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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치열한 삶에 이진 시인이 주는 다정한 위로
나도 팔짱끼고 걸을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
SBS 제2회 TV문학상을 수상한 이진 시인의 첫 시집 『손바닥 위에 지구별을 올려놓고』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네 번째 시집이다. 시인동네 시인 상 출신이기도 한 이진 시인은 오랜 무명과 시 쓰기의 고통을 이겨내고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시인이다. 어느 동료 시인은 이진 시인의 시를 가리켜 “전투를 마치고 돌아온 전사들이 피 묻은 칼을 무기고에 반납한 것 같은, 생이라는 전투의 치열함을 보여주는 시”라고도 했다. 누구에게나 삶은 한 번뿐이고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이진 시인은 그것을 시로써 말하고 있다.
출판사 리뷰
<책속에서>
나도 팔짱끼고 걸을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
발목이 삐끗 넘어가려 할 때
자동차가 슬금 치고 들려 할 때
버스번호 못 보고 어리둥절할 때
바람에 머리카락이 눈을 찌를 때
먼지가 눈에 허락 없이 침범했을 때
호호 불어줄 수 있는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
높은 가지에 보라색 라일락 향을 따고 싶을 때
저어기 날갯짓 하는 이름 모를 새를 찍고 싶을 때
꿈에도 탐해 보지 않은 히말라야를 넘볼 때
감성 떨어져가는 단어들이 두려워질 때
잘은 모르지만 조금은 아는
그 사람들의 떠남을 문자 받았을 때
괜찮아 괜찮아요 괜찮다니까 괜찮을 거야
말 걸어 줄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
- 12쪽 ‘팔짱끼고 걸을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 중에서
자, 팔 빌려 줄게 끼어 팔짱
내 말을 이해 못한 사람들이 불쑥
들이미는 팔
웃지 못해 아프다
오해 받기 딱 좋을 말을 한 뒤
주워 넣으려 하지만 늦었다
나는,
하고 싶은 말도 못하고 살아야겠구나
잘 살아가는 그들은
진작
그 수법 알았던 것이구나
늦은 밤 깨달음이
수면제 잠처럼 다가온다
그래도 할 말은 하고픈데 어쩌나
- 13쪽 ‘팔짱을 끼고’ 전문
아, 인연은 모진 것
인연 따위 피하기 위해 이 길로 들어섰건만
또 만난다
내가 타는 엘리베이터에도
자꾸 인연이 같이 타고
내가 걷는 길에도
자꾸 인연이 같이 걷는다
나는 인연 따위 거부한다
인연은 나를 발가벗긴다
나를 속닥거리는 표정들이 귀찮다
- 20쪽 ‘인연’ 중에서
상 고쳐요 상 고쳐요
아줌마 상 고쳐요
초인종마다 목소리가 배달된다
목소리도 나이를 먹었다
어느 시대에서 온 할머니일까
아파트 오르막에 돗자리 깔고
낡은 교자상을 널어놓은 할머니는
아직도 상을 고쳐 쓴다고 믿는 걸까
하루도 아니고 시간마다 상과 먹거리가 배송되는
세상에 살지만 세상에 속하지는 않은 채
할머니의 세계에서만 문 열어놓은
상 고쳐요 노점
- 23쪽 ‘상 고쳐요’ 중에서
1년의 번민이 싹뚝,
그의 입술 흔적도 잘렸다
잘라줘
짧게, 더 짧게
고통보다도 더 고통스럽던 의식,
돌아가고 말겠어
원래원래 내가 있던 자리
아무도 관계 맺지 않았던 텅 빈
그곳으로
- 92쪽 ‘단발머리’ 전문
손금이 지워질 때까지
나
그대와 같이 할 운명
움켜쥐고 살려 하네
어떤 이별수도
어떤 사별수도
우리 사이에 끼어들지 못하도록
나는 그대를
그대는 나를
온통 움켜쥐고
기다리면
하늘도 외면하지 못할 터
혹, 그대 내 곁에 머물 수 없는
운명이라면
내가 그대 곁에 머물 수 있는
운명이도록
손금 파려 하네, 성형외과 들리려네
바람 같은 그대와
바람 같은 나 만났으므로
회오리바람 한번 일으킬
이곳에서의
우리 사랑
- 94쪽 ‘우리 사랑은’ 전문
시인의 말
제1부
팔짱끼고 걸을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 | 팔짱을 끼고 | 바람 만들기 | 주제 파악 | 쓰레기 | 화단의 아침 | 엘리베이터 티브이 | 인연 | 아침 의자 | 놀이 | 상 고쳐요 | 만두 먹기 | 교통사고
제2부
파도가 바다에게 | 그들이 말하길 | 미술 수업 | 레드 구피
제3부
만남 | 대리운전 | 문학 수업 1 | 문학 수업 2 | 문학 수업 3 | 옛날이야기 1 | 소파 | 양로원 가는 길 | 어머니 | 여름 1 | 여름 2 | 지구 탈출기 | 지구살이 | 참새 | 밤의 일터에서 | 뉴스와 팔자 | 이별 의식 | 첫사랑 | 행방불명 | 여름 3 | 행복지수 | 빈자리 | 나는 것이 사치스럽다면 | 의미 | 도화살
제4부
봄아이 | 쥐 | 보태기 | 낙서 | 법칙 | 인간 예찬 | 종류 | 옥탑의 방 | 태풍 | 성경에 이르기를 | 엿보기 | 단발머리 | 여자의 남자 | 우리 사랑은 | 생각 | 바람의 유혹 | 무덤 | 시체 유감 | 새처럼, 비처럼 | 봄의 환상 | 옛날이야기 2 | 만찬 | 그 출발점 | 유일무이한 그것 | 끓는 물과 컵의 대화 | 휴식 | 사고 | 청첩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