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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못

이해리 저 | 학이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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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8542610 / 152쪽 135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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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사랑아 언제나 그곳에 있거라 살다 지친 누가 오면 흐르다 지친 누가 오면 실실이 늘어진 버들가지 아래 말없이 젖는 사랑아 -1부 확진, ‘실실이 늘어진 버들가지 아래-수성못 2’ 부분(38쪽)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 했다. 모든 문화는 지역성과 역사성에 더하여 그것만의 고유성을 포함할 때 가장 의미 있는 문화의 꽃을 피운다. 이해리 시인의 연작시 수성못을 위시한 일련의 시들이 그러하다. 4부로 구성된 이 시집의 시편들은 엇비슷한 수사나 다른 시인들의 빛나는 문구를 무허가로 가져와 짜 맞추거나 뻔한 상념으로 얼버무리는 피상적인 발상이 들어가지 않은, 자아발아적인 체험적 육성으로 읽히는 미학적 표현이 두드러진다. 이해리 시인은 1998년 《사람의 문학》으로 활동을 시작, 평사리문학대상을 수상하였으며『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 『감잎에 쓰다』, 『미니멀라이프』 등의 시집이 있다.

저자 소개



1998년 『사람의 문학』 으로 활동 시작.
2003년 평사리문학 대상 수상.
시집으로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 『감잎에 쓰다』 가 있음.
한국작가회의 대구지회 부회장 역임.


 

머리말

2005년 첫 시집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를 낸 후 네 번째 시집을 묶는다. 이번 시집 제목을 처음엔 『탑』으로 하려 했다. 폐사지를 돌며 낡고 오래된 탑을 일별하는 동안 우리 삶이 탑과 비슷한 요소가 많음을 깨쳤기 때문이다. 탑에 천착하여 연작시를 구상하고 있던 중 예지치 못한 코로나19에 의한 감염병 창궐로 세계는 팬데믹에 들어갔다.
우리는 묵시적으로 명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의한 격리 생활을 강요받았다. 격리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는 집 근처에 있는 수성못을 홀로 둘러보는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평소에도 좋아하는 호수였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에게 집중 폭격을 맞은 초기, 죄도 없이 폄훼당한 대구의 상처가 그 수면 위에 어리는 듯하여 더욱 애틋하였다. 그래서 더 자주 둘러보게 된 것 같다. 나는 대구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다. 대구가 왠지 불안하고 측은하였다. 그 불안하고 서러운 마음이 수성못에 대한 시를 많이 쓰게 하고 제목을 『수성못』으로 바꾸게 하였다.
돌이켜 보면 나는 친수성 DNA와 인연 지어져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출생은 낙동강 변이였지만 성장기 동안, 또는 살아오는 동안 앞산 안지랑골, 성당못, 신천, 사문진, 금호강 등 물과 인접한 곳으로 이사 다니며 살아온 것 같다. 그러다가 이제 수성못 주변에 정착하여 꽤 오래 살고 있다.
월든을 쓴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ry David Thoreau처럼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꿈꾼다. 자연 중에서도 물과 꽃이 있는 곳이 가장 좋다. 안식처고 피안이다. 물과 꽃으로 아름다운 수성못, 그러고 보면 내가 수성못에 대한 시를 쓰는 게 아니라 수성못이 나를 데려다 놓고 뭔가를 쓰고 있는지 모른다. 이 시집은 순전히 수성못에 대한 내 사랑의 고백이다.

2020년 가을
이해리

책 속에서

코로나19가 맹렬하다 하여
달포 가까이 집 안에 갇혔다가
호숫가로 나가니
매화는 벌써 끝물이다

홍매화 한 가지를 당겨 흠향하고
살며시 놓는데
꽃잎이 사태져 떨어진다
내 손길 한 번에 화르르 지는 꽃잎,
마음이 서럽다

만지기만 해도 분해되는 봄이여
만나지도 못하지만
만나서도 떨어져 나가 앉는 사람이여
손에 닿으면 옮는다 하여
날마다 손 씻었는데

씻은 손 소용없이 꽃이 지는 건
벌써 매화의 시간이 다했음이다
누가 나와 우리의 봄을
앗아갔음이다

- 1부 확진 ‘2020년 3월 13일 시-수성못 12’(28~29쪽)

왜 못이라고 부르더냐
모습에 견주어 무뚝뚝한 이름이더냐
갖가지 꽃나무가 바람에 한들거리는
도심 복판 푸른 호수

일본인이 판 저수지라 못이더냐
저항시인 상화의 詩라서 빼앗긴 들이더냐

오늘 대구시민 한 사람은
나라 뺏긴 때보다 살기 어렵다 말하고
어제 서울 기자 한 사람은
절망의 도시 대구라 지면에 썼구나

아서라 사람들아
표면에 서서 수심을 말하지 말거라
대저 못이란 고여있는 듯 흐르는 물,
흐르는 듯 지켜보는 하늘 닮은 눈

대구는 무뚝뚝한 듯 정 많은 사람이
겉보다는 속으로 사랑하며 사는 곳

살기 어려워도 여기에 절망해도 여기에

일이 년이 아니라 백 년 가까이는
살아봐야 그 아름다움의 근원이
물에 어리느니

- 1부 확진 ‘왜 못이라고 부르더냐-수성못 1’(36~37쪽)

일생 물에 붙어살면서
한 번도 물에 빠져보지 못한 몸
표피만 꼬집어보다가 그것이
물이다 한다면 너무 싱거운 일이다
허우적거려 본 자만이
삶의 깊이를 잴 텐데
호되게 물 먹어본 자만이
숨막힘을 맛볼 텐데
소금보다 짜다는 세상에
제 삶의 가벼움이
참을 수 없는 갈증인 소금쟁이는
수면에 가슴팍 바짝 밀착하고
다 들이마실 듯 날마다
깊은 수심을 들여다본다

- 2부 답답 ‘소금쟁이’(54쪽)

연잎은 이슬을 머금고 있을 때
더 아름다웠다
당신은 눈물을 머금고 있을 때
더 아름다웠다

유등연지 맷방석만 한 연잎이
초록잎 위에 모닥모닥 모아둔
이슬이며 물방울을
못물 속에 주르르 쏟아부을 때

눈물 많던 당신이
이제는 다 말랐다며
진주 같은 눈물방울
없는 눈을 보여줄 때

나는 그 무슨 소중한 것을
한꺼번에 털린 것 같아
마음이 텅 비었다

슬픔도 재산인가 보다
눈물도 보석인가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 마음이 그리 텅 빌 수 있겠는가
그리 허전한 물소리 들릴 수가 있겠는가

- 3부 탑 ‘슬픔도 재산인가 보다 눈물도 보석인가 보다-탑 11’(88~89쪽)

목차

1부 확진

나비
탑
낮달
낙화
달
바람개비처럼
섬
목련꽃방
흙을 믿고 살다 간 사람
苦
초연이
아! 대구
2020년 3월 13일 시
확진
저무는 수성못
슬픈 간판
눈물의 낭떠러지
왜 못이라고 부르더냐
실실이 늘어진 버들가지 아래
꽃 피어 무성한 산책로를 열어놓고
수성못역
왕벚나무
천 원짜리 한 장을 넣고 돌아와
산책
법이산 봉화주자
두산 오거리

2부 답답

답답
절대주차금지
나무는 종일 서 있어도
딴짓
소금쟁이
앵무새 피
변이
가랑잎
반전
공작
구 왜관철교
가시연꽃
충사
충사 2
고통을 잃은 사람
4차 산업 앞에서
어쩌다 두루마리 휴지를

3부 탑

바늘꽃
핸드백
오므라진 나팔꽃 입
제일모직
흥덕왕릉
화단
종이 한 장
하회
손바닥 흙마당
사랑의 원리
슬픔도 재산인가 보다 눈물도 보석인가 보다
조춘
수풀
어리연꽃
오동도
깜짝이야라는 슬픔
흑장미 그 여자
개미

4부 금빛 은행나무

금빛 은행나무
가을 저녁연기
겨울 애상
얼마나 세상을 사랑하였길래
단둘이라는 말
바람은
분꽃
엔젤 트럼펫
여름 수성못
압독국
첫눈 내린 수성못에
해금의 노래 1
해금의 노래 2
국화차 마시고 싶은 날
즐거운 폭력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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