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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 허수경이 사랑한 시

허수경 저 | 난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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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8862818 / 168쪽 124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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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 저자 : 허수경
저자 : 허수경
196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자라고 대학 역시 그곳에서 다녔다. 오래된 도시, 그 진주가 도시에 대한 원체험이었다. 낮은 한옥들, 골목들, 그 사이사이에 있던 오래된 식당들과 주점들. 그 인간의 도시에서 새어나오던 불빛들이 내 정서의 근간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밥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고 그 무렵에 시인이 되었다. 처음에는 봉천동에서 살다가 방송국 스크립터 생활을 하면서 이태원, 원당, 광화문 근처에서 셋방을 얻어 살기도 했다.
1992년 늦가을 독일로 왔다. 나에게는 집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셋방 아니면 기숙사 방이 내 삶의 거처였다. 작은 방 하나만을 지상에 얻어놓고 유랑을 하는 것처럼 독일에서 살면서 공부했고, 여름방학이면 그 방마저 독일에 두고 오리엔트로 발굴을 하러 가기도 했다. 발굴장의 숙소는 텐트이거나 여러 명이 함께 지내는 임시로 지어진 방이었다. 발굴을 하면서, 폐허가 된 옛 도시를 경험하면서, 인간의 도시들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았다. 도시뿐 아니라 우리 모두 이 지상에서 영원히 거처하지 못할 거라는 것도 사무치게 알았다.
서울에서 살 때 두 권의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혼자 가는 먼 집』을 발표했다. 두번째 시집인 『혼자 가는 먼 집』의 제목을 정할 때 그것이 어쩌면 나라는 자아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독일에서 살면서 세번째 시집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를 내었을 때 이미 나는 참 많은 폐허 도시를 보고 난 뒤였다. 나는 사라지는 모든 것들이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짐작했다. 물질이든 생명이든 유한한 주기를 살다가 사라져갈 때 그들의 영혼은 어디인가에 남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뮌스터 대학에서 고고학을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학교라는 제도 속에서 공부하기를 멈추고 글쓰기로 돌아왔다. 그뒤로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빌어먹을, 차가운 심장』『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산문집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너 없이 걸었다』, 장편소설 『모래도시』『아틀란티스야, 잘 가』『박하』, 동화책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마루호리의 비밀』, 번역서 『슬픈 란돌린』『끝없는 이야기』『사랑하기 위한 일곱 번의 시도』『그림 형제 동화집』 등을 펴냈다. 동서문학상, 전숙희문학상, 이육사문학상을 수상했다.
2018년 10월 3일 뮌스터에서 생을 마감했다. 유고집으로 『가기 전에 쓰는 글들』『오늘의 착각』이 출간됐다.

책 속에서

저에게 시란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삶의 내용입니다. 그리고 저에게 시인은 탄생과 탄생을 거듭하다가 어느 날 폭발해버리는 존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를 쓰고 시를 읽는 제 마음가짐은 언제나 같습니다. 한 편의 시가 쓰일 때마다 새 언어, 새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지요. 그렇지만 그건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오직 제가 저를 계속 베껴 쓰는 일만은 없기를 바랍니다.
 ―「시인의 말」 중에서

 타인의 등에다 얼굴을 부비기, 나는 언제 마지막으로 했던가. 서로에게 짐 지우지 않고 가만가만 닿을 듯 말 듯 그렇게 타인에게 느슨하게 나를 기대고 있는 것. 우리들은 안개가 아니라서 “제 몸 풀어 자신을 지우”지는 못하지만 타인이 내 무게를 가만가만 받아내는 것을 살포시 느끼는 순간, 내가 마치 그대의 어깨를 가만가만 만져주는 자연의 안개가 된 듯 어떤 아우라가 된 듯싶은 순간, 그 순간에 나는 갑자기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지고 그러다가 서글퍼진다. 이 순간이 쉽게 달아날 것 같아서.
 ―「부빈다는 것—김신용」 중에서

 시의 행과 행 사이에는 단어들만 존재한다. 그 단어들이 뿜어내는 향기만이 존재한다. 흔들린다. 공중에서. 그냥 은은히 흔들리며 그 공명을 공기 속에 줄 뿐이다. 그리고 너의 눈과 나의 눈은 꽃을 피우기 위하여 물을 준다. “내가 뒤따라갔던 공기 속의 그 돌”, 그건 아마도 어느 아침에 당신이 일어날 때 아무 이유 없이 눈앞에 떠오르는, 아무 이유도 없이 그저 눈앞에 어른거리는 그 무엇일지도 모른다. 유유히 공중에 떠 있는 시어 사이에 흔들거리는 당신의 존재, 그것 자체일지도 모른다. 첼란의 언어는 꼭꼭 씹어서 천천히 넘겨야 하는 불안한 위장병을 가진 이들의 언어이다.
―「꽃—파울 첼란」 중에서

 참 신기하기도 하지, 시 한 편 혹은 노래 한 곡이 한 세월을 손에 꽉 쥐고 있었다니. (……) 이십대가 끝나갈 무렵이라고 세계가 몰락하는 것도 아닐 텐데 어쩌면 그렇게 아찔한 비극의 이미지를 꼭 붙잡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 세월이 참도 좋다. 그때는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위하여 목숨을 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단호함과 매서움과 분노와 설움이 내게 있던 때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름다움에 매혹된 한 영혼은 영원히 촉촉했다.
―「작은 비엔나 왈츠—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중에서

목차

시인의 말 4
The Last Train ― 오장환 14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 유형진 18
강우降雨 ― 김춘수 20
고생대 마을 ― 안현미 24
고향 ― 김종삼 28
과일가게 앞에서 ― 박재삼 30
국화꽃 그늘을 빌려 ― 장석남 34
그대 영혼의 살림집에 ― 최승자 38
그에게는 많은 손목시계가 있다 ― 류인서 40
꽃 ― 파울 첼란 44
꿈 ― 염명순 48
나무 ― 천상병 50
나뭇잎 배 ― 박홍근 52
눈물 ― 김현승 56
들 ― 안토니오 마차도 60
로렐라이 ― 하인리히 하이네 64
마늘밭 가에서 ― 안도현 68
마음의 그림자 ― 최하림 70
먼 후일後日 ― 김소월 72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74
무밭에 서서 ― 최문자 76
물과 빛이 끝나는 곳에서 ― 이성복 80
바람에 날려가다 ― 밥 딜런 82
반지 속의 여자 ― 정은숙 86
밤 ― 두보 90
버들치 ― 차창룡 92
부빈다는 것 ― 김신용 96
빈녀음 ― 허난설헌 100
사랑 ― 김근 102
사랑 ― 김수영 104
서적 ― 조연호 106
속담 ― 옥타비오 파스 108
쇠귀나물 ― 황학주 110
수도에서 ― 에리히 프리히드 114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 신석정 116
양치기 30 ― 알베르투 카에이루 120
어느 날 나의 사막으로 그대가 오면 ― 유하 122
어느 해거름 ― 진이정 126
여승 ― 백석 128
여행 ― 나즘 히크메트 132
울고 싶은 놈 ― 이시하라 요시로 134
월식月蝕 ― 김명수 138
작은 비엔나 왈츠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142
잡담 길들이기 3 ― 마종기 146
장미의 내부 ― 라이너 마리아 릴케 150
전생에 들르다 ― 이병률 152
전설 ― 에바 슈트리트마터 154
찻집 ― 에즈라 파운드 158
테렐지 숲에서 생긴 일 ― 이시영 160
호랑이는 고양이과다 ― 최정례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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