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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6993928 / 280쪽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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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내가 약해질수록 이 세계에서,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서, 내 가족들의 삶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줄어들었고, 내 삶의 경계를 놀랍도록 명료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삶의 경계에 기대어 팔을 축 늘어뜨린 채 그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누워 있을 수는 있다. 바로 여기가 내가 있는 곳이다. (25쪽)
부엌을 나서다 타일 바닥의 줄눈에 샌들이 걸렸다. 손목이 목발에 고정돼 있어서 문틈으로 넘어지면서, 내 몸통과 두 팔은 서로 먼저 나가겠다고 허둥댔다. 마치 뚱뚱한 세 사람이 먼저 나가겠다고 버둥대는 꼴이었다. 내 몸의 각 부분들이 서로 다투는 상황을 많이 겪어봤다. 몸통은 가속이 붙어 다른 뚱뚱한 녀석들을 제쳤고, 두 팔은 뒤로 젖혀진 채 뒤따랐다. 내 몸을 이루는 세 얼간이들이 부엌 출입구에서 소란을 피우는 동안 제일 먼저 착지한 것은 턱이었다. 몸의 구조상 어깨가 쫙 펼쳐지고 양 손바닥이 철썩 소리를 내며 착지했다. 목발 하나는 여전히 고통스럽게 손목에 고정돼 바닥에 눕혀진 내게 수갑을 채웠다. 내 자세는 경찰관이 나를 체포하려고 바닥에 내동댕이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처음에는 움직이려고 시도하지 않았다. 특별히 다친 데는 없었지만 바닥에서 일어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사실에 깊은 좌절감을 느꼈다. (26쪽)
양말 신는 걸 도와주는 고깔모양의 장치, 멀리 있는 물건을 집을 수 있는 집게, 붙잡을 수 있는 난간, 부목, 보행 보조기, 수스 박사가 장애인이 혼자 씻을 수 있도록 개발한 철사와 솔로 된 환상적인 기구. 거의 매일 새로운 아이템들이 도착했고, 나는 의도치 않게 나 자신이 쇠락해가는 과정을 수집하는 박물관의 큐레이터가 되고 말았다.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38쪽)
내가 이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순간에 대해 생각한다. 몸은 그저 무거운 껍데기에 불과하고, 남은 것은 모두 내면에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그때도 나는 여전히 살아 있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아직 의사소통이 가능한 지금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것은 그때도 괜찮을 거라는 말뿐이다. (126쪽)
언젠가는 내가 아닌 다른 남자가 톰과 지미의 인생에서 중요한 존재가 될 것이다. 그들의 관계가 괜찮을지 알 수 없는 게 힘들다. 그냥 괜찮을 거라고 믿어야만 한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라는 걸 인정하고 내려놓아야 하는 일이다. 마지막을 바라보는 지금에서야 내가 실제로 통제할 수 없는 문제는 내려놓아야 한다는 깨달음에 이르렀다. (181쪽)
나는 내가 누구를 위해 희곡을 쓰는지 몰랐다. 관객, 리터러리 매니저, 아니면 예술 감독을 위해 쓰는 건지 헷갈렸다. 그것을 불가능한 임무로 만들어 스스로를 절망과 우울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나 이 책을 시작했을 때는 톰과 지미를 위한 책이라는 목적이 분명했으므로 무엇을 써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점점 호흡 기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이 출판될 때까지 살아 있을 가능성은 많지 않다. 죽음이 아무리 두려울지라도, 이 책을 쓴 본래의 목적과 닿아 있음은 분명하다. 내 이야기가 출판된 후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지 내가 알 수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저 두 아들이 커서 읽을 수 있을 때까지 오랜 세월 우리 집 책장에 보관될 책을 썼을 뿐이다. (253쪽)
의료진들이 죽음의 가치와 존엄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 단계라고 느낀다. 다양한 서류를 건네받았고, 다양한 선택지가 제시되었다. 비행을 며칠 앞두고 수화물과 렌터카에 관련된 이메일을 받는 것과 조금 비슷하다. (255쪽)
이 책에 보내는 찬사
넘어지다
장애를 가진 몸
티아고 박사의 진단
어린 시절
상실 또 상실
그녀들
사랑하는 아내, 길
아들과 함께한 순간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들
죽어간다는 것
마지막, 도착
감사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