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구간

가는 것은 낮은 자세로

시리즈 : 문학세계 현대시선집 [41]

노두식 저 | 문학세계사 | 2021년 03월

북트리

정가
$20.00
판매가
$11.00 (45%↓) 최저가 보상
적립금
$0.22 (2%P)
출고예상일
2026년 10월 09일 수령예상일 안내
북카트 담기 바로구매하기 위시리스트담기

평점 -  ·  리뷰 0

리뷰 쓰기

ISBN : 9788970759944 / 136쪽 124 x 208 (㎜)

이 상품에 궁금하신점이 있으세요? 1:1상담문의

추천inside
Adobe Flash Player 가져오기

이 분야의 베스트셀러

아래의 도서와 구매하시면 이 도서들의 적립금을 즉시적용해 드립니다.

책 소개

출판사 리뷰

어둠에서 풀려난 강물의 흐름이 조금씩 빨라지고 교각에 걸린 표지등이 흐려지는 때 맨 흙길 위의 고요를 밟아 가면 어린 풀들은 납작한 잠에서 깨어나 웃고 질척한 발치에서는 봄 냄새가 피어난다 걸음에 여유를 부리며 비틀거리며 방패 같은 겉옷을 벗어 든다 의식 없이 지배되는 의식이 편안하다 마음의 집을 나서서 무심히 걸어도 길의 끝은 언제나 희망으로 올 것을 믿는 일 몸의 안팎을 연한 햇살에 적셔 살갗의 얕은 곳에 두루두루 하루의 새잎이 돋아나고 간지러움 속에 초록빛 긍정의 호기가 솟는 오늘은 아침이 석영 알처럼 반짝인다 - 「산책」 전문 여기 “물수제비가 강물 위에서 스스로 미끄러지듯 비상하는 순간”(이시영)과 같은 시간 여행자의 합일의 순간이 있다. ‘석영 알’처럼 반짝이는 아침 햇살에 적셔 ‘살갗의 얕은 곳’에 새잎이 돋아나는 순간이다. 그러한 아침은 역시 ‘긍정의 호기’가 솟는다. 그런 날이라면 걸어도 걸어도 고단하지 않을 것이며, “마음의 집을 나서서 무심히 걸어도 / 길의 끝은 언제나 희망으로 올 것”이다. 이런 순간들(!)을 위하여 시간 여행자는 걷고 또 걷는지 모른다. 그것은 “이동은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건너가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장소 내에서 위치를 바꾸는 것”이며, 이러한 “내재적인 위치 변화의 모범적인 예는 사랑의 둘 안에 있다.”(『비미학』)는 바디우의 통찰을 연상케 한다. 일상 속에서 같은 시각 같은 장소를 거닒에도 다른 상념 다른 고뇌를 안고 걸을 수밖에 없지만, 언제나 ‘길의 끝’은 희망으로 올 것이라 믿는 일, 그것은 ‘방황과 방향이 하나라면 불일치 또한 얼마든지 합일의 다른 양상’일 수 있는 이치와 같다. 그것은 배반의 항상성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꿈꾸는 존재인 인간의 숙명과도 같다. 그렇게 시간 여행자는 오늘도 “몸 안팎을 연한 햇살에 적셔” 걷고 또 걷는다. “살갗의 얕은 곳에 두루두루 하루의 새잎이 돋아나고 / 간지러움 속에 초록빛 긍정의 호기가 솟아나도록” 걷는다. 여행자는 이렇게 나날이 걸어서 희망의 미래로 나아간다. 그러나 “물이 되어도 흐르지 못하는 일들이 / 모질지 않기를 그토록 간구하였으나”(「쇠비름」), 불행하게도 아이들은 “처마 끝에 매달려 울고 있”(「고드름」)다. 시간 여행자는 다시 걸어야 한다. ‘길의 끝’까지 걸어서 다시 희망을 찾아야 한다. 초승달 신을 삼아 어스름을 걷는다 갈대숲에 보랏빛 강바람 우수수 한숨 지며 먼 산 돌아눕고 눈에 물안개 서려 네 모습 젖는구나 너를 찾아가는 길 보이지 않는 길 뜬 걸음만 총총 내 마음의 샛강 마른 이삭마다 맺혀 있는 이슬 같은 시간이 너의 목소리로 가사 없는 노래를 부른다 - 「누이 생각」 부분 이런 노래, 이런 마음이 있어 시간 여행자의 걸음은 무한히 반복된다. 그러므로 ‘길의 끝은’ 없다. ‘당분간’도 ‘흔들림’도 ‘그늘의 쓴맛’도 모두 겪은 여행자이지만, “윤기 나던 단발머리” 누이의 처음과 끝이 ‘한 뼘’에 불과하다면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노래는 영원히 반복된다. “낮게, 살아야 하는 것” 낮음. 우리에게 “가는 것은 항상 오는 것보다 낮은 자세다”. 노두식 시인의 전언처럼 우리는 ‘낮게’ 태어나 ‘더욱 낮은’ 곳으로 가는 존재들인지 모른다. 그것은 ‘가을’이 “관목과 이끼 낀 바위 비스듬히 기우는 쪽으로” 스며드는 것과 같고, ‘빛의 타래’가 “쇠락하는 잎 끝에 머물다가 / 바닥으로 똑똑 방울져 떨어”지는 것과 같다. ‘젊음’도 ‘사랑’도 갈 때는 낮았다. 아직 오늘은 아니라고 한다 여름 몰래 관목과 이끼 낀 바위 비스듬히 기우는 쪽으로 가을이 스며들고 있다 시든 열기가 숲속을 배회하고 후회의 띠처럼 서늘하게 스쳐 가는 아쉬운 시간이 바쁘다 말간 빛의 타래가 쇠락하는 잎 끝에 머물다가 바닥으로 똑똑 방울져 떨어진다 여기 동작이 느려진 곁가지들의 춤이 가사를 잃은 노래에 얹혀 있던 계절의 마지막 온기를 끊어 내고 있다 가는 것은 항상 오는 것보다 낮은 자세다 젊음이 그러했고 사랑이 그러했다 일어선 것이 엎드린 것들을 지운다 배경을 흐리며 어제의 여름이 슬쩍 다가와 머물다가 해 짧은 오후의 그림자처럼 자취를 감춘다 초록은 그리운 것들 속에 깃들어 한동안은 오히려 짙어질 것이다 그래도 아직 오늘은 아니라고 오늘만큼은 아닐 거라고 여윈 들풀이 뒤를 돌아보고 또 돌아다본다 - 「가는 것은 낮은 자세로」 전문 노두식 시인의 시 세계에 대하여 “시를 통해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고민하면서도 인간 회복에 이르는 아름답고 건강한 시 의식을 견지해 오고 있다.”(김병호, 「실존의 감수성과 공명」)는 언급은 여전히 타당하다. 이번 시집 『가는 것은 낮은 자세로』가 보여 주는 대로 그가 여전히 시간의 깊이를 깨달은 시간 여행자로서 대긍정의 사유를 보여 주는 한 그에게서 ‘아름답고 건강한 시 의식’을 발견하는 것은 소당연(所當然)에 가깝다. 무한히 연장된 시간과 공간을 사유하기. 연결과 접속과 합일을 긍정하기. 그리하여 ‘시간의 만등(萬燈)’에 올라타 산 자들의 시공과 죽은 자들의 시공을 합치고 뭉치고 주무르고 휘젓기. 노두식 시인의 이번 시집은 이와 같이 아주 특별한 시간 여행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시인의 다음 여행을 기대하며, 그가 새롭게 펼칠 또 다른 여행담을 기다리는 기쁨을 누려도 좋을 것이다.

저자 소개

인천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및 대학원을 졸업했다.(한의학박사). 
1992년 '문학세계'로 등단했으며, 한국 문인협회, 현대시인협회 회원이다.

목차

1
어르고 달래며 ―――― 12
달팽이는 뛰지 않는다 ―――― 14
공평한 것은 없다 ―――― 15
하루를 지켰다 ―――― 16
밀에 대하여 ―――― 18
상상하기 ―――― 19
진실에 대하여 ―――― 20
장미 ―――― 22
중심잡기 ―――― 24
마음에게 ―――― 26
인연 ―――― 27
근시안 ―――― 28
당분간은 ―――― 30
가을 ―――― 32
염색을 하면서 ―――― 33
표의 ―――― 34
제로 ―――― 35
탈출 ―――― 36

2
호숫가에서 ―――― 40
쥐똥나무 ―――― 42
은어 ―――― 43
몸살 ―――― 44
바람꽃 ―――― 45
봉오리 ―――― 46
닿았다 ―――― 48
하찮은 위로 ―――― 50
나무늘보 ―――― 52
알망드풍 ―――― 53
회복 ―――― 54
숨 ―――― 56
회피가 아니라 ―――― 58
가을 장미 ―――― 59
여름이 있었기에 ―――― 60
명화 ―――― 61
드로잉 수업 ―――― 62
음양 ―――― 64
모든 모꼬지에서 떠나 있을 때 ―――― 65

3
다도해에서 ―――― 68
상시적 질문 ―――― 70
묻고 싶다 ―――― 72
매너리즘 ―――― 73
일방동행 ―――― 74
먼저 시든다 ―――― 76
친구에게 ―――― 77
뼈 ―――― 78
조탁 ―――― 80
먼저 해야 할 일 ―――― 81
산책 ―――― 82
밤 ―――― 83
크로키 ―――― 84
이유 ―――― 85
심지 ―――― 86
산 ―――― 88
검은 꽃 ―――― 89
잊는 법 ―――― 90
낙서 ―――― 92

4
가는 것은 낮은 자세로 ―――― 94
오늘 내게 온 아침 ―――― 96
바람 ―――― 97
쇠비름 ―――― 98
꿀벌에 쏘이다 ―――― 99
달음질치는 별 ―――― 100
이유가 있다 ―――― 102
중추절 ―――― 103
감염 ―――― 104
고드름 ―――― 105
그녀 ―――― 106
모르는 일 ―――― 107
이른 낙화를 보며 ―――― 108
디아스포라 ―――― 109
어쩔 수 없는 일 ―――― 110
재 ―――― 111
용서 ―――― 112
누이 생각 ―――― 113
아침신문을 읽다가 ―――― 114

┃해설┃김재홍 · 시간의 깊이, 사유의 넓이 ―――― 115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