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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양귀자 저 | 쓰다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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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8441081 / 600쪽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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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 - 나성여관에 좋은 점이 있다면 뒷문이 있다는 사실이다. 손님들이야 앞문으로 들어왔다가 앞문으로 나가지만 우리 식구들은 뒷문으로 잘 다녔다. 특히 누나와 나는 절대로 뒷문만을 이용하였다. - 찌르레기 아저씨의 어디가 괜찮은지 묻는다면 사실 할 말도 없다. 어디가 어떻다고 딱 부러지게 대답할 수 있을 만큼 그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다. 그냥, 아무 이유도 댈 수 없지만 그냥 내 마음에 어긋나지 않고 역겹지 않으면 정답다. 그렇지만 나는 나의 이 ‘그냥’에 한해서는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여태까지 살면서 특별하고 거창한 사람이나 물건이 흡족하게 제 몫을 다 하는 것을 나는 본 적이 없다. 그런 것을 쫓아다니다간 시간만 헝클어놓기 딱 알맞다. 나는 그런 것을 믿지 않는다. 나는 그냥 나의 ‘그냥’을 믿는다. - 이거야말로 누나의 눈이 어떻게 잘못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누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세상의 아름다움, 그것이 빚어내는 색깔, 멋진 것에는 즉각 감응하던 그 경이로운 감수성은 대체 다 어디로 사라져버렸단 말인가. 나는 너무나 분해서 고기를 씹어대며 울었다. 눈으로는 눈물을 씹고, 입으로는 고기를 씹었고, 가슴으로는 늙은 남자를 짓씹어댔다. 너무 많은 것들을 씹어대느라 식사를 마쳤을 때는 기운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었다. - 그가 말했었다. 의분(義憤)이 많은 땅에 평화가 있다. 나는 붉은 피와 그을음으로 더럽혀진 그의 얼굴을 보며 자신에게 되물었다. 피투성이가 되도록 우리는 왜 싸우는가. - 누나는 꼭 올 것이다. 나는 그것을 믿었다. 다른 사람은 모른다. 누나와 형, 그리고 내가 나성여관에 품고 있는 사랑을. 그것은 때로 누추했고 더러는 끔찍했으나 그보다 더 많이 오밀조밀했고 아늑했었다. 우리들의 사랑 속에 담긴 분노와 증오와 슬픔 없이 어찌 이처럼 질긴 애정의 끈을 묶어낼 수 있었으리.

저자 소개

  • 저자 : 양귀자
저자 : 양귀자
1955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고 원광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에 〈다시 시작하는 아침〉으로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에 등장한 후, 창작집 『귀머거리새』와 『원미동 사람들』을 출간, “단편 문학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는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1990년대 들어서 양귀자는 장편소설에 주력했다. 한때 출판계에 퍼져있던 ‘양귀자 3년 주기설’이 말해주듯 『희망』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천년의 사랑』 『모순』 등을 3년 간격으로 펴내며 동시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부상했다. 탁월한 문장력과 놀라울 만큼 정교한 소설적 구성으로 문학성을 담보해내는 양귀자의 소설적 재능은 단편과 장편을 포함, 가장 잘 읽히는 작가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소설집으로, 『귀머거리새』 『원미동 사람들』 『지구를 색칠하는 페인트공』 『길모퉁이에서 만난 사람』 『슬픔도 힘이 된다』를, 장편소설 『희망』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천년의 사랑』 『모순』을, 산문집 『내 집 창밖에서 누군가 울고 있다』 『삶의 묘약』 『양귀자의 엄마노릇 마흔일곱 가지』 『부엌신』 등이 있으며 장편동화 『누리야 누리야』가 있다.
1987년 『원미동 사람들』로 유주현문학상을, 1992년 『숨은 꽃』으로 ‘이상문학상’을, 1996년 『곰 이야기』로 ‘현대문학상’을, 1999년 〈늪〉으로 21세기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머리말

양귀자(지은이)의 말

소설 하나를 두고 네 번째 작가의 말을 적는다.
앞에 놓인 작가의 말들을, 나는 남이 쓴 글처럼 읽는다. 그랬구나, 하다가 세 번째에 이르러서는 얼굴이 좀 뜨거워진다. 저런 ‘고백’을 아무렇지도 않게 책에 쓰다니, 지금의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다행인 것은 이 소설에 가진 애정만큼은 아직 그대로라는 점이다. 교정을 위해 정말 오랜만에 소설을 다시 읽으며 그 사실을 확인했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나 정신이 첫 장편의 시간에서 멀어지지 않은 것도 안심이 된다.
시대의 배경은 바뀌어도 삶은 남는다. 그렇기에 우리 각자가 품은 ‘희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나성여관’에 살았던 그들의 근황이 궁금하다. 특히 우연이는,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지 가끔 생각난다. 그저 건재하기만을 바란다.개정판 작가의 말

목차

1. 나성여관_7
2. 길 위의 친구들_55
3. 기도·빵·석양_117
4. 고통의 우물_187
5. 40세의 노트_243
6. 장마_311
7. 철새들도 집을 짓는다_365
8. 복수_421
9. 잘 가라 밤이여_475
10. 눈꽃_535

작가의 말_578
작품해설_여관에서 집으로, 집에서 마을로 / 김훈_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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