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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6424558 / 136쪽 12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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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내 사랑에는 파국이 없다” 고통을 다스리는 시인의 다정한 인사 삶의 신산한 풍경 속에도 “무른 잇몸에/처음 돋은 젖니처럼” “무구하고 환한”(?단조(短調)?) 생(生)의 미세한 떨림이 있기 마련이다. 도무지 벗어날 수 없는 삶의 고통과 지속되는 절망 속에서도 시인은 “눈보라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티”를 구하여 “꺼져가는 숨”(?마고 1?)을 되살린다. “천수관음은/천개의 손으로 슬픔을 어루만진다”지만 우리의 “손이 천개”라 해도 “세상의 눈물을 닦을 수”는 없는 노릇, 시인은 “해를 피하지 않는 해바라기처럼 용감”하게 “분수처럼 솟구쳐”(?탱화 3?) 살아 있으라 한다. “눈도 코도 입술도 문드러진/사랑”(?옛터?)의 힘으로나마 슬픔으로 가득 찬 세상에 한줄기 빛을 던지며 시인은 “어린 날의 내 영혼이/돌고래처럼 이마를 빛내며/솟구쳐 오르는”(?파도의 파형?) 지금 이곳의 삶 한가운데로 다박다박 걸어들어간다. 문학평론가 양경언은 해설에서 이를 “고통이 만연한 세상에 정직하게 귀의한” 것이라 말하면서 “신미나는 고통을 다스리는 시인”이(132면)라 이른다. 신미나 시인은 고통을 다스리는 방법은 고통을 관통하는 길밖에 없음을 안다. 이 시집에는 “오래전에 죽은”(?흰 개?) 할머니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언니”(?파과 2?) 등 떠나간 사람들과 고통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자주 등장한다. 시인은 현실에서 사라졌거나 삶의 가장자리로 밀려난 존재들을 엄연한 ‘이 세상 존재’로 호명하며 그들을 향해 “내 사랑에는 파국이 없으니/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복숭아가 있는 정물?)라고 말한다. 이렇듯 타자에 대한 섬세한 배려와 진실한 마음이 깃든 시인의 다정다감한 고백을 읽는 동안 우리는 시의 궁극적 의미와 “시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가 바로 ‘너’와 ‘나’를 ‘우리’로 만들어내는 일이라는 사실을 절실하게 체감”(황인찬, 추천사)하게 된다. “신 없는 신앙을 모시듯이”(?복숭아가 있는 정물?) 묵묵히 삶의 고통을 이고 살아가는 외롭고 쓸쓸한 존재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목소리, “함께 살아줘서, 고맙습니다”(시인의 말)라는 말이 새삼 뭉클하다. - 책 속으로 한알의 레몬이 테이블 위에 있다 오래전에 있었던 것처럼 금방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 흰 테이블보 위에 레몬이 있다 눈을 감아도 레몬은 레몬빛으로 남고 나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는다 진심으로 보인다 ―?지켜보는 사람? 부분 그대라는 자연 앞에서 내 사랑은 단순해요 (…) 내 사랑에는 파국이 없으니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 과육을 파먹다 그 속에서 죽은 애벌레처럼 순진한 포만으로 돌이킬 수 없으니 계속 사랑일 수밖에요 ―?복숭아가 있는 정물? 부분 나는 오리라 하였고 당신은 거위라 하였습니다 모양은 같은데 짝이 안 맞는 양말처럼 당신은 엇비슷하게 걸어갑니다 나는 공복이라 하였고 당신은 기근이라 하였습니다 당신은 성북동이라 하였고 나는 종암동이라 하였습니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 일치합니다 ―?사랑의 순서? 부분 굳는다는 건 뭔가요 죽어가는 고양이처럼 혼자서 피 흘리는 시간인가요 시멘트에 찍힌 발자국처럼 정지된 표정인가요 (…) 이제 걸을 수 없다는 당신 말을 듣고 그대로 멈췄습니다 ―?굳는다는 것? 부분 너의 결백이 수치를 낱낱이 드러낸다 더이상 숨을 곳이 없게 되면 스스로를 해친다 완벽한 형태와 일치하려면 그림자는 가장 뜨거운 조명 아래 서야 한다 ―?백색광 아래 나방? 전문
맨바닥에서
제 무게를 이고 있는
그릇의 굽
그 높이를
당신이라 불러도 좋겠습니까
늦어도 천천히 오라고
기다려준 이들에게
이 노래를
함께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2021년 3월
신미나
한알의 레몬이
테이블 위에
있다
오래전에 있었던 것처럼
금방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
흰 테이블보 위에
레몬이 있다
눈을 감아도
레몬은
레몬빛으로 남고
나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는다
진심으로 보인다
―「지켜보는 사람」 부분
그대라는 자연 앞에서
내 사랑은 단순해요
(…)
내 사랑에는 파국이 없으니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
과육을 파먹다
그 속에서 죽은 애벌레처럼
순진한 포만으로
돌이킬 수 없으니
계속 사랑일 수밖에요
―「복숭아가 있는 정물」 부분
나는 오리라 하였고 당신은 거위라 하였습니다
모양은 같은데 짝이 안 맞는 양말처럼
당신은 엇비슷하게 걸어갑니다
나는 공복이라 하였고 당신은 기근이라 하였습니다
당신은 성북동이라 하였고 나는 종암동이라 하였습니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 일치합니다
―「사랑의 순서」 부분
굳는다는 건 뭔가요
죽어가는 고양이처럼
혼자서 피 흘리는 시간인가요
시멘트에 찍힌 발자국처럼
정지된 표정인가요
(…)
이제 걸을 수 없다는
당신 말을 듣고
그대로 멈췄습니다
―「굳는다는 것」 부분
너의 결백이
수치를 낱낱이 드러낸다
더이상
숨을 곳이 없게 되면
스스로를 해친다
완벽한 형태와
일치하려면
그림자는 가장 뜨거운
조명 아래 서야 한다
―「백색광 아래 나방」 전문
제1부 지켜보는 사람 흰 개 무이모아이 파도의 파형 파과(破瓜) 1 파과 2 적산가옥 복숭아가 있는 정물 마고 1 미당(美堂) 오후 세시 사랑의 순서 단조(短調) 제2부 늑대 가지의 식감 얼굴만 아는 사이 안경 잔 두번째 전화 지하철역에서 십오분 거리 여름의 잔디 구장 굳는다는 것 새로운 사람 첫눈은 내 혀에 내려앉아라 당신은 나의 미래 스미다강의 불꽃 축제 제3부 안목에는 있고 안도에는 없는 아쿠아리움 홍제천을 걸었다 연두부 히로시마 단풍 만주 한밤의 주유소 서커스 무고한 풀잎들 무거운 말 수증기 지역 동물의 사육제 거인 생물 속죄 통곡의 벽 심문 백색광 아래 나방 제4부 다리 아래 틀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거울 마고 2 홍합처럼 까맣게 다문 밤의 틈을 벌려라 탱화 1 탱화 2 탱화 3 볏 국화가 있던 자리에 국화가 사라지듯이 옛터 착란 메콩강의 달무리 콩비지가 끓는 동안 론도 해설|양경언 시인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