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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9128777 / 154쪽 12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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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너무 사랑해서
네가 돌멩이를 내밀며
이걸 삼켜, 그러면
삼킬 생각이었어.
그러나 이젠 충분히 울었어.
골목을 빠져나가는 고양이의 야옹 소리 들리고
나는 리셋 될 거야.
2020년 7월
김개미
너도 알다시피 집에 뭐 있니
난 이제 누구의 식구도 아니야
난 식구들에게 안 한 이야기를 까마귀에게 한다고
조금 있으면 까마귀들이 몰려올 거야
어제보다 많은 이야기를 지어내야겠지
그러니 집에는 너 혼자 가
누가 나를 궁금해하거든 죽었다고 해
—「참나무 아래 누워」 부분
뉴스에서 ‘내성적’ ‘은둔형 외톨이’ 이런 말이 들리면
내 이야긴 줄 알고 잠시 듣는다
전에는 마음속으로 하는 말을 마음속으로 했는데,
이제는 마음속으로 하는 말을 마음속으로 하지 못한다
나는 죽은 나무에 사는 벌레 같고,
이웃은 달과 별뿐인 것 같고,
손님은 바람과 계절뿐인 것 같다
혼자 오래 사는 사람은 기다리는 걸 잘한다
비든 사람이든 기다리면 올 것 같다
죽은 사람도 올 것 같고,
차가운 기체에서 태어난 유령도 올 것 같다
견디기 힘든 건
정적이면서 정적인 고독이 아니라,
정적이면서 동적인 불안이다
치유된 줄 알았던 불안은
옷장 속에 책 속에 피부 속에 잠복해 있다가
게릴라처럼 기습해 온다
혼자 오래 있으면
신의 목소리도 악마의 목소리도 듣는다
신은 내게 원하지 않는 게 많고,
악마는 내게 원하는 게 많다
—「혼자 오래 사는 사람은」 부분
얼마나 더 살아야 할까
얼마나 더 배를 부풀리며 심호흡을 해야
쉬지 않고 먹이를 갈구하는 욕망의 그림자가
나를 포기할까
얼마나 더 걷고 뛰고 기도해야
두통 없는 밤이 찾아올까
얼마나 더 기다려야
네가 빛을 끄고 내 뇌리에서 사라질까
악마는 어디서 게으름을 피우는가
왜 나를 보지 못하는가, 어서 와서
아직 남은 내 젊음을 가져가지 않고
늙고 싶다 빨리 늙고 싶다
극도로 무력해지고 싶다
—「극심한 오늘」 부분
나는 이 시간만 되면 부족한 것 같다
뼈도 하나 없는 것 같다
영원히 잘될 것 같지 않다
나는 망가진 채 태어난 것 같고
어려선 누가 고쳐주지 않아 망가진 걸 몰랐던 것 같고
지금은 망가진 걸 인정하기 싫어 고치기 싫다
(중략)
이제 나는 아무 일도 겪기 싫다 행복하고 싶지도 않다
괜찮고만 싶다 나중 말고 지금, 지금, 지금 좀 괜찮고 싶다
나는 거인의 박동을 가진 난쟁이다
아니 난쟁이가 가지고 노는 쥐다 쥐가 빠져나간 쥐다
눈을 다쳐 덤불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어디에 발을 놓아도 편하지 않다
—「노을에 대한 내성」 부분
담 너머 아카시아 꽃이 흔들릴 때면
병들고 싶다 흔들리고 싶다
깊은 밤 구부러진 달빛이 세상을 뒤덮으면
꺾이고 싶다 취하고 싶다
왜 나는 늙지 못할까
왜 나는 달라지지 못할까
이제 그만 말랑한 너에게 닿고 싶다
노란 전등 아래 너를 데려다 앉히고
네 신경이 곤두서는 것을 지켜보고 싶다
오늘은 정말이지 네 손톱 밑에 들어가 눕고 싶다
무료하지 않을 만큼 아프고 싶다 아프게 하고 싶다
더 이상 꼿꼿하기 싫다 꿋꿋하기 싫다
—「가시 일기」 부분
1부 오래 터지는 폭탄 뱀이 되려 했어 좀비가 폭탄과 나무 꿈을 꾸는 게 좋아 춤추는 자는 노래하지 않는다 단독자 K의 근황 내가 울면 별들이 아름다워져 참나무 아래 누워 뼈가 없는 유령처럼, 나는 초경 엘크를 데려와 혼자 오래 사는 사람은 한성이 인형을 위한 시 2부 따뜻했던 입술과 따끔했던 심장 인형에게서 온 편지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내 심장은 딱딱하게 굳은 고체였는데, 안녕도 안녕 당신, 오래 아파요 네가 나를 탄생시켰으니 어떤 동거 극심한 오늘 오늘의 약 그 언덕은 지금도 겨울일 것이다 붕괴의 기억 사천 나는 암사마귀처럼 나는 이상합니다 장미꽃이 만발하고 향기가 어지러워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중얼거린다 3부 다른 사람의 폭풍 빙벽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자신조차 알지 못하면서 상대방이 자신을 찾을 거라고 믿는 남자의 전화 최 노인의 산책 거절 죽어서는 우리와 오래도록 놀았다 쌍둥이 언니 약 냄새가 나 네가 어둠 속에서 손을 뻗어 나를 만지면 아무것도 보지 마 아무것도 기억하지 마 아무것도 기록하지 마 한 번의 어제 미치광이풀 조난 또 여름인 거죠 안산 오빠 막사 노을에 대한 내성 4부 피부로 말하는 법 주머니에 손을 넣고 먼지를 뭉치는 동안 인형의 일 1 인형의 일 2 밤 같은 낮 낮 같은 밤 혈관에 별이 떠 있다 악몽 난쟁이 창고 가시 일기 눈을 뜨자 까마귀가 보인다 노끈 나는 아직도 시인의 창세 서예가 신은 모른다 만취 해설 조그만 사랑의 시 -안지영(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