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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

에밀리 정민 윤 저 | 한유주 역 | 열림원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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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70400295 / 248쪽 114 x 188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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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미국 문단에서 주목받으며 데뷔한 에밀리 정민 윤은 다른 시대, 다른 국가에서 삶을 일궈 왔지만 누구보다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라는 어두운 역사의 단면에 깊게 파고든 시인이다. 대학 시절 논문을 작성하다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를 접하게 된 그는 전쟁 범죄의 그늘에서 침묵을 깨기까지 오랜 기간 가시밭길을 걸었던 피해자들의 고통에 깊게 공감하고 그들의 사건을 자신에게 투영시키며 현대 여성들의 아픔 또한 헤아리기에 이르렀다. 그에게 주어진 유전적 트라우마는 그 자신을, 나아가 모든 여성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알리고자 각성한 그는 미국 문단에서 자신에게 상속된 아픔을 공유하는 장을 용기 있게 열었다.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은 총 4개의 챕터, 35편의 시로 구성된 시집이다. 미국 문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시인 에밀리 정민 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넘어 전 세계 여성들이 마주하고 있는 억압의 일상을 들여다보았다. 책임, 증언, 고백, 그 이후라는 제목과 함께 구성된 총 네 개의 챕터는 과거에 일어난 일련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건들부터 시작해 현대에 벌어지고 있는 성차별, 성폭력에 관한 여성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어두운 과거를 그로테스크한 시적 표현을 더해 그려내기도 하고, 전쟁 중에 일어난 말도 안 되는 집단적인 광기를 거부한 일본군 남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관점의 전환을 주기도 한다. 나아가 북한과 남한의 관계에 대해 무지하거나, 2차 세계대전을 미국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이들에게 이민자 여성으로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준다.

출판사 리뷰

과거로부터 울려 퍼져 현재를 관통하는 목소리들의 집합 “고통의 단어들로 재배열된 낱낱의 목소리” 일인칭 시점의 산문시들은 언어유희 같은 실험성을 가미하며 형식을 자유롭게 확장해나가는 개성을 보인다. 시집 후반에는 무거운 주제에서 벗어나 평범한 형식의 서정시를 싣기도 했지만, 그 속에서도 독특한 시어들이 보여주는 사유가 마냥 예사롭지는 않다. 특히나 ‘증언’ 챕터는 독자로 하여 피해자들의 고통을 절감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증언 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실제 증언 필사본과 다큐멘터리 자료를 바탕으로 쓰였지만, 이것이 자료 그대로를 시에 옮겨놓았다는 뜻은 아니다. 에밀리 정민 윤은 시인으로서의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발휘하여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더욱 사실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다. 시인의 치밀한 의도 아래 재배열된 단어들은 계산된 여백이나 꾸밈새 없이 담담한 형식을 취하면서 동시에 그들의 목소리에 입체감을 부여한다. 그 결과, 독자들은 나와 타인의 경계를 넘어 피해 당사자들의 고통을 받아들이게 되고 비로소 타인이 경험한 역사적 사건을 나의 현재로까지 호출해내기에 이른다. 과거지만 과거만은 아닌, 현재지만 현재만은 아닌 우리에게는 이런 이야기들이 필요하다 에밀리 정민 윤은 단순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건을 조명하는 것에서 나아가 역사에서 비롯된 상흔들을 토대로 현대 사회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차별 그리고 편견까지 추적해나간다. 시인의 대표작 「일상의 불운」을 포함한 여러 작품은 매일의 폭력으로부터 살아남은 현대 여성들의 초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폭력의 잔재는 한국전쟁 이후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입에서도, 바에서 만난 외국인 남성의 시선에서도, 성관계를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상대방의 표정에서도 온전히 드러난다. 시인은 이민자 여성으로서의 개인적 경험까지 작품 속에 드러냄으로써 여성들이 저마다의 아픔을 기꺼이 공유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열어 보이고자 하였다. 여성의 삶을 잠식시켜온 길고 긴 폭력의 굴레가 그 민낯을 드러낼 때 우리는 아직 어딘가 파묻혀 있을 여성들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우리 사회에 대해 깊이 묵상하게 된다.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독자들이 역사 속 목소리를 대면하고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랐다. 실제로 겪은 적 없는 고통을 실제처럼 마주하는 일, 피해자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일, 자신 안에 부당한 억압을 벗어날 수 있는 또 다른 힘을 만들어나가는 일 등을 해나가길 바랐다. 그것이야말로 여성들이 지닐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자 연대라고 생각한 것이다. “모든 시가 해결책이라기보다는 질문이라고 믿는다”는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끝없이 화두를 던지고 질문하고 대화해야 한다. 명백한 폭력의 역사가 흐지부지 달아나지 않도록. 지금 우리에게는 이런 이야기들이 필요하다.

저자 소개

미국 거주 한국계 이민자이자 여성 시인.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고, 뉴욕 대학교에서 문예창작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표작으로 2017년 ‘뜨락 정원 소책자 시문학상(Sunken Garden Chapbook Poetry Prize)’을 수상한 「일상의 불운(Ordinary Misfortunes)」이 있다. 전 세계 여성들의 아픔을 헤아린 깊이 있는 작품들로 미국 문단의 호평을 받으며 역사에 희생된 자들의 고백에 생기를 불어다 주고 저항과 회복의 몸짓이 지닌 강렬한 힘에 관해 이야기한다.


 

역자 소개

소설가이자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2003년 제3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소설 부문)을 수상하며 등단했으며, 단편소설 「막」으로 제42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으로 『달로』, 『얼음의 책』,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가, 옮긴 책으로 『작가가 작가에게』, 『눈 여행자』가 있다. 

 어렸을 때는 국어 시간을 싫어했다.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로 이루어진 국어 수업시간 중 마음 놓고 있었을 때는 듣기와 읽기 시간이었다. 말하기와 쓰기를 가장 싫어했는데, 어쩌다 보니 쓰는 것이, 그리고 말하는 것까지도 직업이 되었다는 사실이 생경하게 여겨질 때가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약력이나 여하한 자기소개서에도 별로 적을 말이 없다. 다만 본인이 포유류 중독자라는 사실을 밝혀둔다(포유류 중독은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 언젠가 호랑이의 등을 쓰다듬어보고 싶다. 몇 년 전부터 번역을 하고 있으며, 최근 ‘울리포프레스’라는 이름으로 출판 등록을 했다. 직원은 본인 단 한 명이다. 2012년 봄 현재 출간된 책은 없으나 올해 안에 누군가의 익명적 시집 한 권을 출간할 예정이다(물론 내 것은 아니다). 그 외 주요 관심사는 비밀이다(실은 너무 뻔해서 별로 공개할 것이 없다).

책 속에서


빼앗긴 나라에서 몸이란 무엇일까. 혹은 누구의 것일까. 전쟁 중에는 무엇이 옳을까. 전쟁 중에는 무엇이 떠날까. 전쟁은 한국을 떠나지 않았어. 나는 떠났지. 나는 웅크려. 나를 포기해, 나를 너희에게. 너희 중 누군가 내게 말했지, 한국식으로 더럽게 섹스해볼까. 너희 중 누구는 그리 말하지 않았지. 너희는 내게 미국을 대표하는가. 그 군인들은 그녀에게 미국을 대표했나. 전쟁이 두려웠겠나. 동맹군이 무서웠지. 그녀가 말했다.

- 「일상의 불운」 부분

나는 열네 살에서 열아홉 살이 될 때까지 위안부였고
나는 열이 났고 나는 불임이 되었고
나는 내 죽은 남편의 아이들을 기억한다
나는 괜찮았던 끼니를 기억한다 나는 혼자다
나는 합천 집에서 이방인처럼 보였다 살갗이 거무스름해져 있었지
내 어머니는 당신이 꿈꾸고 있다고 생각하셨지

- 「증언들」 부분

하얼빈의 개울가에서
산 채로 매장된
아팠던 소녀의 손을 보았다.
내 꿈속에서 그 애는 아직도
더 넓은 물을 향해 나아가고 있어.
- 「증언들」 부분

내 남편은 어디선가 연인들을 찾았지. 나는 어디선가 내 딸들을 찾았어. 나는 아무도 점거하지 않은 집을 갈망하며 그들을 사랑해. 그들은 가끔 갈라진 벽 틈에 손을 집어넣고 말하지, 왜 그래? 왜 그래요? 문이란 문은 죄다 닫혔다. 칠십 년 그리고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내 과거가 살아 있다는 걸 몰라. 위안소의 소녀들, 그때 우리는 모두 아이들이었어.

- 「일상의 불운」 부분

당신과 나의, 사냥과
짐승 되기의 역사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나요, 내 죽은 몸을
가늠하며, 민들레를 뽑자마자
죽을 것이라는 걸 알아버린 아이 같은
바보처럼 스스로의
두 손을 들여다보는 당신과
나의 죽은 몸은.

- 「부검」 부분



목차

추천사
인류가 가진 모든 구분에 대한 참혹한 조롱의 울부짖음
- 김혜순(시인)
인간의 고통에 공명하면서 연대하게 하는 힘
- 이제니(시인)

한국어판 서문
‘찾은 시’를 통해 들여다본 우리 종족의 잔인함

고발
일상의 불운
위안
일상의 불운
어이 거기 예쁘장한 아가씨
일상의 불운
일상의 불운

증언
증언들

고백
일상의 불운
페티시
철쭉
나를 만지지 마라
종 이론
아메리칸 드림
머리카락
의구표
할머니가 복숭아를 회상한다
보통의 불운
부검

사후
일상의 불운
일상의 불운
두려움
뉴스
우리 이렇게 헤어질까
일상의 불운
기록
경주에 지진이 발생했던 날, 2016년 9월 12일
추분과 동지 사이, 오늘
가끔 이 길을 걷고 있을 때면
외국인
쉽게 씌어진 시
식전 기도
겨울 매화에게
변신
꿈의 악마
고래 시간

인터뷰
지구 반대편에서 이어진 두 여성 작가들의 대담
- 한유주로부터, 에밀리 정민 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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