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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저 | 창비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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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 이번 소설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상실을 통해 비로소 아버지라는 한 사람에게 가닿게 되는 과정을 절절하게 그려낸 이야기로, 소설가 신경숙의 작가적 인생을 한 차원 새롭게 여는 작품이기도 하다 -MD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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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6434465 / 424쪽 145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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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삶과 인간에 대한 무르익은 통찰 가족을 향한 연민에서 비롯된 깊은 사유 한국소설에서 그간 비어 있던 ‘아버지’의 자리를 여성작가의 시각으로 새로이 써낸 이번 소설은, 엄마가 입원하자 J시 집에 홀로 남게 된 아버지를 보러 가기 위해 ‘나’가 5년 만에 기차에 오르며 시작된다. 눈앞에 펼쳐질 듯 생생한 묘사로 그려진 J시와 그 안에서 평생을 살아온 아버지의 지나온 삶이 겹쳐지며, 순식간에 ‘나’는 아버지의 삶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아버지는 한국전쟁 트라우마로 고통받아왔으며 “젊은 날에 당신의 새끼들인 우리가 음식을 먹는 걸 보면 무서웠”지만 그것이 도리어 살아갈 힘이 되었다고 말하는, ‘아버지’ 하면 으레 떠오르기 마련인 가부장적인 억압과는 완전히 거리가 먼 인물이다. ‘아버지’ 인물의 생생함은 그가 가진 서사의 리얼리티로도 드러난다. 한국전쟁부터, 돈을 벌기 위해 갔던 서울에서 목도한 4·19혁명, 자식 여섯을 대학에 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 소 값이 폭락하자 그 소를 타고 참여했던 80년대 소몰이 시위까지, 그 자체로 근 70년의 한국현대사가 한 인물에게 고스란히 담겼다. 역사를 개인의 관점에서 그려내기도 한 이번 작품은 가족의 삶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며 아픈 역사 속에 내던져진 인간 내면의 깊이를 보여준다. 이외에도 또 한명의 아버지인 ‘큰오빠’가 겪은 80~90년대 중동 이주노동,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이제는 치킨 두마리도 마음 놓고 시키지 못해 미안해하는 조카 등은 아버지-아들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가족의 모습과 여러겹의 아버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한편 ‘나’는 몇년 전 사고로 딸을 잃는 상실을 겪었다. 아버지가 수면장애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가족에게 전해 들었음에도 그동안 마음을 쓰지 않았던 ‘나’는 그 뼈아픈 상실을 계기로 비로소 아버지의 고통과 대면하며 “아버지를 한번도 개별적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는다. 그러면서 둘째 오빠와 엄마, 아버지와 함께 전쟁을 겪어낸 ‘박무릉’ 등 다른 인물의 목소리를 빌려 그간 소외되어 있었던 아버지와 그를 둘러싼 가족의 삶을 다각도로 바라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경험은 종내 가족의 지난 시간과, 멈춰져 있던 ‘나’의 글쓰기를 돌아보게 하는데, 그 깨달음은 독자로 하여금 눈앞이 시릴 만큼 절절한 고백을 목도하게 한다. 아버지가 니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잘되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하마터면 아버지, 나는 나 자신을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할 뻔했다. 나는 하고 싶어서 쓰는 게 아니라 살고 싶어서 쓰는 것 같아요,라고. (…) 아버지, 나는 부서지고 깨졌어요. 당신 말처럼 나는 별것이나 쓰는 사람이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나는 그 별것을 가지고 살아가야만 해요. (93면) 존재의 근원인 가족과 글쓰기에 대한 성찰과 절절한 울림 ‘나’가 이제야 아버지를 개별적인 한명의 사람으로 바라보게 된 것은 아버지의 늙음을 마음 깊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리라. “이제 부모의 보호자가 되는 일을 두려워하지 말자”라고 하는 소설 속 큰오빠의 말처럼, 우리는 모두 언젠가, 혹은 조만간 부모의 보호자가 될 것이다. 그렇게 부모의 나이 듦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부모를 개별적인 한 사람으로 처음 바라보게 될지도 모른다. 저마다의 삶이 다르듯이 아버지와의 관계 또한 같을 리 없으나, 소설 속 이 가족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우리 각자의 아버지들이 불려나오게 될 것이다. 아버지는 나의 근원이자 시작이되, 그는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 어떻게 늙어가는가 곱씹어볼 기회를 얻을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한 인간에 대한 궁구에서 시작하여 관계와 가족에 대한 반성과 이해를 얻는 독서가 될 것이다. 체험의 진정성 문제를 깊이 파고들어간 신경숙의 이번 신작 장편은 그렇게 ‘아버지’의 자리를 새로 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이 소설을 받아든 우리가 각자의 아버지에게 가야 할 차례이다.

저자 소개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스물두 살 되던 해인 1985년 중편 「겨울우화」로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풍금이 있던 자리』 『깊은 슬픔』 『외딴방』 등 한국문학의 주요 작품들을 잇달아 출간하며 신경숙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인간 내면을 향한 깊이 있는 시선, 상징과 은유가 풍부한 울림이 큰 문체, 정교하고 감동적인 서사로 작품세계를 넓혀온 그는 『리진』 『엄마를 부탁해』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출간하면서 한국문학의 대표작가로 자리매김했다. 31개국에 판권이 팔린 밀리언셀러 『엄마를 부탁해』는 미국의 문학전문 출판사인 크노프사에서 출간되어 세계 최대 인터넷서점 아마존닷컴이 선정한 ‘올해의 책 베스트 10’(문학 부문)에 선정되었고, 각국 언론의 호평 속에 이례적인 판매부수를 기록하며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이외에도 소설집 『강물이 될 때까지』 『감자 먹는 사람들』 『딸기밭』 『종소리』, 장편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바이올렛』, 짧은 소설을 모은 『J이야기』, 산문집 『아름다운 그늘』 『자거라, 네 슬픔아』, 일본 작가 쓰시마 유코와의 서간집인 『산이 있는 집 우물이 있는 집』 등이 있다. 동인문학상, 만해문학상, 이상문학상, 오영수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고, 2009년에는 『외딴방』이 프랑스의 비평가와 문학기자 들이 선정하는 ‘리나페르쉬 상(Prix de l’naperCu)’을 수상했다. 

머리말

지난해 늦은 봄에 연재를 시작하면서 아버지 이야기를 반쯤 써두었다고 했습니다. 사실이었습니다. 어떻게 마무리가 될지는 저도 다 써봐야 알겠습니다, 여름이 지나 완성이 되었을 땐 삶의 고통들과 일생을 대면하면서도 매번 자신의 자리를 지켜낸 익명의 아버지들의 시간들이 불러내졌기를 바라봅니다,라고 썼었지요. 막상 연재를 시작하고 보니 마음이 달라져서 새로 써야 했고 새로 쓰는 중에도 또 새로 쓰고 싶었고 그러다보니 여름에 마칠 줄 알았던 작품 쓰기는 가을을 지나 겨울까지, 새해가 올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수정하고 덧보태고 새로 쓰다가 불현듯 깨달았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끝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엄마를 부탁해』를 출간한 후 많은 분에게 아버지에 대한 작품은 쓸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참 단호하게도 쓸 생각이 없다고 대답했네요. 그래놓고는 십여년이 지나 이 작품을 썼으니 누군가, 엄마 이야기를 쓰더니 이젠 아버지 이야기야? 해도 할 말이 없게 되었습니다. 다만 소설 속의 이 아버지를 잘 살펴봐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듯한 이 허름한 아버지는 처음 보는 아버지이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가 아버지를 개별자로 생각하는 일에 인색해서 그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하지 않았으니까요. 격변의 시대에 겨우 목숨만 살아남아 그토록 많은 일을 해내고도 나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고 하는 이 말수 적은 익명의 아버지를 쓰는 동안 쏟아져나오는 순간순간들을 제어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쓴 이야기들도 다시 불러들였습니다. 사용한 농기구는 제자리에 두고, 집을 비울 때에도 남은 사람이 쓸 만큼의 최소한이라도 돈을 남기고, 무엇이든 새로 배우려 하고…… 뿌린 만큼만 바라고, 자신은 학교 문전에도 가보지 못했으나 자식들을 교육시키는 일로 일생을 보내고, 약자이면서 자신보다 더 약자를 거두려 했던 이 아버지의 태도에 집중하고 싶었으니까요.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채 먼지 한톨로 사라질 이 익명의 아버지에게 가장 가까이 가서 이제라도 그가 혼잣말로 웅얼거리는 소리까지 죄다 알아듣고 싶었습니다. 하나 불가능했습니다. 익명의 그는 그 나름으로 도저해서 자주 저를 우두망찰하게 했습니다. 모진 현대사의 소용돌이가 남긴 상처를 등에 지고 살아온 이 아버지에게 남은 게 소멸 직전의 육체와 시골집 벽에 걸린 학사모를 쓰고 찍은 자식들의 사진뿐이라고 여기는 것도 제 생각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미 잊힌 것 같은 그의 존재에 숨을 불어넣고 싶은 이 글쓰기가 저의 욕망에 불과한 것처럼요. 그래도 그의 가슴에 잠겨 있는 그가 하지 못한 침묵의 말들을 호호 불어서라도 건져올려 죽음 저편으로까지 이어지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이런 아버지조차 단독자로 보는 눈을 갖지 못하고 ‘아버지’라는 틀에 묶어 생각하면서 저도 모르게 그의 심장에 쏘아버렸을지 모를 화살을 뽑아드리고 싶었습니다.
(…)
참나무 밑에는 참나무 잎이 지겠지요. 가까운 아래 지느냐 저만큼 날아가서 지느냐 차이가 있을 뿐이지 설마 여기 있는 참나무 잎이 저기 다른 산의 잣나무 밑에 가서 쌓이겠는가요. 돌이킬 수 없는 일들 앞에 설 때면 으깨진 마음으로 이 소설 속의 J시를 생각하며 숲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제게 J시와 독자들은 대자연 같은 의미입니다. 살아오는 동안 그 품에 의해 제가 구해지는 때가 적잖았습니다. 그 시간들이 이곳에 듬성하게 때로는 촘촘하게 담기기도 했습니다. 나이 든 잎사귀, 젊은 잎사귀 들이 바스락거리면서 참나무를 돌보는 것을 지켜보는 시선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이 작품 안에 스며 있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또 이런 가족이 어디 있어, 할 수도 있겠으나, 있답니다. 마음을 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어떤 참나무 한그루에게 바치는 서사시라고 여겨주셨으면 합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예기치 않게 길게 주어진 격리의 시절이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각각 도약의 순간에 가닿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이렇게 제 안부를 전합니다.

2021년 봄

책 속에서

P. 7 언젠가 내가 아버지에게 당신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하자 아버지는 내가 무엇을 했다고? 했다. 아버지가 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내가 응수하자 아버지는 한숨을 쉬듯 내뱉었다.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살아냈을 뿐이다,고.

 

P. 16~17 나는 다급한 마음에 어두운 가게에 대고 아버지 아버지…… 불렀다.
살아오는 동안 누군가와 헤어지게 될 때 가끔 그때의 내 목소리를 듣는다.
멈춰 서는 버스를 보며 아버지 아버지, 하고 부르던 다급한 내 목소리. 헤어지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갈 길이 없는 관계에 봉착할 때면 그때 그 신작로에서 아버지, 아버지를 부르던 절박한 내 목소리가 북소리처럼 둥둥둥 머릿속에 울린다. 내가 떠난 후에 그 자리엔 무엇이 남을지 생각할 때도 그때 내가 아버지 나 가요, 소리치며 버스에 올라탄 후 차창 밖에 홀로 남겨진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P. 76 아버지는 어느날의 바람 소리, 어느날의 전쟁, 어느날의 날아가는 새, 어느날의 폭설, 어느날의 살아봐야겠다는 의지,로 겨우 메워져 덩어리진 익명의 존재. 아버지 내면에 억눌려 있는 표현되지 못하고 문드러져 있는 말해지지 않은 것들.

 

P. 196 ?너그들이 먹성이 얼매나 좋으냐. 양석 걱정 없이 살게 된 지가 얼마나 되간? 오늘 저녁밥 먹음서 내일 끼니 걱정을 하며 살었는디. 밥 지을라고 광으로 쌀 푸러 갈 때 쌀독 바닥이 보이는 때도 있었는디. 그 가슴 철렁함을 누가 알겄냐. 쌀독은 점점 바닥을 보이는디 먹성 좋은 자식 여섯이 마구 달려들어봐라, 안 무서운가……
아버지가 삼킨 말을 대신하는 동안 무거워진 생각을 털어내듯 엄마는 곧 생기를 되찾곤 했다.
?무섭기만 했시믄 어찌 매일을 살겄냐. 무섭기도 하고 살어갈 힘이 되기도 허고……

목차

1장. 너, 본 지 오래다

2장. 계속해서 밤을 걸어갈 때

3장. 나무궤짝 안에서

4장. 그에 대해서 말하기

5장. 모든 것이 끝난 그 자리에서도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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