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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멎은 공간 그래서 건축 비평가로 산다

이종건 저 | yeondoo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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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7020117 / 168쪽 140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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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당신은 누구로 사나요?
저는 건축 비평가로 삽니다.

『숨 멎은 공간』은 건축 비평가 이종건이 난생처음 ‘요청에 따라 쓴’ 글들의 묶음이다. 출판 기획자의 요청은 간단했다. 비평가이자 건축가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냈으니 저자가 사랑하는 공간에 대해 각주 없이 써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남의 말들 없이 오직 자신이 품고 있는 공간의 형상만 그려달라는 것이다.
저자는 『숨 멎은 공간』에서 자신의 온몸과 온 정신을 홀렸던 공간을 더듬어가며 그려내려 애썼다. 그런데 본디 추상의 영역인 ‘공간’, 그리고 주관의 영역인 ‘감’은 객관의 매체인 글로 온전히 붙잡거나 드러낼 수 없다. 공간(감)은 그 공간에 직접 데려가 거기서 자신의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다. 현장과 분리된 말로는 도무지 불가능하다. 저자는 이 불가능한 일을 가능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그러니까 그것에 근사한 것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자신이 보거나 듣는 즉시 곧바로 깨닫고 감통해 인식하고 느꼈던 공간들을 상상으로 지어가며 썼다. 다행히, 그리고 이 또한 처음으로, 이 글을 쓰는 동안 저자는 자신이 살 집의 공간을 설계하고 있었다. 글쓰기와 공간 지어내기를 병행할 수 있었던 것은 천운이요, 천혜다. 난제를 풀기 위해 취한 방도가 하나 더 있다. 살아 있는 감각을 좀 더 잘 드러내기 위해, 글쓰기를 이전과 달리 운문 혹은 시의 형식을 빌려 산문과 섞었다. 그랬더니 글쓰기가 조금 더 수월했다고 저자는 고백했다.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조지아 공과대학교 건축 대학에서 역사/이론/비평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8년부터 경기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5년 건축 비평지 《건축평단》을 창간하여 편집인 겸 주간을 맡고 있다. 『텅 빈 충만』, 『문제들』, 『건축 없는 국가』 등 여러 권의 건축 비평서를 냈으며, 에세이 『인생거울』과 『건축사건』, 장편소설 『건축의 덫』을 썼다. 옮긴 책으로는 『차이들: 현대 건축의 지형들』, 『건축 텍토닉과 기술 니힐리즘』 등이 있다. 우리를 둘러싼 시공간과 삶의 환경을 숙고하고자 건축과 철학, 문학 그리고 정치, 사회를 넘나드는 다양한 글쓰기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이종건의 생활+세계 짓기 시리즈’ 1권 『시적 공간』, 2권 『살아 있는 시간』, 3권 『깊은 이미지』를 세상에 내놓았다. 

책 속에서

집은
안을 지키는
견고한 성城.

도적과 강도와 무례한 이가
침범할 수 없는 곳.
세계의 모든 바깥은
안의 응낙 없이
들어갈 수 없는 곳.
집은 오직
안의 환대로 열리는
문을 통해 들어가는 곳.

그로써
모든 존재 혹은 사물이
제 자리에
제 형식으로 머무는 곳.
그렇게 홀로 존재하는
사물들 혹은 존재들이
간격을 건너는
그런 장소.
혹은 공간.

집은
타자를 중심에 두고
타자를 환대하는 곳.
내 안의 타자,
내 밖의 타자,
집 안의 타자,
집 밖의 타자,
세계 안의 타자,
세계 밖의 타자,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른 타자를 만나는 곳.

첫째 문은 내 얼굴.
내밀거나 거두어들이는
초대장
혹은 명함.

문손잡이는
타인과 나누는 (첫) 악수.

둘째 문은
선한 것을 가리는
벽사?邪의 사천왕문.

“깊고 묘한 이치에 드는 관문”
혹은 “참선으로 드는 어귀”
현관은
세상 먼지 털어
마음 한 줌 챙기는 곳.

계단은
이카루스 날개.
땅과 하늘을 잇는
야곱의 사닥다리.
삶과 죽음을 잇는
오리
혹은 새.

침실은
부활을 꿈꾸며 죽음을 연습하는
무덤
혹은 관.

세신洗身과 세심洗心을 도모하는
욕실은
원시의 순수로 회귀하는
제의祭儀 공간.

집은
하나의 도시.
길과 광장과 집(방)들이 구조를 이루는 곳.
공간의 깊이와 형식의 완전성이
내밀성과 외밀성, 어둠과 밝음, 정靜과 동動, 열림과 닫힘, 불과 물,
그리고 자연의 우발성이
사려 있게 짜인 곳.

집은
하늘과 땅의 매개자.
땅에 뿌리내려
하늘로 치솟는 나무.
합리가 낭만으로 상승하고
낭만이 합리로 하강하는 곳.
잴 수 있는 공간으로
잴 수 없는 공간을 담는 곳.

집은
부활의 장소.
절대 평화와 기쁨 속에
아이로 돌아가는 곳.
계절의 변화와
무시간 속에
유위와 무위가 자유로이 끼어드는 곳.
생명과 자연이 접속하는 곳.
온 존재를 살리는 곳.

우리는 지금
집에 살고 있는가. (82~86쪽)

 

목차

프롤로그

안산 자락길 메타세쿼이아 군락지
샌하신토 꼭대기
배터리파크시티 산책로
종묘 정전
구례 천은사
베를린 필하모니콘서트홀(과 국립도서관)
더 스탠더드호텔 루프탑 바
집이라는 공간에 대하여
소리를 위한 공간
숨겨진 공간
고립된 사물, 응축의 공간
기다림의 공간
오래 살아낸 사물
가치 없는 공간
검이불루 화이불치
크고 우람한 나무

부록

성격을 바꿔야 하리라!
우리 각자 자신의 여지를
코로나 19, ‘사이’라는 이름의 공간
어떤 사람이 살아온 방식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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