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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에는 포탈라 궁이 없다

심혁주 저 | 한국학술정보 |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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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33964 / 228쪽 140 x 1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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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t\t 얼마나 가고 싶었기에 그 높은 곳에 철길을 냈을까. 새도 날아가는 자신의 창공에 길을 내지 않는데, 인간은 길에 도로를 내고 표시를 한다. 이제 여기는 나의 영역, 나의 소유, 나만이 다니는 통로라고 경고한다. 열차가 곧 들어온다는 표시등이 떴다. 나는 눈알에 힘을 주고 진입하는 열차를 쳐다보았다. 괴상하게 생긴 눈동자, 어떤 육체에도 어울리지 않는 수염, 자존심이 강하고 제멋대로인 비늘을 과시하며 열차는 터널을 통과해서 내 앞에 섰다. _24쪽 개를 키워본 적 있을 거야. 어떤가? 있죠. 당연히. 귀엽고 충직하잖아요. 나는 으쓱하며 말했다. 개와 고양이를 우습게보면 안 돼. 그들은 모든 게 자기들에게 어떻게 사랑과 음식이 분배되는지 알지. 인간들에게 안기거나 턱을 내어주면서 말이야. 눈이 피곤해도 모든 걸 주시하고 있어. 할아버지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덧붙였다. 동물들은 인간들에게 정의와 공평이 뭔가를 가르쳐 주지. 인간들이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아니면 부당하게 학대하거나 약속을 어길 때마다 인간을 안타깝게 쳐다본단 말이지. 그 눈빛을 본 적이 있나? _60~61쪽 티베트에도 국기는 있다. 설산사자기(雪山獅子旗). 태양을 바치고 있는 두 마리의 사자.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두 마리의 사자는 보이지 않는다. 밤이라 사자는 어디선가 잠을 자고 있는 것일까. 내가 라싸에서 가장 먼저 본 장면은 야크와 양의 얼굴을 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티베트인들의 얼굴이 아니라 남의 집에서 명랑하게 펄럭이고 있는 붉은 국기였다. _103쪽 보지 말고 냄새를 맡아요. 먹지 말고 굶어요. 냄새요? 굶으라고요? 보는 건 금방 잊어버려요. 그게 눈(看)의 특징이에요. 간사하고 비겁해요. 하지만 냄새는 오래가요. 냄새는 감정이고 추억이고 기억이니까요. _128쪽 신의 도시에도 사람은 많다. 어떤 사람은 앞선 사람을 무례하게 앞질러 가고, 어떤 사람은 지렁이처럼 기어간다. 어떤 사람은 자전거를 타고 가고, 어떤 사람은 삼륜차를 몰고 간다. 눈이 찌그러진 개도 있고, 허리가 굽은 곱사등이 소녀도 보인다. 붉은 가삼을 펄럭이는 라마승도 보이도 선글라스를 낀 외국인도 보인다. 그들 속으로 나도 끼어들어 간다. 그들을 통과하거나 그들과 부딪친다. _159쪽 이곳에서 나는 누구의 가족도 아니며 누구의 학생도 아니며 누구의 친구도 아니며 누구의 부하도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아무런 허락도, 동의도, 제안도, 협의도 필요 없이 마음대로 걸을 수 있다. 어젯밤 이 생각을 한 나는 아침이 오자마자 바로 나갔다. 길에서 뛰어가는 아이들의 뺨은 자두 하나씩을 박은 듯 선명하다. 멀리서 보면 자두를 얼굴에 넣고 돌아다니는 요정처럼 보인다. 이곳에서 손과 얼굴에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사람은 없다. 저 무지막지한 태양을 방어해줄 그 무엇 하나 가리거나 바르지 않는 무모함과 자유로움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_188쪽

저자 소개

  • 저자 : 심혁주
저자 : 심혁주
대만국립정치대학교 티베트학 박사.
현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연구교수.
언제부터인가 나에게 책은 티베트의 소리와 냄새가 되었다.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만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한다. 고원에서 녹아 내려온 성스러운 물은 인간, 도시, 산맥, 초원, 사막, 숲, 습지 그리고 외면받는 동물들에게도 연결되고 영향을 미친다. 나를 포함한 지구의 어떤 인간도 티베트에 올라
가지 않는 그날을 생각한다.
○대표저서
· <소리와 그 소리에 관한 기이한 이야기>(궁리 출판사, 2019)
· <냄새와 그 냄새에 관한 기묘한 이야기>(궁리 출판사, 2021)


표지그림 : 허윤희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 독일 브레멘예술대학교 회화과 졸업. 화가.

책 속에서

얼마나 가고 싶었기에 그 높은 곳에 철길을 냈을까. 새도 날아가는 자신의 창공에 길을 내지 않는데, 인간은 길에 도로를 내고 표시를 한다. 이제 여기는 나의 영역, 나의 소유, 나만이 다니는 통로라고 경고한다. 열차가 곧 들어온다는 표시등이 떴다. 나는 눈알에 힘을 주고 진입하는 열차를 쳐다보았다. 괴상하게 생긴 눈동자, 어떤 육체에도 어울리지 않는 수염, 자존심이 강하고 제멋대로인 비늘을 과시하며 열차는 터널을 통과해서 내 앞에 섰다. _24쪽

개를 키워본 적 있을 거야. 어떤가?
있죠. 당연히. 귀엽고 충직하잖아요. 나는 으쓱하며 말했다.
개와 고양이를 우습게보면 안 돼. 그들은 모든 게 자기들에게 어떻게 사랑과 음식이 분배되는지 알지. 인간들에게 안기거나 턱을 내어주면서 말이야. 눈이 피곤해도 모든 걸 주시하고 있어.
할아버지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덧붙였다.
동물들은 인간들에게 정의와 공평이 뭔가를 가르쳐 주지. 인간들이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아니면 부당하게 학대하거나 약속을 어길 때마다 인간을 안타깝게 쳐다본단 말이지. 그 눈빛을 본 적이 있나? _60~61쪽

티베트에도 국기는 있다. 설산사자기(雪山獅子旗). 태양을 바치고 있는 두 마리의 사자.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두 마리의 사자는 보이지 않는다. 밤이라 사자는 어디선가 잠을 자고 있는 것일까. 내가 라싸에서 가장 먼저 본 장면은 야크와 양의 얼굴을 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티베트인들의 얼굴이 아니라 남의 집에서 명랑하게 펄럭이고 있는 붉은 국기였다. _103쪽

보지 말고 냄새를 맡아요. 먹지 말고 굶어요.
냄새요? 굶으라고요?
보는 건 금방 잊어버려요. 그게 눈(看)의 특징이에요. 간사하고 비겁해요. 하지만 냄새는 오래가요. 냄새는 감정이고 추억이고 기억이니까요. _128쪽

신의 도시에도 사람은 많다. 어떤 사람은 앞선 사람을 무례하게 앞질러 가고, 어떤 사람은 지렁이처럼 기어간다. 어떤 사람은 자전거를 타고 가고, 어떤 사람은 삼륜차를 몰고 간다. 눈이 찌그러진 개도 있고, 허리가 굽은 곱사등이 소녀도 보인다. 붉은 가삼을 펄럭이는 라마승도 보이도 선글라스를 낀 외국인도 보인다. 그들 속으로 나도 끼어들어 간다. 그들을 통과하거나 그들과 부딪친다. _159쪽

이곳에서 나는 누구의 가족도 아니며 누구의 학생도 아니며 누구의 친구도 아니며 누구의 부하도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아무런 허락도, 동의도, 제안도, 협의도 필요 없이 마음대로 걸을 수 있다. 어젯밤 이 생각을 한 나는 아침이 오자마자 바로 나갔다. 길에서 뛰어가는 아이들의 뺨은 자두 하나씩을 박은 듯 선명하다. 멀리서 보면 자두를 얼굴에 넣고 돌아다니는 요정처럼 보인다. 이곳에서 손과 얼굴에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사람은 없다. 저 무지막지한 태양을 방어해줄 그 무엇 하나 가리거나 바르지 않는 무모함과 자유로움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_188쪽

목차

저자의 말


처음 본 새


1부

2부


어디로 가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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