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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5153438 / 274쪽 122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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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이토록 눈앞에 생생히 그려지는 계절이라니! 일본 유명 작가 39명의 계절감상기.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 살면 계절 변화에 민감하다. 감수성이 풍부한 작가라면 오죽할까. 이 책에 등장하는 일본 작가들은 하나같이 글 잘 쓰기로 너무나도 유명한 대문호들이다. 그래서일까. 그들이 느끼는 계절은 생생하게 살아 움직여 문학으로 탄생한다.
가을은 교활한 악마라고 하는 다자이 오사무, 누군가 버린 피아노에 밤 한 톨 떨어지는 소리에 가을을 느끼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등 39명의 작가가 써 내려간 계절 감상으로 꾸몄다. 일본 근대문학에서 ‘마감’이라는 주제로 글을 골라 엮은 『작가의 마감』에 이은 ‘작가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출판사 리뷰
P. 14 아, 가을(다자이 오사무)
여름 안에 가을이 몰래 숨어 이미 찾아왔는데도 사람은 불볕더위에 속아 알아채지 못한다. 귀 기울여 들어보면 여름이 오자마자 벌레가 울고, 정원을 유심히 둘러보면 도라지꽃이 피어 있다. 잠자리도 원래는 여름벌레이고 감도 여름 동안에 착실히 열매를 맺는다.
가을은 교활한 악마다. 여름 사이 모든 단장을 마치고 코웃음을 치며 웅크리고 있다. 나만치 날카로운 눈을 가진 시인이라면 그 기색을 눈치챈다.
P. 30~31 가을 기백(도요시마 요시오)
가을은 쓸쓸하다, 라는 말은 진실이다. 가을에는 모든 것이 겉껍질을, 필요 없든 필요 있든 온갖 껍질을 스스로 흔들어 떨어뜨린다. 만물이 벌거벗은 채 우뚝 선다. 가을을 쓸쓸하지 않다고 말하는 이는 옷을 벗고 알몸으로 우두커니 서 있을 때의 묘한 초라함과 의지할 데 없는 외로움에 둔감하거나 뻔뻔해 부끄러움을 모르거나 아니면 몸이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P. 97 겨울날(미야모토 유리코)
겨울날 고요는 왠지 모르게 남다른 느낌을 인간에게 선사한다. 노란 햇살이 쓸쓸히 주위를 떠돌고 뼈대만 남은 나무 그림자가 먹으로 그은 검은 줄처럼 판자벽에 비친다.
바람 한 점 없다. 나뭇잎이 바스락바스락 소리조차 내지 않는 가운데 신발 밑으로 무너져가는 서릿발 소리만이 차디차게 울려 퍼진다. 잔뜩 찌푸린 하늘에 걸린 새하얀 낮달 너머로 잿빛 구름을 한 겹 들추면 새하얀 가루눈이 가지런히 쌓여 있을까, 상상할 만한 정경이다.
P. 113~114 홍매(요사노 아키코)
중국 시인이 말한 ‘차가운 향기寒香’처럼 훌륭한 숙어가 일본어에 없는 게 안타깝기 그지없다. 소동파가 홍매를 보고 읊은 “차디찬 마음은 아직 봄 자태를 따르려 하지 않건만 옥처럼 고운 살갗에 까닭 없이 술기운이 올랐네寒心未肯隨春態 酒暈無端上玉肌” 같은 뛰어난 시구는 일본 전통시에서도 현대시에서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P. 147 봄날 밤은(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어느 3월 밤, 펜을 내려놓고 잠시 쉬다가 문득 니켈 회중시계가 빨라졌음을 알아챘다. 옆방 벽에 걸린 괘종시계는 10시를 가리키는데, 회중시계는 10시 30분을 가리킨다. 회중시계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조심스레 바늘을 10시로 돌렸다. 다시 펜을 들었다. 시간이란 이럴 때는 의외로 늦게 흐르는 법. 괘종시계가 이윽고 11시를 알렸다. 펜을 쥔 채 회중시계를 쳐다봤다. 이번에는 신기하게도 12시를 가리켰다. 회중시계는 따뜻해지면 바늘이 빨리 돌아가는 걸까?
P. 177 봄(하세가와 시구레)
어젯밤 하늘을 지나간 발 빠른 바람은 지금 어디서 불고 있을까. 그 바람이 남아 있던 겨울을 휘몰아 가져간 덕에 봄이 찾아온 오늘 아침은 너나없이 활기차고 명랑하다.
수다쟁이는 비단 작은 새만이 아니다. 부엌 수돗물도 콸콸 소리를 내고 고양이도 한껏 멋을 낸다. 거리에는 담배 연기가 코를 스치고 커피 향이 향기로우며 전차선로가 은처럼 반짝인다. 사무실 유리창은 햇빛을 받아 빛나고 공장 기계는 덜커덩덜커덩 울리며 규칙적으로 돌아간다.
P. 225 건살구(가타야마 히로코)
나는 시골 마을 작은 집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건살구를 먹는다. 세 알의 단맛을 맛보는 사이 머나먼 나라 궁전 꿈을 꾸었다. 잠에서 깨어나 주위를 보니 어딘가 허전하다. 정원을 내다보고 방 안을 둘러본다. 아무 꽃이라도 한 송이 있었으면 좋겠다. 방 안에는 거의 색깔이 없다. 오직 선반에 늘어선 얼마 안 되는 책등 색깔이 있을 뿐이다. 자홍색 하나랑 노란색이랑 청록색이랑.
P. 259~260 얼음 가게 깃발(이시카와 다쿠보쿠)
문득 아름다운 벌레 소리가 들려왔다. 잿날 축제 때 파는 벌레장에 담겨 얼음 가게에서 울고 있었다. 옛날에 자신이 만든 노래를 우연히 여행지에서 듣는 기분이었다. 솔직히 말해 반가웠다. 소꿉친구와의 낭만 가득한 추억. 아름다운 벌레 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그것도 잠시 여름도 이제 반이 지났다고 생각하니 땀에 젖은 피부가 왠지 오싹하다. 도대체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다시 죽은 듯한 얼음 가게 깃발을 바라본다.
1장 가을
가을 눈동자 _ 다케히사 유메지
아, 가을 _ 다자이 오사무
피아노 _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모밀잣밤나무 열매 _ 하시모토 다카코
가을 기백 _ 도요시마 요시오
가을 달무리 _ 오다 사쿠노스케
가을비 추억 _ 오카모토 가노코
가을과 만보 _ 하기와라 사쿠타로
감 _ 하야시 후미코
가을 노래 _ 데라다 도라히코
가을 소리 _ 와카야마 보쿠스이
가을밤 _ 요사노 아키코
빨래하는 날 _ 기무라 요시코
2장 겨울
눈 오는 밤 _ 무라야마 가즈코
세밑 소리 _ 야마모토 슈고로
화로 _ 나쓰메 소세키
겨울날 _ 미야모토 유리코
동짓날 _ 구보타 우쓰보
사프란 _ 모리 오가이
홍매 _ 요사노 아키코
눈 내리는 날 _ 나가이 가후
겨울 정서 _ 하기와라 사쿠타로
눈 속 장지문 _ 시마자키 도손
등화절 _ 가타야마 히로코
눈 _ 미요시 다쓰지
3장 봄
제자리걸음 _ 가네코 미스즈
봄날 밤은 _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깨나른한 봄 낮 _ 다자이 오사무
나의 5월 _ 미야모토 유리코
마음 _ 나쓰메 소세키
어린잎에 내리는 비 _ 스스키다 규킨
보리걷이 _ 하시모토 다카코
봄바람이 분다 _ 오가와 미메이
봄 _ 하세가와 시구레
산의 봄 _ 다카무라 고타로
목련꽃 _ 호리 다쓰오
아침의 꽃 _ 오카모토 가노코
봄과 아수라 _ 미야자와 겐지
4장 여름
고양이 _ 기타하라 하쿠슈
시원한 은신처 _ 하야시 후미코
비 오는 날 향을 피우다 _ 스스키다 규킨
건살구 _ 가타야마 히로코
여름밤 소리 _ 마사오카 시키
짧은 여름밤 _ 시마자키 도손
해차 향기 _ 다야마 가타이
박 키우기 _ 하시모토 다카코
매실 나는 계절 _ 요시카와 에이지
솔바람 소리 _ 와쓰지 데쓰로
얼음 가게 깃발 _ 이시카와 다쿠보쿠
교토의 여름 풍경 _ 우에무라 쇼엔
여름 _ 나카하라 쥬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