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구간

사라진 포도월

임은주 저 | 한국문연 | 2020년 12월

북트리

정가
$20.00
판매가
$11.00 (45%↓) 최저가 보상
적립금
$0.22 (2%P)
출고예상일
2026년 10월 10일 수령예상일 안내
재고수
인터넷(2)
북카트 담기 바로구매하기 위시리스트담기

평점 -  ·  리뷰 0

리뷰 쓰기

북셀프

1시간도 길다! 5분만에 OK! 매장에서 직넙 책을 찾아가세요. 500원 추가적립!(선착순 천명/일)

가능매장 : 신세계강남점, 롯데스타시티점, 여의도신영증권점

북셀프로 구매하기 북셀프란?

ISBN : 9788961042765 / 128쪽 136 x 216 (㎜)

이 상품에 궁금하신점이 있으세요? 1:1상담문의

추천inside
Adobe Flash Player 가져오기

이 분야의 베스트셀러

아래의 도서와 구매하시면 이 도서들의 적립금을 즉시적용해 드립니다.

  • 16,200
  • 19,800
  • 15,300
  • 16,830

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 저자 : 임은주
저자 : 임은주
김포에서 출생했다. 한국방송통신대 국문과를 졸업했고,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 2009년 부천신인문학상을 수상하였고, 동작문화학교 문학반 동인으로 활동했다. 『시와 표현』으로 등단하였으며, 2019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었다. 현재 부천 신인문학상 운영위원, 한국작가회의 부천시인 회원과 부천작가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머리말

[ 시인의 말 ]

 

아플 때 슬플 때 그리울 때, 글을 만났다. 어딘지 모르고 가는 길에서 길이 생겼다. 어려움에 처할수록 좋은 글을 쓰며 이겨내라 기다려주신 스승님, 그리고
나의 하나님께 부끄러운 허물이다.

산다는 것, 지나간 모든 것은 슬픔이다. 죽음을 향해 가는 누구나가 이 길을 피해가지 못한다. 다만 새로 맞닥뜨리는 슬픔을 갈아입으면서 한 걸음씩 주어진 길을 걷는다.

걷다가 만난 개안(開眼)이 되어 준 소중했던 인연들의 부축에 감사하다.

2020년 포도월
임은주

 

책 속에서

별은 그렇게 태어나는 거란다

솜털에 싸인 어린 포도알이 나무의 배 안에 있었을 때 농약 입자에 컴컴하게 저물어버린 아버지 그 그늘을 딛고 갈수록 탐스러워지는 포도알들

진한 보르도액에도 흰 가루 벌레가 구멍 속에 알을 낳아 캄캄한 구멍 밖으로 쏟아져 내린 포도알들, 석회황합제 시기를 놓친 잎사귀가 입덧으로 하얗게 떨어졌다

아픈 포도산이 빠져나간 자리에 포도당이 주입되고 침상에 묶여 혀에서부터 흰가루병이 번져 기침을 할 때마다 거즈에 묻어나는 백색 입자들, 오므린 배 옆으로 냈던 장루는 묶음 풀린 바람의 흉터로 남고 소변이 흥건한 침대보를 세 차례 갈아입히며 간밤에 수많은 별을 보내고도 가지런한 크리스마스의 아침

백화 핀 언덕에 안개크림을 바르며 오빠가 말했다
― 언덕배기 포도밭은 집터 위 공장장 이 씨 손에 넘어간단다

뿌리가 약한 아버지를 어느 요양원에 심겨드려야 하는지 바람 든 잇몸을 놓치고 깊숙한 서랍에서 잠든 틀니처럼 포도밭 고랑에는 이미 기름 묻은 녹물이 둥둥 떠다닌다.

포도나무가 제 몸의 빛을 모으려고 진통하는 밤 분무 안개에 흠뻑 젖은 두 발목을 포도밭에 심고 아버지는 휴면에 들어갔다

포도송이로도 빛날 수 없었던 시간들이 수만 평 밤하늘에 주렁주렁 거꾸로 매달릴 때마다 한별, 또 한별의 고른 치열로 뿌옇게 빛나는 은하

― 아가 조금만, 조금만 더 노래를 불러주렴 넝쿨손들이 목책을 훌쩍 뛰어넘는 밤이야, 흰 돌 박힌 눈을 씻어 낼 어둠이 없었다면 애써 별들의 죽은 휴면을 어떻게 흔들어 깨우겠니?

 

복숭아 향기는 둥둥

엄마를 빠져나온 여섯 얼굴들, 요강 둘레에 다 모여 앉았네 세상을 등진 두 오빠도 둥둥, 방 안 가득 떠다니는 지린내를 지우려 복숭아 통조림을 팡팡 따네 엄마 입속에 물컹한 살점 한 수저 들어가네

엄마를 혼자 둔 채 일 나갔던 날 반경 일 미터도 안 되는 문간방과 화장실 사이, 엄마 손을 노끈으로 연결했네 빈집에서 변소 찾아 헤매던 엄마, 온몸에 노끈을 친친 감고 장롱 서랍 열고 오줌을 누셨네

― 나는 옆집 아줌만데요, 옷소매 푹 젖은 이 사람은 누구?

내 목소리를 더듬던 엄마

― 아녀, 안 속는다, 니가 막내지, 누구여!

엄마는 정신줄 돌아온 귀로 사람을 읽어내는 것도 잠시다

― 우리 둘째도 이제 서른이여!

오십 줄 작은 오라비 걱정이 서른에서 멈췄다 서랍 속 기억이 푹 젖는 동안 코를 움켜쥐는 손들, 서랍이 아주 어긋났다고 열리지 않는 엄마, 복숭아조각을 오물거리던 입에서 죽은 두 오빠가 튀어나오네, 검버섯 뒤덮인 엄마가 다시 덜컹거리네 아아, 복숭아 시취는 둥둥

 

경운기를 부검하다

그는 차디찬 쇳덩이로 돌아갔다
움직이지 못할 때의 무게는 더 큰 허공이다
돌발적인 사건을 끌고 온 아침의 얼굴이
피를 묻힌 장갑이 단서를 찾고 일순 열 손가락이 긴장한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망치와 드릴이 달려들어
서둘러 몸을 빠져나간 속도를 심문한다
평생 기름밥을 먹은 늙은 부검의와
주인 앞에 놓인 식은 몸을,
날이 선 늦가을 바람과 졸음이 각을 뜨는 순간
그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진흙탕과 좁은 논둑길이 나타난다

미궁을 건너온 사인(死因)에 집중한다
붉게 녹슨 등짝엔 논밭을 뒤집고 들판을 실어 나른
흔적이 보인다 심장충격기에도 반응이 없는 엔진
오랫동안 노동에 시달린 혹사의 흔적이 발견되고
탈, 탈, 탈, 더 털릴 들판도 없이
홀로 20,000km를 달려 온 바퀴엔
갈라진 뒤꿈치의 무늬가 찍혀 있다

가만히 지나간 시간을 만지면
그 속에 갇힌 울음이 시커멓게 묻어나온다
소의 목에서 흘러나온 선지 같은 기름이 왈칵 쏟아진다
임종의 안쪽에는 어느새 검은 멍이 튼튼히 자리 잡았다
길이 간절할 때마다 울음이 작동되지 못하고
툴툴거린 흔적이다
죽어도 사흘 동안 귀는 열려 있다는 말을 꼭 움켜쥔
얼굴의 피멍이 희미한 눈빛부터 쓸어내렸다

이제 습골(拾骨)의 시간이다
정든 과수원 나무들이 마지막 악수를 청했는지
뼈마디마다 주저흔이 보인다고
기름 묻은 손이 넌지시 일러주었다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경운기를 부검하다

갯골 솟대 12
경운기를 부검하다 14
사라진 포도월 16
동박새 한 쌍 19
답장 사이로 20
잠에 승선하다 22
오솔길에 흰 자작나무 24
목소리가 둥둥 떠다니는 계절 26
폭설은 어쩌면 흰 뼈 28
18세 30
봄밤의 세수 32
아버지를 지우다 34

제2부 파밭으로 너울너울

멸치들은 어른이 되고 38
오월, 오동도 40
달팽이 42
묵을 보면 받들고 싶어진다 44
즈믄 46
오령(五齡) 48
철없는 태엽 50
세탁일기 52
복숭아 향기는 둥둥 54
파밭으로 너울너울 56
단지 58
오이지 60

제3부 부축

파랑새는 없다 64
버려진 꽃다발을 안다 65
겁 66
기러기 매미로 울다 68
끝날 때까지 아프리카 70
부축 72
이사 74
물든다는 것 76
포도원 78
사각지대 80
안녕이란 동행 82
기상도 84

제4부 별은 그렇게 태어나는 거란다

별은 그렇게 태어나는 거란다 86
물의 잠을 위한 아르페지오 88
열일곱 90
불타는 이글루 92
점자 읽는 밤 94
백접(白蝶) 96
오래된 그릇 98
모자(母子) 100
귀만 죽었다 102
아내의 마흔 104
먹구름 온 후 106
手巾 108

▨ 임은주의 시세계 | 고봉준 112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