시간”이다(?구애의 산란?). ―이혜미(시인) <책속에서> 소름의 역사 칼자국이 난 클루미 티셔츠를 입은 우리 둘 자동차 본네트에 걸터앉아 서로에게 괴담을 들려준다 괴담이 하나도 무섭지 않으면 그때마다 저녁이라는 말이 등 뒤에서 테레민이라는 말을 잘못 발음한 소리처럼 타이핑되어 흘러가는 기류에 기운이 빠졌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워크맨과 헤드셋을 저 멀리 벗어 놓고 있으면 악기가 화기로 변하는 소리가 들리지 이거는 너무 오래된 옛날이야기야 이를테면 공기에 비유할 대상이 아무것도 없어서 마치 공기가 없었을 것 같던 시절의 이야기 하지만 그런 건 시절이 아니라 계절처럼 느껴져 오고 계절처럼 느껴진다 싶으면 그냥 계보라는 이름에 더 가까울 것이다 싶었다 어째서 괴담의 주인공들은 언제나 괴담 속에서 외롭게 보이는 걸까 온 세상에 사람이 마흔일곱 명뿐일 때 마흔일곱 명이 돌아가면서 단 일 초도 쉬지 않고 마흔일곱 개의 괴담을 발설해도 첫 번째 괴담 두 번째 괴담 마흔일곱 번째 괴담 그렇게 모든 사람 수만큼의 괴담을 쌓아 올리고 또 올려도 여기와 똑같은 세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여전히 주인공들은 이 지상에 혼자 있는 것처럼 외로워진다면 외로워지고야 만다면 그때는 소름이 끼쳐 오도록 나 강해질 수 있을 것만 같다 인간의 스물세 살이라고 허공에 중얼거려 보는 시간 그건 분명 짐승의 스물두 살을 생각해도 같은 계보로 상상되는데 스물세 살인 너의 허리에 고개를 파묻고 심장이 터질 듯 웃어 보면 너는 네 스물두 살의 계보가 아닌 것같이 뜨거워서 잠이 쏟아지고 너의 유년은 네 계보가 아닌 것 같고 계보가 아니라면 계절일까 혜린아 너는 어느 행성의 계절일까를 생각하는데 문득 악기 소리가 화기 소리로 들려오는 행성과 목소리는 아무리 멀리서 들어도 목소리인 행성이 같은 하나의 행성이라는 사실이 녹아내려 가는 체리 향 아이스크림처럼 되돌아가며 상기된다 그런 기억은 왜 이렇게 독한 것인지 항암제보다도 각성제보다도 마음이라는 어는점이 괴담에서 계단으로 계단에서 제단으로 하강하는 일은 괴담도 계단도 제단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려야 추동되는 걸까 등 뒤가 서늘해져 오는 건 죽지 않아도 시신의 냉기를 가질 만큼 너무나도 생명력이 지독한 사람과 사랑에 푹 빠져 버리는 기분이고 생명이 있는 것처럼 생명만 있는 것처럼 조심조심 조심조심 그런데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와 주석과 발문들이 이끼처럼 돋아나도 끝끝내 사람만은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건 영원히 괴담으로 남을 것 같아 결말은 있지만 영원한 이야기 그런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네가 들려주는 음성은 숨이 끊어지는 소리까지도 윤문되어 울려 나갔다 서령아, 귀신도 아닌데 귀신의 질료를 가진 것들이 사방에 많아 천사보다 아름다운 것들이 이 땅에는 넘쳐나는데 천사만 없다는 사실이 나를 공포에 질리게 해 서령아 정말로 공포에 대해 생각하면 그다음엔 절망하기에도 어색하고 간절해지기에는 더욱더 어색하고 아무런 불순물 없이 홀로 남은 공포의 주인은 얼마나 아리따울까 내가 오로지 나의 공포만을 원형으로 가진다면 오로지 나의 애정만을 원본으로 가진다면 나는 얼마나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울까 찢어진 클루미는 펄럭이고 너와 난 자동차 본네트에 걸터앉아 괴담을 주고받았다 워크맨이 툭 하고 꺼지는 소리에 우리가 마음이 뒤바뀌어 버릴 듯 화들짝 놀란다 본네트는 흔들리지 않고 본네트는 찌그러지지 않고 그림으로 그려 본다면 귀신보다 사람보다 위협적인 것을 그려 넣어야 할 것이라고 상상되었다 서로를 과녁처럼 너무 오래 바라보던 중이어서 누군가 오래오래 목을 조른 것같이 목이 시큼했다 그건 내 목이 나도 모르게 혼자서 꾸는 꿈이라고 믿었다 ■

저자 소개

  • 저자 : 서요나
저자 : 서요나
199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8년 <페이퍼이듬>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물과 민율>을 썼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어느 행성의 계절일까
졸업 ? 11
구애의 산란 ? 12
merry merry bluesy ? 17
소름의 역사 ? 20
전망이 감염돼 오는 방 ? 27
시크릿 시거렛 스크럼 ? 31
캠퍼스 커플 ? 36
폭풍의 언덕 ? 39
러브 이즈 저스트 드림 ? 45

제2부 이곳은 사슴의 멀미 속일 뿐이니
봄날의 서스펜스 ? 55
물과 민율 ? 60
진공누각(眞空樓閣) ? 67
소라의 마음 ? 72
울리 리모네크 ? 76
너희들의 여주 ? 83
아나그노리시스 심포니 ? 89
청운동 드리밍 드라이빙 ? 98
매연의 노래 ? 105
연남동 ? 112

제3부 나 사람의 숙주가 되어
키싱 유 프로스티 ? 119
보리와 안개의 시절 ? 121
산책의 궤도 ? 124
비려 가는 사랑의 노래 ? 130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헤븐 ? 136
서울 열일곱 권총 하데스 위스키 ? 141
클리티아 너의 클리티아 ? 146
Crush The Heaven ? 154
위묘 ? 157
겨울이 구더기처럼 그대들의 아가리 속에서 기어 나오네 ? 163

제4부 아홉 세기 후의 사람까지 미리 용서하면서 걸었습니다
키클로페스 ? 169
칼르메에서, 당신의 지유가 ? 171
노하와 나 ? 176
아편과 단풍잎이 흐르는 강 ? 183
더 롱 앤 와인딩 로드 ? 188
맨발로 성당들 사이를 ? 194
연희동 typing ? 199
비처럼 비밀처럼 비망처럼 ? 202
간악한 열정의 자장가 ? 209
Once Upon A Time In Heaven ? 212

해설 신수진 소거로 수렴되는 존재와 시의 추상 ?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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