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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사쿠라기 시노 장편소설

사쿠라기 시노 저 | 이정민 역 | 몽실북스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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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9178321 / 280쪽 140 x 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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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욕심과 질투, 의심이라는 감정의 숙제 속에서 오늘도 부부가 되어 갑니다 노부요시는 서양 핑크 영화, 흔히 말하는 에로 영화로 영사 기술을 익혔다. 그 까닭은 미숙하여 중간에 영화가 끊기더라도 크게 불평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한창 영사기사로 일하던 당시 자주 영화에 등장하던 여배우와 어느 날 마주하는 기회가 생긴다. 단체 행사이건만 그녀와 같은 공기를 마시고 술잔을 기울이고 싶은 마음에 저속한 생각이 섞여 있지는 않은지 자문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그녀가 영화 속에서 말했던 ‘남자와 여자 사이에 있는 건 전부 세리머니야, 의례 같은 거지’라는 말을 되뇌인다. 그날 밤 아내를 안을 때도 ‘세리머니’라는 말을 지우지 못한다. 영사 일이 들어와 노부요시가 지방에서 하루 묵고 오기로 한 날, 사유미는 노부요시의 부재에 쓸쓸함을 느낀다. 홀로 발포주 두 캔을 마시다 충동적으로 노부요시의 노트북을 열고 말았다. 메일에서 여자 이름을 발견하자 견딜 수 없는 불안과 질투가 밀려왔다. 출장에서 돌아온 노부요시에게서 달라진 점이 없는지 부자연스러운 점이 없는지 찾으려는 자신을 자책한다. 마침 갑작스레 일을 그만둔 진료소 선배를 찾아갔다가 그녀가 24년간, 결혼 없이 함께한 남자와 허무하게 헤어진 이야기를 듣는다. 선배는 사유미에게 부부 싸움을 실컷해 보라고 자신의 후회를 고백한다. 그날 저녁 사유미는 노부요시에게 스키야키를 맛있게 차려주고 건강한 부부 싸움을 한다. 허무한 오해였던 것으로 일단락되고 사유미는 이 사람, 노부요시와 함께할 미래를 그려 볼 수 있다는 행복감에 휩싸인다. 이후에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1년 동안 방치되어 있던 집을 고쳐 살기로 하면서 해묵은 노부요시의 감정이 흔들리는 일이나, 사유미가 새롭게 옮긴 개인병원에서 만난 환자가 단 한 번 밤을 함께 보냈던 남자에게 전하는 편지를 대필하게 되거나 갑작스럽게 두 사람의 보금자리에 들이닥친 노부요시의 동창에게 사유미가 질투는 느끼는 등 느닷없는 감정의 숙제를 맞닥뜨리지만 노부요시와 사유미는 그들만의 호흡으로 시간을 들여 천천히, 조금 더 단단한 부부가 되어 간다. \t노부요시도 조금 전에 집에 왔다고 한다. 그가 부엌에서 손 씻는 모습을 보니 뭐 하러 씻나 하는 생각이 들어 또 짜증이 솟구쳤다. 옆에서 손을 뻗자 노부요시가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고 자리를 양보했다. \t평소와 같은 태도와 행동. 사유미가 말을 걸지 않자 묵묵히 식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 그 여자에 대해서는 오기로라도 묻지 않았다. \t쌀을 씻어 물을 맞추고 밥솥 전원을 켠 다음 노부요시가 말했다. \t“호흡이 얕네.” \t사유미는 홧김에 크게 심호흡을 했다. _본문 중에서 \t“동네 슈퍼에 갔는데, 어떤 여자가 슈퍼 입구에 앉아 벌레를 한 마리씩 잡아서 수풀에 던지고 있더군요.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다 여자가 일어섰을 때 뭘 한 거냐고 물었습니다.” \t“그것참 용기가 필요했겠네요.” \t“네, 제가 생각해도 용케 말을 걸었구나 싶습니다.” \t굳이 어머니에게 사유미와의 첫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처음으로 ‘닳고 닳지 않은 여자’에게 반한 날의 일은 노부요시의 인생에 얼마 없는 찬란한 기억이었다. \t_본문 중에서

저자 소개

  • 저자 : 사쿠라기 시노
저자 : 사쿠라기 시노 ?木紫乃
1965년 일본 홋카이도 구시로 시(市)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때 홋카이도 출신 작가 하라다 야스코의 『만가』를 접하고, 평소 무심히 스쳐 지나간 풍경도 작가의 눈을 통하면 이렇게 바뀔 수 있구나 감탄하면서 문학에 눈을 떴다. 고등학교 때 문예반에서 활동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법원에서 타이피스트로 근무하다가 스물네 살에 결혼하면서 전업주부가 되었다. 남편의 전근을 따라 구시로, 아바시리, 루모이 등 홋카이도 각지를 옮겨 다녔고 둘째 아이를 출산한 뒤 오래전 하라다 야스코가 활동한 문예지 《홋카이 문학》의 동인으로 활동하며 다시 소설을 공부했다. 북녘 혹한의 홋카이도는 사쿠라기 문학의 밑바탕이 되어 작품 대부분이 홋카이도, 특히 구시로시 주변을 무대로 하고 있다.
2002년 단편 「설충」으로 제82회 올요미모노 신인상을 수상하고 2007년에 첫 소설집 『빙평선』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2013년 『러브리스』로 제19회 시마세 연애문학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 『호텔 로열』로 제149회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신인상을 수상한 지 10여 년 만이었다.
그 밖의 작품으로 『유리 갈대』 『굽이치는 달』 『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 『순수의 영역』 등이 있다.
가나자와 이요(金澤 伊代)라는 필명으로 시인으로도 활동 중이다.

역자 : 이정민
출판 및 일본어 전공. 일본 도쿄의 회계사무소에서 인턴십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귀국 후에는 일본인 주재원의 전속 통역으로 근무하며 한국어와 일본어의 차이와 사이에 매료되었다. 현재 재미있고 감동적인 작품을 기획 및 소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역서로는 『슬로하이츠의 신』 『아침이 온다』 『신의 아이』 『눈의 소철나무』 『요철』 『최저』 『언덕 중간의 집』 등이 있다.

머리말

 

책 속에서

p.38 : 노부요시는 로비에서 보이는 넓기만 한 하늘에 풀어질 것 같은 데루와의 시간을 돌이켜 봤다.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하고 누구를 위로하지도 않는 시간이었다.
어머니는 무사히 ‘저세상’에 도착했을까.

p.102 : 『행사 주최자하고 밥 먹고 왔어. 이제 자려고. 역시 바닷가는 바람이 차네. 감기 조심해.』
건조한 내용에 왠지 안심하면서 바닷가에 있는 노부요시가 감기 조심하라는 문자를 보낸 것이 우스웠다. 발포주를 마지막 한 모금까지 다 마셨는데도 어묵이 하나 남았다. 답장을 보내고 냉장고에서 한 캔 더 꺼냈다. 알딸딸한 기분만으로는 잠들지 못한다. 서로 몸이 떨어져 있을 때는 노부요시도 자신처럼 춥다고 믿고 싶다.

p.141 : 아버지가 떠난 뒤 어머니가 얼마나 괴팍하게 살았는지를 남겨진 쓰레기 더미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말년의 어머니는 사는 것에도 죽는 것에도 관심이 없는 듯했다.
아들과 함께 일주일에 한 번 병원에 다니는 노인의 나날이 행복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사유미가 말했듯이 여기서 죽은 아버지와 함께 살아왔다면 어머니는 결코 고독하지는 않았으리라.
식료품을 2인분 구입하기 위해 값싼 것을 고르고, 음식도 2인분씩 만들었다가 대부분 버리는 나날을 상상해 본다. 음식물을 버릴 때의 고통보다 구입하는 것으로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완고함을 생각했다. 혼자가 된 데루가 그 후에도 완고하게 계속 아버지와 둘이서 살았다고 생각하면 지금 눈에 보이는 이 빛바랜 풍경에도 원래의 빛이 되돌아온다.

p.115 : “선물해 준 빵 같이 먹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
사유미는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
멜론빵의 겉면은 처음에는 바삭한 식감과 은은한 단맛이 퍼지며 입 속에서 녹더니 속살과 어우러져 목구멍을 넘어갔다. 남자와 여자도 이런 식이면 안 되는 걸까.

p.118 : “다카타 히로코 씨가 누구죠?”
노부요시의 표정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과 보고 싶지 않은 마음. 가슴에 두 가지 마음을 품는 것은 역시 무거웠다. 이 무게를 나누어 지기 위해 지금껏 관계를 쌓아 왔다고 믿고 싶다.

p.170 : 보상받는 것, 그렇지 않은 것, 찬가할 만한 사랑의 모양을 떠올려 보지만 상이 잘 맺어지지 않았다. 어제보다 나을 것 없는 두 사람의 하루하루에도 ‘사랑의 찬가’가 낭랑하게 흐르고 있다고 믿고 싶다.

p.186 : “자유라는 건 의외로 기댈 곳 하나 없는 거였네.”
오카다가 파트리스 르꽁트 감독의 《미용사의 남편(1990년에 제작된 프랑스 영화. 원제는 ‘Le Mari De La Coiffeuse’, 한국어 제목은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의 대사를 인용했다.
--인간은 행복하기만 해서는 살아갈 수 없는 욕심 많은 동물이다.

p.213 : “낮술이라 그런지 취하네.”
“응. 그래도 맛있다.”
노부요시가 사유미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툭 내뱉었다.
“메밀국숫집에서 당신하고 이걸 마시고 싶었어.”

목차

1. 귀뚜라미 7
2. 가족 여행 39
3. 영화 팬 69
4. 미안, 좋아해 95
5. 꿰매기 121
6. 남과 여 147
7. 비밀 171
8. 휴일 전날 밤 199
9. 이상적인 사람 225
10. 행복론 251

옮긴이의 말 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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