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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7085406 / 252쪽 115 x 1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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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그’와 ‘그’ 사이에서, 혹은 ‘나’와 ‘나’ 사이에서” 윤해서의 신작 중편소설에는 마치 평행우주처럼 두 개의 ‘그’가 존재한다. ‘같은 서사의 두 개의 의미’로도 읽히고, ‘같은 의미의 두 개의 서로 다른 서사’로도 읽히는 이 형식 실험은, 그러나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 찾아오는, 심미적 충격에 비하면 그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거듭 이 두 차원의 평행성은 인칭이나 타자화에 관한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삶과 문장(관습적 언어) 사이의 불화가 어쩌면 우리 삶의 가장 근원적인 비극일지도 모른다는 자책으로부터, 내 안의 타자를 발견함으로써 그 타자와 더불어 감성(희노애락)의 무한한 평형 상태를 유지할 무기를 얻게 되었다는 몽상에 이르기까지, 이 작품은 새로운 소설 읽기의 지평을 열어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일상을 통해, 혹은 미디어를 통해 우리 세계를 향해 질문한다. 그것은 특별한가? 아니면 그것은 평범한가? 그러나 현실에서는 전형성의 비정형화는 시시때대로 순간적으로 이뤄진다. 반대로 비정형성의 전형화 또한 손바닥을 뒤집 듯 일상적이다. 우리 삶은 이 두 변화를 마주보며 오르락내리락하는 시소 놀이와도 같다고 할 것이다. 윤해서의 소설은 그 시소 놀이의 정점의 상태를 포착한다. 독자는 그 정점의 상태에서 ‘그(나)’를 목격함과 동시에 텍스트 밖으로 튕겨져 나와 하강과 상승이라는 가속의 구간으로 급격하게 내몰리고 만다. 그가 잠깐 살아 돌아온다면. 이 소설은 처음부터 다시 쓰여야 할 것이다. 그는 그들의 오류를 수정하려 할 것이다. 나는 그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건 내가 아니야. 이런 말도. 사실 난. 억울함을 표현할 수도. 그건 내가 아닌데. 나는 그 나라에 간 적도 없어. 다른 기억을 지적할 수도. 절대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어. 당신과 거기 있었던 건 누구지? 이렇게 되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난 수영을 못해. 물에 뜨지도 못한다고. 진실을 밝히고 싶을 수도. 초록 호두 열매를 처음 본 순간의 감동에 대해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땐 내가 열 살이었고. 그리하여 마침내. 모든 연보를 다시 쓰고 싶을 수도. 그렇지만. 이미 모두 지나간 일인걸. 서글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누구인가. 나는 다른 사람.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는. 나는 그날 아침, 3202호의 문을 열고 나섰다. 새벽부터 눈이 내리고 있었다. 순간은 묘사할 수 있지만. 시간을 묘사할 수는 없다. 묘사는 정지다. 묘사가 시작되는 순간, 시간은 묘사를 빠져나간다. 스쳐 지나간다. 묘사할 수 없는 시간. 삶은 그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쉼 없이 변형된다. 카메라가 포착하듯이. 영화는 인간이 기억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기억은 삶의 순간들을 잘라내고, 연결한다. 끌어당기고, 확대한다. 강렬한 이미지를 붙잡는다. 장면과 장면을. 연결하는 풀과 아교. 이어지는 문장과 문장들, 빈칸과 쉼표들. 전혀 다른 사람. 나는 허리를 굽혀 바닥에 떨어진 눈송이들을 하나로 뭉친다. 소설은 시작될 것이다. _본문 중에서
그 7
그 129
작가의 말 2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