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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연예인 이보나 한정현 소설집

한정현 저 | 민음사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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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7472725 / 356쪽 115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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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이름을 밝히며 쓰여지는 역사 『소녀 연예인 이보나』 속 인물들의 이름은 작품을 건너다니며 등장한다. 어떤 이름들은 서로 알맞게 끼워지는 퍼즐조각 같지만, 어떤 이름들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을 뿐 결국 들어맞지 않는다. 이를테면 「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 속 남장 소설가 ‘경준’의 본명은 ‘경아’. 이 이름은 「조만간 다시 태어날 작정이라면」의 등장인물 ‘경아’와 같다. 또한 「소녀 연예인 이보나」에서 ‘주희’가 극단 동지이자 잊을 수 없는 한 사람 ‘이 씨’에게 주고 싶었다던 이름 ‘이보나’는 「오늘의 일기예보」의 주인공 ‘나’의 이름이 된다. 「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과 「소녀 연예인 이보나」의 시간적 배경은 일제강점기이며, 「조만간 다시 태어날 작정이라면」과 「오늘의 일기예보」의 시간은 2019년의 어느 날로 반세기가 넘게 차이가 난다. 마치 전생과 현생 같다. 작가는 이름과 함께 운명을 겹쳐놓는다. 여성의 이름, 소수자의 이름. 받은 이름과 스스로에게 지어 주는 이름. 그리고 그것은 전생과 현생을 잇는 긴 시간 동안 이어지는 끝나지 않는 질문이 된다. 우리는 우리로서 살아갈 수 있는가? 질문은 또다시, 대답이 된다. 한 이름의 생애가 끝나면 같은 이름의 다른 생애가 다시 시작되듯이. 이름이 사라지지 않음으로써. ■삶을 증명하기 위해 펼쳐지는 지도 한정현의 소설에는 ‘가고 싶은 곳으로’ 가는 인물들이 여럿 등장한다. 그들은 자신이 알고자 하는 이야기, 만나고자 하는 사람, 살고 싶은 삶을 향해 배에, 비행기에 오른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인물들은 ‘연구’의 목적을 지닌 채 부지런히 걸음을 옮기는 이들이다. 국가폭력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이태원의 이모들을 인터뷰하는 ‘메리’(「생물학적 제인」), 연인인 사츠케의 발표를 들으러 도쿄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했다가 자신의 논문에 대한 힌트를 얻게 된 ‘경아’(「과학 하는 마음」), 빗물을 연구하기 위해 오키나와의 연구소로 가는 ‘나’(「대만호텔」). 이들의 목적은 현재 자신의 연구 주제이지만, 그 한 겹 아래에는 언제나 삶이 있다. 한정현이 내세우는 ‘연구자 화자’는 수많은 참고문헌을 토대로, 혹은 그 사이를 비껴가며 퀴어와 여성의 역사를 완성한다. 그들은 서로의 주석이 되며, 그들의 존재가 전설이 아니라 정설임을 일깨운다. 논문을 통해 자신의 가설을 밝히려는 행위, 다큐멘터리를 통해 역사의 한 장면을 남기려는 과정은 실은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의 정체성을 똑바로 기입하고 삶을 기록하려는 노력에 다름 아니다. 서울을, 도쿄를, 뉴욕을 누볐던 ‘모던 걸’처럼, 그 동선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

저자 소개

  • 저자 : 한정현
저자 : 한정현
1985년 출생. 201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줄리아나 도쿄』로 제43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책 속에서


그들은 책을 읽다 말고 소주를 꺼내 놓고 김추자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소리를 조금만 줄이면 안 돼요?” 그가 어머니에게 물었을 때, 어머니는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그에게 말했다. “안 돼, 이모들과 이야기할 땐 노랫소리가 더 커야 해.”
-「괴수 아키코」, 16쪽

사실 그 3년 동안 극단 안에서 주희와 이 씨가 어떻게 지냈는지, 저러한 이야기들 말고는 정확히 들은 것이 별로 없었다. 그저 주희는 선화공주 역으로, 이 씨는 선화공주와 사랑에 빠진 장군 역으로 제법 큰 사랑을 받았다는 이야기들뿐이었다. 무슨 재밌는 기억은 또 없었
어? 라고 물으면,
“나는 그게 좋았어, 내가 남자든 여자든 나를 사랑해 주던 관객들.”
-「소녀 연예인 이보나」, 57쪽

아무 관련 없을 수도 있지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무슨, 생각이요?
한서가 말하려던 거요. 사랑인가 혁명인가, 가 아니고.
(……)
사랑과 혁명이었을 수도 있을 텐데.
그가 그 말을 했을 때 나는 그제야 그의 손을 감싸듯 맞잡았다. 내 손을 맞잡으며 그가 조금은 힘을 주어 말했다.
한서는 한 사람을 사랑해 보았으니까. 그래서 모두를 위한 혁명도 말할 수 있던 것 같아요.
-「오늘의 일기예보」, 112쪽

안나는 수성이 그런 삶을 원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더구나 수성은 여기 남아 있으면 곧 군대에 끌려갈지도 몰랐다. 안나는 이를 악물고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수성이 안나를 가만히 껴안았다. 눈물이 흘러내리는 수성의 얼굴 위로 화장이 지워졌다.
“배운 사람들은 남자랑 여자가 사랑하는 게, 아이를 낳고 국가가 정한 법을 벗어나지 않는 게 진정한 사랑이라고 하지만 안나 너는 알지? 이 수성이가 너를 생각하는 마음도, 이 우정도 사랑이라는 것을.”
-「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 274~275쪽

목차

괴수 아키코 7
소녀 연예인 이보나 43
오늘의 일기예보 85
생물학적 제인 127
과학 하는 마음 -관광하는 모던 걸에 대하여 171
조만간 다시 태어날 작정이라면 207
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 239
대만호텔 287

작가의 말 325

작품 해설_우리는 더 많은 사랑과 아름다움을_ 인아영(문학평론가) 333
부록_소설을 쓰며 참고한 것들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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