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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6758815 / 288쪽 140 x 2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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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문학 지평을 바꿀 LGBTQ 작품”
_O Magazine
굿리즈goodreads.com 평점
4.23/5.0
<가디언The Guardian> 선정
‘올해의 책’
나는 갈망한다.
자유를,
그리고 . . .
너를.
사회주의 폴란드를 배경으로 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상상해보면?
― “우리가 읽은 것 중에 가장 놀라운 동시대의 퀴어 소설.” (Attitude)
1980년대 사회주의 체제하의 폴란드를 배경으로 한 퀴어 로맨스 소설이 출간되었다. ‘나’인 루드비크가 사랑하는 ‘너’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읽히기도 하는 이 소설은 폴란드계 동성애자 작가 토마시 예드로프스키의 데뷔작이다. 폴란드인인 부모님 아래 독일에서 태어난 예드로프스키는 어린 시절부터 폴란드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 거주한 경험 덕분에 다섯 개 언어에 능하다. 지금은 프랑스에서 남편과 살고 있으며 데뷔작인 《어둠 속에서 헤엄치기》는 영어로 썼다.
“사회주의 폴란드를 배경으로 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라는 홍보문구에서도 알 수 있듯, 안 그래도 시선과 굴레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동성애자 커플이 사회주의 체제 아래 한쪽은 바깥의 자유를 갈망하고, 한쪽은 내부의 성공을 열망하며 서로 다른 꿈을 꾼다는 설정만으로도 구미가 당기는 이 작품은, 판권 계약 당시부터 영국에서 여섯 곳의 출판사가 치열하게 경쟁한 끝에 유명 출판사인 블룸스버리가 판권을 확보했다고 알려졌다. 미국에서 이 소설의 판권을 계약한 윌리엄 모로의 편집장은 “토요일 오후에 책을 받아 앉은자리에서 완독했고, 월요일 아침이 되자마자 수억 원의 선인세를 보내”면서 이 흐름에 올라탔다. 이외에도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등 여러 나라에 판권이 팔렸으며, 정식 출판 전에 이미 <가디언The Guardian>의 ‘2019년 최고의 책’ 리스트, <데일리메일The Daily Mail>의 ‘2019년 꼭 읽어야 할 책’ 리스트 등에 이름을 올리며 독자와 출판계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여름에 어울리는 빛나는 햇살과 깊은 물속 끝없는 암흑,
자유-억압, 체제-개인의 갈등이 대비되는 역설의 소설
소설은 지금 미국 뉴욕에 있는 ‘나’인 루드비크가 지난 날의 연인이자 사랑이었던 ‘너’ 야누시에게 마음속으로 편지글을 읊조리듯 나아간다. 작품 전반에 아련하고도 우수 어린 분위기가 깔려 있으며, 두 주인공이 여행을 떠나 모든 굴레로부터 자유로운 자연 속에서 즐기는 모습은 여행 후에 두 사람을 맞이하는 처참한 사회주의 바르샤바의 일상과 대비를 이루어 더욱 애처롭고 안타깝다. 자연 속 빛나는 호숫가에서 두 사람은 오직 서로를 갈망하지만, 회색빛 도시로 돌아온 이후에 두 사람의 열망이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모습은 자연과 도시, 자유와 억압 사이의 색채를 극적으로 대비시킨다. 결국 ‘나’와 ‘너’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갈망을 좇아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간결하고도 시적인 문체는 아름답고도 비극적인 역설을 극대화하며, 절로 몰입되는 설정과 아름다운 문장, 이음새가 보이지 않는 물 흐르듯 하는 플롯으로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강력한 데뷔작이다. 퀴어 문학의 계보를 이을 만한 작품 리스트에 올리는 데 손색이 없다.
언제가 됐든 네가 이걸 읽어주기를 바라는지는 스스로도 모르겠지만, 이걸 써야겠다는 것만은 알겠다. 네가 내 마음속에 너무 오래 있었으니까. 열두 달 전의 그날부터, 내가 비행기에 올라타 두꺼운 구름을 층층이 뚫고 날아가 바다를 건넌 그날부터. _11쪽
이곳에서 나는 베니에크를 다시 보았다. 성당에서 그를 본 적이 없었기에 그가 거기 있다니 놀라웠다. 그는 변해 있었다. 내 기억 속의 깡마른 소년은 남자가 되어가고 있었기에─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우리 모두 고작해야 아홉 살이었음에도 그에게서는 벌써 남성성이 움트는 게 보였다. 한구석이 목젖으로 도드라지던 강인한 목, 다 같이 사제실에 둥그렇게 둘러앉을 때면 반바지 아래로 뻗어 나오던 길고 강인한 두 다리, 피부 아래로 불뚝대던 근육, 무릎 위쪽으로 자라나던 솜털까지. _17쪽
나는 고개를 돌려 열을 눈으로 훑으며 카롤리나를 찾았지만, 대신에 시선이 너에게 떨어졌다. 나는 일찍이 너를 본 일이 없었다─여하간 의식해서 본 일은 없었다. 그런데도 마치 아는 얼굴을 알아본 양 내 마음은 기묘하게 안심되었다. 너는 키가 나만큼 컸고, 어깨가 넓었으며, 눈동자는 밝은색이라 짙은 색의 머리칼과 대비를 이루었다. 벨카에게 주목하고 있던 너를, 나는 잠시 나 자신을 잊고 무방비한 상태로 눈에 담았다. 그러자 마치 직감적으로 제게 내려앉는 시선을 불현듯 의식한 동물처럼 너는 내게 고개를 돌렸고, 이에 내가 미처 눈길을 피할 겨를도 없이 우리의 시선이 만나며 무한하고도 가없는 일순간 공중에서 얽혀 들었다. _41쪽
“안녕.” 나는 도망치고 싶은 마음과 너를 바라보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
너는 눈을 찡그리고 손날을 눈썹 위에 대어 내 등 뒤에서 비추던 햇살을 가렸다. “나랑 같은 작업반에 있는 애 맞지?”
나는 끄덕였다.
“나는 야누시.” 너는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거기 선 너는 거의 무례할 만큼이나 태평스러워 보였다. 발가벗은 기분이 드는 쪽은 나였다. _64쪽
“가끔 어디 다른 곳에 있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 해본 적 없어?” 난데없이 이 질문이 내게 떠올랐다.
너는 내게로 고개를 돌렸다. “서방 국가 말하는 거지?”
나는 끄덕였고, 내 솔직함에 내가 놀랐다. 이런 문제에 관해서는 카롤리나를 제외한 누구에게도 얘기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없는데.” 너는 단호히 말했다. “왜?”
“그냥. 나는 줄곧 궁금했거든. 저쪽에서는 모든 게 더 좋아 보여서. 더 아름답고. 더 자유롭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나는 희망을 품고 너를 바라보았다.
너는 고개를 젓고는 지평선에 놓인 아득한 어딘가를 응시했다. “너도 그런 부류라는 걸 알아봤어야 하는데.” _83쪽
내 몸이 네 쪽으로 움직였고, 너는 나를 바라보고는 갑자기 덩달아 잠잠해졌다. 양팔을 양옆으로 쭉 뻗은 너는 도약하다 공중에서 멈춘 발레 무용수 같았다. 수면 아래 모종의 온기가 배 속에서 요동쳤다. 계속 다가가자 네 이마와 코끝과 입가에 맺힌 물방울까지 보였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이미 언어를 초월한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네가 그곳에서, 나도 그곳에서, 바투 호흡하고 있었다. _96쪽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너를 더 꽉 껴안았다. “고마워.” 나는 네 목에 대고 말했다. 내 볼에 맞닿은 네가 미소 짓는 게 느껴졌다. 나는 네가 어떻게 그런 것들을, 진료 예약이고 닭이고를 다 얻어냈는지 다시 물어보려고 작심해 있었으며 찾아오기 전부터 이런저런 질문들을 궁리해두었다─하니아, 무엇보다 그 여자에 관한 질문도. 그러나 도저히 물어봐지지가 않았다. 너를 보니까 너무 행복했고 너무 안심되었다. 뭘 재고 따지는 것도 너무 피곤해졌다. 나는 몸을 침대 위에 털썩 누였다. 둘이 옷을 벗으려니 한기에 닭살이 돋았다. 네 이불 아래에서 우리는 온기를 찾았다. _190~191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