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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8862818 / 168쪽 124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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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저에게 시란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삶의 내용입니다. 그리고 저에게 시인은 탄생과 탄생을 거듭하다가 어느 날 폭발해버리는 존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를 쓰고 시를 읽는 제 마음가짐은 언제나 같습니다. 한 편의 시가 쓰일 때마다 새 언어, 새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지요. 그렇지만 그건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오직 제가 저를 계속 베껴 쓰는 일만은 없기를 바랍니다.
―「시인의 말」 중에서
타인의 등에다 얼굴을 부비기, 나는 언제 마지막으로 했던가. 서로에게 짐 지우지 않고 가만가만 닿을 듯 말 듯 그렇게 타인에게 느슨하게 나를 기대고 있는 것. 우리들은 안개가 아니라서 “제 몸 풀어 자신을 지우”지는 못하지만 타인이 내 무게를 가만가만 받아내는 것을 살포시 느끼는 순간, 내가 마치 그대의 어깨를 가만가만 만져주는 자연의 안개가 된 듯 어떤 아우라가 된 듯싶은 순간, 그 순간에 나는 갑자기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지고 그러다가 서글퍼진다. 이 순간이 쉽게 달아날 것 같아서.
―「부빈다는 것—김신용」 중에서
시의 행과 행 사이에는 단어들만 존재한다. 그 단어들이 뿜어내는 향기만이 존재한다. 흔들린다. 공중에서. 그냥 은은히 흔들리며 그 공명을 공기 속에 줄 뿐이다. 그리고 너의 눈과 나의 눈은 꽃을 피우기 위하여 물을 준다. “내가 뒤따라갔던 공기 속의 그 돌”, 그건 아마도 어느 아침에 당신이 일어날 때 아무 이유 없이 눈앞에 떠오르는, 아무 이유도 없이 그저 눈앞에 어른거리는 그 무엇일지도 모른다. 유유히 공중에 떠 있는 시어 사이에 흔들거리는 당신의 존재, 그것 자체일지도 모른다. 첼란의 언어는 꼭꼭 씹어서 천천히 넘겨야 하는 불안한 위장병을 가진 이들의 언어이다.
―「꽃—파울 첼란」 중에서
참 신기하기도 하지, 시 한 편 혹은 노래 한 곡이 한 세월을 손에 꽉 쥐고 있었다니. (……) 이십대가 끝나갈 무렵이라고 세계가 몰락하는 것도 아닐 텐데 어쩌면 그렇게 아찔한 비극의 이미지를 꼭 붙잡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 세월이 참도 좋다. 그때는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위하여 목숨을 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단호함과 매서움과 분노와 설움이 내게 있던 때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름다움에 매혹된 한 영혼은 영원히 촉촉했다.
―「작은 비엔나 왈츠—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중에서
시인의 말 4
The Last Train ― 오장환 14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 유형진 18
강우降雨 ― 김춘수 20
고생대 마을 ― 안현미 24
고향 ― 김종삼 28
과일가게 앞에서 ― 박재삼 30
국화꽃 그늘을 빌려 ― 장석남 34
그대 영혼의 살림집에 ― 최승자 38
그에게는 많은 손목시계가 있다 ― 류인서 40
꽃 ― 파울 첼란 44
꿈 ― 염명순 48
나무 ― 천상병 50
나뭇잎 배 ― 박홍근 52
눈물 ― 김현승 56
들 ― 안토니오 마차도 60
로렐라이 ― 하인리히 하이네 64
마늘밭 가에서 ― 안도현 68
마음의 그림자 ― 최하림 70
먼 후일後日 ― 김소월 72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74
무밭에 서서 ― 최문자 76
물과 빛이 끝나는 곳에서 ― 이성복 80
바람에 날려가다 ― 밥 딜런 82
반지 속의 여자 ― 정은숙 86
밤 ― 두보 90
버들치 ― 차창룡 92
부빈다는 것 ― 김신용 96
빈녀음 ― 허난설헌 100
사랑 ― 김근 102
사랑 ― 김수영 104
서적 ― 조연호 106
속담 ― 옥타비오 파스 108
쇠귀나물 ― 황학주 110
수도에서 ― 에리히 프리히드 114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 신석정 116
양치기 30 ― 알베르투 카에이루 120
어느 날 나의 사막으로 그대가 오면 ― 유하 122
어느 해거름 ― 진이정 126
여승 ― 백석 128
여행 ― 나즘 히크메트 132
울고 싶은 놈 ― 이시하라 요시로 134
월식月蝕 ― 김명수 138
작은 비엔나 왈츠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142
잡담 길들이기 3 ― 마종기 146
장미의 내부 ― 라이너 마리아 릴케 150
전생에 들르다 ― 이병률 152
전설 ― 에바 슈트리트마터 154
찻집 ― 에즈라 파운드 158
테렐지 숲에서 생긴 일 ― 이시영 160
호랑이는 고양이과다 ― 최정례 1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