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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생각한다 법과 사람 사이에서의 50년

황주명 저 | 생각의힘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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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0955102 / 284쪽 135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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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호기롭고 자유분방한 이 시대 어른의 이야기 황주명 회장은 언제나 숨지 않고 발언하는 사람으로서 50년 넘게 법조계에 몸담았다. 1971년 여름, 1차 사법파동에서도 그는 첫 목소리로 앞으로 나섰다. 정권과 사법부가 대립하던 때, 사법부가 검찰의 구속영장을 보복 조치로 판단하고 서울형사지방법원의 판사들이 단체로 사표를 제출한 사건이었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면서 야당이 들고 일어나서 법무장관을 추궁하기도 했다. 언론도 처음에는 향응에 초점을 맞추다가 점점 법원에 대한 탄압 쪽으로 논조를 바꾸기 시작했다. 그 무렵 부장판사 방에 판사들이 모여 앞으로의 대응 방향에 대한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때 지금은 없어진 동아방송의 기자가 들어왔다. “판사들이 화를 내면서 사표를 내고 그러는데 마이크만 대면 말하는 분이 한 명도 없어요.” 화가 나서, 또 다들 내니까 사표를 내긴 했는데 앞장서려는 사람은 없었다. 괜히 나섰다가 찍힐까 봐 겁이 나기도 했을 것이다. 그때 세상 물정 모르고 철없던 서른한 살의 내가 욱해서 말했다. “아, 그래요? 제가 하죠. 판사도 잘못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인권이 유린당해서는 안 되지 않습니까. 잘못했다고 길거리 조리돌림처럼 망신을 줘서야 되겠어요.”(15쪽) 저자 황주명은 소년등과하여 많지 않은 나이에 판사 직함을 달고 세상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이웃집 소가 내 밭 배추를 뜯어 먹은 피해 보상 사건부터 국제 기업 특허 소송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머리 휘날리며 종횡무진하였다. 스스로는 ‘철이 없고 별종이었다’고 말하지만 클라이언트를 혼내 가며 열과 성을 다해 재판 준비를 하고, 거리낄 것 없이 할 말을 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대한민국 1호 사내 변호사로 대우실업 상무이사 겸 대우그룹 법제실장을 지내던 때의 몇몇 이야기들은 마치 시트콤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 주 6일을 근무하던 시절, 회사 눈치를 보면서 일요일까지 출근해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일요일에는 나오지 말고 쉬’라고 말하기 무섭게 김우중 회장에게 호출당한다. 어떻게 된 거냐고 호통치는 회장에게 이에 질세라 말한다. “쉬는 날도 있어야죠.” 무겁지 않게 해소되는 긴장이 우리를 감싸고 있던 두터운 껍질을 한 꺼풀 벗겨낸다. 시종일관 호기롭고 당당한 언행을 따라 읽으며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것에 자신이 얼마나 무뎠던가에 한 번 놀라고, 옳은 일을 옳지 못한 일이라 혼동하였음을 환기하며 두 번 놀란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것, 그리고 본인이 선택한 삶을 지지하고 진심으로 임하는 것은 타인과 나를 지키는 방법이기도 한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겠다. 젊은이들, 자기와 맞지 않는 사람들 욕하며 지내기보다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자기를 돌아본다는 것이 꼭 과거를 회상하고, 반성하고, 정리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래에 나에게 닥칠 일을 생각하는 것도 자기를 돌아보는 일이다. 젊은 사람들에 비해 확률은 낮지만 황당하거나 기막힌 일들이 내게 닥쳐올 수 있다. 다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달리 대책을 세울 수 없다. 그러나 나에게 반드시 다가올 일, 100퍼센트의 확률로 일어날 일이 있다. 죽음이다. (206쪽) 나이 듦과 죽음 앞에서도 초연하다. 마치 치열하게 삶을 살았으니 죽음, 네 말도 들어보자는 뉘앙스다. 겉으로 드러나는 순수한 열정과 한 사람이 자신의 지평을 넓혀가며 해온 일들을 따라 읽다 보면 닮고 싶은, 배우고 싶은 한 어른의 세계가 보인다. 세상을 향한 눈을 번쩍 뜨고, 본인의 일에서는 매서우리만치 꼼꼼했던 원칙주의자 황주명 회장을 만나면서, 독자는 ‘무엇이 중요했던가’라는 질문이 그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큰 뜻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치사하게 살기 싫었다.” 큰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큰 일을 해낸다 명예와 권력, 부를 손에 거머쥔 사람들은 전지전능한 위치에서 남의 인생을 함부로 휘두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는 때가 적지 않다. 그러나 세상에 공중부양이 가능한 사람은 없지 않은가. 남들보다 위에 있다고 느끼는 건 어쩌면 누군가의 등을 밟고 서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땅콩회항’ 갑질 논란으로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과 수행운전기사에게 폭언을 퍼붓던 조선일보 어린 손녀 이야기에 분개했지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하는 건물관리인, 화장실에서 휴식을 취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존재는 보고도 못 본 척한 적은 없었던가? 저마다 성 안의 사람인 동시에 성 밖의 사람이다. 저자 황주명은 본인의 성 안에서 성주로서 안주하지 않고 자신을 둘러싼 사람과 세계를 평생 궁금해하고, 경청하고, 이해하려 노력해왔다. 당연한 소리처럼 들리는 것을 당연하게 실천해왔는데, 모르면 공부를 했고 타협하지 않고 ‘법대로’ 한 것이다. 그날 135번 버스를 타고 자하문 정류장에서 내렸다. 달빛 비치는 골목을 지나 집까지 15분을 걸었다. 달이 나에게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인생의 보람을 느꼈다. 판사의 프라이드와 희열을 느꼈다. ‘내가 오늘 친절하게 재판 잘했고 선고도 잘했다. 나 때문에 산 사람도 있다. 열심히 했다.’ 이 맛을 모르면 판사 하지 말아야 한다. (281쪽) 글을 마치며 “오늘 친절하게 재판 잘했고, 선고도 잘했다. 나 때문에 산 사람도 있다. 열심히 했다”라고 쓴 문장에서 삶에 대한 깊은 만족감이 느껴진다. 타인이 갈등과 경쟁의 대상이 되고, 착취하고 이용하는 사회에서 무릎 꿇고 좌절하지 않기 위한 열쇠는 역시 ‘사람’이다. 꾀부리지 않으면서 곧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이 비범해진 세상에서, 한결같이 사람을 중심에 둔 그의 이야기들이 그렇게 살아갈 힘을 채워준다.

저자 소개

1939년에 태어나 서울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를 졸업했다. 제13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해 부산지방법원, 서울민사지방법원, 서울형사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에서 판사를 지내고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역임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입법에 관여하였고, 국내 사내 변호사 1호로 대우실업 상무이사 겸 대우그룹 법제실장을 지냈다. 
1993년 법무법인 충정을 설립하여 설립 초기부터 기업 자문, 금융증권 및 송무해상 등 전문 분야를 구분하고 그 영역을 확장하며 전문화를 지향하는 로펌 체제를 구축하였다. 국내 법원에서 진행되는 대형 국제소송과 국제 상사중재 사건에서 많은 다국적 기업들을 대리해왔다. 그 외 KT 이사회 의장,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 이사장, KAIST 이사를 역임하고 대한상사중재원과 국제상업회의소(ICC)의 국제중재인으로 활동하였으며, 현재 법무법인 충정의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책 속에서

P. 37 민사소송으로 법원에 오는 분들 중 절대다수가 피고에게 큰돈을 뜯어내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내 말 좀 들어달라’고 오는 사람들이다. 실제로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면 ‘내가 저 새끼 보기 싫지만 판사님 얼굴 봐서 한다’면서 합의하는 경우가 많았다. 꼭 법정에서의 문제만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자기 기준에서 아니다 싶으면 이해하려 하기보다 비난을 먼저 한다. 왜 억울한지, 왜 화가 나는지 이해해보려고 하지 않는다. 이래서는 갈등의 골만 깊어진다. 부처님처럼 넓은 마음도 필요 없다. 그냥 조금만 마음을 열면, 그저 상대방을 사람으로 대해주면 된다.
_ 조금만 더 귀 기울여 들어주면 된다  

 

P. 47 법만 잘 알고 있으면 되지 인생을 알 필요가 뭐가 있느냐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염소, 강아지, 토끼도 아니고 냉장고, 세탁기, 자동차도 아니다. 재판은 사람이 받는 것이다. 인생을 안다는 것은 곧 사람을 아는 것이다. 솔로몬이 법을 잘 알아서 명판결을 내린 게 아니다. 피는 한 방울도 흘리지 말고 살만 베어내라는 명령이 법전에 있을 리 없다.
_ 판사가 인생을 모른다  

 

P. 118 중단해버릴까 하는 갈등도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되돌아가면 남은 생애가 얼마나 될지 몰라도 늘 마음이 좋지 않을 것 같다. 자신은 없지만 노심초사, 불안하지는 않다. 내가 나서서 되지 않을 일이라는 걸 안다. 내가 선두에 나서면 나도 힘들고 다른 사람들도 힘들다. 다만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_ 법조인의 사명

 

P. 147 내 사는 건 만족하니 되었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너는 너대로 살고, 나는 나대로 살자’라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그전까지는 바보처럼 보이던 사람도 나하고 똑같아 보였다. 각자 ‘자기 방식대로 사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래도 살아온 습관이 있으니까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자주 대면하지 말자는 처방도 했다. 참 편하고 인생에 대한 만족도가 훌쩍 높아졌다. 당시 내가 많이 들었던 말이 이거였다.
“요새 좋은 일 있어? 왜 그렇게 싱글벙글이야?”
“아, 세상이 그냥 좋아.
_ 예순다섯에 철이 났다  

 

P. 168 외로움, 쓸쓸함, 허전함 같은 것이 허물없는 친구인 양 불쑥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러면 그때 아버지도 이랬겠구나 생각한다. 환갑이 지나서 종교서적과 더불어 자기 수양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아버지 덕분에 당신은 하지 않은 늙는 것에 대한 공부를 했다. 그래서 70대가 그랬던 것처럼 80대도 낯설지만은 않다.
_ 내 노년의 스승, 아버지 

 

P. 202 이렇게 순진무구했던 내가 요즘은 결혼정년제라는 발칙한 상상을 하곤 한다. 결혼한 지 20년이 지나서 서로 결혼관계 유지에 동의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부부관계가 해지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부부가 경제적으로도, 집안살림에도 자립심이 생기지 않을까. 같이 오래 살고 싶으면 서로에게 잘 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혼이 새삼스럽지 않은 시대에 굳이 정년제가 뭐 필요하겠느냐고 할 수 있지만 정년을 박아 두면 오히려 이혼율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잉꼬부부니까 당연히 정년 연장을 했을 것이다.
_ 서로 공기처럼 살기로 했다  

 

P. 211 젊은이는 젊은이대로, 노인은 노인대로 각자 나름의 즐거움이 있고 보람이 있다. 나는 여전히 즐겁게 보람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늙었다는 것을 당당하고 자신 있게 느끼고 있다. 되지도 않는 헛소리에 현혹되지 말고, 이미 사실인 것을 거부하지 말고 스스로 노인임을 받아들이면 된다.
_ 노인답게, 즐겁게

 

P. 261 얼마 전 검찰 출신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후배가 “이번에 보니까 검사들 정말 나쁜 놈들이더라”고 했다. 조사받으면서 모멸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같이 밥을 먹으면서 내가 말해주었다.
“억울하게 생각하지 마. 너도 검사하면서 그런 짓 많이 했을 거다. 너에게까지 그럴 정도면 다른 사람들은 오죽했겠냐.”
_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  

 

P. 281 그날 135번 버스를 타고 자하문 정류장에서 내렸다. 달빛 비치는 골목을 지나 집까지 15분을 걸었다. 달이 나에게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인생의 보람을 느꼈다. 판사의 프라이드와 희열을 느꼈다.
‘내가 오늘 친절하게 재판 잘했고 선고도 잘했다. 나 때문에 산 사람도 있다. 열심히 했다.’
이 맛을 모르면 판사 하지 말아야 한다.
_ 전관예우라는 보이지 않는 비리  

 

목차

프롤로그 5

1부 법은 인문학이다
치사하게 살고 싶지 않다 13 /소신대로 판결한다 20/유죄와 무죄 사이 26 /조금만 더 귀 기울여 들어주면 된다 30 /판사와 점쟁이의 차이 39 /판사가 인생을 모른다 43 /판사에겐 한 건, 그에겐 인생 50 /눈 가리고 아웅 했던 시대 56 /화해 먼저, 소송은 나중에 63 /법은 생활의 규칙이다 71 /복지는 의무이자 권리이자 정의다 76 /판사 황주명, 인간 황주명 82 /인권 변호사와 물권 변호사/변호사의 성공 비결 92 /변호사는 지옥에 간다 99 /기본으로 돌아가야 살아남는 시대 106 /법조인의 사명 112

2부 어른이 된다는 것
사람보다 돈? 돈보다 사람! 121 /직장인도 사람이다 125 /권위를 벗고 소통을 입다 130 /소통은 공통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137 /예순다섯에 철이 났다 143 / 나는 늙었다 148 /쩨쩨한 사람,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 153 /내 노년의 스승, 아버지 159 /피자도 음식이고 미니스커트도 옷이다 169 /법조인의 엘리트 콤플렉스 175

3부 나를 찾는 평생의 탐구
나를 소개하는 소소한 이야기들 185 /니체, 바그너와의 만남 191 /서로 공기처럼 살기로 했다 200 /노인답게, 즐겁게 206 /위대한 로빈슨 크루소 212 /그저 이만하면 족하다 217 /잘 살았고 잘 살 거다 223

4부 사람을 위한 법철학
고위공직자의 도덕성 결여 233 /경영판단은 엄격하게, 배임죄엔 엄벌을 239 /상속, 가업승계, 그리고 세금 246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 256 /오죽하면 청탁금지법 263 /합의와 판결 사이, 조정 절차의 중요성 269 /전관예우라는 보이지 않는 비리 276

에필로그 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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