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예상일 안내
주문하신 상품이 한국에서 현지 배송을 위한 출고단계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날짜입니다. 상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부적인 사정으로 인해 출고예상일에 다소 오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여러 상품(예약상품포함)을 함께 주문하신 경우 출고예상일이 가장 늦은 날짜에 맞춰 함께 배송됩니다.

ISBN : 9788954678599 / 152쪽 130 x 224 (㎜)
이 상품에 궁금하신점이 있으세요? 1:1상담문의

-
김정아
-
도미닉 페트먼, 유진 새커
-
박완서, 호원숙
-
김현경
- 25,200
- 27,000
- 17,820
- 16,650
- [시리즈] 문학동네 시인선 [149]
출판사 리뷰
“혹시 들켰을까 나는 나에게 단 한 번의 사건이라는 걸” 나를 넘어서려는 노력과 나를 지키려는 충동 사이의 진동 황성희가 내세우는 존재들은 초현실과 추상의 세계로 도망가지 않는다. “통째로 뽑는 건 쉬워요. 뽑히는 것도 쉬워요. 나무가 나무를 잊는 게 어려울 뿐이죠”(「트럭 신봉자」), 그렇다, 손쉬운 허무주의는 그가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냥 조용히, 추상으로만 살 수 있었다면, 팔다리 필요 없이 대가리 하나로 끝났겠지, 상상만으로 지어진 이 세계는 분명 아닐 거”(「없는 목격자」)라는 걸 그는 안다. 삶의 마디마디에 드리우던 ‘어머니’라는 그림자에서 벗어나, 삶과 죽음을 양손에 들고 그 양극단을 오가는 에너지로 자신의 스펙트럼을 확 열어젖힌 황성희 시인. 그 팽팽한 원심력에 맞서는 시인의 맹렬한 사유와 현실을 바탕으로 한 구체성의 힘. 시인은 그 힘으로 “아무 언어로도 말해질 수 없는 비참”(「시시한 세계」)에 대해 궁리하며 오늘도 “나는 또박또박하고 반듯하게 써질 테다. 뻔하지만 오래도록 풀리지 않는 문제가 될 것이다. 우리 함께 순순히 썩지 않는 노선을 택하자”(「의리의 지우개」)며 우리에게 손 내민다. 속절없는 죽음의 행진 속에서 그의 화자들은 존재의 바닥으로부터 끓어오르는 갈망과 허기들을, 그럼에도 결코 피할 수 없는 죽음과 필연들을 그대로 반복하며 복기한다. 허공을 견디기 위해 존재의 바닥을 길들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림자들의 호흡과 무관히 살고 죽을 수 없는 삶의 맨얼굴들을 위하여, 어떤 추상으로도 길들일 수 없는 허공의 심연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호흡하기 위하여 이 모든 망설임과 흔들림을 기꺼이 다시 살아낸다. ‘바깥’이라는 미학적 도피처가 아니라 ‘안’과 ‘바깥’이 하나로 뒤엉킨 채 서로를 물고 집어삼키는 이곳의 오늘을 위하여 몇 번이고 스스로를 내어주고 태연히 피 흘린다. _이철주 해설 「당신의 아름다운 추상이 끝끝내 상처로 남기를」에서
■ 시인의 말
『가차 없는 나의 촉법소녀』를 기점으로
그 이전에 쓴 시들을 이제 묶는다
두려움의 내용도 모르면서
지겹도록 오래 도망쳤지만
내 얼굴이 낯설지 않은 시간을
한 번은 살아보고 싶었기에
남아 있는 생의 모든 용기를 걸고
이 불안한 속도와 맞서고자 한다
많은 시인들에게 의지하여 여기까지 왔다
여기 문장들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과분하며 다시없는 영광이겠다
당신들로 인해 나는 비로소 가치로워졌고
어느 거리에서 뿌리 없이 떠돌더라도
당신과 연결되어 있다고 믿을 것이다
2021년 3월
황성희
끝이 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제품과 맞닥뜨리는 심정 같을 것
아무런 설명서 없이 내가 나를 건네받는 심정 같을 것
얼마 전에는 난데없는 참담함과 속절없음으로
기계의 일부가 마비되기도 했다
(…)
사은품처럼 매일매일 쏟아져내리는 오작동의 경험들
오늘이라고 다섯 번 거짓말치고 몇 분 정도는 우쭐했지만
나 혼자 잘못 아는 건 아닌지 백색소음을 내며 울었다
이 기계는 허공의 낯선 굴곡을 따라 노련하게 움직이지만
더욱 사려 깊은 작동으로 기진맥진한 곳곳을 보호하지만
말을 멈춘 뒤에도 생각은 멈추지 못하는
슬픈 구조를 지녔다
(…)
나와 기계 모두에게 미래는 아무 위안도 되지 못했다
그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그 무엇을 위해서도 아닌
시 한 편을 지금 쓰고 있다는 것 말고는
이 기계의 작동법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없다
(…)
이 세계의 말과 행동 모두를 잃은 뒤 기계에게 나와
우리 모두에게 서로는 절절한 무용지물이 될 것이었다
_「평범한 오작동의 세계」 부분
처음 여기 왔던 방식과는 다르게 사라진다
날마다 조금씩 어딘가를 향해 옮겨진다
아무 언어로도 말해질 수 없는 비참을 뚫고
눈 닿는 모든 곳에서 자비 없이 달려든다
내게 남은 마지막 순서가 나를 향해 전속력으로
재채기나 속도위반 같은 건 그 와중에 벌어진다
정면충돌의 직전까지는 물론 식사도 계속된다
_「시시한 세계」 부분
몰락은 존재 말고 행동을 원할지도 모른다
행동은 번번이 유보당한 이유가 궁금할 것이다
파국은 명분을 만드느라 창피할 틈이 없고
냉장고는 반찬 냄새 섞인 냉기가 경멸스럽다
실존은 딴짓을 들킬까봐 오래 숨죽이고 살았다
대답이 뻔한 삶을 궁금해하는 것이 부끄러웠다
뻔한 대답을 가진 삶을 이해 못할까봐 두려웠다
_「산만한 국민」 부분
아니! 다시 엄지와 검지로 돌아가자. 중지에 받치고 엄지와 검지로 바짝 쥔 노란 연필아, 덕분에 든든하다. 나는 또박또박하고 반듯하게 써질 테다. 뻔하지만 오래도록 풀리지 않는 문제가 될 것이다. 우리 함께 순순히 썩지 않는 노선을 택하자.
_「의리의 지우개」 부분
해석은 남은 자의 몫, 남고 싶어 아주 안달이 난 자의 몫, 이름으로 덕지덕지 아가리를 막아봐요, 여긴 밤이라고 부르는 시간, 몇만 년 전 만난 적 있는 그림자, 화살표를 따라가라고 했지,
옆자리에서 나는 소리 알 것 같아, 너는 귀를 두 개 가지고 있고, 이런 게 바로 집으로 가는 느낌, 나는 눈을 두 개 가지고 있고, 이런 게 바로 어제의 나에서 오늘의 나로 이어지는 느낌,
_「해석의 오류」 부분
이상하지 않은 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입속에 밥을 넣고 씹다가 삼키는 것도 그렇고
넘어져 생긴 상처에서 피가 나는 것도 그렇고
자고 일어나면 선뜻 아침이 와 있는 것도 그렇고
이대로 오줌 누다 끝나더라도 그러려니 할 것 같다
_「이상하지 않은 아침」 부분
아침 준비를 할 때, 손이 차가운 것은, 찬물 때문인가, 손 때문인가, 설마 거짓일 리 없는 나 때문인가, 콩나물 같은 것, 감자볶음 같은 것, 속아도 속아도 계속 믿고 싶은, 지금 내 눈앞의 이 순간 같은 것, 지금 이 순간의 내 얼굴 같은 것.
_「없는 목격자」 부분
이 얼굴 하나를
사실로 만들기 위해
살아온 수십 년
혹시 들켰을까
나는 나에게
단 한 번의 사건이라는 걸
갑자기 발을 멈춘다
_「콧물에 대한 신념」 부분
조금만 더 말을 모으면
나를 설명하는 일이 가능할 거라고
정확한 말을 찾아, 대상 그 자체인 말을 찾아
때가 되면 진리를 치장해볼 것이라고 들떴다
몇 권의 말 무덤만 덩그렇게 남길 줄도 모르고
내용도 아름다움도 없는 카드에다
수신인도 발신인도 없는 카드에다
이제 무엇을 떠 써보아야 하나
_「옛날 사람」 부분
시인의 말 1부 복숭아를 사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지우개부심/ 자물쇠가 천직인 사람들/ 새의 이웃과 나/ 개의 복수/ 평범한 오작동의 세계/ 모든 것을 피해 살아남은 사나이/ 물고기 사내/ 시시한 세계/ 산만한 국민/ 여긴 지금 안전한 시/ 출구 없음의 마술/ 환영의 사회/ 시간의 능력 2부 그러니까 옳은가 잡동사니의 역사/ 성장의 동력과 잡동사니 기질/ 라면에 관한 오해/ 생선구이/ 새우깡 소년/ 불투명 호갱님의 멘토스 시전/ 소비자의 변심-넌 어떻게 어머니가 싫어?/ 에피소드 대전(大戰)/ 육질의 비밀-발바닥은 서정을 좋아해/ 태양의 입장과 막무가내식 소년/ 의리의 지우개/ 붕歌붕歌/ 의심하는 주특기 3부 이런 게 바로 집으로 가는 느낌 편식의 속사정/ 어젯밤 귤/ 천재 스킬/ 끝이 처음을 장식하는 방법/ 실종의 기교/ 드라이브 멜랑꼴레리/ 눈부신 사생아/ 무식한 비닐봉지/ 해석의 오류/ 불사과한 꿈/ 포도의 신기술/ 콧물의 세계 4부 안녕이라고 할 때는 다들 입 같은 걸 사용하지 않던가요 발가락 마술/ 둔갑술 사연/ 구름이 새겨진 벽지/ 이상하지 않은 아침/ 플라스틱 재능/ 손의 심정/ 입을 사용하는 노래/ 없는 목격자/ 얼굴의 목적/ 진짜 냉장고/ 트럭 신봉자/ 거울 깨는 어린이/ 허공의 맛 5부 어떤 휴지가 콧물을 의심하겠는가 나는 힘이 세다/ 콧물에 대한 신념/ 눈물의 방향/ 노인의 탄생/ 아버지와 코렐/ 자화상/ 집 걱정 신데렐라/ 붉은 사과의 습관/ 다들 여기 왜/ 가위바위보/ 오늘 하루만 더 나무/ 어떤 소원/ 지독한 끝/ 아직은 터널/ 옛날 사람/ 단념 해설| 당신의 아름다운 추상이 끝끝내 상처로 남기를 이철주(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