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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유지수 산문집

유지수 저 | 히읏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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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7087516 / 190쪽 127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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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 저자 : 유지수
저자 : 유지수
골몰하기를 좋아하는 사람.
사랑에 빠지만 동시에 우울해지기도 한다.
참솜이라는 밴드에서 노래하고 곡을 쓴다.

책 속에서

네가 맘에 들어찬 이후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 순간순간 느껴지는 감정들을 곰곰이 생각하고 글로 옮겨 적는다는 것은, 어려우면서도 가끔은 가슴이 아리도록 뿌듯한 일인 것 같아. 생각을 글로 옮기지 못하면 결국 사유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말을 좋아해. 너는 생각을, 감정을, 느낌을 글로 옮기고 말로 내뱉도록 만드는 사람이야. 너의 목소리를 듣고 싶고. 만나고 싶고. 눈빛을 보고 싶어. 너를 빈틈없이 아껴.

-21쪽, 〈일기의 주인〉

서른에 가까워져서야 비로소 카멜레온의 탈을 벗고 ‘나’로서 존재한다. 잔잔하지만 확고하게. 옛말에는 서른을 이립(而立)이라 했다. 뜻을 세워 흔들림 없는 나이. 그 말이 조금은 맞는 것 같아 엷은 미소를 짓는다. 더 이상은 남을 흉내 내지 말고 나로서 흔들림 없이 존재하고 싶다. 상처 주는 이와 마주 앉아 가면 쓴 대화로 마음을 어지럽히는 일은 그만두고, 아끼는 이와 말간 맨얼굴 같은 대화를 소복소복 쌓을 수 있으면 좋겠다.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건드리면서. 서로의 시간에 맺힌 결정을 경이롭게 발견하면서.
-22~25쪽, 〈카멜레온의 탈〉

젠장, 세상엔 왜 남녀 사이에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 걸까? 당황과 황당이 뒤섞인 눈빛을 마주하고 나면 며칠은 가만히 무언가를 하다가도 머리를 쥐어박고, 양치를 하려다 마주친 얼굴에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저 친구로 다가오는 거였다면 필요 이상으로 다정하고 친절하게 굴지를 말지. 사람도 잃고, 결국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는 그 상황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아서 단순한 호의를 호감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없도록 경계하기 시작했다.
-30~33쪽, 〈호감과 호의 사이〉

정말 힘든 사람에게는 힘내라는 말조차도 폭력으로 느껴진다는 말이 떠올라서 너를 앞에 두고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 침묵은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었어. 무슨 말을 해야 너를 위로할 수 있을지 알지 못해서였어.
-38쪽, 〈멈칫〉

서로 애처럼 좋아해서 사귀는 그런 일은 이제 잘 없다는 거 알아. 그럼 이제부터 겪어야 할 어른의 연애라는 건 이다지도 보잘것없는 걸까, 비겁하고. ‘그냥 안 맞았어.’, 그 한마디면 끝날 사이. 그게 다인 걸까? 이 나이엔 다 그런 거지, 하고 넘겨야 하는 걸까? 나는 아직도 사랑이 어려워. 사랑이 뭔지는 몰라도 내가 곁을 내어주는 건 너뿐인 건데. 내가 파고드는 이불은 네 것뿐인 건데. 그거 하나는 분명한데.
-192-195쪽, 〈신발장 앞에 가만히 서서〉

그러니 지금의 삶을 부정하고 꿈같은 진짜 삶이 있을 거라 믿는 사람이 있다면, 꿈 깨시라. 그 이상적인 삶은 결국 당신이 살고 있는 삶 위에 세워져야 하니까. ‘진짜’ 삶은 그대의 구구절절한 아픔 그 자체이며 그것을 치유해나가는 것이 곧 생(生)의 전개이다. 그러니 현실에서 도망치지 말기를, 현실이 제안한 기회를 붙잡고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나갈 용기를 내시길. 당신의 심정을 아는 사람으로서 감히 바란다.
-122~125쪽, 〈진짜 삶을 꿈꾸는 당신에게 부치는 편지〉

그는 내게 정상적인 일을 하라고 했다.
저기요. 그럼 내가 하는 일은 비정상적이야?
-128쪽, 〈비정상〉

너는 등을 내어주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잖아. 등을 돌린다는 건 자주 또 가끔 섬뜩한 일인데 너는 그게 아니니까. 가만히 손을 얹고 등 너머에 있는 너의 마음을 헤아려보곤 해. 그러다 결국은, 아, 모르겠다. 하면서 그냥 끌어안고 말지. 너무 많은 생각은 결국 독이 되더라니까. 그냥 지금 우리가 좋아. 이렇게 같이 있는 시간이 좋아. 얼마나 오래 너의 등에 내 몸을 포갤 수 있을진 몰라도, 이렇게 오래오래 있을래.
-168~170쪽, 〈등〉

목차

1장 일기의 주인
중이염
흔적
붕어빵
가을비 단상
일기의 주인
카멜레온의 탈
이상한 꿈
외로움 단상
호감과 호의 사이
왜 그래요
파리의 고슴도치
멈칫
맥주 한잔에 대한 갈증
어린 시절의 여름밤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
가만히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어떤 대화
토닥토닥
Easy Care

2장 외동 같다는 말
엄마의 전자레인지
2016년 여름
고양이 특수요원 망치
서울살이
서울 살기를 고집하는 이유
망원동 찬가
돈은 무서워
신발장 앞에 가만히 서서
병 주고 약 주고
호모 루덴스
잿밥
방만 남겨 놔요
외동 같다는 말
밑거름
안부
기일
문장을 기다리는 시간
끊임없이 돌아가는
햇볕 드는 곳
영화를 처음 보던 날
어떻게 된 거냐면
진짜 삶을 꿈꾸는 당신에게 부치는 편지

3장 시시하고도 구체적인 위로
비정상
꽃을 선물하는 연인
반송
뿔
타이밍
성당
나의 커피 일대기
족발을 먹는 날이면 나는 조금 웃게 된다
S에게
설원으로
墨(묵)
다른 무엇도 아닌, 취향의 자유
여기에 야가 어딨어요?
붓
다정
등
와르르
나중에
지나가는 마음
결국엔 노력
나의 윌슨, 아보카도
생채기
일기의 주인 2
시련
나무
시시하고도 구체적인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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