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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할 때 우리는

김한아 저 | 알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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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9923234 / 268쪽 130 x 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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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세밀하게 포착한 십 대들의 사랑 이야기 “사랑을 말할 때 우리들은 이런 모습일 거라고.” 김한아는 《사랑을 말할 때 우리는》에서 청소년들을 주변인이 아닌 삶의 주체로 그린다. 각 작품들에서 성장 소설의 분위기가 강하지 않은 이유다. 작품 안의 십 대들은 외부 요인에 민감하기는 하지만 위기가 닥쳤을 때 스스로 답을 찾으려 애쓰며 조력자도 자신의 판단으로 찾아낸다. 저자가 바라보는 십 대 청소년들은 더 나아져야 할 미완의 존재가 아니라 이미 하나의 세계다. 그렇기에 그들은 당당히 사랑을 말한다. “이 사랑은 퀴어의 형태로 존재하기에 낯설고 두렵고 들끓고 뜨겁고 위험하고 조심스럽”(장은수)지만 작가의 따뜻한 필치와 만나 마음을 사로잡는다(〈사랑을 말할 때 우리는〉). 남다른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깨달은 아이들은 또래 집단에서 놀림감이 되고 어른들의 반대에 부딪히지만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당당히 자신들의 사랑을 밝힌다. 이러한 이야기 구조는 퀴어의 사랑을 보편타당한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성 소수자가 더 이상 소수자로 불리지 않기를 바라는 저자의 소망을 담아낸다. 김한아는 청소년들과 다년간의 밀접한 소통을 바탕으로 작품 속에 십 대들이 겪는 심리적·물리적 고립과 우울, 자살 문제 등을 깊이 있게 녹여냈으며(〈어리고 젊고 늙은 그녀들, 스미다〉,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이들이 외면받는 현실을 핍진하게 담아낸다.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편견에 타협하지 않으며 자신 앞에 놓인 벽에 맞서 부딪히고 깨지고 좌절하기도 하는데 여기서 조력자로 등장하는 다양한 어른들의 모습은 우리가 어떤 어른이어야 할지를 고민하게 한다. 고고학을 통해 상처를 딛고 서는 극복의 서사 “인간의 삶에 대해 흙만큼 예민하게 기억하고 있는 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사랑을 말할 때 우리는》의 네 작품에는 공통적으로 ‘고고학’이 키워드로 등장한다. 고고학은 인물들이 서로 관계를 맺는 데 기여한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는〉에서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건네는 담임 교사 ‘양소영’은 고고학 발굴장에서 평생의 친구를 만나며 주인공인 여름과 한나는 ‘옹관 타임캡슐’을 만들고 고고학 박물관 유물에서 자신과 닮은 옛 사람의 흔적을 발견한다. 〈어리고 젊고 늙은 그녀들, 스미다〉에서는 실험 고고학이 트랜스젠더 스미 씨와, 재혼한 아버지를 떠나 온 해림이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매개가 되며 〈우리들의 우리들〉 속 생활력 강한 고등학생 푸른하늘은 흙에 애착을 보이다 고고학에 관심을 갖게 된다. 마지막 작품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에서는 그 역할이 절정을 이루어 강희는 자신의 슬픔을 알아챈 ‘정아’의 권유로 시작한 발굴 작업을 통해 자신과 자신을 떠난 친구의 상처를 돌아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첫걸음을 뗀다. 저자 김한아가 작품에 녹인 고고학의 의미는 “인간의 삶에 대해 흙만큼 예민하게 기억하고 있는 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물론 인간만큼 끈질기게 흔적을 남기는 동물도 없고”라는 정아의 대사로 응축된다. 흙 한 줌, 모래 한 알 한 알을 톺아보며 옛 사람의 삶을 떠올리는 고고학은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와 마주하고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고고학을 체험하는 작품 속 인물들은 지난날의 상실, 후회, 비탄과 맞닥뜨리고 이를 충분히 겪어낸 후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 방향은 결국 사랑하는 길이다. 흙을 만지며 상처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랑하는 법을 익혀 기어코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긴 여

저자 소개

  • 저자 : 김한아
저자 : 김한아
대학교에서 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고고학과 인류학을 공부했다. 2012년 단편 소설 〈안녕하세요, 그에게 인사했다〉로 제10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수상했다.

책 속에서

P. 9~10 한나가 교무실 문 앞에 섰을 때였다. 안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양소영 선생 막 입고 다니는 건 여전해. 요새 애들, 선생들 옷 브랜드 귀신같이 알아내는데.”
못마땅하다는 투의 목소리였다.
“폭탄 처리반이잖아요. 묵언수행 중이랍니다, 그 아이. 뭐 우리한텐 좋은 일이지요.”
울림통이 큰 목소리였다.
양소영 선생이라면 한나의 담임이 될 사람이다. 폭탄이라면 자신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걸 한나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한나는 안에서 하는 이야기 소리가 멈추자 노크를 하고 교무실 문을 열었다. 입구 쪽을 바라보고 있던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다. 덩치가 큰 선생님은 한나를 보자마자 묵언수행 중인 전학생인 걸 알아본 모양이었다. 아무런 말없이 수어를 하는 사람처럼 유리창 근처에 뒷모습을 보이고 있는 사람을 가리켰다. 그 사람은 상체를 숙이고 엉덩이를 뒤로 뺀 자세를 하고 있었고, 까맣고 긴 생머리는 물결 모양을 이루며 허리께까지 늘어져 있었다. 큰 책상이 하체를 가리고 있어서 한나가 가까이 다가갔을 때에야, 몸 전체가 보였다. 양소영 선생은 한쪽 귀에 전화기를 낀 채 뭔가를 적고 있었다
_<사랑을 말할 때 우리는> 


P. 42 여름의 머리는 지난 주 내내 유교 걸이 보기 좋은 머리라고 칭찬했던 것에서 투 블록 커트로 바뀌었다. 수학 시간 유교 걸은 여름의 짧은 단발을 보며 뿌듯한 미소를 보였고 여름이 가장 어렵다고 하는 문제를 가볍게 풀어나갈 때는 여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수진이 “또라이 년”이라고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한나는 들을 수 있었다.
여름은 주머니에서 조그만 스프레이를 꺼내 머리에 뿌리며 말했다.
“정전기 때문에. 레몬즙으로 만든 거야. 냄새 괜찮지?”
여름의 머리에 수많은 물방울이 내려앉았다. 여름이 손가락 빗질을 할 때마다 레몬향이 났다. 여름의 둥글게 솟은 이마와 끝이 적당히 둥그스름한 코와 날씬한 목선과 선명한 목젖이 드러났다. 탄산의 기포처럼 스르르 올라오는 청량한 느낌이었다.
_<사랑을 말할 때 우리는> 


P. 52 “나야? 정말 날 그려준 거야? 정말 기분 좋다. 네가 나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거잖아. 이 그림 완전 마음에 들어.”
“그만 돌려줘”
한나는 말을 할 때 가늘게 떨리는 자기 목소리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싫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네 목소리 이런 거였구나.”
여름이 살짝 웃었다. 비웃는 것 같았다. 한나가 여름의 손에 있는 스케치 노트를 확 잡아챘을 때 갑자기 여름이 비명을 지르며 코를 감쌌다. 책상 위에 있던 목탄 케이스 뚜껑이 열려 목탄들이 여기저기로 튕겨져 나갔다. 그때 아이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여름을 찾던 무리들이 눈앞에 벌어져 있는 상황에 만들어내는 소리는 전기주전자 물 끓는 소리 같았다
_<사랑을 말할 때 우리는> 


P. 80 책에 씌어 있는 말이었다. 동성을 좋아하는 감정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는 지침이 있었다.
처음 여름이 상담을 해왔을 때 소영은 적잖이 당황해 여름의 이야기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고 수학 선생까지 끼어드는 바람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었다. 지난 방학 동안 공부를 한 소영은 해줄 말이 생겼다.
“다요. 안 좋은 걸 이야기해보라고 한다면 없는 것 같아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참 좋네. 너 정말 행복해 보여.”
“그냥 잘 해주고 싶어요. 집에 가서도 자꾸 생각나고. 그 아일 생각하면 그냥 웃음만 나와요. 그 아이 목소리는 뭔가 그립게 만들어요.”
_<사랑을 말할 때 우리는> 

목차

사랑을 말할 때 우리는
어리고 젊고 늙은 그녀들, 스미다
우리들의 우리들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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