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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70292067 / 270쪽 152 x 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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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 변신 1.어느 날 아침, 불편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침대 위에 있던 자신이 한 마리의 거대한 곤충으로 변해 버린 것을 발견했다. 그는 장갑차 같은 딱딱한 등껍질을 대고 누워 있었는데, 불룩한 갈색 배를 잘 보기 위해 머리를 조금 들어 올렸다. 그의 배는 뻣뻣한 활 모양으로 나뉘어 있었기에 배 위에 있던 이불은 제대로 덮이지 않고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리고 그의 다른 부위와 비교했을 때 한없이 연약해 보이는 수많은 다리들은 그의 눈앞에서 하릴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그는 생각했다. 꿈은 아니었다. 다만 너무 작게 느껴질 뿐 사람이 사는 제대로 된 그의 방이 낯익은 네 개의 벽에 둘러싸여 조용히 거기 있었다. 포장이 풀어진 옷감 견본이 펼쳐져 있는 테이블 위에는―잠자는 외판 사원이었다―그가 최근에 화보 잡지에서 오려내어 멋지게 도금된 액자에 넣어둔 그림이 걸려 있었다. 거기엔 어떤 부인이 모피 모자와 모피 목도리를 두르고 꼿꼿하게 앉아 있었으며, 커다란 모피 토시로 전체를 감싼 팔꿈치를 사람들을 향해 쭉 뻗어 올리고 있었다. 그레고르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잔뜩 흐린 하늘은―빗방울이 창틀 위를 힘껏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그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잠을 좀 더 자면서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잊는 건 어떨까.’ 그는 그렇게 생각했으나 그럴 순 없었다. 그는 오른쪽으로 누워 자는 습관이 있었는데 현재 상태로는 그 자세를 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격렬하게 움직이며 온 힘을 다해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보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버둥거리며 다시 원래대로 벌렁 자빠지곤 했다. 아마도 백 번쯤은 시도한 것 같았다. 그는 버둥거리는 다리들을 보지 않으려 눈을 감았고, 전에는 느껴본 적이 없는 희미한 통증이 옆구리에서 느껴지자 동작을 멈추었다. ‘오, 세상에.’ 그는 생각했다. ‘내가 정말 힘든 직업을 선택했구나! 날마다 출장을 가야 하다니. 가게에 앉아 일하는 것보다 훨씬 더 괴로운 일이야. 계속되는 출장으로 기차 시간의 연결, 숙박과 불규칙한 식사, 절대 친해질 수 없는 늘 새로운 사람들과의 의례적인 만남 따위를 걱정해야 하다니. 악마나 물어가라지!’ 그는 배가 약간 가려워 천천히 침대 머리맡으로 몸을 뉘어 조금씩 등을 민 다음 머리를 좀 더 높이 들어 올렸다. 그러자 가려운 부위가 보였다. 그곳은 알 수 없는 수많은 하얀 점들로 뒤덮여 있었다. 그는 한쪽 다리로 그곳을 긁으려고 하다가 즉시 제자리로 움츠렸다. 그곳을 건드리자마자 소름이 돋았기 때문이다. 그는 다시 원래 위치로 미끄러졌다. ‘이렇게 일찍 일어나다니.’ 그는 생각했다. ‘아주 어리석은 짓이야. 사람에겐 숙면이 필요해. 다른 외판 사원들은 마치 하렘의 여자들처럼 살고 있는데. 예를 들면 내가 의뢰받은 주문서를 작성하기 위해 오전 중에 숙소로 되돌아오면 다른 사람들은 그때서야 아침을 먹으려고 앉아 있었지. 사장 앞에서 내가 그렇게 행동했다면 나는 그 자리에서 해고당했을 거야. 하지만 그게 더 좋은 일일지 누가 알겠어? 부모님만 아니었어도 벌써 사표를 냈을 텐데. 그리고 사장한테 가서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모조리 말했을 거야. 그랬다면 사장은 책상에서 떨어졌겠지! 책상에 걸터앉아 위에서 내려다보며 직원에게, 더구나 사장은 귀가 어두웠기에 그에게 아주 가까이 다가서야 하는 직원에게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아주 별나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어. 내가 언젠가 돈을 모아 우리 부모님이 사장에게 진 빚을 갚기만 하면―아마도 오 년에서 육 년 정도 걸릴 테지―나는 성공적으로 그 일을 해낼 거야. 그때는 내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 되겠지. 어쨌든 일어나야겠어. 다섯 시 기차를 타야 하니까.’ 그리고 그는 진열장에서 째깍거리는 자명종 시계를 보았다. ‘오, 신이시여!’ 벌써 여섯 시 반이었다. 시곗바늘은 조용히 움직이며 여섯 시 반을 지나 여섯 시 사십오 분을 향해 가고 있었다. 자명종이 울리지 않았던가? 침대에서도 시계가 네 시에 울리도록 정확히 맞춰져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으니, 분명 시계는 울렸을 것이다. 그렇다. 하지만 귀가 찢어질 정도의 소음 속에서도 그렇게 평온하게 잘 수 있었을까? 그는 편하게 잠들지 못했기에 더욱 깊이 잠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다음 기차는 일곱 시에 있고, 그것을 타려면 미친 듯이 서둘러야만 했다. 게다가 그의 옷감 견본은 아직 포장도 못한 상태이고, 몸 상태도 가볍지 않아서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았다. 또한 그가 기차를 탄다 해도 사장의 질책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사환이 다섯 시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며 그가 나타나지 않은 것을 벌써 보고했을 테니 말이다. 사환은 사장의 앞잡이로 줏대 없는 위인이었다. 몸이 아프다고 말할까? 하지만 그것은 가장 꺼림칙하고 의심을 살 만한 짓이다. 회사에서 일한 오 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아픈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장은 분명 의료보험회사 소속 의사를 데려와 게으른 아들을 두었다고 우리 부모님을 탓할 것이며, 세상에는 아주 건강하면서도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들만 있다는 의사의 말을 빌려, 어떠한 항변도 하지 못하도록 내 말을 가로막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도 그가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레고르는 긴 잠 후에 오는 나른함을 제외하면 아주 건강했다. 심지어 배가 고프기까지 했다. 그가 침대에서 벗어날 결심을 하지 못하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을 때―시계는 여섯 시 사십오 분을 가리키고 있었다―침대 끝 쪽에서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며 “그레고르!”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어머니였다―“여섯 시 사십오 분이야. 기차를 타야 되지 않겠니?” 그 다정한 목소리란! 그레고르는 어머니에게 대답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분명 자신의 예전 목소리인데 목소리 저 아래에서부터 울려나오는 듯한, 절제되지 않은 끔찍한 쇳소리가 섞여 있었다. 그 말들은 처음에만 분명한 소리를 냈고, 나중에는 울리면서 소리를 파괴하고 있었기에 상대방이 소리를 제대로 들었는지 아닌지조차 분간되지 않았다. 그레고르는 자세히 대답하고 싶었고 모든 것을 설명하고 싶었지만 그 상황에서는 “네, 네, 고마워요, 어머니, 지금 일어났어요.”라는 한정된 말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들 사이에 나무로 된 문이 있었기에 그레고르의 목소리 변화를 밖에서는 알아채지 못한 것 같았다. 어머니는 이 말에 만족해하며 슬리퍼를 끌고 가버렸다. 그러나 잠시 말을 주고받은 다른 가족들이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그레고르가 아직 집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옆문에서는 이미 아버지가 주먹으로 조용하게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레고르, 그레고르!” 아버지가 외쳤다. “무슨 일 있는 거냐?” 그리고 얼마 후 그는 좀 더 낮은 목소리로 다시 외쳤다. “그레고르! 그레고르!” 다른 쪽 옆문에서 누이가 작은 목소리로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오빠? 괜찮아? 뭐 필요한 거 없어?” 그는 즉시 두 사람에게 “준비 다 됐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최대한 단어들을 또박또박 발음하고 단어들 사이를 띄엄띄엄 끊어가며 가능한 한 평범한 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아침 식사를 하러 갔다. 하지만 그의 누이는 “오빠, 문 열어봐, 어서.”라고 속삭였다. 그는 출장을 다니면서 밤에 모든 문을 잠그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는데 이 순간, 집에서도 그렇게 하는 자신의 조심성에 새삼 감사함을 느꼈다. 그는 우선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조용히 일어나려고 했다. 옷을 입고, 무엇보다 아침 식사를 하고 싶었으며 그 후에 무엇을 할지 생각하려 했다. 계속 침대에 있으면 그의 명상은 이성적인 결론에 이를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침대에 누워 있을 때 간간이 약간의 통증을 느꼈는데, 아마도 익숙지 않은 자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어나 보니 그것은 단순한 착각이었음이 입증되었다. 그는 오늘 아침에 했던 망상이 점차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가 변한 것은 독감 때문이고, 그것은 외판 사원들의 고질병이라 생각했으며 그 점에 대해선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이불을 치우는 건 아주 쉬웠다. 단지 숨을 조금 들이마시기만 하면 이불은 저절로 떨어져 나갔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몸은 아주 넓적했기 때문에 다음 동작이 어려웠다. 일어나기 위해서는 팔과 손이 필요했는데, 그에게는 그 대신 수많은 작은 다리들이 있었고 그것은 멈추지 않고 제멋대로 움직여 통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겨우 다리 하나를 구부리려고 하면 다시 또 쭉 펼쳐졌고 그러다 마침내 그가 원하는 대로 되면, 나머지 다리들은 더욱 거칠고 고통스럽게 움직였다. “이렇게 쓸데없이 침대에 누워 있을 순 없어.” 그레고르가 혼잣말을 했다. 그는 우선 하체를 침대 밖으로 내보내려고 했지만, 아직 자신의 하체를 보지 못했기에 그것이 어떤 모습인지 제대로 상상조차 할 수 없었고, 막상 시도해 보니 움직이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그것은 아주 천천히 움직여졌다. 그는 마침내 격분하며 모든 힘을 끌어 모아 대담하게 몸을 밀어냈다. 하지만 방향을 잘못 잡아 침대 발치 기둥에 아주 세게 부딪쳤고, 타는 듯한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이를 통해 그는 자신의 신체 부위 중에 하체가 가장 예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우선 상체를 끌어내기 위해 조심스럽게 머리를 침대 가장자리 쪽으로 움직였다. 거대한 몸집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쉽게 머리를 따라 천천히 움직여졌다. 드디어 그의 머리가 침대 가장자리 쪽으로 나왔다. 머리를 자유롭게 가눌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는 건 너무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움직이다가는 떨어질 것이며, 기적이 일어나지 않고서야 그의 머리가 다치지 않을 순 없었기 때문이다. 이젠 어떻게 해서라도 정신을 차려야 했다. 그는 차라리 침대에 머무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같은 수고를 여러 번 반복했으나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와 있었기에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의 작은 다리들이 전보다 더 격렬하게 버둥대는 것을 보며, 통제 불가능한 다리들을 진정시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그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침대에만 머물러 있을 순 없으니,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있다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그것에 기대는 것이 가장 이성적인 방법일 거라고 말이다. 동시에 그는 평온한 생각, 가장 평온한 가능성은 절망적인 결심보다 훨씬 더 나을 수 있다는 점을 종종 상기시켰다. 이 순간,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창문을 응시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짙은 아침 안개 때문에 맞은편 좁은 길조차도 보이지 않았기에 그는 용기와 위안을 얻지 못했다. “벌써 일곱 시야.” 자명종이 또다시 울리자 그가 혼잣말을 했다. “일곱 시가 되었는데도 저렇게 짙은 안개라니.” 그러고 나서 그는 잠시 숨을 가볍게 쉬며 조용히 누워 있었다. 이 완전한 고요함이 모든 것들을 현실적이고 평범한 상황으로 되돌려주길 기대하듯이.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일곱 시 십오 분이 되기 전에 나는 반드시 침대에서 일어나야 해. 가게는 일곱 시 전에 여니까 그 시간이 되면 내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궁금해서 누군가가 나를 찾아올 거야.” 그러고 나서 그는 몸 길이로 균형을 맞춰가며 몸을 흔들어 침대 밖으로 나오려고 했다. 그렇게 몸을 흔들다 떨어진다 해도, 재빨리 머리를 들어 올리면 다치지 않을 것이다. 그의 등은 딱딱했기에 카펫 위에 떨어진다 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가장 큰 고민은 자신도 어찌할 방법이 없는 소음이었다. 그 소리는 문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만 했다. 그가 이미 반쯤 침대 밖으로 나왔을 때―새로운 방법은 힘들기보다는 게임 같았다. 그는 그저 몸을 좌우로 흔들기만 하면 되었다―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간단해질까 하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다. 힘센 두 사람―그는 아버지와 하녀를 생각했다―이면 충분할 것이다. 그들은 단지 두 팔을 그의 휘어진 등 밑에 넣고 침대 위로 들어 올린 채 몸을 구부린 다음, 그가 바닥에서 몸을 완전히 뒤집고 다리가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때까지만 참고 기다리면 될 테니 말이다. 모든 문이 잠겨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그는 도움을 요청해야만 하는 걸까? 비참한 상황임에도 그는 이런 생각을 하며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몸을 격렬하게 흔들었기에 이제는 더 이상 균형을 잡을 수 없을 만큼 침대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결정을 내려야 했다. 오 분만 있으면 일곱 시 십오 분이기 때문이다.―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가게에서 누가 왔나 보군.” 그는 혼잣말을 했다. 몸이 점점 경직되었지만 그의 작은 다리들은 더욱 빠르고 격렬하게 움직였다. 그 순간 온 집안이 정적에 휩싸였다. “그들은 문을 열지 않을 거야.” 그레고르가 헛된 희망을 품고 혼잣말을 했다. 하지만 평소처럼 하녀가 힘차게 나가 문을 열어주었다. 그레고르는 방문객의 아침 인사 첫마디만 듣고도 그가 누구인지 즉시 알 수 있었다.―그는 바로 지배인이었다. 이렇게 조금 지각만 해도 용납하지 못하고 엄청난 의심을 하는 회사에 다니는 운명이라니! 다른 직원들은 모두 불량배들인가? 아침에 몇 시간 정도를 허비해서 아주 큰 양심의 가책을 받고는 정신이 나가 침대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직원이 그들 중엔 하나도 없는 것인가?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면―이따위 질문이 꼭 필요하다면―사환을 보내도 충분하지 않은가? 꼭 지배인이 직접 와야만 했던 것인가.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가족들에게 지배인의 분별력이 아니면 이 의심스러운 상황을 조사할 수 없다는 것을 직접 보여줘야 하는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그레고르는 흥분이 되어 온 힘을 다해 침대 밖으로 나오려고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는 무언가에 부딪혔고, 큰 소리가 났지만 생각보다 크진 않았다. 카펫 덕분에 그가 떨어질 때 나는 소음이 약해진 것이다. 또한 그의 등은 생각보다 더 유연했기에 주의를 끌 만큼의 큰 소리가 나진 않았다. 다만 그는 머리를 들어 올리지 못해 바닥에 부딪혔다. 너무 화가 나고 고통스러웠던 그는 카펫에 머리를 마구 문질렀다.
변신
1
어느 날 아침, 불편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침대 위에 있던 자신이 한 마리의 거대한 곤충으로 변해 버린 것을 발견했다. 그는 장갑차 같은 딱딱한 등껍질을 대고 누워 있었는데, 불룩한 갈색 배를 잘 보기 위해 머리를 조금 들어 올렸다. 그의 배는 뻣뻣한 활 모양으로 나뉘어 있었기에 배 위에 있던 이불은 제대로 덮이지 않고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리고 그의 다른 부위와 비교했을 때 한없이 연약해 보이는 수많은 다리들은 그의 눈앞에서 하릴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그는 생각했다. 꿈은 아니었다. 다만 너무 작게 느껴질 뿐 사람이 사는 제대로 된 그의 방이 낯익은 네 개의 벽에 둘러싸여 조용히 거기 있었다. 포장이 풀어진 옷감 견본이 펼쳐져 있는 테이블 위에는―잠자는 외판 사원이었다―그가 최근에 화보 잡지에서 오려내어 멋지게 도금된 액자에 넣어둔 그림이 걸려 있었다. 거기엔 어떤 부인이 모피 모자와 모피 목도리를 두르고 꼿꼿하게 앉아 있었으며, 커다란 모피 토시로 전체를 감싼 팔꿈치를 사람들을 향해 쭉 뻗어 올리고 있었다.
그레고르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잔뜩 흐린 하늘은―빗방울이 창틀 위를 힘껏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그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잠을 좀 더 자면서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잊는 건 어떨까.’ 그는 그렇게 생각했으나 그럴 순 없었다. 그는 오른쪽으로 누워 자는 습관이 있었는데 현재 상태로는 그 자세를 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격렬하게 움직이며 온 힘을 다해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보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버둥거리며 다시 원래대로 벌렁 자빠지곤 했다. 아마도 백 번쯤은 시도한 것 같았다. 그는 버둥거리는 다리들을 보지 않으려 눈을 감았고, 전에는 느껴본 적이 없는 희미한 통증이 옆구리에서 느껴지자 동작을 멈추었다.
‘오, 세상에.’ 그는 생각했다. ‘내가 정말 힘든 직업을 선택했구나! 날마다 출장을 가야 하다니. 가게에 앉아 일하는 것보다 훨씬 더 괴로운 일이야. 계속되는 출장으로 기차 시간의 연결, 숙박과 불규칙한 식사, 절대 친해질 수 없는 늘 새로운 사람들과의 의례적인 만남 따위를 걱정해야 하다니. 악마나 물어가라지!’ 그는 배가 약간 가려워 천천히 침대 머리맡으로 몸을 뉘어 조금씩 등을 민 다음 머리를 좀 더 높이 들어 올렸다. 그러자 가려운 부위가 보였다. 그곳은 알 수 없는 수많은 하얀 점들로 뒤덮여 있었다. 그는 한쪽 다리로 그곳을 긁으려고 하다가 즉시 제자리로 움츠렸다. 그곳을 건드리자마자 소름이 돋았기 때문이다.
그는 다시 원래 위치로 미끄러졌다. ‘이렇게 일찍 일어나다니.’ 그는 생각했다. ‘아주 어리석은 짓이야. 사람에겐 숙면이 필요해. 다른 외판 사원들은 마치 하렘의 여자들처럼 살고 있는데. 예를 들면 내가 의뢰받은 주문서를 작성하기 위해 오전 중에 숙소로 되돌아오면 다른 사람들은 그때서야 아침을 먹으려고 앉아 있었지. 사장 앞에서 내가 그렇게 행동했다면 나는 그 자리에서 해고당했을 거야. 하지만 그게 더 좋은 일일지 누가 알겠어? 부모님만 아니었어도 벌써 사표를 냈을 텐데. 그리고 사장한테 가서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모조리 말했을 거야. 그랬다면 사장은 책상에서 떨어졌겠지! 책상에 걸터앉아 위에서 내려다보며 직원에게, 더구나 사장은 귀가 어두웠기에 그에게 아주 가까이 다가서야 하는 직원에게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아주 별나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어. 내가 언젠가 돈을 모아 우리 부모님이 사장에게 진 빚을 갚기만 하면―아마도 오 년에서 육 년 정도 걸릴 테지―나는 성공적으로 그 일을 해낼 거야. 그때는 내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 되겠지. 어쨌든 일어나야겠어. 다섯 시 기차를 타야 하니까.’
그리고 그는 진열장에서 째깍거리는 자명종 시계를 보았다. ‘오, 신이시여!’ 벌써 여섯 시 반이었다. 시곗바늘은 조용히 움직이며 여섯 시 반을 지나 여섯 시 사십오 분을 향해 가고 있었다. 자명종이 울리지 않았던가? 침대에서도 시계가 네 시에 울리도록 정확히 맞춰져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으니, 분명 시계는 울렸을 것이다. 그렇다. 하지만 귀가 찢어질 정도의 소음 속에서도 그렇게 평온하게 잘 수 있었을까? 그는 편하게 잠들지 못했기에 더욱 깊이 잠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다음 기차는 일곱 시에 있고, 그것을 타려면 미친 듯이 서둘러야만 했다. 게다가 그의 옷감 견본은 아직 포장도 못한 상태이고, 몸 상태도 가볍지 않아서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았다. 또한 그가 기차를 탄다 해도 사장의 질책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사환이 다섯 시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며 그가 나타나지 않은 것을 벌써 보고했을 테니 말이다. 사환은 사장의 앞잡이로 줏대 없는 위인이었다. 몸이 아프다고 말할까? 하지만 그것은 가장 꺼림칙하고 의심을 살 만한 짓이다. 회사에서 일한 오 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아픈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장은 분명 의료보험회사 소속 의사를 데려와 게으른 아들을 두었다고 우리 부모님을 탓할 것이며, 세상에는 아주 건강하면서도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들만 있다는 의사의 말을 빌려, 어떠한 항변도 하지 못하도록 내 말을 가로막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도 그가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레고르는 긴 잠 후에 오는 나른함을 제외하면 아주 건강했다. 심지어 배가 고프기까지 했다.
그가 침대에서 벗어날 결심을 하지 못하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을 때―시계는 여섯 시 사십오 분을 가리키고 있었다―침대 끝 쪽에서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며 “그레고르!”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어머니였다―“여섯 시 사십오 분이야. 기차를 타야 되지 않겠니?” 그 다정한 목소리란! 그레고르는 어머니에게 대답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분명 자신의 예전 목소리인데 목소리 저 아래에서부터 울려나오는 듯한, 절제되지 않은 끔찍한 쇳소리가 섞여 있었다. 그 말들은 처음에만 분명한 소리를 냈고, 나중에는 울리면서 소리를 파괴하고 있었기에 상대방이 소리를 제대로 들었는지 아닌지조차 분간되지 않았다. 그레고르는 자세히 대답하고 싶었고 모든 것을 설명하고 싶었지만 그 상황에서는 “네, 네, 고마워요, 어머니, 지금 일어났어요.”라는 한정된 말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들 사이에 나무로 된 문이 있었기에 그레고르의 목소리 변화를 밖에서는 알아채지 못한 것 같았다. 어머니는 이 말에 만족해하며 슬리퍼를 끌고 가버렸다. 그러나 잠시 말을 주고받은 다른 가족들이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그레고르가 아직 집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옆문에서는 이미 아버지가 주먹으로 조용하게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레고르, 그레고르!” 아버지가 외쳤다. “무슨 일 있는 거냐?” 그리고 얼마 후 그는 좀 더 낮은 목소리로 다시 외쳤다. “그레고르! 그레고르!” 다른 쪽 옆문에서 누이가 작은 목소리로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오빠? 괜찮아? 뭐 필요한 거 없어?” 그는 즉시 두 사람에게 “준비 다 됐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최대한 단어들을 또박또박 발음하고 단어들 사이를 띄엄띄엄 끊어가며 가능한 한 평범한 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아침 식사를 하러 갔다. 하지만 그의 누이는 “오빠, 문 열어봐, 어서.”라고 속삭였다. 그는 출장을 다니면서 밤에 모든 문을 잠그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는데 이 순간, 집에서도 그렇게 하는 자신의 조심성에 새삼 감사함을 느꼈다.
그는 우선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조용히 일어나려고 했다. 옷을 입고, 무엇보다 아침 식사를 하고 싶었으며 그 후에 무엇을 할지 생각하려 했다. 계속 침대에 있으면 그의 명상은 이성적인 결론에 이를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침대에 누워 있을 때 간간이 약간의 통증을 느꼈는데, 아마도 익숙지 않은 자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어나 보니 그것은 단순한 착각이었음이 입증되었다. 그는 오늘 아침에 했던 망상이 점차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가 변한 것은 독감 때문이고, 그것은 외판 사원들의 고질병이라 생각했으며 그 점에 대해선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이불을 치우는 건 아주 쉬웠다. 단지 숨을 조금 들이마시기만 하면 이불은 저절로 떨어져 나갔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몸은 아주 넓적했기 때문에 다음 동작이 어려웠다. 일어나기 위해서는 팔과 손이 필요했는데, 그에게는 그 대신 수많은 작은 다리들이 있었고 그것은 멈추지 않고 제멋대로 움직여 통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겨우 다리 하나를 구부리려고 하면 다시 또 쭉 펼쳐졌고 그러다 마침내 그가 원하는 대로 되면, 나머지 다리들은 더욱 거칠고 고통스럽게 움직였다. “이렇게 쓸데없이 침대에 누워 있을 순 없어.” 그레고르가 혼잣말을 했다.
그는 우선 하체를 침대 밖으로 내보내려고 했지만, 아직 자신의 하체를 보지 못했기에 그것이 어떤 모습인지 제대로 상상조차 할 수 없었고, 막상 시도해 보니 움직이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그것은 아주 천천히 움직여졌다. 그는 마침내 격분하며 모든 힘을 끌어 모아 대담하게 몸을 밀어냈다. 하지만 방향을 잘못 잡아 침대 발치 기둥에 아주 세게 부딪쳤고, 타는 듯한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이를 통해 그는 자신의 신체 부위 중에 하체가 가장 예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우선 상체를 끌어내기 위해 조심스럽게 머리를 침대 가장자리 쪽으로 움직였다. 거대한 몸집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쉽게 머리를 따라 천천히 움직여졌다. 드디어 그의 머리가 침대 가장자리 쪽으로 나왔다. 머리를 자유롭게 가눌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는 건 너무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움직이다가는 떨어질 것이며, 기적이 일어나지 않고서야 그의 머리가 다치지 않을 순 없었기 때문이다. 이젠 어떻게 해서라도 정신을 차려야 했다. 그는 차라리 침대에 머무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같은 수고를 여러 번 반복했으나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와 있었기에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의 작은 다리들이 전보다 더 격렬하게 버둥대는 것을 보며, 통제 불가능한 다리들을 진정시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그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침대에만 머물러 있을 순 없으니,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있다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그것에 기대는 것이 가장 이성적인 방법일 거라고 말이다. 동시에 그는 평온한 생각, 가장 평온한 가능성은 절망적인 결심보다 훨씬 더 나을 수 있다는 점을 종종 상기시켰다. 이 순간,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창문을 응시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짙은 아침 안개 때문에 맞은편 좁은 길조차도 보이지 않았기에 그는 용기와 위안을 얻지 못했다. “벌써 일곱 시야.” 자명종이 또다시 울리자 그가 혼잣말을 했다. “일곱 시가 되었는데도 저렇게 짙은 안개라니.” 그러고 나서 그는 잠시 숨을 가볍게 쉬며 조용히 누워 있었다. 이 완전한 고요함이 모든 것들을 현실적이고 평범한 상황으로 되돌려주길 기대하듯이.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일곱 시 십오 분이 되기 전에 나는 반드시 침대에서 일어나야 해. 가게는 일곱 시 전에 여니까 그 시간이 되면 내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궁금해서 누군가가 나를 찾아올 거야.” 그러고 나서 그는 몸 길이로 균형을 맞춰가며 몸을 흔들어 침대 밖으로 나오려고 했다. 그렇게 몸을 흔들다 떨어진다 해도, 재빨리 머리를 들어 올리면 다치지 않을 것이다. 그의 등은 딱딱했기에 카펫 위에 떨어진다 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가장 큰 고민은 자신도 어찌할 방법이 없는 소음이었다. 그 소리는 문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만 했다.
그가 이미 반쯤 침대 밖으로 나왔을 때―새로운 방법은 힘들기보다는 게임 같았다. 그는 그저 몸을 좌우로 흔들기만 하면 되었다―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간단해질까 하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다. 힘센 두 사람―그는 아버지와 하녀를 생각했다―이면 충분할 것이다. 그들은 단지 두 팔을 그의 휘어진 등 밑에 넣고 침대 위로 들어 올린 채 몸을 구부린 다음, 그가 바닥에서 몸을 완전히 뒤집고 다리가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때까지만 참고 기다리면 될 테니 말이다. 모든 문이 잠겨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그는 도움을 요청해야만 하는 걸까? 비참한 상황임에도 그는 이런 생각을 하며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몸을 격렬하게 흔들었기에 이제는 더 이상 균형을 잡을 수 없을 만큼 침대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결정을 내려야 했다. 오 분만 있으면 일곱 시 십오 분이기 때문이다.―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가게에서 누가 왔나 보군.” 그는 혼잣말을 했다. 몸이 점점 경직되었지만 그의 작은 다리들은 더욱 빠르고 격렬하게 움직였다. 그 순간 온 집안이 정적에 휩싸였다. “그들은 문을 열지 않을 거야.” 그레고르가 헛된 희망을 품고 혼잣말을 했다. 하지만 평소처럼 하녀가 힘차게 나가 문을 열어주었다. 그레고르는 방문객의 아침 인사 첫마디만 듣고도 그가 누구인지 즉시 알 수 있었다.―그는 바로 지배인이었다. 이렇게 조금 지각만 해도 용납하지 못하고 엄청난 의심을 하는 회사에 다니는 운명이라니! 다른 직원들은 모두 불량배들인가? 아침에 몇 시간 정도를 허비해서 아주 큰 양심의 가책을 받고는 정신이 나가 침대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직원이 그들 중엔 하나도 없는 것인가?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면―이따위 질문이 꼭 필요하다면―사환을 보내도 충분하지 않은가? 꼭 지배인이 직접 와야만 했던 것인가.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가족들에게 지배인의 분별력이 아니면 이 의심스러운 상황을 조사할 수 없다는 것을 직접 보여줘야 하는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그레고르는 흥분이 되어 온 힘을 다해 침대 밖으로 나오려고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는 무언가에 부딪혔고, 큰 소리가 났지만 생각보다 크진 않았다. 카펫 덕분에 그가 떨어질 때 나는 소음이 약해진 것이다. 또한 그의 등은 생각보다 더 유연했기에 주의를 끌 만큼의 큰 소리가 나진 않았다. 다만 그는 머리를 들어 올리지 못해 바닥에 부딪혔다. 너무 화가 나고 고통스러웠던 그는 카펫에 머리를 마구 문질렀다.
변신
시골의사
판결
단식 광대
유형지에서
화부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