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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하도 잘 가서 은행나무 아래 이야기

송승안 저 | 토담미디어 | 202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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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2491010 / 208쪽 152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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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머리말

결국 마지막 편집회의를 하자고 비행기타고 제주도까지 가서 모였던 형제들은 축하파티를 벌이려다가 도리어 갈등의 골만 깊어진 채 책을 내지 말자는 결론을 안고 우울하게 돌아와야 했다. 2년 전의 일이다. 그랬음에도 이제 책을 내려는 것은 서로 다른 시선을 이해하자는 애초의 시도가 이 시점에서 더욱 절실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처음 책을 내자고 했을 때 책 내용에 대해선 어떤 것이든 수용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것도 있거니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양보하는 마음이 자란 것도 있다.
이 책이 읽는 이들에게 자기 삶을 돌아보는 디딤돌이 된다면 좋겠다. 삶은 그 삶을 사는 사람에게 허락된 유한한 시간이라는 것, 삶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는 모두 일대일이라는 것, 어떤 시선을 가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관계성을 가지기도 한다는 것, 관계의 이해란 비교가 아니라 수용에서 시작한다는 등등의 깨달음을 얻는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없겠다. 더하여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는 인식의 폭을 넓혀가는 계기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책 속에서

어느 날 퇴근해보니 평소에는 기다렸다는 듯 반기던 어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숨이 차서 잘 걷지도 못하는데 어딜 가셨나 찾아보니 어스름 스민 작은 방에서 모로 누워 잠이 들어 계셨다. 들릴 듯 말 듯 한 숨소리를 따라 속옷 사이로 드러난 하얀 어깨가 들썩거리고 있었다. 후덥지근한 공기를 간신히 밀어내고 있는 어깨가 몹시도 가녀리고 애잔하고 쓸쓸해보였다. 강하고 투박한 줄만 알았던 당신에게 고운 속살이 있을 줄 생각지 못했는데, 낭만도 멋도 없는 줄 알았는데 늙고 병든 몸에도 사랑스런 여인의 모습이 남아 있는 것이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아버지가 배들이 장터에 살던 여자와 잠깐 정분이 났을 때 나라도 퉁명한 어머니보다 예쁘고 상냥한 사람에게 마음이 가겠네 하였다. 아버지가 야산을 개간할 때 감자 한 알 미리 싸 보내지 않은 어머니를 야속해했던 마음이 아직 남아있을 때였다. 밤늦게 일마치고 돌아오다 길가 무덤 잔디밭에 실신하듯 누워있기를 수십 번, 죽을 들고 마중 나가 캄캄한 어둠 속에서 아버지를 발견할 때마다 나는 어머니가 애정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게도 살뜰하지 않은 것 같아 거리감이 느껴졌었다. 푸석한 머리에 가죽처럼 질기고 검은 피부에 상냥하지도 않아 아버지가 한눈을 판 것이라 생각했다.
― 「하루를 살아도」 일부

 

목차

프롤로그
은행나무 아래 빈자리-004

엮은이의 말
어머니의 일기를 책으로 내며-010

어머니 일기
세월이 하도 잘 가서-020

그리고 기억
어머니의 시루_영자-138
할 말 있소_치용-143
자랑스러운 유전자_화용-153
그게 인생이다_순점-158
하루를 살아도_승안-164
어둠 너머서 부르던 목소리_영숙-170
대답소리_영미-174
은행나무가 보고 싶다_팔용-179

어머니의 시-188

사진-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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