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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80974 / 216쪽 120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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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출판사 리뷰
비거니즘 전도사 슬릭, 생활 예술인 이랑의 하루하루가 담긴 편지
불안과 혐오의 시대에 여성 창작자로 산다는 것
슬릭과 이랑의 첫 인연은 2017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이랑이 ‘트로피 경매’ 퍼포먼스를 선보인 날이다. 이랑은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포크노래상을 수상하여 무대에 올랐으나 상금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의 트로피를 곧바로 경매에 부쳤고, 슬릭은 바로 그 자리에 관중으로 앉아 있었다. 수상 후보에 본인의 이름이 없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은근히 잘 보이고 싶기도 했던 그날의 슬릭에게 이랑의 트로피 경매 퍼포먼스는 큰 충격을 주었다. 시상식에 가기 전 이랑의 속마음은 어땠는지, 이랑의 퍼포먼스를 실제로 본 슬릭은 무대 아래에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날의 기억을 회상하며 두 사람의 편지는 시작된다.
서로 어떤 호칭으로 부르면 좋을지 고민하며 다소 어색하게 시작한 편지는 함께 사는 고양이의 가출 사건, 작업실의 풍경, 좋은 노래에 대한 정의, 감명깊게 본 다큐멘터리, 먼저 떠나보낸 사랑하는 친구 등 그날그날의 크고 작은 주제를 두고 이야기하다가 그동안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아픔을 고백하기까지 차츰 더 깊어진다. 특히 그들은 동시대에 여성으로 살아가며 느끼는 불안과 고민에 대해 구체적인 경험과 언어로 이야기한다.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 새벽, 슬릭에게 편지를 쓰다 이랑은 지금껏 한 번도 공개적으로 말해본 적 없던 임신중지 경험에 대해 털어놓는다.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이라면 한 번쯤은, 혹은 수시로 느껴봤을 임신 공포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백한 이랑의 편지는 ‘대한민국 출산지도’에 분노했던 슬릭이 만든 노래 <내 꺼야> 가사 인용으로 이어지면서, 두 사람이 여성 창작자로서 같은 번지수의 감정을 느끼며 더 깊이 더 가까이 만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는 여전히 임신 공포에 시달립니다. ‘#낙태죄폐지’ 해시태그를 검색해 사람들의 글을 읽다보니 성관계를 하지 않은 달에도 생리가 늦어지면 ‘시발 임신했나’ 하는 건 저 혼자가 아닌 것 같더군요. 언젠가 찾아올지 모를 두번째 수술의 통증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배가 아픕니다. _이랑 (58쪽)
페미니즘을 노래하는 것에 중압감을 느끼지 않느냐는 걱정이 담긴 질문을 자주 받는데, 그럴 때마다 제가 하는 말은 하나거든요. 저는 그저 제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풀어낼 뿐인데 그것이 페미니즘으로 불릴 뿐이라고요. _슬릭 (68쪽)
“지금까지 국힙 원탑 슬릭이었습니다.”
“살아서, 편지를 쓰고, 만나서 전해주기로 합시다.”
무대에 서는 것은 물론,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는 것도 어려워진 시대에 주고받는 편지는 더 애틋하다. 무한 거리두기 시대에 창작자로서 느끼는 불안과 우울 또한 편지에 그대로 드러난다. 다들 어떤 마음으로 무얼 하며 이 시기를 보내고 있을까. 코로나로 콘서트와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시간이 많아진 슬릭은 공책을 펴서 이것저것 필사를 했다. 공연은커녕 온라인 라이브 제안도 전혀 받지 못한 이랑은 옷을 훌렁 벗고 몸에다 그림을 잔뜩 그렸다. 불안의 시간을 각자 어떻게 견뎌내고 있는지 성실히 기록한 그들의 편지는 세상에 혼자 고립된 듯한 불안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동료 뮤지션에서 친구로, 친구에서 스승과 제자로, 또 한번 새로운 관계의 시작을 예고하며 ‘괄호가 많은 편지’는 열린 결말로 끝을 맺는다. 그들의 편지에 괄호가 자꾸 등장하는 건, 이제 막 우정이 시작되려 하는 사이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끝이 없어서인지도 모른다. 이 얘기도 저 얘기도 마음껏 하고 싶은 간질간질한 마음. 이 책에는 언젠가 꼭 맺어질 수밖에 없었던 우정의 산뜻한 시작이 담겨 있다.
이 복잡하고 서러운 서울 하늘 아래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도 투명하고 촘촘한 이야기를 나눌 상대를 만난다는 것은 영화 같은 일입니다. 이 멋진 연결을 지켜봐주세요. _슬릭 (7쪽)
< 책 속에서>
아주 오랜만에 쓰는 편지가 이랑님께 쓰는 편지라 다행입니다. 제가 쓴 첫 편지의 내용이 어떻든 이랑님의 답장은 아주 멋질 거고, 저는 또 그 답장의 멋짐을 어떻게든 잇고 싶어하느라 최선을 다해 재밌어질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저의 인트로가 영 별로여도 실망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힙합 출신이라 보통 훅에서 잘 터뜨립니다. _슬릭 (13쪽)
요새는 정신을 딴 데 두지 않으면 끝없이 괴로워서 SNS도 잘 들여다보지 못하고 스위치 게임기만 주구장창 붙들고 있네요. 첫 편지부터 우울함을 늘어놓고 싶진 않았는데, 이 시국에 해맑기도 쉽지만은 않으니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랑님은 어떤 생각들 속에 살아가고 있으신가요? 이 시국에 안부를 묻는 것조차 실례일까 두렵지만, 이랑님이 어떻게 지내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부디 저와 주고받는 편지가 부질없다고 느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_슬릭 (14쪽)
꼼짝없이 사회인이 된 이후 저를 “이랑!”으로 부르는 사람은 더욱 많아졌습니다. 다정하게 “랑아” “랑이야”라고 부르던 어린 시절 친구들은 점점 사라져가고, 일로 엮인 관계가 많아졌습니다. 이제는 “이랑!”이라고 불리는 것에 익숙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들을 때마다 혼나는 기분이 듭니다. 일을 하면 할수록 자주 혼나는 것 같은 이 아이러니한 기분을 어쩌면 좋을까요? _이랑 (19쪽)
문득 좋은 노래를 들으며 그 노래를 만든 사람의 머릿속, 마음, 손끝 같은 것들을 오래오래 상상합니다. 좋은 노래를 만든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믿음은 골백번도 깨지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고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붙잡아둘 수도 없고 다른 언어로 치환할 수도 없는 그 순간순간을 사랑하는 마음이 오래 쌓이기를 바라요. _슬릭 (99쪽)
아픔은 천천히 깊게 다가오고, 어떤 아픔은 절대 잊히지 않습니다. 아픔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더 많아지겠지요? 저는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찾고 있습니다. 이 편지도 슬릭과 ‘함께’여서 무척 좋습니다. _이랑 (108쪽)
저는 아픔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에서 아직 명료함보다 어설픔이 더 자주 느껴지는 사람입니다. 랑님의 말씀처럼 우리가 아픔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점점 더 많아지길 간절히 바라고, 제가 그 기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제게 아픔에 대해 이야기해주셔서 감사드려요. _슬릭 (118쪽)
어떤 날의 저는 제대로 명명되기 위해 거리로 나가고, 힘차게 소리치고, 사람들 앞에 서서 노래하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침대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은 채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세상에 가장 도움되는 일이다’ 생각하며 울고 있습니다. _이랑 (165쪽)
이 대화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제가 적당히 감추고 살았다면 저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혼자 괴롭기만 한 삶을 살았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저는 모르는 것을 알게 될 때의 기쁨을 정말 사랑합니다. _슬릭 (173쪽)
프롤로그 _6
이 시국에 안부를 묻는 건 실례일까요 슬릭_10
또한 이름이 두 글자인 슬릭에게 이랑_16
고양이와 대화할 수 있다면 슬릭_24
준이치가 불편한 게 ‘나’면 어떡하지 이랑_32
준이치와 랑이에게 슬릭_40
‘시발 임신했나’ 하는 건 저 혼자가 아닌 것 같더군요 이랑_50
파트너에게 만약 내가 임신하면 어쩔 거냐고 물어봤어요 슬릭_62
랑이처럼 거지인 애가 있나 싶었어 이랑_70
폐허가 ‘꿈의 집’이 되기까지 슬릭_78
아티스트 ‘이랑’이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 이랑_86
좋은 음악이란 무엇인지 무슨 생각을 해, 그냥 만드는 거지 슬릭_94
어떤 아픔은 절대 잊히지 않습니다 이랑_104
느리고 확실하게 무너져내리고 있습니다 슬릭_112
문신을 새기고 온천에 가고 싶습니다 이랑_120
양팔 가득 문신을 채우고 온천에 입장하는 방법 슬릭_130
건강하지 않은 준이치와 제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봐주세요 이랑_140
저는 오늘도 공부하러 갑니다 슬릭_150
이 문장 다음 문장을 쓸 수 있을까 이랑_158
드러내고 살기, 감추고 살기 슬릭_170
슬릭을 어떻게 사귀면 좋을지 아직도 고민돼요 이랑_178
개비스콘 그 자체 슬릭_188
령화에게 이랑_198
에필로그 _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