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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간

탄제린

원제 : Tangerine

크리스틴 맹건 저 | 이진 역 | 문학동네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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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74126 / 372쪽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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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탕헤르의 위험한 열기 속에서, 그녀가 나타났다. 숨막히게 매혹적인 나의 악몽, 나의 과거, 나의 백마 탄 기사, 루시 메이슨. 여성에게는 직업보다 가정이 우선시되고 여성이 바지를 입는 것조차 유별나게 느껴지던 1950년대, 루시와 앨리스는 당시 여학교였던 미국의 베닝턴대학에서 룸메이트로 처음 만난다. 어린 시절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평생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살아온 앨리스는 그녀처럼 고아이면서도 외모와 말투, 삶의 태도까지 자신보다 훨씬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어쩌면 무심하고 냉혹하기까지 한 루시에게 매혹된다. 반면 루시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장학금으로 대학에 입학한 자신을 경멸스럽게 대하는 대다수의 학생들과 달리 그녀에게 순수한 호의와 친절을 베푸는 앨리스에게 즉각 사로잡힌다. 그렇게 급속도로 가까워진 두 사람은 자유로운 대학 안에서 조금은 특별한 미래를 꿈꾸며 둘만의 세계를 만들어나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루시는 앨리스에게 집착하면서 교묘하게 심리를 조종해 그녀를 정신적으로 종속시킨다. 앨리스는 두 사람의 비뚤어진 관계에 두려움과 환멸을 느끼면서도 도저히 루시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사로잡힌다. 대학교 삼학년 때, 앨리스에게 톰이라는 남자친구가 생기면서 두 사람의 갈등은 극에 달하고, 급기야 끔찍한 사고까지 벌어진다. 앨리스는 루시로부터, 믿고 싶지 않은 참혹한 진실로부터 도망치고자 학교를 떠나 영국의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녀의 후견인이자 유일한 가족인 고모가 소개해준 남자와 충동적으로 결혼해 모로코 탕헤르로 이주하게 된다. 그러나 새 출발의 기대를 품고 도착한 이 도시의 뜨거운 열기가 앨리스에게는 벅차게만 느껴지고, 그녀는 일종의 광장공포증을 겪으며 집안에 틀어박힌다. 반면 남편인 존은 아내가 아니라 탕헤르와 사랑에 빠진 듯 밖으로만 나돌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급격히 소원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도시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앨리스에게 생각지도 못한 손님이 불쑥 찾아온다. 바로 다시는 만나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어쩌면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루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들이 여전히 단짝 친구라는 듯이 이 먼 곳까지 따라온 루시를 보고 앨리스는 당혹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낀다. 그리고 탕헤르에서 앨리스가 겪고 있는 불행을 즉각 감지한 루시는 자신이 남편으로부터, 이 도시로부터 앨리스를 구해줄 수 있다고 주장하며 다시 한번 그녀를 압박해온다. 그 익숙하면서도 소름 끼치는 위압감은 앨리스가 애써 묻어두었던 의심과 공포를 생생히 되살린다. 정말 루시는 이 숨막히는 도시에서 그녀를 구해줄 백마 탄 기사인가? 아니면 그녀를 다시 절망과 자기 불신 속으로 몰아넣을 악몽의 현현인가? 탕헤르, 모두의 것이면서 누구의 것도 아닌 매혹과 미혹의 도시 “이제 모로코는 당신의 나라입니다.” 그가 내 표정을 유심히 살피며 천천히 말했다. “네, 이제 당신의 것이에요. 이제 당신은 탄제린(Tangerine)입니다.” _본문 100∼101쪽 소설의 제목인 ‘탄제린’은 탕헤르의 현지인들이 도시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부르는 말이다. 아프리카대륙 북쪽 끝, 지중해와 대서양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항구도시 탕헤르는 전략적 요충지로서 오랜 세월 포르투갈, 영국, 스페인, 프랑스 등 여러 서구 열강의 침략과 지배를 받아왔다. 그러한 과정에서 이곳은 다양한 문화가 뒤섞이는 문화적 용광로가 되었으며, 특히 20세기 중반에는 폴 볼스, 윌리엄 버로스, 잭 케루악 등 유럽과 미국의 작가와 예술가들이 망명이나 여행을 통해 대거 유입하면서 다양한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 『탄제린』은 모로코가 프랑스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마침내 독립을 되찾은 해인 1956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독립을 향한 모로코인들의 열망이 끓어오르던 바로 그해, 이 뜨거운 격동의 도시에서 소설의 주인공인 루시와 앨리스는 다시 한번 서로를 마주한다. 그들이 한때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던 미국 버몬트주의 대학 캠퍼스와는 너무나 다른 온도와 풍경 속에서, 그러나 여전히 상대를 향한 의심과 욕망을 동시에 품은 채로. 좁다란 골목길로 이루어진 복잡한 구시가지 곳곳에 긴 세월 쌓여온 역사와 비밀을 감추고 있는 탕헤르의 모습은 마치 두 인물의 내면을 형상화한 듯 보이며, 나아가 소설 자체에 대한 은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독자들은 다음 골목에 어떤 진실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작가가 교묘하게 쌓아올린 이야기의 미로 속에서 속절없이 길을 잃는다. 이 아름답고 매혹적인 공간은 우리 이방인들을, 이곳에 발을 들인 ‘탄제린’들을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다.

저자 소개

  • 저자 : 크리스틴 맹건
저자 : 크리스틴 맹건
유니버시티 칼리지 더블린에서 18세기 고딕문학에 관한 논문으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서던 메인 대학교에서 문예창작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8년 첫 장편소설 『탄제린』을 발표했다. 1950년대 모로코 탕헤르를 배경으로 대학 시절 룸메이트였던 두 여성의 뒤틀린 우정과 사랑이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긴장감 넘치게 그려낸 이 소설은 조이스 캐럴 오츠로부터 “도나 타트와 길리언 플린과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함께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히치콕이 연출한 작품 같다”는 평을 받으며, 전 세계 25개국 이상에 판매되었다. 또한 책이 출간되기도 전에 조지 클루니가 대표로 있는 스모크하우스 픽처스가 영화 판권을 구입하고 스칼릿 조핸슨이 출연을 결정해 큰 화제를 모았다.

역자 : 이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하다가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빛 혹은 그림자』 『도그 스타』 『오늘은 다를 거야』 『어디 갔어, 버나뎃』 『저스트 원 이어』 『저스트 원 데이』 『우리에겐 새 이름이 필요해』 『아서 페퍼: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사립학교 아이들』 『열세 번째 이야기』 『잃어버린 것들의 책』 『658, 우연히』 『비행공포』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우린 괜찮아』 등이 있다.

역자 소개

  • 역자 : 이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하다가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빛 혹은 그림자』 『도그 스타』 『오늘은 다를 거야』 『어디 갔어, 버나뎃』 『저스트 원 이어』 『저스트 원 데이』 『우리에겐 새 이름이 필요해』 『아서 페퍼: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사립학교 아이들』 『열세 번째 이야기』 『잃어버린 것들의 책』 『658, 우연히』 『비행공포』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우린 괜찮아』 등이 있다.

 

책 속에서

베닝턴에서의 마지막 해에 한 가지 배운 게 있다면,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사실이었다. 모든 것은 결국 변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아무리 멈추고, 바꾸고, 다시 쓰려고 해도 시간은 아랑곳없이 그저 흐를 뿐이다.
지극히 단순하게도, 시간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본문 60쪽


그녀는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아름다웠지만, 그러면서도 그 묘한 느낌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내가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그녀를 사랑하면서 동시에 미워하게 만드는 저 꿰뚫는 듯한 시선. 본문 63쪽


이른 아침 탕헤르의 열기가, 그녀처럼 안전한 동시에 위험한 열기가 우리 주위에서 고동치기 시작했다. 나의 백마 탄 기사, 언제나. 나는 그 말에 담긴 진실을 묵직하게 가슴으로 느꼈다. 본문 64쪽


루시에 대한 나의 감정은 이를테면 이런 느낌이라고, 나는 종종 생각했다―평범한 우정보다는 조금 더 날카로운 어떤 것, 나를 압도할까봐, 어쩌면 나를 파괴할까봐 두려운 어떤 것. 때로는 그녀를 원한다기보다는 그녀처럼 되고 싶은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두 감정은 너무도 강렬하고 너무도 상반되는 것이었지만 끊임없이 합쳐지고 뒤섞여서 어느 순간 그 둘을 구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그녀가 지닌 느긋한 삶의 방식을 탐했고, 그것을 갈망했다. 그것이 그녀의 존재 방식이었다. 나는 그것이 내 것이기를 바랐다. 본문 118쪽


이곳에 도착한 뒤로, 내가 평생 탕헤르에 오기를 기다려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내가 했던 모든 일, 모든 생각, 모든 행동이 나를 이곳으로 이끈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그녀를 한번 더 찾아내기 위해, 그리고 우리가 함께할 수도 있을 삶을 위해. 모든 것이 완벽했다. 나는 앨리스에게 얘기하고 싶었고, 그녀 역시 그 사실을 깨닫기를 간절히 바랐다. 이 모든 것이 얼마나 기가 막히게 완벽한지를. 탕헤르, 앨리스, 낯선 도시에 함께 있는 우리. 본문 141쪽


나는 그런 생각에서, 분노와 증오와 확신을 놓아버릴 수 있는 나의 능력에서 위안을 얻었다. 손가락 사이로 모든 것을 흘려보내는 데에는, 더는 온 힘을 다해 붙잡고 매달릴 실체가 없다는 사실에는 일종의 평화가 있었다. 본문 171쪽


“어떻게 보면, 그 사람들이 우리한테 거짓말을 한 것 같아. 우리가 세상 밖으로 나가서 그들과, 그러니까 남자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 거라고 느끼게 만들었잖아. 하지만 그건 전부 거짓이었어, 그렇지 않니? 우리에게 거짓말을 한 거야. 우리는 일종의 직업의식을 배웠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저 가식 속에서 학교를 졸업한 거였어. 결혼하면 시간을 보낼 취미생활 정도를 준비했다고나 할까. 덕분에 모든 게 훨씬 더 힘들어졌잖아.” 본문 175쪽


더는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이 거실에, 탕헤르에, 아프리카 대륙 어디에도 있고 싶지 않았다. 이곳은 내 집이 아니었다. 한 번도 나의 집이었던 적이 없었다. 나는 스스로를 가둘 밀폐 공간을 만들었을 뿐이었다. 내가 자물쇠를 만들고 그 열쇠를 루시에게 주었다. 본문 284쪽


그녀는 영원히 잠가두고 가두어야 할 나의 형편없고 추악한 일부였다. 『제인 에어』에 나오는 다락방의 미치광이처럼. 그녀는 정제되지 않은 형태였고 그 누구도 보아서는 안 되는 날것이었다. 그녀는 모든 사악한 생각이었다. 노골적으로 현실화된 금지된 욕망이었다. 본문 347쪽

목차

프롤로그 _009
1부 _013
2부 _179
3부 _247
에필로그 _357
감사의 말 _365
옮긴이의 말 _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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