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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만화경 이영신 시집

시리즈 : 현대시 기획선 [34]

이영신 저 | 한국문연 | 202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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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1042840 / 110쪽 132 x 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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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충남 금산에서 태어났다. 덕성여대 도서관학과를 졸업했고,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유교경전·한국사상을 전공했다. 1991년 『현대시』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망미리에서』 『죽청리 흰 염소』 『부처님 소나무』 『천장지구』 『저 별들의 시집』 『오방색, 주역 시』가 있다. 2009년 한국시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향가시회’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머리말

엘리펀트 섬에 사는 초록빛 남극 이끼의 나이는 5,500살,
말할 수 없는 모진 풍파를 견뎌낸 것이다.

우리의 삶은 잘해봐야 100여 살,
예사롭지 않은 봄을 맞이하고 보내는 것이 두 해째이다.
여전히 봄꽃이 흐드러지고 새잎들이 돋아나는 것을 보면
실은 이런 게 다 예사로운 것이리라.

늘 그렇게 시간 속에 서 있다.
오늘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찰랑거리는 햇살과 눈 부신 잎들이 다 고마울 뿐이다.

2021년 봄
이영신

 

 

책 속에서

원효, 꾸중을 듣다

사복(蛇卜)네 집에 문상을 갔던 원효가 그의 어머니 영전 앞에서 기도를 하자 말이 번거롭다고 주인이 꾸중을 했다 다시 서둘러 ‘죽고 사는 것이 괴롭구나’ 맘 가는 대로 한마디 하고 나니 가만히 듣고 있었다 둘이서 상여를 매고 산 밑에 갔다 사복(蛇卜)이 기도를 마치고 나서 띠풀을 뽑자 그 안 땅속에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가 펼쳐졌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이 홀어머니와 아들로 살던 그 둘이 사라져버렸다 마치 뭐에 홀린 것만 같았다 터덜터덜 혼자서 고선사(高仙寺) 절로 돌아오며 아무리 생각해도 죽고 사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두자미(杜子美), 꽃 천지

겨우내 여러 차례 함박눈이 펑펑 내리더니
언 땅이 풀리며 촉촉하게 기름져 보이네
올 한 해엔 꽃구경 실컷 하리라 작정하고는
이집 저집 모종을 얻어 보네

그 누가 따먹게 될지 기약 없는 나날이지만
돌배, 자두나무, 황매 가리지 않으려네
꽃 질리도록 실컷 보고
설혹, 열매라도 맺는다면 이집 저집 나눠 먹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네

아, 상상만 하여도 꿈인 듯이 눈앞 가득 펼쳐지는
꽃 세상!
어찌 사람살이만 오묘하다 할 수
있겠는가?


자화상

보석사 문지방을 넘어서니
입을 크게 벌린 아금강상阿金剛像
입을 굳게 다문 음금강상?金剛像
둘이서 나를 맞이한다

입을 벌리고 있는 문 지킴이는
내가 세상에 올 때 울던 모습이고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문 지킴이는
세상 문을 닫고 나갈 때의 모습이란다

기왕에 들어섰으니
빨갛게 익은 딸기도 따 먹어보고
아슬아슬 낭떠러지 길도 걸어 보라는구나
한번 건너면 되돌아오기 힘든
시간의 외줄 다리도 출렁출렁 건너보라는구나

보석사 문지방을 넘어 들어서니
내 속까지 꿰뚫은
아금강상 음금강상 둘이서 나를 맞이한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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