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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흘은 수천 년이고 최동은 시집

시리즈 : 파란 시선 [27]

최동은 저 | 파란 | 202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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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7756941 / 130쪽 128 x 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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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 문경 애인 한 번도 본 적 없는 애인이 문경에 삽니다 문경은 그런 곳 어둡게 걸어 들어가고 환하게 걸어 나오는 곳 오늘도 나의 애인은 고개를 넘고 때죽나무 꽃 피는 산길을 걸어갑니다 그림자 앞세우고 두고 온 여자의 손을 꼭 잡고 갑니다 산길이 끝나는 곳에 집이 있고 집 너머에 또 산이 있어 몇 번의 생이, 몇 번의 밤이 머물다 갑니다 애인을 만나러 가는 길에 한 줌 햇빛을 손바닥으로 비벼 봅니다 바스스 부서져 내리는 이름 매미 울음 따라 첩첩산중 문을 열고 기다린 애인 만나러 갑니다 깊고 아득한 곳입니다 문경은,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사랑이 흔들리고…… 갈참나무 이파리들은 애인의 푸르고 시원한 이마를 닮았습니다 처음 보는 저녁을 따라 그리운 지병 고치러 문경 갑니다 ■

저자 소개

경기 광주 출생 
2002년 '시안'으로 등단 
방송통신대 국문학과 졸업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 
2012년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머리말

한 사흘은 죽었고

한 사흘은 흘렀고

한 사흘은 애인을 만났다

햇빛이 좋았다

오래 꿈을 꾸었다

 

 

책 속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애인이 문경에 삽니다 문경은 그런 곳 어둡게 걸어 들어가고 환하게 걸어 나오는 곳 오늘도 나의 애인은 고개를 넘고 때죽나무 꽃 피는 산길을 걸어갑니다 그림자 앞세우고 두고 온 여자의 손을 꼭 잡고 갑니다 산길이 끝나는 곳에 집이 있고 집 너머에 또 산이 있어 몇 번의 생이, 몇 번의 밤이 머물다 갑니다 애인을 만나러 가는 길에 한 줌 햇빛을 손바닥으로 비벼 봅니다 바스스 부서져 내리는 이름 매미 울음 따라 첩첩산중 문을 열고 기다린 애인 만나러 갑니다
깊고 아득한 곳입니다 문경은,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사랑이 흔들리고…… 갈참나무 이파리들은 애인의 푸르고 시원한 이마를 닮았습니다 처음 보는 저녁을 따라 그리운 지병 고치러 문경 갑니다 ■

명암

하필 그때 잠이 쏟아졌을까
냇물을 건너야 하는데 물이 불어나고 있는데
들고 있던 조팝꽃이 분홍 신발 한 짝이
물에 떠내려가는데

한 주먹 돌멩이를 던지고
거머리 헤엄을 치고
물에 떠내려가는데

붉은 지붕이 멀어지고 할머니가 손을 흔들고 대문이 닫히고
엄마는 또 동생을 낳았지

몇 번째 동생인가 죽은 오빠는 몇 번째인가
깜깜 하늘에 별자리를 세어 보고 지우는데
쌍둥이자리에서 동생들이 태어났는데
잠깐 나무 계단에 앉아 졸았는데

동생은 떼를 지어 울고
엄마는 멀어지고
꿈속을 빠져나간 새 한 마리
지붕 위에 앉았다 오동나무 위에 앉았다
날개를 두고 날아갔는데

다락에 숨어 어미 거미를 잡아 죽였다
기어가는 새끼도 손톱으로 꾹꾹 눌렀다
넌 무서운 아이구나

종아리를 맞고 찢어진 색종이 이파리를 붙이는데
어지럽고 미슥미슥 잠이 쏟아지는데
엄마는 계속 죽은 동생들을 낳았는데 ■

나일강 투어

한 사흘 밤낮을 당신을 따라 흘렀지요 당신 몸 냄새로 머리카락을 적시고 당신 배 위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오줌을 누고 꿈을 꾸었지요 뜨거운 아침 햇살에 손을 적시며 당신 가슴으로 흘렀지요

당신이 둑을 무너뜨리고 범람할 때 나도 굽이치며 범람했지요 시꺼멓게 기름진 땅에 배추를 심고 파도 심고 양들을 기르며 흘렀지요 푸른 풀밭에서 뒹굴고 올리브나무 밑에서 당신 닮은 아이를 낳으며 당신과 흘렀지요

파피루스 우거진 강기슭에서 한 남자가 작은 배를 타고 고기를 잡고 있었지요 곱슬머리 아이가 토속 인형을 팔았지요 태양신 부적을 목에 걸고 주문을 외며 흘렀지요 낯선 남자 팔에 안겨 춤추며 흘렀지요 황금색 태양을 향해 두 팔 벌리고 당신 눈 속으로 흘렀지요

때로 잔잔한 물결 위에서 노래 부를 때 왜 알 수 없는 슬픔이 차올랐을까요 그때 캄캄하게 그믐 달빛이 흘러들고 당신 가슴에 눈물 쏟았을까요 한 사흘은 길고 한 사흘은 짧고 한 사흘은 수천 년이고 ■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문경 애인-11
비-12
일 분 미리 보기-14
다음 역-16
회전목마-18
오늘은 조금 외롭군-20
어둠 속에 손을 집어넣으면-22
열대야-24
스팸-25
빚-26
자정-28
잠깐 햇빛이 들었다-30
겉은 바삭 속은 말랑-32
오후 두 시와 세 시가 헷갈려서-34
나일강 투어-35

제2부
봄날은 간다 ?39
명암-40
물-42
나는 죽었다-44
새처럼-46
달밤-47
저녁에 바이킹-48
손금-50
꽃병 하나가 기다리고 있는데-51
이름-52
리얼리얼-54
무대-56
캄캄해요-58
소풍-60
그곳을 떠날 때 소나기가 쏟아졌다-61
겨울-62

제3부
유령-65
소나기-66
인생-68
긴가민가해서-70
얼룩덜룩-72
맴맴 멀미-73
엄마의 구름-74
지각-75
얼룩-76
김밥을 앞에 놓고-78
귀신의 집-80
한 정류장-82
그 모든 두 시간-84
국수를 삶는 일-85
졸피뎀-86
스노우 헤븐-87

제4부
여기는 어딘가요-91
여러 명의 내가 한 명의 나를 따라와-92
꿈속에선-94
수요일-95
당신과 신호등-96
훨훨-97
졸음-98
근황-100
펑! - 102
알파미용실-103
마술레 마을에서는-104
사과의 창문은 사과만 하다-106
지옥계곡 앞에서-108
극장은 흰 건물이었고-110
화이트 아웃-112

해설 고봉준 어둠 속의 풍경들-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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