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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지나간 자리에 햇살이

김형영 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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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38223 / 336쪽 139 x 209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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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현실에 저항하고 번민하던 젊은 시인 별안간의 병으로 죽음을 쓰다 모기들은 끝없이 소리를 친다 모기들은 살기 위해 소리를 친다 어둠을 헤매며 더러는 맞아 죽고 더러는 피하면서 모기들은 죽으면서도 소리를 친다 죽음은 곧 사는 길인 듯이 - 「모기」 부분 김형영의 이십대는 시의 언어로 세계와 불화하며 자신의 삶을 규정하고자 분투한 시기였다. 하찮은 모기의 작지만 강한 저항을 의미화했던 김형영의 「모기」는 “자신이 변화를 만들기에 너무 작다고 느껴질 때는 모기와 한 방에서 자보라”라고 말했던 달라이 라마의 격언을 떠올리게도 한다. 이 약한 소리에 담아낸 절박한 의지 때문에 유신 시절 군사 정권은 그의 시집 『모기들은 혼자서도 소리를 친다』(문학과지성사, 1979)를 판금시키기도 하였지만, 김병익은 이 시기 시인의 삶을 반추하며 그럴수록 “지옥을 기웃거리는/한 마리 개똥벌레가 되”어 “죽음만이 우리를 미치게 하는”(「나의 악마주의」) 전율을 관통했다고도 평했다. 죽음은 나의 친구로서 우리는 한통속이고 내가 죽으려 하면 죽음은 오히려 나를 타이르고 그래 나는 그런 죽음이 좋아 날마다 죽음과 더불어 노닥거리고 낄낄거리고 죽음 위에 누워 잠들기도 하는데 떠도는 말들은 여전히 내가 시커먼 죽음 속을 헤맨다고 떠돌아다닌다. - 「떠도는 말들」 부분 그러던 중 시인은 이유 없이 찾아온 ‘조혈모세포 성장 기능 저하증’을 앓게 되었다. 빈혈과 혈소판 감소증으로 생사를 가늠할 수 없던 시기 그의 시에는 죽음의 이미지가 짙게 드리웠다. 소리꾼 장사익이 노래로 불러 널리 알려진 그의 시 「꽃구경」 또한 이 시기에 씌어졌다. 하지만 김형영은 죽음에 짓눌리기보다는 이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죽음아, 내 너한테 가마. [……] 맨발로 너한테 가마”(「나그네 2」)라며 당당히 외친다. 그러던 중 1979년 김형영은 가족과 성당을 찾아 세례를 받고 영성에 관한 시를 다수 창작하기 시작한다. 교리를 깨닫고 체감하자 끝내 이른 자유 자연과의 교감으로 ‘나’를 발견하다 어디로 떠난다 해도 거기 내가 머무나니 님은 나의 두려움 없는 자유라 - 「바람」 전문 종교에 의탁하는 시기에도 김형영은 의탁하고 기복하는 세속 신앙에서 벗어나 교리를 공부하고 신을 탐문하고자 했다. 그가 깨달은 것은 “보이는 것에 희망을 두는 시대가 끝나야 한다”는 것. 하여 문학평론가 한수종은 그의 시에 관하여 “보이지 않는 신을 보고 있고 그래서 헛된 소망을 품지 않는다. 항상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한없이 낮추는 자세로 겸허히 사랑을 나누는 진실된 인간성”이라고 평하기도 하였다. 겸허함과 순박함이라는 자기 본질에 이르러 “두려움 없는 자유”를 찾은 시인이 노년에 접어들며 눈을 돌린 곳은 바로, 자연이었다. 정녕 나무는 내가 안은 게 아니라 나무가 나를 제 몸같이 안아주나니, 산에 오르다 숨이 차거든 나무에 기대어 나무와 함께 나무 안에서 나무와 하나 되어 쉬었다 가자. - 「나무 안에서」 부분 시인에게 자연은 단지 관찰과 향유의 대상이 아닌 ‘나’와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변화하는 계절과 움트는 약한 생명에 주목하며, 김형영은 삶의 근원을 깨달아가는 경지로 나아간다. “신성과 일상의 깊이를 동시에 탐색하는 길에 이르러, 궁극적인 존재 전환의 꿈을 노래하는 실존적 과정”을 거쳐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에서 깊은 근원적 사유와 형이상학적 전율의 세계를 길어 올린 오롯한 결실”(문학평론가 유성호)을 맺은 때가 바로 그의 노년이다. 30년간 월간 『샘터』에서 근무한 출판인이자, 서정주·박목월·김수영의 제자였고, ‘칠십년대’ 동인이며, 한국가톨릭문인회의 일원이었던, 시와 책으로 한평생을 살아낸 김형영의 76년은 시선집과 함께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겨울이 지나간 자리에 햇살이” 비춰오듯, 새봄 그의 시는 독자들과 함께 다시 꽃을 피우리라 믿어본다.

저자 소개

  • 저자 : 김형영
저자 : 김형영
시인. 1944년 전북 부안에서 태어나 1966년 『문학춘추』 신인 작품 모집, 1967년 문공부 신인예술상에 각각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칠십년대’ 동인으로 활동했다. 시집 『침묵의 무늬』 『모기들은 혼자서도 소리를 친다』 『다른 하늘이 열릴 때』 『기다림이 끝나는 날에도』 『새벽달처럼』 『홀로 울게 하소서』 『낮은 수평선』 『나무 안에서』 『땅을 여는 꽃들』 『화살시편』, 시선집 『내가 당신을 얼마나 꿈꾸었으면』, 한영 대역 시집 『In the Tree』가 있다. 현대문학상, 한국시협상, 한국가톨릭문학상, 육사시문학상, 구상문학상, 박두진문학상, 신석초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21년 2월 향년 7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머리말

계획 없이 살아도 편안한 나이가 된 것 같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 태어나고 사라지는 생명들과의 교감 그리고 가끔 거기서 얻은 감동을 시로 꽃피우는 즐거움, 그 은총이야 말해 무엇하리.
돌아보면 제멋에 취해 덤벙대던 젊은 날의 멋도?좀 서툴긴 했어도?그 나름대로 멋이 있었지만, 무언가에 매어 사는 것 또한 그 못지않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 내가 그렇게 매인 듯 풀린 듯 계획 없이 살고 있다.

아, 복된 탓이여.

2021년 2월

목차

시인의 말

1966~1979
서시/귀면鬼面/잠시 혼자서/네 개의 부르짖음/나의 악마주의/벌레/뱀/달아, 높이높이 돋아서/야경/만월/선풍기/형성기/개구리/올빼미, 밤을 기다리다/지렁이/모기/풍뎅이/이 몸 바람 되어/내 가슴에 가슴을 댄/갈매기/내가 당신을 얼마나 꿈꾸었으면/나는 네 곁에 있고 싶구나/능구렁이/그대는 문전에/부처/기다림 이후/인동忍冬/달밤/동행/저승길을 갈 때는/지는 달

1980~1992
가을 물소리/우리들의 하늘/떠도는 말들/오늘 밤은 굿을 해야지/나이 40에/나그네 1/나그네 2/나그네 4/겨울 풍경/가을은/꽃구경/배추꽃의 부활/꽃밭에서/엉겅퀴/목련 1/목련 2/별 하나/귓속말/내일은/통회시편 1/통회시편 2/통회시편 5/통회시편 6/상리 1/일기/차 한잔/내가 드는 마지막 잔을/나이 마흔이 넘어서도/기다림이 끝나는 날에도/모래밭에서/너는 누구/아무리 화가 나시더라도/흐르는 물에서는/천년 자란 나무/아멘/나그네 8/만약에/변산 난초

1993~2004
부안扶安/무엇을 보려고/소래사/덕담/압록강/새벽달처럼/하늘과 땅 사이에/독백/인생/이제 한 번 더/화창하신 웃음/3막 5장/나를 깨워다오 닭아/들을 귀가 있으면 들으시라/비틀거리는 삶/눈물/그날/이름/누구신가 당신은/행복/알긴 뭘 알아/사랑의 꽃, 부활이여/네가 켜는 촛불은/엠마오로 가는 길에/저녁 연기/가라지/평화/네가 죄로 죽으니/바람/전야前夜/평화의 텃밭/떠나는 것은/자화상/수호천사/홀로 울게 하소서/호화 무덤/내 인생의 절반은/노루귀꽃/가을 하늘/수평선 1/올해의 목련꽃/촛불 하나/봄, 일어서다/고해성사/밤눈/거울 앞에서 1/거울 앞서 2/수평선 2/수평선 3/나/너!/어머니 마리아/지금도 세상은/거짓말/주님 안아보리라/쓸모없는 나무/변산 바람꽃/행복합니다

2005~2019
마음이 흔들릴 때/산책/꽃을 찾아서/생명의 노래/나무 안에서/시골 사람들은/늘 푸른 소나무/우리는 떠돌아도/누가 뿌렸나/양파/수면水面 2/무명씨無名氏/이것이 나였구나/내 그림자에게/당신이나 나는/날마다 생일날/너와 나 사이/엘 그레코의 「베드로의 눈물」/바보 웃음의 향기 하늘에도 퍼져라/나팔꽃/옆길/교감/쉬었다 가자/무에 대하여/땅을 여는 꽃들/I love you/조금 취해서/오늘은 당신 없이/봄·봄·봄/나무를 통해서/지금 여기에/밤/우리 동네/이웃/꿈/높바람/눈이 오시는 날/짝사랑/너 어디 있었나/바위와 꽃나무/양파와 쪽파/꿈을 찾아서/헛것을 따라다니다/사랑의 신비/제4과/건들대봐/큰일이다, 아/그 시간/시를 쓴다는 것/시/호號 이야기/오후 3시에/지금 피는 꽃은/우리의 꿈/제멋에 취해/수평선 9/그래도 봄을 믿어 봐꽃아/고래의 노래로 사랑의 등불을 켜다오/돌아가자/낙조대의 석양이여/채석강/내가 죽거든/뜸부기/화살시편 1/화살시편 2/화살시편 3/화살시편 4/화살시편 5/화살시편 6/화살시편 7/화살시편 8/화살시편 9/화살시편 10/화살시편 11/화살시편 12/화살시편 17/화살시편 18/화살시편 21/화살시편 24/화살시편 25/화살시편 27/화살시편 29/화살시편 30/화살시편 32

해설“평생이 이 순간임을,”_김병익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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