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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인 콩의 도시에서

시리즈 : 테이크아웃(미메시스) [14]

한유주, 오혜진 저 | 미메시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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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5351444 / 80쪽 115 x 1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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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참신한 이야기에 몰입하는 기쁨
그들이 구축한 촘촘한 이야기의 세계를
<테이크아웃> 으로 나눈다

미메시스는 2018년 6월부터 2030세대를 대표하는 소설가와 일러스트레이터의 단편 소설 시리즈 <테이크아웃> 을 출간한다. 2018년 하반기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매달 2-3종, 총 20종이 예정되어 있다. 이야기의 순수한 즐거움을 전달하고자, 독특한 발상과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이야기 세계를 구축해 가는 젊은 소설가 20명을 선정했고, 이들의 단편 소설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지로서 대중과 성실히 소통하는 일러스트레이터 20명을 매치해 새로운 이미지를 탄생시켰다.
누구나 부담 없이 공평하게 즐길 수 있는 매체인 <이야기> 는 무한히 확장될 수 있으며 누구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자신만의 것을 지어 갈 수도 있다. 미메시스는 본 시리즈로 이러한 이야기의 훌륭한 습성을 작고 간편한 꼴 안에 담아 일상의 틈이 생기는 곳이면 어디든 <테이크아웃> 하여 독자들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즐기는 각기 다른 모양의 <이야기> 를 통해 일상의 기쁨이 전달되길 바란다.

테이크아웃은
단편 소설과 일러스트를 함께 소개하는
미메시스의 문학 시리즈입니다.

벵갈루루의 공항, 호텔, 거리, 식당, 서점
소설과 현실의 경계에서 까무룩 잠이 들다

2030세대를 대표하는 소설가와 일러스트레이터의 단편 소설 시리즈 '테이크아웃'의 열네 번째 이야기는 한유주와 오혜진이 전하는 「끓인 콩의 도시에서」이다. 소설 형식에 의미를 담아 이야기 속의 새로운 분위기를 선사하는 한유주의 이번 이야기는 소설가인 <나> 가 벵갈루루 공항에 도착 후 그 공항을 떠날 때까지 며칠간의 풍경을 담는다. 나는 그곳에서 새로운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소설 속의 소설은 유기적으로 이어지고, 바깥 소설 속 풍경이 안쪽 소설로 스며들고 그 반대로 안쪽 소설의 단어 하나가 바깥 소설의 일부가 되어 다른 의미가 부여된다. <끓인 콩의 도시> 라는 뜻을 지닌 도시 벵갈루루에서 탄생한 두 소설 속 희미한 경계는 오혜진의 비트맵 이미지로 수렴되어 단단한 하나의 소설로 나타난다.

저자 소개

소설가이자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2003년 제3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소설 부문)을 수상하며 등단했으며, 단편소설 「막」으로 제42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으로 『달로』, 『얼음의 책』,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가, 옮긴 책으로 『작가가 작가에게』, 『눈 여행자』가 있다. 

 어렸을 때는 국어 시간을 싫어했다.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로 이루어진 국어 수업시간 중 마음 놓고 있었을 때는 듣기와 읽기 시간이었다. 말하기와 쓰기를 가장 싫어했는데, 어쩌다 보니 쓰는 것이, 그리고 말하는 것까지도 직업이 되었다는 사실이 생경하게 여겨질 때가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약력이나 여하한 자기소개서에도 별로 적을 말이 없다. 다만 본인이 포유류 중독자라는 사실을 밝혀둔다(포유류 중독은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 언젠가 호랑이의 등을 쓰다듬어보고 싶다. 몇 년 전부터 번역을 하고 있으며, 최근 ‘울리포프레스’라는 이름으로 출판 등록을 했다. 직원은 본인 단 한 명이다. 2012년 봄 현재 출간된 책은 없으나 올해 안에 누군가의 익명적 시집 한 권을 출간할 예정이다(물론 내 것은 아니다). 그 외 주요 관심사는 비밀이다(실은 너무 뻔해서 별로 공개할 것이 없다).

책 속에서



토탄의 추억. 아무것도 제대로 말해 주지 않지만 단편 소설의 제목으로는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나는 실제로 아일랜드에 가본 적이 있었고, 베케트의 소설도 몇 편이나마 읽어 본 적이 있었다. 이내 짐이 나왔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 햇빛에 눈이 부셨다. * 10면

해금강에 가서 술을 마셔야지, 나는 생각했다. 원 없이 마실 수야 없겠지만 반주를 들면서 토탄의 추억을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18면

남인도의 식당에서 한국 가요를 들으며 도키를 배경으로 하는 토탄의 추억을 쓰겠다는 생각이 다소 우스꽝스럽게 여겨졌다. 하지만 무엇이든 써야 했다. 한 줄도 쓰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었다. 한량이나 다름없이 며칠 보내게 되었 으니 빈 시간을 이용해 무엇이든 써서 돌아가야 한다는 강박이 자이푸르에서부터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니 토탄이면 어떻고 추억이면 어떤가. 글을 쥐어짜 낼 수만 있다면 토탄이건 맥주잔이건 가루로 만들 수도 있었다. 나는 노트를 꺼내 테이블 위에 펼쳐 놓았다. * 19면

하지만 화자에게 토탄의 추억을 어떻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나는 김치찌개를 앞에 두고 생각에 잠겼다. 지난 십여 년 간 여러 도시를 돌아다녔고 몇몇 도시에서는 장기간 체류한 적도 있지만 딱히 추억이라고 할 만한 것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니 내가 토탄과 추억을 연결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언젠가부터 나는 도시에서 특징을 찾지 않았다. 어느 도시에 가건 스타벅스부터 찾았다. 어딜 가나 똑같은 맛의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현대의 기적처럼 느껴졌다. * 27면

나는 토탄의 추억을 마저 써야 했다. 사실 토탄은 무작위로 선택된 단어였다. 나는 토탄을 본 적이 없었다. 혹은,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본 것을 토탄과 연결 지을 수는 없었을 것이었다. 그러다 아일랜드에 갔을 때, 나는 토탄의 추억이라는 제목을 떠올렸다. 아니다. 꿈에서 아일랜드에 갔을 때 떠올린 제목이었다. 한 줄도 쓸 수 없는 날이 계속되고 있었다. 친구가 자살한 뒤로 한 줄도 쓸 수 없는 날이 계속되고 있었다. 거짓말이다.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는 날이 계속되었다. 가끔은 지운 것보다 쓴 것이 많기도 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아니, 엄밀히 쓰자면, 아니, 엄밀하다는 단어를 쓸 수 없을 것 같은데…… * 40면


목차

끓인 콩의 도시에서 09
작가 인터뷰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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