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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83451095 / 105쪽 / 225g / 116 x 1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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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반시 시인선 [6]
출판사 리뷰
장다리꽃
어둑한 다용도실 안에 무꽃이 올라왔다
깊은 어둠 속에서 싹을 틔우는
야생 기질은
흰나비 노랑나비 불러들이지 않아도
비밀연애 탄로 난 게 아닐까
검정비닐 속 캄캄한 시간 빠져나와
맹랑하게 핀,
본성은 명랑 쾌활일 수도 있겠다
오늘도 주둥이 꽁꽁 묶인 어두운 골방 안에서
줄기 쑥쑥 올라와 핀 장다리처럼
꽃대를 밀어 올리는 나의 시
한 줄기 빛조차 스미지 않는 보꾹 낮은 방
허공중에 매달려
싱싱한 남새로의 환생을 꿈꾸는
까치집
쪽창 너머 졸참나무 한 그루
명상에 잠긴 듯 함박눈 맞고 있다
빈 둥지처럼 정 붙일 곳 없는 한설의 시간
북풍에 무심히 흔들리는 저 나무와 내통하는가
사락 사르락
고독이 하는 말을 들으면 돼*
하얀 침묵 수북이 쌓이는 북향집
거친 바람소리에 밤새 귀가 가렵다
새들은 가을 건너 어디로 갔는지
졸참나무 우듬지 간당대는 떨림으로
물음표처럼 매달려 있다
*말라르메가 발레르에게 한 말.
결빙의 시간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눅눅한 벽지에다 일기를 써요
전화기가 온종일 귀찮게 보채거나 울리지 않아요
어떤 날 귀 파다 콧구멍 후비다 집을 나서
개미행렬 끝까지 따라가도 바람조차 다가오지않아요
개울 건너 늘 비어있는 정자 이름 지어볼까
풍류정 독거정 휴휴정 심심정 미운정 고운정 깊은정……
한나절 내내 말 걸어오지 않는 부재중 당신
오늘 밤 당신의 위로가필요해!
문자 보내도 묵묵부답,
불면은 습기를 머금고 청승은 독버섯처럼 자라요
빗소리 베고 잠든 날 허다했지요
그물코 꿰듯 홀로 지샌다고 아침이 오지 않는 건 아니에요
수면과 불면 사이
침실은 수면 아래 침몰한 한 척의 배
파도에 떠밀려 실종된 잠은 밤의 부유물
출구를 찾으려 해도 떠오르는 부표가 없다
방구석에서 맹목적으로 돌아가는 선풍기
사방의 벽마저 실어증에 걸려 침울한 표정
천정의 꽃무늬 벽지도 냉소적이다
햇빛이 실로 눈부실 때는 울고 싶었다
간병인조차 없는 밤은 무섭게 되살아나
쏟아내는 스탠드 불빛 환청으로 들리는지 혼잣말,
약은 먹었어? 잘 지내지? 오늘 하루 어땠어?
죽음 그림자와 함께 밤마다 판독되지 않는 가위눌림
비밀 삼키듯 또 한 알 털어 넣으면
바다 한가운데 난파선처럼 가라앉는 몸
벙어리 피아노
고래만 한 덩치로 뒷방 늙은이 신세
지치고 무거운 다리로 문밖 나설 기력이 쇠했는지
낮볕 따가운지, 꼼짝없이 들숨 날숨만 쉬고 있나
저 하얀 건반 위, 가느다란 달빛의 손놀림
잔잔한 호수가 되었다가 거센 물줄기가 되었다가
지느러미 파닥이며 저 구름 위로 날아오르고 싶다
벙어리처럼 굳게 입 다문 피아노
문틈 새어드는 바람에도 관절 마디마디 삐걱거리고
바다에서 건져 올린 폐선처럼 붉게 붉게 녹슬고 있다
제1부
빗소리 베고 잠든 날 허다했지요
장다리꽃
까치집
결빙의 시간
수면과 불면 사이
벙어리 피아노
바람의 가출
개망초
꽃 몸살
그믐
산정 저수지
모서리는 서럽다
가파도
제2부
뿌리도 없는 것들이 어찌 천 년을 사는지
와온해변
바람의 유령처럼 당신은 늘 떠나려 한다
바람의 변주
꽃등
게발선인장
편의점 앞 꽃다발자판기
등
혓바늘
연애의 종점
벚꽃, 스캔들
내레이션
늦봄, 봉정사
제3부
빈집에 풀씨 날아와 속절없이 번지고
신천지의 봄
내부 수리 중
스토커
비의 악기
노을 지게
빈집에 풀씨 날아와 속절없이 번지고
헛제삿밥
춤추는 섬
넝쿨손 부부
거름 손
빨래
독거
제4부
북방의 장미를 아시나요
살구의 시간
기억의 서랍
국수
뜬 눈
오월의 그늘
김치 담그는 여자
그 여름의 허기
생인손
펄펄 끓는 가마솥 속으로 슬픈 눈발 뛰어내리고
소나기 밥
눈 오는 날에는 황태국을 끓이고 싶다
북방의 장미
해설 시와 사랑의 변주, 그 울림의 미학 | 장하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