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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06895 / 146쪽 128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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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에서 시인은 몸을 한없이 화장시켜 세계를 몸의 보자기로 싸안거나, 몸을 샅샅이 뒤져 세계의 흔적을 발견해내는 특이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그것은 단순한 수사적 상상력이 아니라 자신의 몸의 경계를 허물고 싶다는 욕망과 관련된, 상승이나 하강이 아닌, 수평적 번짐의 상상력이다. 우리는 그의 시의 이미지를 통해 붙박임과 초월만이 아닌 수평적 확장과 축소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한다.
아아 너는 너무 가벼워 껴안을 수가 없어
육십억 인구를 담은 무거운 지구가
저 암흑 천지 속
스쳐가는 행성을 향하여 가볍게 손짓하듯
이별의 가장 무거운 슬픔 속에서 끄집어올린 가장 가벼운 손짓
내장을 가득 담은 내 무거운 슬픔이
널 만나 눈빛만은 그래도 가볍게 흔들어주듯
파르르 떠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깃털 한 닢
못 떠나 못 떠나 바람 공중에 떠오르다
다시 내려앉고 다시 떠오르는
한없는 숨막힘의 머리카락
억울하게 뿌리쳐져 가장 땅 깊은 곳
그곳, 암장의 지옥에 묻힌 내 혼령이
서늘하게 피워올린 헐떡이는 목울대
숨막힌 내 가슴 밖에서 저 혼자 휘날리는 옷고름
팽팽한 밧줄에 묶은 검푸른 죽지
아아, 너는 너무 가벼워 껴안을 수가 없어--- p.19
구름이 카악 카악
태양의 면상을 향하여
가래침을 뱉고 지나가고
공중에서 압핀이 쏟아진다
아파 아파 아파 비가 쏟아진다
비의 방은 압핀으로 붙여놓았나
담배잎에 구멍이 숭숭 뚫린다
속옷이 주욱주욱 찢어지고
얼굴에 두 눈에 침이 튄다
(이럴 때 심장은 말짱해요 말할 수 있나
아직도 엽연초 뿌리는 땅속에 있어요 말할 수 있나)
비 갠 후 환하게 트인
하나님의 목울대 사이로
이름 모를 작은 새 한 마리
물방울 터지는 소리로 지저귀며 날아간다--- p.97
1
아침 일고여덟시경
나는 생각한다
서울에서 지금
일천이백만 개의 숟가락이 밥을 푸고 있겠구나
동그랗구나
숟가락들엔 모두 손잡이가 달렸다
시끄러운 아스팔트 옆
저 늙은 나무엔 일천이백만 개의 손잡이가 달린 이파리들이 달렸다
2
하늘이 빛의 발을 서울의 동서남북
환하게 내다 걸면 태양이 일천이백만 쌍
우리들 눈 속으로 떠오른다 그러면
서울 사람들, 두 귀를
가죽배의 방향타처럼 쫑긋거리며
이불을 털고 일어난다
바람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그대 안으로
들어가고, 다시 그대 숨이 내 숨으로
들어오면 머리 위에서 신나는 풀들이
파랗게 또는 새카맣게 일어선다 오오
그러다 밤이 오면 죽음이 오백 년 육백 년 전 할아버지의
배꼽을 지나 내 배꼽으로
들어오고 일천이백만 개의 달이
우리의 가슴속을 넘나들며 마음 갈피갈피
두루두루 적셔준다
한밤중 서울의 일천이백만 개의 무덤은 인중 아래
모두 봉긋하고 오오오
또 한강은 일천이백만의 썩은 무덤 속을 헤엄쳐나온
일천이백만 드럼의 정액을 싣고 조용히 내일로 떠난다
다시 하늘이 빛의 발을 서울의 동서남북 내다 걸면
일천이백만 쌍의 태양이 눈을 번쩍 뜨고
저 내장들의 땅속 지하 삼천 미터 속까지
빛살무늬 거룩하게 새겨진다 --- pp.125-127
1.
비/너와 함께 쓴 시/참 오래 된 호텔/여자들/날개/낮잠/벼랑에서/눈동자 속/캄캄/기다림에 관하여/신파로 가는 길 5/부안군 변산면 마포리 하섬/서울 3느 9916/블라인드 쳐진 방 1/블라인드 쳐진 방 2/블라인드 쳐진 방 3/블라인드 쳐진 방 4/타클라마칸/아직도 서 있는 죽은 나무/월악산/어쩌면 좋아, 이 무거운 아버지를/출구를 찾아라/자동 인화기/대관령/저 새/숨은 감자/땀/저녁 달/희디흰 편지지
2.
서울의 밤/서울의 새벽/사월 초파일/서울의 흥부/서울의 방주/비 오는 날, 남산1호 터널 들어가는 길/슬픈 서커스/서울 길/벤야민의 테트리스/이제 마악 잠이 깬 서울의 공주/동방거울상회/서울/고향/붉은 수은 십자가 공장/비/피 흘리는 집/신파로 가는길 1/신파로 가는길 2/신파로 가는길 3/신파로 가는길 4/황학동 벼룩시장/강변 포장마차/목림방/황학동 재생고무호스공업사/사색과 슬픔의 빛, 울트라마린 블루/부여 박물관 어린이용 이음독무덤/베어스타운 스키장/나의 우파니샤드, 서울/레인 피플/불쌍히 여기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