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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1136373 / 328쪽 14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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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책 속으로> ▲ 개와 돼지에 대하여 실험을 하나 해보자. 개를 상상할 때 떠오르는 모든 단어를 그대로 적어 보라. 다음엔 돼지를 상상하며 똑같이 하라. 그러고는 두 목록을 비교해 보자. 개를 생각할 때 ‘귀엽다’, ‘충성스럽다’, ‘다정하다’, ‘영리하다’, ‘재미있다’, ‘애정 깊다’, ‘나를 보호해 준다’는 식의 생각을 하지 않았는가? 돼지를 상상했을 때는 ‘진창’ 또는 ‘땀’, ‘더럽다’, ‘멍청하다’, ‘게으르다’, ‘뚱뚱하다’, 그리고 ‘못생겼다’ 같은 말을 떠올리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다수에 속한다. 대학에서 심리학과 사회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매 학기에 하루를 이 실험에 할애한다. 몇천 명의 학생이 거쳐 갔지만 이때 오가는 대화는 거의 같다. 대부분 학생이 개는 좋아하거나 사랑하며 돼지는 역겹다고 느낀다. 자신과의 관계를 묘사해 보라고 하면 개는 ‘당연히’ 친구이자 가족의 일원으로, 돼지는 식품으로 요약된다. 그때 저자는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답에 따라 설명을 덧붙인다. 돼지는 왜 멍청한 거지? “그냥 원래 그렇지요.” 그런데 실제론 돼지가 개보다도 더 영리하다고 해. 왜 돼지보고 더럽다 하지? “진창에서 뒹구니까요.” 왜 진창에서 뒹굴지? “진흙 같은 더러운 걸 좋아하니까요. 돼지는 더러워요.” 실은 더울 때 몸을 식히느라 진창에서 뒹구는 거야. 땀샘이 없기 때문이지. 돼지도 감정이 있다고 생각해? “물론이죠.” 돼지도 개와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하나? “글쎄요. 그런 것 같은데요.” 사실 대부분의 사람이 몰라서 그렇지, 돼지가 얼마나 예민한가 하면 가둬놓았을 때 자해 같은 신경증적인 행동을 하기도 해. 우리는 왜 돼지는 먹고 개는 먹지 않는 걸까? “베이컨은 맛있으니까요.” “개에게는 각기 개성이 있으니까요. 개성 있는 존재를 먹을 수는 없잖아요. 이름도 있고,” 돼지에게도 그런 개성이 있다고 생각해? 그들도 개처럼 개체라 할 수 있나? “네, 돼지도 알고 보면 그럴 것 같은데요.” 돼지가 땀투성이도 아니고 게으르지도 탐욕스럽지도 않은 영리하고 예민한 개체라고 생각했다면 그들을 먹는 데 대해 어떻게 느꼈을까? “돼지를 먹는 걸 이상하게 느꼈을 거예요. 아마 죄책감 같은 걸 느꼈겠지요.” 그렇다면 왜 우리는 돼지는 먹고 개는 먹지 않을까? “돼지는 먹기 위해 키우니까요.” 왜 먹기 위해 돼지를 키우는 거지? “몰라요. 한 번도 생각 안 해봤어요. 원래 그런 것 아닌가요?” ▲ 원래 그런 게 아니다 원래 그런 것이다? 이 말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자. 아주 곰곰이. 우리는 ‘원래 그런 것’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느 종은 도축장으로 보내고 다른 종에게는 사랑과 친절을 베푼다. 동물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행동에 이처럼 일관성이 없고, 그 사실을 한 번도 반성하지 않았다면, 그건 우리가 부조리한 논리에 휘둘려 왔기 때문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테다. 이 문제에 관한 한 모든 사회 구성원이 하나같이 사고의 기능을 유보하고 사는 것은 물론, 자기들이 그런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것은 도대체 왜일까? 상당히 복잡한 질문이지만, 답은 아주 간단하다. 바로 육식주의 때문이다. ▲ 채식주의와 육식주의 우리는 고기 먹는 일과 비건주의를 일관된 관점에서 보지 않는다. 비건주의에 대해서는, 동물과 세상과 우리 자신에 대한 일련의 가정들을 기초로 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육식에 대해서는 당연한 일, ‘자연스러운’ 행위, 언제나 그래 왔고 앞으로도 항상 그럴 것으로 본다. 그래서 아무런 자의식 없이, 왜 그러는지도 생각하지 않으면서 동물을 먹는다. 그 행위의 근저에 있는 신념체계가 우리에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이 신념체계를 저자는 ‘육식주의(carnism)’라고 부른다. ▲ 그것은 보이지 않는다 육식주의는 특정 동물들을 먹도록 우리를 길들이는 신념체계다. 때로 우리는 동물을 먹는 사람을 육식동물(carnivore)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육식동물이란 생존하기 위해 육식에 의존하는 동물을 말한다. 동물을 먹는 사람들은 또 잡식동물(omnivore)이라고만 할 수도 없다. 인간을 포함한 잡식동물은 식물과 육류를 모두 섭취할 수 있는 생리적 능력을 지닌 동물이다. 그러나 ‘육식동물’과 ‘잡식동물’이라는 용어는 개체의 생물학적 특징만을 기술하지 철학적 선택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오늘날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사람들은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선택에 따라 동물을 먹는데, 선택이란 항상 신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선택임에도 선택이 아닌 듯이 보이는 것은 육식주의의 비가시성 때문이다. 그런데 왜 육식주의는 눈에 드러나지 않는 건가? 우리는 왜 그것에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까? 거기에는 훌륭한 이유가 있다. 육식주의가 특정한 유형의 신념체계, 바로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며, 그중에서도 정밀한 검토를 잘 허용하지 않는 형태의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다. ▲ 먹을 수 있다, 먹을 수 없다 육식주의와 관련해서 우리가 동물에게 적용하는 두 개의 주된 범주는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이분법 안에는 또 다른 범주 쌍들이 있다. 예컨대 우리는 야생동물보다는 가축을 먹고, 육식물이나 잡식동물보다는 초식동물을 먹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돌고래처럼) 지적이라고 생각하는 동물은 먹지 않지만, (참치처럼) 그다지 영리하지 않아 보이는 동물은 일상적으로 먹는다.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귀엽다고 여기는 (토끼 같은) 동물은 먹지 않고 (칠면조처럼)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동물을 먹는다. 동물들을 분류하는 범주들이 실제로 정확한지 아닌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정확하다는 믿음이다. 이분화의 목적은 단지 고기를 먹는 데 대한 불편감에서 놓여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동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가치판단이 실린 범주들로 여과하면, 예컨대 개를 안고 쓰다듬으며 스테이크를 먹으면서도 그러한 행위의 선택이 함축하는 바를 전혀 모를 수 있다. 이렇게 이분화는 정당화를 지원한다. 우리가 동물을 먹으면서도 괜찮다고 느끼게 만들어 준다는 얘기다. 왜 괜찮으냐고? 영리하지 않으니까, 반려동물이 아니니까, 귀엽지 않으니까―그래서 먹어도 되니까. ▲ 정당화의 온갖 기제들 동물을 먹는 것에 관한 방대한 신화들이 있지만 그 모두는 내가 ‘정당화의 3N’이라고 부르는 것과 어떤 방식으로든 연관되어 있다. 동물을 먹는 일은 ‘정상적이며(normal), 자연스럽고(natural), 필요하다(necessary)’는 논리 말이다. 내면화된 육식주의는 현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왜곡한다. 동물은 살아 있는 생명체임에도 우리는 그들을 살아 있는 물건으로 본다. 또한 그들이 각기 독립된 개체임에도 불구하고 추상적으로 뭉뚱그려서 인식한다. ‘한 무리의 물건’이라는 식이다. 그리고 아무런 객관적 근거도 없이, 그들은 자연이 정한 식용 동물이므로 우리가 그들을 먹는 일은 타당하지 않겠냐는 식으로 생각한다. 예컨대, 시스템이 그토록 숨기려고 노력하는데도 불구하고 곧 고기로 바뀔 돼지 한 마리가 어쩌다 눈에 들어올 경우, 우리는 그 돼지를 쾌락과 고통을 느낄 줄 아는 생명체로, 혹은 뚜렷한 개성과 선호를 지닌 존재로 인식하지 않는다. 우리가 떠올리는 것은 그 돼지의 ‘돼지다움(더러움, 게으름 등)’과 ‘먹을 수 있다는 점’뿐이다. 이런 방식으로 동물을 보는 데는 내가 ‘인식의 트리오(Cognitive Trio)’라고 부르는 세 가지 방어기제가 개입한다.
제1장 사랑할까 먹을까
제2장 육식주의: “원래 그런 거야”
제3장 ‘진짜’ 현실은 어떤가
제4장 부수적 피해: 육식주의의 또 다른 희생자들
제5장 동물을 먹는 것에 관한 신화: 육식주의를 정당화하기
제6장 육식주의의 거울 속으로: 내면화된 육식주의
제7장 바로 보고 증언하기: 육식주의에서 연민과 공감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