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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만한 놈이 나타났다

손병현 저 | 문학들 |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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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1277081 / 208쪽 145 x 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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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폭력을 견딜 수 있었으나 치욕은 뇌를 파먹었다’ 소설 「민주유해자」의 주인공 홍철은 새내기 대학생 시절에 상무대 영창을 경험한다. 작은 화장실이 딸린 교실 크기의 공간 속에서 150명가량의 남자들과 수감되었다. 옆 사람과 살을 맞닿은 채 정좌를 하고 하루를 보내야 했던 그들은 순번에 따라 이름이 호명되면 한 사람씩 불려나가 ‘북한의 지령을 받았느냐’ ‘김대중과 사전 모의를 했느냐’ 등의 질문을 받았고, 혹독한 고문을 당한다. 발가벗겨진 채로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주먹과 몽둥이로 복날의 개처럼 두들겨 맞았다. 폭력은 견딜 수 있었으나 수치와 치욕은 홍철의 뇌를 파먹었다. 일주일 만에 간신히 풀려났으나 상무대 영창 안의 지옥 같은 일주일은 홍철의 남은 삶을 두고두고 갉아 먹는 암 덩어리가 되었다. “…부르르- 문자 한 통이 들어왔다. 또 한 명의 동지가 임대 아파트 화단으로 떨어져 내렸다는 부고였다. 홍철은 휴- 깊은숨을 내쉬었다. 아파트 베란다를 밟고 올라서는 그 길이 얼마나 멀고 힘들었을까. 필시 그도 술의 힘을 빌렸을 것이었다. 베란다로 떨어져 내린 그는 살아남은 자의 형벌 때문에 환청을 앓고 있었다…” 홍철만이 지옥의 통로를 기어간 건 아니다. 자살한 그의 동지 또한 잔인무도한 계엄군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목숨을 걸었던 ‘민주유공자’였다. 그러나 “옆집에서 총소리가 들린다며 여러 차례 흉기로 위협해 몇 차례 구속까지” 됐을 정도로 주변인을 수없이 괴롭히는 ‘민주유해자’가 되어 버렸다. 살아 있는 한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기에 그는 집행을 앞둔 사형수의 심정으로 아파트 난간을 올랐을 것이다. 홍철이 어두컴컴한 방 안에 앉아 지난날의 목을 비틀 듯 소주병을 돌려 따는 소설의 첫 장면에서 독자는 어렴풋이 홍철이 앞으로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예상하고야 만다. ‘5·18민주화운동’, 그 연민을 넘어선 성찰 지난 40년 동안 5·18을 기념하기 위한 과정은 지난한 부침을 거듭했다. ‘기념 투쟁기’나 ‘이행기 정의’라고 부르는 그 40년 동안, “민주유공자들이 민주유해자가 되는 경우 또한 적지 않았다. 그와 같은 사실들에 대한 정직하고도 성찰적인 기록, 그러나 손쉬운 매도나 비난보다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처의 크기를 부각시키려는 사려 깊음, 그런 미덕”(김형중 문학평론가)이 이번 소설집에 담겨 있다. 다른 소설 「배고픈 다리 밑에서 홍탁」이나 「태극기 아래서」 등은 1인칭 화자의 자전적 고백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전자는 인터뷰어 앞에서 발화된 인터뷰이의 독백 형식을 취하고 있고, 후자는 작품 후기에 밝히고 있듯 실제 ‘오월어머니’ 두 분과의 전화 인터뷰를 토대로 쓰였다. 말하는 자의 경험과 구체성이 살아 있어 당시의 생생한 아픔을 전달해 준다. 혹자는 묻는다. 아직도 ‘오월 문학’이 쓰여야 하는가? 그렇다. 문학은 단순히 기억을 저장하려는 세월의 힘에 맞서 우리를 그 시절, 그 현장으로 데려다 주는 강력한 기능을 하는 무기로 작용한다. 혹자는 말한다. 세 손가락을 치켜들고 민주주의를 위해 피를 흘리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을 보면 1980년 광주가 떠오른다고. 아주 먼 옛날이라고 여겼던 일들이 한순간 오늘의 일로 다시 살아난다고.

저자 소개

  • 저자 : 손병현
저자 : 손병현
1972년 경기도 가평에서 태어났다. 1999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작품집 『해 뜨는 풍경』, 장편소설 『내 곁에 유령』, 『동문다리 브라더스』 등이 있다.

목차

민주유해자 9
배고픈 다리 밑에서 홍탁 31
광수 51
생선매운탕 75
아버지의 잠바 101
태극기 아래서 125
쓸 만한 놈이 나타났다 155
광장 177

해설 세월에 맞서 소설 쓰기 김형중 198
작가의 말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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