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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부한다

페르 페테르손 저 | 손화수 역 | 한길사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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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5663415 / 336쪽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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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읽기는 쉽지만 잊기는 어려운 가족과 친구에 대한 강렬한 이야기. 나는 타협을 거부한다. 나는 용서를 거부한다. 나는 망각을 거부한다.

우리가 삶에서 거부해야 할 모든 것을 담은 노르웨이 화제작. 『나는 거부한다』는 삶을 무너뜨리고 스스로 일어날 수 없게 하는 것을 거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인물들을 보여주는 독창적인 작품이다. 절친한 친구였던 토미와 짐은 어느 날 다리 위에서 35년 만에 극적으로 다시 만난다. 이 사건을 중심으로 여섯 명의 화자가 각자의 기억 속으로 되돌아가 과거의 흉터가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야기한다.
‘거부’라는 것은 단지 소극적인 형태의 행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거부’는 가장 용감하고 확실한 행동을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삶의 교차로에 서 있는 작품 속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타협을 거부하고, 용서를 거부하고, 망각을 거부한다. 토미가 무의미한 자신의 인생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짐이 망각해버린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이어나가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은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한다. 삶을 향한 의지를 담은 『나는 거부한다』는 읽기는 쉽지만 잊기는 어려운 가족과 친구에 대한 강렬한 이야기다.

출판사 리뷰

나는 타협을 거부한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았던 두 친구의 운명적인 재회 소설은 짐이 새벽 5시에 차를 몰고 도로를 달리던 중 한 남자가 차도로 뛰어들면서 시작한다. 짐은 남자가 범퍼에 부딪쳤을 거라 생각했지만 남자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다가 조용히 자리를 떠난다. 태어나서 아버지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짐은 이상하게도 그 남자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짐은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끝맺지 못하고 울뵈이아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현수교에서 낚시를 하다가 우연히 어린 시절 친구 토미를 만난다. 토미는 좋은 옷을 입고 외제차를 몰며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짐은 원인 모를 이유로 정신과 진료를 받으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과연 이 두 사람은 과거에 어떤 인생을 살았던 걸까. 교사인 어머니와 살고 있는 짐은 어디서나 눈에 띄는 아이였다. 그는 짙은 머리에 잘생긴 얼굴과 신비로운 분위기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체구가 크고 힘이 센 토미는 환경미화원인 아버지와 어머니, 여동생 시리와 쌍둥이 여동생 둘과 함께 살았다. 가정 폭력을 행사하는 토미의 아버지를 피해 어머니가 집을 나가자, 토미는 동생들과 함께 모든 상황을 감당한다. 그러나 결국 아버지의 폭력을 참지 못한 토미가 아버지의 정강이를 야구 방망이로 내려치고 아버지는 그다음 날 연기처럼 사라진다. 열세 살인 토미는 어린 동생들의 보호자가 될 수 없기에 그들은 헤어져 살게 된다. 형제들은 아동보호소에서 지정해준 위탁가정으로 뿔뿔이 흩어져 보살핌을 받게 되고 토미는 이웃집 아저씨 욘센과 함께 살게 되지만 토미는 자신의 환경에 타협하기를 거부한다. 단짝 친구 토미와 짐은 어느 날 꽁꽁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스케이트를 탄다. 갑자기 얼음이 깨지는 소리가 나자 두 사람은 호수 위를 달린다. 두려움을 느낀 짐은 토미를 밀치고 앞으로 뛰어나가고 토미는 그 자리에서 넘어진다. 짐은 토미를 밀어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이때부터 정신적인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고등학생이 된 토미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욘센과 함께 제재소를 운영하고 짐은 정신 병동에 입원한다. 짐은 아무것도 정확히 기억할 수 없었다. 다만 자신이 어떤 이유로 자살을 시도해서 이곳에 오게 되었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었다. 토미는 제재소 일로 바쁜 와중에도 차를 몰고 짐을 만나러 병문안을 가지만 짐은 더 이상 토미를 보고 싶지 않다는 듯 밀어낸다. 짐이 퇴원한 후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면서 결국 두 친구는 헤어지게 된다. 어른이 된 토미는 경찰서에서 아버지를 데려가라는 연락을 받고 혼란스러워한다. 볼품없이 바싹 마른 아버지는 쓰레기 더미 같은 집에서 비정상적인 생활을 한다. 한편 짐은 원인 모를 건강 악화로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나가기 힘들어 한다. 다리 위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게 될까. 이미 봉합할 수 없는 상처로 얼룩진 토미와 짐의 인생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 나는 용서를 거부한다 모든 것을 파괴한 아버지의 폭력 토미와 짐은 아버지의 부재라는 비슷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토미는 야구방망이 사건으로 아버지를 잃었고 짐은 태어나서 아버지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운명은 절친한 친구였던 두 사람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이웃집의 보호를 받던 토미는 고층 빌딩에서 일하며 외제차를 타는 반면 짐은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다가 건강 악화로 일을 그만두어야 할 지경에 이르게 된다. 두 사람의 경제적 상황은 많이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정서적으로 공허함을 느낀다는 점은 비슷하다. 토미와 짐의 상처는 서로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토미는 어머니가 가족을 남겨두고 떠난 후 매일 밤 아버지에게 발로 얻어맞으며 가정 폭력을 감당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토미는 여동생들의 엉덩이를 쓰다듬으면서 그들을 위로해주다가 아랫배 부근에서 뜨거운 기운을 느낀다. 우리는 이 장면을 통해 아버지의 폭력과 어머니의 가출이 근친상간의 위험으로까지 번지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 어느 때보다 동생들의 엉덩이를 쓰다듬어주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다시 한번 나를 덮쳤다.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그들의 엉덩이를 쓰다듬어주는 내 모습을 떠올리는 순간, 이제 이 일을 계속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왜냐하면 난 이미 아랫배 부근에서 스멀스멀 생겨나는 뜨거운 기운을 느낀 후였고, 그날 저녁엔 벌써 몇 번이나 아이들의 엉덩이를 쓰다듬어주었기 때문이다. 이전과는 다른 기분 좋은 느낌이 내 손바닥을 스치는 것을 느꼈을 때, 나는 이미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시리가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내가 깨달은 것을 시리도 알아차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젠 시리와 내가 서로의 엉덩이를 쓰다듬어줄 수 없다는 사실을._29~30쪽 토미는 자신을 여동생들과 한방에 밀어넣은 것도, 동생들의 상처 난 엉덩이를 쓰다듬게 된 것도 다 아버지 때문이라고 생각해 아버지를 더욱더 증오하게 되고 결국 야구 방망이를 휘두른다. 토미에게 가해지는 아버지의 폭력은 동네 사람들 모두가 알 정도로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만 그를 도와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이웃들은 아버지에게 맞고 힘들게 거리를 걸어가는 토미를 보고도 외면한다. 동네에서 문제아로 낙인찍힌 토미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이웃들의 차가운 시선은 토미와 시리에게 또 다른 폭력이 되며 이들을 용서하기를 거부한다. 이렇듯 아버지에게서 시작된 폭력은 연쇄작용처럼 또 다른 폭력을 불러와 토미에게 치명적인 상흔을 남긴다. 토미는 자신을 친아들처럼 돌봐주었던 이웃집 아저씨 욘센과 함께 운영하던 제재소를 팔아넘겼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우연히 낚시터에서 허름한 모습의 짐과 마주하게 되고 아버지와 경찰서에서 극적으로 재회하면서 삶의 공허함은 더욱 커져만 간다. 모든 것을 가졌지만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흔들린다. 나는 망각을 거부한다 마음 깊이 새겨진 죄책감 토미와 달리 짐의 상처는 마음 깊숙한 곳에 숨어 있다가 전혀 예기치 못한 때에 그의 일상을 철저히 무너뜨렸다. 편모 가정에서 자랐지만 남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던 짐의 내면에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적인 힘이 잠재해 있었던 것이다. 짐은 어른이 되고 나서도 공황장애로 보이는 정신 이상을 겪는데 이런 짐의 머릿속을 떠도는 것은 자신이 망각했던 진실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짐이 정신 병동에 입원하게 된 원인을 자세히 서술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는 오래전 토미와 호수에서 있었던 일이 짐의 상처가 수면으로 드러나는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추측할 수 있다. 당시 내가 어떤 면에서 미쳤다고 할 수 있는지, 시간이 흐른 지금 꼭 집어 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내가 왜 정신 병동에 머무르게 되었는지는 말할 수 있다. 그건 내가 언젠가 장작을 쌓아둔 헛간에서 목을 매려 시도했기 때문이다. 그건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 하지만 나는 왜 목을 매려 했는지 그 이유는 기억하지 못한다. 사실은 내가 그 당시 미쳤는지도 확신할 수 없다. 아니, 아팠다고 해야 하나. 차라리 아팠다고 하는 게 듣기에는 훨씬 좋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어떤 면에서 아팠던 것일까. 당시 나는 내가 정상이라고 여겼다._193~194쪽 짐은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짐은 담배에 손을 대고 자살을 시도해서 정신 병동에 입원하게 된다. 어른이 된 그의 인생은 좀더 나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치명적인 망각과 정신 이상으로 그의 삶은 다시 급격히 변화한다. 자신을 불안과 불면에 시달리게 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짐은 망각을 거부한다. 페테르손은 한 인간이 트라우마를 지니게 된 과정을 견고하게 쌓아올리며 작품의 깊이를 한층 더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독특한 구조와 여섯 화자의 복잡한 내면이 맞물리면서 견고한 퍼즐이 완성되었다. 가혹한 운명과 삶의 구원을 담은 폭발적인 이야기 『나는 거부한다』는 아주 미묘한 차이와 순간의 선택으로 달라지는 우리의 인생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우연히 짐과 아버지를 만난 토미는 하루 종일 많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한 카페에 들어간다. 토미는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고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느냐고 다정하게 묻는 카페 종업원 베릿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그러나 베릿이 마음에 품은 사람은 토미가 오기 전에 카페를 다녀간 짐이다. “그렇군요. 당신 자리에서 방금 한 남자가 식사를 하고 갔어요. 굉장히 슬퍼보였답니다. 우리 카페에 자주 오는 사람인데 웃는 모습은 한 번도 못 봤어요. 항상 혼자 오곤 했죠. 기운을 북돋아주려고 나름대로 노력해보았지만 도움이 되는 것 같진 않았어요. 그 모습을 보니 저도 슬퍼졌어요.”_260쪽 토미는 자신의 음식을 가져다주는 베릿에게 이름을 물어보면서 조심스레 그녀에게 다가간다. 두 사람은 함께 하룻밤을 보내고 토미는 난생처음으로 여전히 살아 있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미세한 차이로 빗나간 인연으로 토미와 짐의 운명은 다시 한번 엇갈린다. 토미는 짐을 생각하며 베릿과 함께 옷을 고르고 다시 짐과의 재회를 기대하며 다리에서 짐을 기다린다. 한편 짐은 토미를 만난 후 절망에 빠져 집으로 들어가다가 이웃집 남자 산뎀과 마주친다. 산뎀은 반갑게 인사하면서 그에게 오늘도 낚시를 하러 가느냐고 묻는다. 평소 친절한 산뎀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던 짐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그렇다고 대답했고 그 말은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날 밤 짐은 천장에 나사를 박아 자살을 시도하려다가 드릴로 나사를 박는 소리에 산뎀의 아이들이 잠에서 깰까봐 포기하고 잠을 청한다. 잠에서 깬 그는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낚시도구를 챙겨 다리로 간다. 짐은 알 수 없는 운명에 이끌리는 느낌을 받는다. 갑자기 불안해졌다. 라디오를 켜니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 베토벤의 현악 사중주곡이라 생각했다. 매우 아름다운 곡이었지만, 그의 어머니 말에 따르면 지금 같은 상황에선 긴장감을 유발하는 곡이 틀림없었기에, 그는 얼른 라디오를 껐다. 늦을 것 같다는 걱정에 안절부절못하던 그는 갑자기 생각을 바꾸었다. ‘젠장, 무엇에 늦는다는 거지?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는 시간이 충분해.’_314쪽 자신의 존재가 희미하게 지워지려 할 때 삶의 끝에서 마주한 사소한 사건은 인생의 전환점이 된다. 결국 모든 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렸고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구원한다. 『나는 거부한다』는 삶의 정체를 거부하고 진실과 대면하게 하는 도발적인 작품이다.

저자 소개

 Per Petterson, 1952-
노르웨이 오슬로 출생. 막노동꾼으로 생활하다 나중에 도서관 사서, 서점 점원으로 일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87년 단편소설집 『내 입안에 재, 내 신발 속에 모래』(Ashes in My Mouth, Sand in My Shoes)를 발표하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2003년 『말 도둑놀이』(Out Stealing Horses)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노르웨이의 대표작가가 되었다. 『말 도둑놀이』는 현재 43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어 100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타임』지가 선정한 ‘2007년 최고의 소설 10편’으로 선정되는 등 많은 문학상을 수상했다. 2008년 노르웨이 비평가상을 수상한 『나는 시간의 강을 저주한다』(I Curse the River of Time)를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아홉 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역자 소개

한국 외국어 대학교를 졸업하고, 1998년 노르웨이로 이주해 예술학교 강사직을 역임했다. 2002년부터 노르웨이 문학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2년에는 노르웨이 국제 번역문학협회의 '올해의 번역가 상'을 받았고, 2014년에는 오슬로에서 개최된 국제 번역문학 컨퍼런스에 한국어 번역가 대표 자격으로 참가하여 강의를 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피렌체의 연인》 《루시퍼의 복음》 《나이브, 수퍼》 《바르삭》 《파리인간》 《노스트라다무스의 암호》 《슈퍼 영웅 변신 페인트》《만약에 꼬리가 있다면?》《내 몸에 뼈가 있다고?》《두근두근 처음 가는 미용실》 《두근두근 처음 가는 공항》등 많은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 

책 속에서

토미, 토미! 서둘러, 토미!
티아의 목소리.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어머니의 목소리다. 하지만 나는 왜 그 목소리가 어머니의 목소리가 되었는지, 왜 그 목소리가 다른 목소리와 다른지 기억할 수 없다.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_20쪽

토미! 토미! 서둘러! 서두르란 말이야! 빠져 죽을 것 같아!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더욱 속력을 내어 달렸다. 두 발이 땅에 닿는 것 같지 않았다. 물론 내 발은 땅을 딛고 있었다. 나는 날 수 없으니까. 오솔길을 지나 웅덩이를 향해 달리는 동안 나의 두 다리는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빨리 움직이고 있었다. 누군가가 물에 빠졌으니까. 그리고 어머니는 헤엄을 치지 못하니까._22쪽

아버지의 발목은 기이한 방향으로 접혀 있었지만 아버지의 입에선 신음 소리는커녕 자그마한 한숨 소리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나는 무릎을 바닥에 대고 앉아 아버지의 머리를 양손으로 거머쥐었다.
“자, 나를 때려 봐요,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나를 더 때려보라고요.”
나는 그날 아버지가 왜 직장에 가지 않고 집에 있었는지 모른다. 어쩌면 아버지는 정말 직장에서 쫓겨났는지도 모른다. 아무 잘못도 없는데 말이다._39쪽

아버지의 몸에선 희미하게 쓰레기통을 생각나게 하는 악취가 났다. 문득 아버지가 하는 일은 명예로운 일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 그렇지 않으면 온 동네는 쓰레기로 넘쳐날 것이고 악취를 풍길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부터 그 냄새를 맡고 싶지 않았다. 쓰레기의 악취를 맡으면 구토가 날 것 같고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그 냄새는 아버지의 몸을 미라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고 있는 더러운 붕대 같은 것이다. 영원히 아버지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_40쪽

나는 열여섯 살이었지만 이전에 그 누구와도 키스를 해본 적이 없었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빠른지 늦은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짐과 키스를 하면서 내 앞에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 확신했다. 새로운 차원의 삶. 물론 그 당시엔 어렴풋한 느낌뿐이었지만 말이다. 시간이 흐르자 짐과의 첫 키스는 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동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위한 과정이라 말했다._151쪽

당시 내가 어떤 면에서 미쳤다고 할 수 있는지, 시간이 흐른 지금 꼭 집어 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내가 왜 정신 병동에 머무르게 되었는지는 말할 수 있다. 그건 내가 언젠가 장작을 쌓아둔 헛간에서 목을 매려 시도했기 때문이다. 그건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_193쪽

목차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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