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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과 제인처럼 우리는

조동범 저 | 천년의시작 |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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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0215542 / 148쪽 128 x 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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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그의 시편들은 “저녁 식탁마다 평화로운 안부”가 “가득하고, 창문마다 저물녘의 일몰”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려” 하는 쪽과는 반대 방향으로 향해 있다. 일몰의 반대쪽은 지나온 역사를 지나가기 전에 예측하는 시그널인 것이다. 그는 이미 “예언서마다 죽음의 문장들은 눈물을 흘리지만, 저녁 식탁의 가족사는 행복했던 과거만을 기억”하고 있는 세계를 암시한 바 있다. 사건 속에서 폐기된 세계는 몰락한 것이며 “폐허 이전의 역사”이기 때문에 그러한 세계는 존속할 수 없다. 끊임없는 생성과 소멸을 통해 건너가고 있을 뿐이다. ―해설 중에서

저자 소개

  • 저자 : 조동범
저자 : 조동범
2002년 문학동네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심야 배스킨라빈스 살인사건』 『카니발』 『금욕적인 사창가』, 산문집 『보통의 식탁』 『알래스카에서 일주일을』 『나는 속도에 탐닉한다』, 비평집 『4년 11개월 이틀 동안의 비』 『디아스포라의 고백들』, 창작 이론서 『묘사』 『진술』 『상상력과 묘사가 필요한 당신에게』, 연구서 『오규원 시의 자연 인식과 현대성의 경험』 등 출간. 청마문학연구상, 딩아돌하작품상, 미네르바작품상, 김춘수시문학상 등 수상.

머리말

시인의 말


백야의 길을 달려 북극권의 어느 도시에 간 적이 있다. 보일 듯 말 듯 펼쳐진 그날 밤의 길과 시간. 백야의 숲과 들판은 이면을 감춘 채 빛과 어둠의 어느 지점에 웅크리고 있었다. 우리의 삶도 그날의 길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백야의 길과 시간을 바라보던 것처럼, 우리는 행과 불행의 이면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을 보지 못한다 해도 슬퍼할 필요는 없다. 행의 이면과 불행의 이면은 다르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하나의 몸일 때라야 비로소 온전한 삶의 순간을 만들어 내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책 속에서

휴스턴


휴스턴, 들리는가? 지표면을 바라보며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그저 흐느낄 뿐이구나. 이곳은 돌이킬 수 없는 우주이고, 나는 이윽고 유폐되었다. 눈앞에 펼쳐진 그곳이 아메리카의 어느 곳인지, 아시아의 어느 곳인지, 그것은 언제나처럼 분명치 않다. 침몰한 범선들의 전설이 웅성대는 바다를 향해, 그러나 올리브 나무가 자라는 들판의 햇살과 풍요로운 저녁은 여전히 아름다울 것이다.

휴스턴, 그리하여 올리브 과육마다 해안선의 풍요롭고 감미로운 바람은 불어오겠지. 휴스턴, 문득 그곳을 떠나려 마음먹던 어느 저녁이 생각나는구나. 그날, 지평선 너머로부터 바람은 당도했는지, 현관 벨을 맨 처음 누른 방문객이 누구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끝없이 타오르며 사라지던 노을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날을 떠올리면 휴스턴, 투명하게 담긴 올리브와 햇살이 쏟아지던 체크무늬 커튼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휴스턴, 들리는가? 나는 지금 그날의 식탁과 올리브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것의 부질없음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올리브에 대한 이야기만을 떠올리게 되는구나. 올리브를 올린 생선찜이나 올리브를 곁들인 와인을 앞에 두고, 그날의 우리는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했을 것이다. 폭죽을 터뜨리며 생일 축하 노래를 소리 높여 합창했겠지. 그래, 생일은 그런 날이다. 

휴스턴, 들리는가? 황혼의 해변으로 파도는 몰려오고 있는가? 아니면 수평선은 어둠으로 가득한가? 지표면은 여전히 알 수 없는 미지로 가득하고, 나는 그곳이 아메리카의 어느 곳인지 아시아의 어느 곳인지 언제나처럼 알 수 없구나. 그저 나는 오래전의 생일 파티와, 그날의 평화롭던 노을과 올리브를 떠올릴 뿐이다. 아! 죽음을 목전에 두고 떠올리는 올리브라니.

휴스턴, 들리는가? 이제 졸음이 몰려온다. 체크무늬 커튼이 드리운 창문과, 창문을 관통하던 고요와, 출렁이던 노을을 바라보던 올리브는 여전히 아름답겠지. 그러나 그날의 그런 기억들은 오래지 않아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그날은, 누군가의 생일이었지. 그리하여 나는 문득, 삶과 죽음을 중얼거려 본다. 휴스턴, 삶과 죽음은 이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구나. 휴스턴.

휴스턴, 들리는가? 누군가의 생일처럼, 휴스턴. 휴스턴.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완벽한 저녁을 향해, 죽음의 문장처럼

오랑\t13
휴스턴\t15
1월\t18
총체성\t20
선셋\t22
극의 역사\t25
인터내셔널\t26
세계의 모든 석양\t28
수취인\t30
호라이즌\t32
영웅담\t34
현대성\t36
원근법\t38
타투이스트의 끝없이 흘러나오는 비문과 축문과
무너지는 구름의 기원과 축복과\t40
기묘한 국숫집\t42

제2부 존과 제인과 암스테르담행 심야 버스

Jane Doe\t47
John Doe\t49
뒤따르는 침묵\t50
친애하는 고인들\t52
입동\t54
암스테르담\t56
종種의 애도\t58
개와 늑대의 시간\t60
플라세보\t62
파일럿\t64
드라이플라워\t66
스톡홀름\t68
일 년 전의 낮과 밤과 당신과\t70
고전적인 밤의 익사체\t72
알레고리아\t74

제3부 난센

난센―첫 번째 이야기\t79
난센―두 번째 이야기\t81
난센―세 번째 이야기\t83
난센―네 번째 이야기\t85
난센―다섯 번째 이야기\t87

제4부 모나카와 슬픔과 모든 애도의 밤

동물원과 기린과 헤어질 수 없는 연인들\t93
해변의 산책\t96
태극당 모나카와 어느 오후의 줄줄줄\t98
세계의 끝과 여전히 다정한 연인들\t102
당신의 손등과 동물원과 모든 이별의 전조\t106
터널 속의 기린과 눈물이 마른 소녀들\t109
이야기의 끝과 시작처럼\t112
엘리펀트\t116
구름의 경로\t118
얼음 물고기\t121
수면의 배후\t124
불가촉의 음성과 모든 애도의 밤\t126
공휴일\t128
매일매일 밤의 끝과 당신이라는 소녀\t130
그러니까 가령 오후는\t132

해설
권성훈 시인의 묘비명과 황혼의 문장\t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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