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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8931018 / 216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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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출구가 보이는 문에 도달했건만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다면? 사건 해결보다 미스터리 심연에 무게를 둔 작가들 사건의 결말이나 해답보다 미스터리의 심연 혹은 사건의 자체에 무게 중심을 두는 작가들이 있다. 복잡하게 얽힌 범죄 사건은 불특정 다수가 아닌, 개인이 저지른 예외적이며 특수한 행위다. 하지만 범죄나 미스터리는 사회 속에서 길러진 개인에 의해 창출된다고 보기도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추리소설은 이성과 과학으로 무장한 탐정을 통해 어둠 속 사건에 '계몽'의 빛을 던져 그 전말을 밝히는 부르주아적 합리주의를 반영한 장르라고 할 만하다. ‘근대’라는 시대에 의혹을 품은 이성과 동시에 기괴함이 공존하는 모순적 장르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본격 추리소설의 구도는 단순하다. 의심스러운 발자국을 따라간 끝에 다다른 곳에는 늘 합리적 해결이 기다리고 있다. 이로써 사건 종료. 하지만 탈출구가 보이는 빛나는 문에 도달하더라도 지나온 미로의 깊이가 메워지지 않는다면, 그 문을 출구라고 부를 수 있을까? 문을 열었지만 다시 돌아가야 할 것처럼 해결되지 않는 심연이 뒤에 남아 있다면, 이 추리소설에서 해결된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하나의 사건을 통해 의문을 품었던 논리적 화자가 특정 시간과 공간 속 구체적 사실의 인과 관계를 규명해냈지만, 사건의 전말이 사회적 구조의 모순이나 인간의 내면에 대한 허무감을 남기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가 이성에 의한 현실적 해결책이 도달할 수 없었던 공허한 우주, 혹은 소외된 인간의 세계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들이 ‘추리’라는 장르 안에도 있다. 사건이 해결된 후에도 여전히 '생경해지는' 세계, 그 연장선상에서 추리소설의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근대로 진입하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 일본에서는 서구의 문화적 세례를 탐하던 시기였다. 이 무렵 일본의 젊은 작가들은 고뇌가 작품 속에 투영되었는데, 그 하나가 ‘근대인의 내면 찾기’였다. 하지만 이 욕망은 아시아태평양전쟁과 전후 혼란을 거치면서 이익 추구를 향한 맹렬한 타인의 욕망에 의해 가로막힌다. 일본의 1920년대에서 1940년대에 이르는 시기에 활동한 작가 중에는 히사오 주란, 마키 이쓰마, 하시 몬도가 있다.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과 ‘이상미디어’가 공동기획으로 펴내는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9편에서는 이들 작가의 단편소설을 소개한다. 이들은 서로 다른 미의식과 밀도로 개인과 특정 집단의 특수성이 사회와 접점에서 돌출하는 폭력과 그 폭력을 둘러싼 베일을 걷어내서 독자들에게 보여주었다. 아울러 범죄가 개인적 차원의 행위가 아니라 집단적이고 사회적 차원의 행위가 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에 답을 찾도록 도와준다. ‘서구\u003d근대’라는 이행기에 고뇌한 젊은 작가들 ‘근대인의 내면 찾기’ 엿볼 수 있는 작품 남겨 ‘소설의 마술사’ 등의 수식어로 불리는 히사오 주란이 남긴 추리소설은 20여 편에 지나지 않지만, 그는 작품을 통해 지적으로 세련되면서도 때로는 섬뜩한 미의식의 세계를 선보였다. 특히 「나비 그림」은 1940년대 말, 전쟁에서 돌아온 한 청년에 대한 의혹을 그린다. 일본이 저지른 전쟁이 한 개인의 삶을 흔들고, 윤리적 파탄을 초래하는지를 드러낸다. ‘오데온의 하늘색 라벨이 붙은 고색창연한 레코드’를 통해 흘러나오는 <마리포사(나비)>라는 곡의 희미한 노랫소리처럼 매혹적인 주인공 야마카와. 교사인 그는 여학생들에게 ‘비에 맞으면 녹아서’ 사라질 거라는 걱정을 자아내는 유약하고 감성적인 화족 청년이다. 그를 둘러싼 족벌 네트워크는 전쟁터에서 그가 살아남도록 모든 권력을 동원한다. 그 역시 전쟁의 폭력을 묵인하고 이용하다가 겨우 살아서 전쟁의 시간에서 빠져나온다. 그렇게 빠져나왔건만, 그의 영혼은 소설 속 나비 그림처럼 위태로워지고……. 결국 나비 날개의 가루처럼 가볍게 날아오른다. 히사오 주란의 대표작 중 하나인 「호반」은 1937년 작품으로 이기적이면서 자의식이 강한, 귀족 출신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그는 유럽 유학에서 돌아온 후 아름다운 아내와 결혼하는데, 그의 콤플렉스에 기인한 성격적 결함, 폭력성 등이 드러나고 급기야 아내를 살해하는 비극적인 상황으로 치닫는다. 하지만 이 사건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죽은 것으로 알려진 아내와 주인공이 진짜 살해한 사람은 누구인지를 쫓는 내러티브가 흥미롭게 이어지면서 끝까지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게 한다. 느티나무에 시체를 매달고 ‘훌륭한 예술작품이라도 완성한 듯’ 바라보는 일그러진 미의식이 마지막을 장식하며 묘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히사오 주란은 연극 분야에서 희곡 집필 및 연출 등 활발한 활동을 보였는데, 연극에 대한 그의 관심은 단편 소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신청년〉에 발표한 「햄릿」의 작품 배경은 1946년 여름으로, 어느 피서지 호텔의 베란다와 안개 낀 밤의 별장 난롯가를 중심으로 한 노인에 대한 소문이 화제에 오른다. 그는 무대 추락사고 이후 자신이 햄릿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근대 일본에서 셰익스피어 작품 번역은 일본 사회의 ‘서구\u003d근대’라는 문화로 이행을 상징하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이 소설에서 기억과 함께 정체성을 잃어버렸던 햄릿은 방공호의 폭발과 함께 다시 세상으로 귀환한다. 하지만 패전 후 연합국 총사령부(GHQ) 통치기를 거치며 새로운 국가상을 타성적으로 세워간 일본처럼, 이 이야기 속 햄릿의 귀환 또한 주체성이 결여되고, 따라서 새로운 인간으로서 부활에 대한 기대는 하기 어렵다. 그는 그저 아름다운 노인으로 늙어갈 뿐이다. 1927년에 발표한 마키 이쓰마의 「춤추는 말」은 일본의 전통 목조 가옥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배경으로 에도 시대의 서민적 정서를 반영하는 인정물의 통속적 향기를 뿜어낸다. 이와 대조적으로 「사라진 남자」는 코스모폴리탄으로서 무국적 세계에 대한 로망을 지닌 인물과 그가 떠돌고 있는 망망대해가 무대로 펼쳐진다. 두 작품은 모두 주인공이 이야기 속 세상에서 사라지는 반면, 세상에 남는 자들은 사라진 이들이 몰랐던 거대한 구조와 그것이 지닌 힘을 파악하고, 조종한다. 하시 몬도의 「감옥방」은 『신청년』 1926년 3월호 발표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고바야시 다키지(小林多喜二)가 1929년에 발표한 사회주의 소설 명작인 「게공선」에 앞서 집필된 것으로, 지옥 같은 작업장에서 노동자들이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는 현실을 묘사하고 있다. 노동 강도와 열악한 환경 등에 분노한 노동자들, 그들에게 감옥방 상황을 외부에 알릴 수 있는 드라마틱한 복수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리고 다시 오지 않을 이 마지막 기회를 이용하기 위해 처절한 생존 계획을 짜낸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던 것은 그들이 미처 읽지 못한 또 다른 판, 권력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또 다른 각본이었다.

저자 소개

  • 저자 : 히사오 주란, 마키 이쓰마, 하시 몬도
저자 : 히사오 주란(久生十蘭, 1902~1957)
소설가, 연출가. 홋카이도 출생. 중학교를 중퇴하고 아쿠다가와 류노스케에 사숙하며 문학서를 탐독했다. 1920년에 귀향하여 하코다테 신문사에서 근무하던 중 연극에 흥미를 느껴 1922년에 연극 집단 ‘소극회’에 참가, 1923년에 동인 그룹 ‘생사(生社)’를 결성한다. 연극을 공부하기 위해 1929년부터 1933년까지 프랑스 파리에 유학한다. 귀국한 후 1934년에 파리 체재의 경험을 바탕으로 콘요시·타누코를 주인공으로 한 연작집을 발표한다. 히사오 주란이라는 필명은 「황금 늑대」를 발표한 1936년부터 사용하였다. 범인 수사나 권선징악 중심이 아닌, 심리 묘사에 집중하는 새로운 탐정 소설을 선보이며 평단과 독자의 주목을 받았다.
아시아태평양전쟁 중이던 1941년에 화중(華中) 지방으로 종군했으며, 1943년에는 해군에 징집되어 남태평양으로 파견되기도 했다. 한동안 행방불명 신고를 받았으나 1944년 지바 초시로 무사히 돌아왔다. 전쟁 후에는 현대소설, 역사소설, 논픽션 등을 계속 집필했다. 1957년에 식도암으로 자택에서 사망했다.

저자 : 마키 이쓰마(牧逸馬, 1900~1935)
본명 하세가와 가이타로(長谷川海太?). 니가타현에서 출생. 마키 이쓰마, 다니 조지(谷?次), 하야시 후보(林不忘) 등 세 개의 필명으로 활동했다.
1918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오하이오주 오벌린대학(Oberlin College)에 입학했으나 곧 퇴학, 그 후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미국 전역을 방랑한다. 1924년 화물선 선원으로 남미에서 호주, 홍콩 등을 거쳐 귀국한 뒤, 미국에 체류하면서 겪은 일을 바탕으로 재미(在美) 일본 이민자의 삶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아메리칸 잽』 연작을 발표한다. 이어서 마키 이쓰마라는 필명으로 탐정소설을 집필함과 아울러 하야시 후보라는 필명으로 『단게사젠(丹下作善)』(1927~1928, 1933~1934) 등의 시대소설, 번역 소설도 집필한다. 독자적인 범죄 실화 소설 영역을 구축, 가정소설을 발표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던 중 1935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저자 : 하시 몬도(羽志主水, 1884∼1957)
나가노현 출생. 1908년에 도쿄 제국 대학 의학부를 졸업하고 도쿄 니혼바시에서 개업의로 활동했다. 의대 재학 중 고토쿠 슈스이(幸?秋水)에 경도되기도 하고, 가부키나 만담 등 전통 공연 예술에 조예가 깊었다. 에도풍의 취미를 즐기는 것에 머물지 않고 「江?市民(에도 시민)」이라는 저작을 남기도 했다.
1925년 8월 「신청년」에 독일 기밀 계획을 훔친 범인을 추정해내는 「파리의 사지(蠅の肢)」를 발표했다. 단편소설 「감옥방」(1926)은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 번성기의 분위기를 살펴볼 수 있는 작품으로, 이 작품을 읽은 코사카이 후보쿠(小酒井不木)가 칭찬의 서신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926(타이쇼 15)년 12월 「신청년」에 「越後獅子」를 발표한 후 탐정 소설에 관해서는 절필한다. 그 밖에 1929년에 쓴 미래 소설 「천우(天祐)」 등이 있다. 1957년 심장 대동맥류 파열로 사망했다.

역자 : 이선윤
홍익대학교 게임학부 조교수. 근현대문학, 예술철학, 미학, 문화연구.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 석사. 일본 도쿄대학 총합문화연구과 석사 및 박사. 주요 저역서로 『괴물과 인간 사이-아베 고보와 이형의 신체들』(그린비, 2015), 『21世紀に安部公房を?む 水の暴力性と流動する世界』(勉誠出版, 2016), 『내 어머니의 연대기』(역서, 학고재, 2012) 등이 있다.

역자 소개

  • 역자 : 이선윤
이화여대 철학과 졸업. 고려대 일어일문과 졸업 및 동대학원 석사. 일본 문부성 국비장학생으로 도일, 도쿄 대학 총합문화연구과에서 일본 근현대문학을 전공해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이화여대, 고려대 강사로 있다. 논문으로 「원더랜드에서 돌아오는 길: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공간인식과 자기결정」, 「지도제작이 말하는 욕망의 구도: 아베 코보의 『불타버린 지도』를 중심으로」, 「혁명과 배제의 논리와 6·25전쟁기의 일본」, 「물과 공간표상을 중심으로 본 아베 코보의 ‘노아의 방주’ 모티프의 분석」 등이 있고, 공동 편역서로 『조선 속 일본인의 에로경성 조감도: 공간 편』(도서출판 문)이 있다.

목차

/히사오 주란
\t호반 
\t햄릿
\t나비 그림

/마키 이쓰마
\t사라진 남자
\t춤추는 말

/하시 몬도
\t감옥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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