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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고 싶다고 하자 삶이 농담을 시작했다 김현진 에세이

김현진 저 | 프시케의숲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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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9336301 / 252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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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깊은 우울의 늪에 빠진다 해도 유머와 낙관을 놓치지만 않는다면, 세상은 살아갈 만한 곳이 된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_하지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경기도 우수출판물 제작지원 사업, 문학 1등작 만약 한국에 웃기는 에세이를 위한 상이 있었다면, 김현진 작가가 여러 차례 수상자가 되었을 거예요. 그만큼 유머러스하고 글에 잔재미가 있는 작가예요. 그런데 이 책의 주요 키워드는 뜻밖에도 ‘우울증’ ‘가정폭력’ 등이랍니다. 무슨 일일까요? 사실 작가는 그동안 극단적인 시도를 여러 차례 할 정도로 우울증과 불면증이 깊었다고 해요. 정말 오랜 기간 고생했고,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통원 치료를 하고 있죠. 이 책은 그런 그녀가 어떤 삶을 살고, 어떻게 이를 극복해나갔는지 진솔하게 들려줍니다. 아, 물론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한 톤은 여전해요. 때론 진지하지만, 그마저도 어느 순간 사람을 풋, 웃어버리게 만들죠. 부모님에게 맞고, 어린 시절에 상처를 받고, 또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자신의 몸을 방치하다시피 하는 등, 참 힘든 상황들이 많이 나와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런 이야기들이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함으로 유쾌함을 자아냅니다. 책을 읽다 보면 갑자기 눈물이 찔끔 나오기도 해요. 힘든 상황 속에서 만난 다정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그렇고요. 또 자기 자신을 용기 있게 자각해나가는 이야기들이 그렇죠. 감동으로 먹먹해지는 대목들을 분명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웃거나 울컥하다 보면, 어느새 독자 분들의 마음도 조금은 말랑말랑해져 있지 않을까 싶어요. 내용 구성 “나를 조금만 더 사랑하길 간절히 바라는 독자라면 김현진의 글이 고마울 수밖에 없다.” _노지양 (번역가) 이 책은 모두 4부로 이루어져 있어요. 1부에서는 작가의 심각한 자해 사건으로부터 시작해요. 결국 작가는 정신병동에 입원하게 되는데, 의사로부터 우울증 진단을 받죠. 그 후 몇 년간 우울증과 불면증, 대인기피증, 비만 등으로 고통을 겪은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작가는 이를 이겨내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했는지 담담하게 풀어냅니다.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대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이 담겨 있어요. 2부에서는 분위기가 확 바뀌어요. 작가가 회사와 알바 일터에서 겪은, 폭소를 자아내는 일화들이 소개됩니다. 게임회사, 카페 등에서 일하면서 만난 사람과 사건들이 재미있게 그려져요. 작가는 때로는 신랄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삶의 왁자지껄한 모습들을 바라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늘 웃을 일은 있으며, “삶이 구차하고 남루할수록 농담은 힘이 세다”고 말하는 듯해요. 3부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작가의 정신적 고통은 무엇보다 뇌와 심리의 문제에서 기인했지만, 불행한 가정환경도 무시할 수 없었거든요. 일단 부모로부터 어린 시절 심각한 학대와 폭력을 당했고요. 작가는 매우 솔직하게 어린 시절에 입은 상처들을 풀어놓습니다. 암담한 상황에서도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작가의 태도가 반짝반짝 빛납니다. 4부는 작가가 살면서 만난 ‘좋은 관계’에 대해 다뤄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냥하게 선의를 베푼 사람들, 독자 분들도 그런 사람 몇 번쯤은 마주친 적 있지 않나요? 작가는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는 그런 따뜻한 사람들과의 일화를 펼쳐 보입니다. 어쩌면 작가는 행간에서 이렇게 조용히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좋은 관계가 저를 살렸습니다. 고맙습니다.’

저자 소개


시대의 힘없는 영혼을 채집하며, 갑갑한 이 사회의 스트라이크존을 넓히겠다는 꿈을 글로 서슴없이 외치던 에세이스트가 페이지터너로 돌아왔다. 이 소설로, 종종 우연적으로 촉발되는 젠더 무의식을 가로지르고 싶어 어느 측은한 여자의 삶을 소환해 이야기를 썼다. 지은 책으로는 《육체 탐구 생활》 《가장 사소한 구원》 《뜨겁게 안녕》 등이 있다.

책 속에서

10쪽 오랫동안 자해를 하다가 마침내 어느 날, 이건 수면제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 수면제를 삼키느라 마신 물 때문에 배 터져 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약을 삼켰다. 점점 의식이 가물거렸다. 초조하게 왔다 갔다 하는 반려견의 모습이 언뜻 보였다. 지금은 못 놀아줘, 미안. 그럼, 음, 이젠 안녕.

35쪽 달리기는 뭔가 달랐다. 뭐랄까, 빵빵하게 부풀어오른 풍선에 약간 여유를 주듯이 어깨의 힘이 조금 빠지게 된다. 분하고, 화나고, 속상한 부정적인 기분들이 달리면서 뱉어내는 숨에 울분과 함께 빠져나가는 듯하다. 그전에도 우울증에 달리기가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정말 효과가 있었다. 믿으시라. 20년째 우울증과 사투하는 내가 효과가 있다고 하면 정말 있는 것이다.

39쪽 가끔 그 지방들은 나를 안전하다는 기분이 들게 해줄 때도 있었다. 이를테면 원치 않는 남성들의 성적 접근에서 확실한 방어막 역할을 해줬다. 내가 패딩코트처럼 두른 지방은 마치 비계로 된 갑옷처럼 그런 일들을 막아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기분도 잠시. 남자들은 내가 살이 찌지 않았을 때는 지분거렸지만 살이 찌자 경멸하기 시작했다.

52쪽 이 의사도 성의 없긴 마찬가지였다. “아프다고 이걸 마취해요? 좀만 참아봐요!” 그러더니 이걸 시술한 의사를 욕하기 시작했다. “머저리 같은 놈, 이걸 나중에 빼려면 실을 제대로 앞에 나와 있게 해놔야지, 실을 저 안에 넣어놔 가지고 실을 꺼낼 수가 없잖아. 어떤 돌팔이야!” 그러면서 “조금만 참아요” 하며 실을 찾기 위해 내 몸속을 마구 뒤지기 시작했다. 겨우 실을 빼내고 나서야 고통이 멈췄는데 마치 인간이 아니라 ‘암소’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56쪽 나는 정신이 너무나 괴로울 때 육체를 해함으로써 정신을 한눈팔게 만들었다. 흔히 정신력으로 육체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육체적 고통은 번번이 정신을 이겼다. 미쳐버릴 것 같은 우울감은 피가 흐르는 뜨끔한 통증 앞에 잠시나마 자취를 감추었다.

66쪽 “뭘 하고 있어? 어서 심으라니까?” 네, 까라면 까야지요. 마담은 멀쩡한 손 뒀다가 너 지금 뭐 하니, 하고 얼굴에 궁서체 폰트 16 볼드 정도로 커다랗게 쓰여 있었다. 그러다 빈약한 지혜가 떠올라 얼른 가게에서 병맥주 따개를 가지고 나왔다. 병따개로 흙을 파자 모종삽만큼 효율이 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땅이 파이기 시작했다. 이래서 인간은 도구의 동물이었구나!

74쪽 거울을 볼 때 남자의 70퍼센트는 자기 정도면 잘생겼다고 생각하고, 여자의 70프로는 자신이 뚱뚱하다고 여긴다는 농이 있다. 아는 남자 하나가 거울을 들여다보며 “장동건이나 박보검은 너무 부담스러워. 나 정도가 딱이지”라고 망언을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85쪽 순진무구한 부모님이 다단계를 소개받고 이거면 돈을 벌 수 있을 줄 알고 열렬히 세일즈에 임했지만 우리 집 창고에는 자석요만 쌓이고 또 쌓였다. 우리가 살던 동네의 모든 사람에게 신게 할 수 있을 만큼의 황토 양말과, 한꺼번에 가동시키면 혹시 죽은 사람도 벌떡 일어나지 않을까 싶은 저주파 치료기 같은 것도 창고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그 물건들의 값을 누군가는 치러야 했는데, 대학을 갓 졸업한 스물다섯 살의 내가 당첨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89쪽 이 풍산개에는 ‘개 비서’가 따로 있어서 개를 수행했는데, 이 개는 회장님의 모든 행보에 동행했다. 개는 다리가 네 개나 있으니 걸으면 될 텐데, 가장 젊은 ‘개 비서’의 역할은 송아지만 한 개가 치와와만 하기라도 한 것처럼 번쩍 안고 회장님이 가는 곳마다 함께하는 것이었다. 저러다 다리가 퇴화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었지만 회장님은 어디나 개를 부둥켜안은 비서와 함께 위풍당당하게 출입했다.

117쪽 모든 에디터들이 배석한 가운데 그는 나의 이력서, 자기소개서, 샘플 원고 등을 심각한 얼굴로 한창 뒤적거리고 있었다. 내가 회의실에 들어가 “처음 뵙겠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자 인사를 받는 그의 표정은 무슨 산업폐기물을 보듯 혐오스러운 시선이었다. 그러더니, 그는, 내가 준비해간 서류들을 공중에, 휙, 하고 죄다 화려하게 날려버렸다! 아니, 이건 뭐지?!

137쪽 목사였던 아버지는 교인들을 지도하기 위한 역량에 필요하다며 상담심리를 전공했고, 만만치 않던 대학원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암보험을 깼다. 모든 것은 주님이 알아서 채워주신다며 암보험을 깬 다음, 암으로 돌아가셨으니 웃을 수도 없고 그저 기만 막혔다.

152쪽 부모님 주머니로 한 번 들어간 돈이 나한테 도로 들어오는 꼴을 본 적이 없는데 내가 뭘 기대했냐, 흐하하. 나는 아무도 없어 을씨년스러운 집 앞 놀이터에서 발을 힘차게 굴러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것으로 그 돈을 벌기 위해 회사에서 삼켰던 온갖 쓴맛을 꿀꺽 삼켜 잊어버리기로 했다. 그런데 아버지라는 한 남자가 엄마와 나의 인생에서 나간 대신 다른 남자 한 사람이 들어왔다. 그것도 날이면 날마다. 그는 용역깡패였다.

185쪽 해마다 내 생일이 돌아오면 아예 습관이 붙어 내 생일을 축하하기보다 늘 해왔던 대로 부모님께 근사한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데, 이제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 대신 두 배로 어머니께 호사를 누리게 해드리려 애쓰는 중이다. 어린 시절 초도 못 꽂아보고 두 개나 뭉개져버린 케이크들의 기억은 슬펐지만 내가 일찌감치 돈을 벌게 되어 호기롭게 두 분께 비싼 밥을 사드릴 수 있었던 시간은 아버지와 빨리 헤어져야 했던 내게는, 어떤 축복이었던 것 같다.

206쪽 내가 나쁜 직원인 만큼은 아니었지만, 보스도 대단히 훌륭하고 고귀한 상사는 아니었다. 그는 분노조절장애를 가지고 있었는데, ‘형님들’ 앞에서는 그 분노가 신기하게도 잘 조절되었다. 주부 사원과 수위가 약한 언쟁을 벌인 다음 그녀가 사무실을 나가자 거기다 핸드폰을 집어 던지는 걸 보고 나는 여기서 얼른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22쪽 세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족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피가 섞이지 않았더라도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나도 이제는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가족에게 가장 많이 위로를 얻는 것은 냉엄한 세상 속에서 그나마 유일하게 나를 조건 없이 사랑하고 받아들여주는 집단이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언니와 형부는 정말로 내겐 가족이다.

228쪽 바다 사나이는 아무 말 없이 〈니드 포 스피드〉 같은 컴퓨터 레이싱 게임을 현실 로 구현한 것처럼 한껏 속도를 내 험한 길을 돌파했다. 나는 바다 사나이의 무게 있는 침묵에 감탄하여 나도 마도로스의 아내가 되면 어떨까, 하는 망상에 빠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바다 사나이에게는 그림으로 그린 듯 행복한 가정이 이미 있으니 불륜과 막장의 일일드라마를 찍는 일이 없도록 얌전히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245쪽 나는 간절히 바란다. 그녀가 부디 술 끊고 돈 아껴서 저금한 돈으로 이제는 엄마와 살게 되어 이 찌그러진 가구를 버리고 떠났기를. 그리하여 ‘방’이 아닌 ‘집’에서 새 생활을 시작했기를. 그 예쁜 집에 살면서 예뻐졌기를. 그리고, 지친 청춘 모두에게도 다들 머리 누일 곳이 있기를.

 

 

목차

프롤로그

1부 우울과 불면 속에서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베로나의 약제사
달리기
무거운 여자의 삶
여성의 몸은 함부로
삶에 대한 실감

2부 왜 사냐건 그냥 웃지요
심어
세일즈와 연애
거절의 극기 훈련
회사로부터의 추억
당신의 깨끗한 피
안 마셔욧
어떤 남자의 이메일

3부 아버지와 나
장례식 풍경
작별의 맛
수상한 실장
서러운 날의 꿈
크리스마스와 산타
그날의 생일케이크
어떤 대화
울 아빠는 말야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4부 나의 아름다운 사람들
부부의 세계 속으로
걱정 마, 우린 가족이야
니드 포 스피드
그 사람에게 잘해주세요
자기만의 방

나가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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