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구간

흰 까마귀 창공을 날다

조영건 저 | 북랩 | 2020년 10월

미리보기 북트리

정가
$28.00
판매가
$15.40 (45%↓) 최저가 보상
적립금
$0.31 (2%P)
출고예상일
2026년 10월 09일 수령예상일 안내
북카트 담기 바로구매하기 위시리스트담기

평점 -  ·  리뷰 0

리뷰 쓰기

북셀프

1시간도 길다! 5분만에 OK! 매장에서 직넙 책을 찾아가세요. 500원 추가적립!(선착순 천명/일)

가능매장 : 목동점

북셀프로 구매하기 북셀프란?

ISBN : 9791165394141 / 280쪽 152 x 225 (㎜)

이 상품에 궁금하신점이 있으세요? 1:1상담문의

추천inside
Adobe Flash Player 가져오기

이 분야의 베스트셀러

아래의 도서와 구매하시면 이 도서들의 적립금을 즉시적용해 드립니다.

  • 18,900
  • 80,100
  • 10,800
  • 18,000

책 소개

출판사 리뷰

책 속으로 가뭄이 길어질수록 사람만 힘들고 지치는 게 아니라 농작물도 농심과 함께 검게 타들어 갔다. 어렵사리 모내기를 마친 논도 있으나 아예 이앙을 포기하고 가뭄에 잘 견디는 산도 등 밭작물을 대체 작물로 심은 농가도 늘어만 갔다. 천수답은 물론이고 수리답의 벼들도 뜨거운 햇살에 맥을 못 추고 시들시들해지고 급기야 검게 타들어 갔다. 모든 방법과 수단을 총동원하여 남녀노소 없이 서로 한 움큼의 물이라도 자기 논에 더 대려고 아귀다툼을 벌이곤 하였다. 저수지 물도 거의 바닥이 드러났고, 마지막 남은 물을 공급하기 위해 수문이 열리자마자 곳곳에서 싸움이 벌어졌다. 예로부터 농사꾼에게 논에 물대기는 양보 없는 싸움이었다. (10쪽) 어머니는 내가 신방에 출입하거나 무속 기구를 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엄격히 통제하고 금기시했다. 흔히 조력자인 박수무당이라든가 무속인들과의 접촉을 일절 금지시켰고 심지어 그들이 사용하는 장고나 피리 등 악기를 호기심에 다루어 보고 싶어도 가까이 갈 수조차 없었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겼고 이해하지 못했다. 어릴 때 기회가 되어 신방에 몰래 들어가 보면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할아버지라든가 긴 창을 들고 서 있는 장군 같은 사람이 울긋불긋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눈을 부릅뜨고 나를 쳐다볼라치면 기겁하고 그 자리를 쏜살같이 피하고는 했으나 차츰 익숙해져 두려움이 사라져 갔다. 우연히 굿을 하는 장면과 마주치면 구경꾼 틈바구니에서 몰래 엿보며 즐기는 버릇이 있었다. 어머니는 온 정신을 굿하는 데 신경을 쏟아부어 내가 구경하는 걸 눈치채지 못하곤 했다. (49쪽) 무속일과 무당은 결코 자랑스럽고 떳떳하지 못할뿐더러 미천하게 여겨진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나이 지긋한 어른이나 호족이 내 또래의 어머니들에게는 깍듯이 대하지만 유독 어머니에게 말할 때는 ‘하소’나 ‘하게’라고 하면서 함부로 다룬다는 걸 알게 되었다. (56쪽) 6년은 기쁨, 즐거움보다 슬픔, 괴로움이 더 많은 나날이었다. 학교생활 전 과정을 통해서 누가 뭐라 해도 평등, 포용보다는 차별, 부조리가 밑바닥 깊숙이 깔려 있다고 느꼈다. 나란히 앉은 졸업생들을 살펴보았다. 중학 문턱을 밟지 못하는 놈들은 너 나 없이 꾀죄죄하고 기쁨보다는 불안감이 감돌아 맥없어 보였다. 졸업식을 마치고 사람들 틈에 끼어 교문을 나섰다. 무심코 교문을 힐끔 뒤돌아보았다. 장날처럼 먹거리와 잡화 노점상들이 즐비하게 늘어섰고 사람들로 붐볐다. 매일 지나다시피 한 거리였다. 익숙하고 친근했다. 오늘은 무척 새삼스러웠다. 걸음을 빨리해 한적한 신작로에 들어섰다. 괜스레 심술이 나서 돌멩이를 힘껏 발로 찼다. 뒤돌아서 학교를 바라보았다. 아련히 학교가 보였고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나에게 학교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86쪽)

저자 소개

  • 저자 : 조영건
저자 : 조영건
전남 담양에서 출생했다.
70년대 공직에 입문하여 체신부, 철도청,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근무했다. 종자관리소 민원실장, 제주감귤연구소 서무과장,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 전북지원 서무과장과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 정읍출장소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장관, 국무총리표창과 근정훈장을 수여받았다.
2005년에는 정읍시사신문에 특별기고 연재를 했다. 산책을 즐기며 틈틈이 인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책 속에서


가뭄이 길어질수록 사람만 힘들고 지치는 게 아니라 농작물도 농심과 함께 검게 타들어 갔다. 어렵사리 모내기를 마친 논도 있으나 아예 이앙을 포기하고 가뭄에 잘 견디는 산도 등 밭작물을 대체 작물로 심은 농가도 늘어만 갔다. 천수답은 물론이고 수리답의 벼들도 뜨거운 햇살에 맥을 못 추고 시들시들해지고 급기야 검게 타들어 갔다. 모든 방법과 수단을 총동원하여 남녀노소 없이 서로 한 움큼의 물이라도 자기 논에 더 대려고 아귀다툼을 벌이곤 하였다. 저수지 물도 거의 바닥이 드러났고, 마지막 남은 물을 공급하기 위해 수문이 열리자마자 곳곳에서 싸움이 벌어졌다. 예로부터 농사꾼에게 논에 물대기는 양보 없는 싸움이었다.
(10쪽)

어머니는 내가 신방에 출입하거나 무속 기구를 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엄격히 통제하고 금기시했다. 흔히 조력자인 박수무당이라든가 무속인들과의 접촉을 일절 금지시켰고 심지어 그들이 사용하는 장고나 피리 등 악기를 호기심에 다루어 보고 싶어도 가까이 갈 수조차 없었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겼고 이해하지 못했다. 어릴 때 기회가 되어 신방에 몰래 들어가 보면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할아버지라든가 긴 창을 들고 서 있는 장군 같은 사람이 울긋불긋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눈을 부릅뜨고 나를 쳐다볼라치면 기겁하고 그 자리를 쏜살같이 피하고는 했으나 차츰 익숙해져 두려움이 사라져 갔다. 우연히 굿을 하는 장면과 마주치면 구경꾼 틈바구니에서 몰래 엿보며 즐기는 버릇이 있었다. 어머니는 온 정신을 굿하는 데 신경을 쏟아부어 내가 구경하는 걸 눈치채지 못하곤 했다.
(49쪽)

무속일과 무당은 결코 자랑스럽고 떳떳하지 못할뿐더러 미천하게 여겨진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나이 지긋한 어른이나 호족이 내 또래의 어머니들에게는 깍듯이 대하지만 유독 어머니에게 말할 때는 ‘하소’나 ‘하게’라고 하면서 함부로 다룬다는 걸 알게 되었다.
(56쪽)

6년은 기쁨, 즐거움보다 슬픔, 괴로움이 더 많은 나날이었다. 학교생활 전 과정을 통해서 누가 뭐라 해도 평등, 포용보다는 차별, 부조리가 밑바닥 깊숙이 깔려 있다고 느꼈다. 나란히 앉은 졸업생들을 살펴보았다. 중학 문턱을 밟지 못하는 놈들은 너 나 없이 꾀죄죄하고 기쁨보다는 불안감이 감돌아 맥없어 보였다.
졸업식을 마치고 사람들 틈에 끼어 교문을 나섰다. 무심코 교문을 힐끔 뒤돌아보았다. 장날처럼 먹거리와 잡화 노점상들이 즐비하게 늘어섰고 사람들로 붐볐다. 매일 지나다시피 한 거리였다. 익숙하고 친근했다. 오늘은 무척 새삼스러웠다. 걸음을 빨리해 한적한 신작로에 들어섰다. 괜스레 심술이 나서 돌멩이를 힘껏 발로 찼다. 뒤돌아서 학교를 바라보았다. 아련히 학교가 보였고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나에게 학교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86쪽)

목차

저승길은 외롭지 않았다
질경이는 밟히고 밟혀도 다시 일어난다
풋사랑
산중한담
개밥에 도토리
화려한 외출

작가의 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