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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주의자

나희덕 저 | 문학동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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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83517 / 172쪽 130 x 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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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 입술들은 말한다 자신의 이름과 고향과 사랑하는 이에 대해 절망과 분노와 슬픔과 죽음에 대해 오늘 저녁 먹은 음식과 산책길에 만난 노을빛에 대해 기후 위기와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생일과 장례, 술과 음악, 책과 영화, 개와 고양이에 대해 마을을 휩쓸고 간 장맛비에 대해 파도 소리에 대해 (……) 오늘도 잠 못 드는 이유에 대해 왜 자신이 이야기를 멈출 수 없는지에 대해 복용해온 약에 대해 또는 피 흘리는 말, 다른 입술들에 대해 _「입술들은 말한다」에서 그러나 나는 톨스토이를 고슴도치가 되지 못한 여우가 아니라 오히려 고슴도치에서 여우가 되려고 했던 작가라고 생각해 아니, 고슴도치이자 여우인 존재가 되려 했다고 세상 잡사를 그려내는 손과 종교적 열망에 사로잡힌 머리 사이에서 믿었던 것과 믿고 싶었던 것과 믿어야만 하는 것 사이에서 이미 존재하는 것과 당연히 존재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정치적 사건과 정신적 사건 사이에서 전쟁과 평화 사이에서 지적 오류와 도덕적 오류 사이에서 고슴도치의 머리와 여우의 손을 지녔던 작가라고 말이야 차라리 톨스토이의 위대함은 고슴도치와 여우 중 어느 하나가 될 수 없었던 고뇌에 있지 (……) 토막난 말과 표정들을 놓치지 않으려 애를 쓸 뿐, 온전히 믿을 수도 내칠 수도 없는 여우의 고민을 고슴도치의 지혜보다 열등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 내가 변호하고 싶은 건 톨스토이가 아니라 나 자신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야 _「고슴도치와 여우」에서 내가 돌을 보는 게 아니라 돌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고 느낄 때 돌을 집어드는 것은 돌의 시선을 피하는 방식인지도 모르지 특별할 것 없는 그 돌은 나에게로 와서 비로소 돌이 되었다 이름을 붙이거나 부르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돌은 나의 바깥, 차고 단단한 돌은 주머니 속에서 조금씩 미지근해졌다 (……) 나의 돌이 아니라 그냥 돌이 될 때까지 나를 더이상 바라보지 않을 때까지 그때까지만 곁에 두기로 한다 _「그 조약돌을 손에 들고 있었을 때」에서 여행에서 돌아오자 미루어둔 불행이 일제히 들이닥쳤다 벽장문 사이로 쏟아져내리는 잡동사니들처럼 예외적인 날들은 끝났다고 그것 보라고 이게 바로 도망칠 수 없는 네 몫의 삶이라고 누군가 귓가에 속삭이는 것 같았다 (……) 여행은 끝나고, 이제 쓰디쓴 풀과 거친 빵을 삼켜야 하는 시간 물을 긷고 또 길어야 하는 시간 구멍 뚫린 독에 끝없이 물을 길어 부어야 했던 다나이드처럼 _「여행은 끝나고」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무언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어떤 어둠에 기대어 가능한 일일까요 어떤 어둠의 빛에 눈멀어야 가능한 일일까요 세상에, 가능주의자라니, 대체 얼마나 가당찮은 꿈인가요 _「가능주의자」에서

저자 소개

  • 저자 : 나희덕
저자 : 나희덕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 『사라진 손바닥』 『야생사과』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파일명 서정시』, 시론집 『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한 접시의 시』, 산문집 『반통의 물』 『저 불빛들을 기억해』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예술의 주름들』이 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벽의 반대말은 해변이라고
붉은 거미줄/ 입술들은 말한다/ 그날 이후/ 다락방으로부터/ 조각들/ 찢다/ 꿰매다/ 벽의 반대말/ 흐르다/ 퇴비의 공동체/ 거대한 빵/ 누룩의 세계/ 길고 좁은 방

2부 얼룩을 지우는 얼룩들
유령들처럼/ 지나가다/ 토리노의 말/ 허기가 없으면/ 줍다/ 허삼관 매혈기/ 선 위에 선/ 묻다/ 이덕구 산전/ 너무 늦게 죽은 사람들/ 어떤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피투성/ 저 바위는 언젠가

3부 두려움만이 우리를 가르칠 수 있다
어떤 부활절/ 사라지는 것들/ 숙과 홀/ 홍적기의 새들/ 곰의 내장 속에서만/ 북극의 나눅/ 빙하 장례식/ 장미는 얼마나 멀리서 왔는지/ 젖소들/ 매미에 대한 예의/ 검은 잎사귀/ 저 낙엽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피난의 장소들

4부 달리는 기관차를 멈춰 세우려면
가능주의자/ 달리는 기관차를 멈춰 세우려면/ 차갑고 둥근 빛/ 고슴도치와 여우/ 수탉 한 마리/ 얼굴을 갈아입다/ 사과를 향해/ 그 조약돌을 손에 들고 있었을 때/ 백운에서 다산 생각/ 그들의 정원/ 이별의 시점/ 여행은 끝나고/ 건너다

해설 | 가능주의자, 불가능한 미-래의 시학
최진석(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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