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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80011 / 84쪽 130 x 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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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기획의 말 그리운 마음일 때 ‘I Miss You’라고 하는 것은 ‘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miss) 때문에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게 소설가 쓰시마 유코의 아름다운 해석이다. 현재의 세계에는 틀림없이 결여가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한때 우리를 벅차게 했으나 이제는 읽을 수 없게 된 옛날의 시집을 되살리는 작업 또한 그 그리움의 일이다.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 더 나아가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드러나는 장을 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새로운 예술작품이 창조될 때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예술작품에도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말이다. 과거가 이룩해놓은 질서는 현재의 성취에 영향받아 다시 배치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빛에 의지해 어떤 과거를 선택할 것인가. 그렇게 시사(詩史)는 되돌아보며 전진한다. 이 일들을 문학동네는 이미 한 적이 있다. 1996년 11월 황동규, 마종기, 강은교의 청년기 시집들을 복간하며 ‘포에지 2000’ 시리즈가 시작됐다. “생이 덧없고 힘겨울 때 이따금 가슴으로 암송했던 시들, 이미 절판되어 오래된 명성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시들,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젊은 날의 아름다운 연가(戀歌)가 여기 되살아납니다.” 당시로서는 드물고 귀했던 그 일을 우리는 이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문학동네포에지 3차분 리스트 021 고정희 『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 022 남진우 『깊은 곳에 그물을 드리우라』 023 전연옥 『불란서 영화처럼』 024 이산하 『천둥 같은 그리움으로』 025 이선영 『오, 가엾은 비눗갑들』 026 전남진 『나는 궁금하다』 027 정끝별 『자작나무 내 인생』 028 신기섭 『분홍색 흐느낌』 029 곽은영 『검은 고양이 흰 개』 030 신동옥 『악공 아나키스트 기타』
시를 쓴다는 것은 내게 있어서 비로소 나를 성취해가는 실존의 획득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믿는 것을 실현하는 장이며
내가 보는 것을 밝히는 방이며
내가 바라는 것을 일구는 땅이다.
그러므로 시를 쓴다는 것은 내게 있어 가리고 선택하는 문제를 넘어선 내 실존 자체의 가장 고상한 모습이다.
따라서 내가 존재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이 작업은 내 삶을 휘어잡는 핵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일종의 멍에이며 고통이며 눈물겨운 황홀이다. 나의 최선이며 부름에의 응답이다.
나는 시를 쓰는 일이 여기가 될 수 있는 부자가 아니며, 그렇다고 시 쓰는 일을 통해서 누구에게나 선사할 수 있는 아름다운 꽃 한 송이 못 가진 자신이 내내 가슴 아프다.
지금 내가 알 수 있는 건 진실이 다 편한 것은 아니며 확실한 것이 다 진실은 아니라는 점이다. 너그러움이 다 사랑은 아니며 아픔이 다 절망은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내 실존의 겨냥은 최소한의 출구와 최소한의 사랑을 포함하고 있다.
이 첫 시집을 마무리하면서 긴장된 마음으로 또하나의 외로움과 멍에를 감내한다. 아직은 내가 너무 젊다는 이유만으로 초라한 모습을 드러내는 용기를 갖는다.
지난 몇 년간 쓴 작품들을 편의상 4부로 나누었다.
1부는 근작이며, 2부는 78년에, 3부는 77년에, 4부는 데뷔 전후에 쓴 작품들을 선한 것이다.
끝으로 이 시집을 엮어내는 데 격려와 힘을 주신 최정희님, 운수자님, 김정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오늘이 있기까지 나를 지켜주신 부모님과 수유리 캠퍼스의 스승님들 그리고 나의 미루에게 이 작은 정성을 삼가 바친다.
1979년 7월 무등산 기슭에서
고정희
우리 서로 문 닫고 혼자인 밤에는
사는 것이 돌보다 무거운 짐 같고
끝내는 눈 덮인 설원 하나 곤두서서
더운 내 부분을 지나갑니다
무사한 날을 골라 반기는 그대
우리는 정말 친구인가요?
우리는 정말 시인인가요?
캄캄한 어둠이 우리 덮는 밤에는
제 십자가 무거워 우는 소리 들리고
한 사람의 시인도 이 땅에는 없습니다
─「탄생되는 시인을 위하여—예술 진화론을 죽이며」 전문
시인의 말
1부 실존의 늪
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 / 카타콤베 / 차라투스트라
2부 아우슈비츠
미궁의 봄 2 / 미궁의 봄 4 / 미궁의 봄 6 / 미궁의 봄 7 / 바람 / 아우슈비츠 1 / 아우슈비츠 2 / 아우슈비츠 3 / 바벨탑과 마을 / 결빙기 / 살풀이
3부 회소(回蘇), 회소,
수유리 / 숲 / 라벨(Ravel)과 바다 / 브람스 전(前) / 산행가 / 내설악 연가 / 대청봉 절정가 / 동해가 / 파블로 카잘스에게 / 문 / 대장간의 노래 / 회소(回蘇), 회소, / 서식(棲息)의 노래 / 서식기 / 동물원 사육기 / 변증법적 춤 / 점화
4부 탄생되는 시인을 위하여
연가 / 변증의 노래 / 가을 / 영구를 보내며 / 층 / 얼음 / 나무 / 겨울 / 그늘 / 숲 / 성금요일 / 호수에서 / 종소리 / 보도에서 / 부활 그 이후 / 탄생되는 시인을 위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