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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3166095 / 340쪽 13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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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사랑하는 가족을 돌보다가 지옥에 갇혔다
사랑에서 시작되었을 돌봄노동, 그 이면에 자리한 서늘함
나오키상 수상 작가가 그리는 현실적인 돌봄 이야기
『장녀들』에 실린 세 작품에는 처한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비혼으로 사는 딸이라는 이유로 집안의 갖은 소일과 돌봄노동을 떠안는 여성들이 등장한다. 「집 지키는 딸」의 나오미는 직장까지 그만두고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돌본다. 「퍼스트레이디」의 게이코는 신장을 기증받아야만 살 수 있는 어머니를 두고 자신의 신장을 주어야 하는지 고뇌에 빠진다. 「미션」의 요리코는 자신의 신념을 좇아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집을 떠나 넓은 세상으로 나아갔지만, 그 사이 홀로 죽은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을 떨치기 힘들어한다. 과연 이들이 딸이 아닌 아들이었어도 같은 무게의 감정과 부담을 안고 부모를 돌보았을까.
“그럼 너는 나를 돌봐달라고 생판 모르는 남을 집에 들인 거니. 멀쩡히 가족이 있는데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주방에 들이고, 내 옷을 만지게 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야.”(38쪽)
저자인 시노다 세츠코는 일하는 여성들의 고군분투를 실감나게 그려낸 『여자들의 지하드』로 제 117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런 그가 그리는 장녀들의 모습 역시 지독할 정도로 현실적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연민과 분노, 걱정과 원망 사이를 오가게 하는 다양한 상황들은 딸이라면, 아니 딸이기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하이퍼리얼리즘’을 방불케 하는 작품 속 인물들의 세밀한 대사와 행동들에는 실제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20년간 간병한 저자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
“엄마 병 얘기라고. 아픈 것도 힘든 것도 싫어하잖아.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게 해야지.”
“안 아프고 안 힘들어. 너만 시끄럽게 굴지 않으면 돼.”
“지금은 아무 느낌 없겠지만, 머지않아.”
“넌 네가 간병이라도 해야 할까 봐 걱정하는 거지.”(155쪽)
이 책에서 친밀한 누군가를 돌보는 일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따뜻하거나 숭고한 모습이 아니다. 나이 들어 병든 부모를 돌보는 일은 고된 육체노동과 끊임없는 감정노동의 변주에 가깝다. 사랑하던 부모는 자신에게 기대는 어린아이가 되어 돌보는 자의 삶을 갉아먹는다. 아이는 자라나지만, 노인은 점점 더 나이 들어갈 뿐이다. 사랑과 관심에서 시작되었을 돌봄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 감옥이 된다. “넌 네가 간병이라도 해야 할까 봐 걱정하는 거지”라는 「퍼스트레이디」 속 어머니의 말에 바로 아니라고 대답하기 힘든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누군가의 돌봄 없이 살아갈 수 없다. 하지만 그 돌봄이 의무와 선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특정 누군가에게 강제되는 폭력이 된다면, 그런 방식으로만 유지되는 돌봄이라면, 돌봄은 끝없는 지옥을 만들어낼 뿐이다.
누구를 어떻게 돌볼 것인가
죽음과 나이듦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장녀들』이 던지는,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질문
우리 모두 언젠가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독립적인 삶을 살지 못해 반드시 타인의 손을 빌려야만 살 수 있는, 오로지 의료비와 복지 비용만 증가시키기 때문에 한국 사회가 혐오하는 바로 그 노인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 장녀들의 문제가 사회의 문제가 아니란 말인가?
-옮긴이 해제 중-
노년문학에 관심을 갖고 고령사회에서의 세대갈등, 질병과 죽음, 젠더 등을 연구하는 옮긴이는 『장녀들』이 일본에 이어 빠르게 초고령 사회로 진입 중인 한국 사회에 여러 유의미한 질문을 던지리라 기대한다. 「집 지키는 딸」 나오미의 걱정처럼 누구든 머지않아 돌봄을 받는 입장이 되므로, 어떻게 돌볼 것인가 못지않게 나이든 자기 자신을 누가 돌봐줄 것인가 역시 고민해야 한다. 「미션」은 돌봄을 둘러싼 논의를 넘어서, 나이듦과 죽음을 어떻게 다루고 바라볼 것인가에 대하여 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기에 이른다. 제대로 된 성찰 없이 수명을 연장하는 방향으로만 발전해온 서양식 의료체제의 맹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장녀뿐만이 아니라 빠르게 변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질문들에 맞닥뜨리게 된다. 그러므로 작품 속 장녀들이 겪는 문제는 곧 사회의 문제다.
여러 가지 질문에 『장녀들』의 여성들이 해답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나름대로의 선택을 한다. 『장녀들』은 따뜻한 가족소설이 아니고, 소설 속 여성들이 살아가는 오늘날 더 이상 효녀 이야기는 유효하지 않다. 과연 이 장녀들은 각자의 지옥 속에서 어떤 길을 찾았을까.
P. 13 골다공증 때문에 밤에는 특히 통증이 심해서 화장실에 가는 데도 도움이 필요했다. 그런데도 방문요양보호사나 가정부가 집에 들어오는 것을 거부해 낮에는 혼자 난간을 잡고 다녔다. 사실은 혼자서 일어설 수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딸의 얼굴만 보면 부축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응석이라기보다 부모로서의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여 만사 편하게 지내려는 것처럼 보인다.(「집 지키는 딸」)
P. 19 하지만 친구 같은 어머니에게 진짜 친구는 없었다. 늙고 병든 어머니는 나오미의 딸이 되었고, 모녀 관계가 역전된 상태에서 더더욱 친구 같은 관계를 이어가기를 간절히 바랐다. (「집 지키는 딸」)
P. 41 이른 결혼을 결정했을 때, 마유코 자신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여자의 자립’이라는 말이 인기를 구가하던 시대에 자신이 살 길은 어디에 있는지를. 그리고 그 뒤의 일본 사회가 ‘여자의 자립’을 한때의 유행거리로 소비하고, 마침내 버리리라는 것도.(「집 지키는 딸」)
P. 54 순간적으로 이대로 차를 돌려 고속도로 중앙 분리대를 들이받을까 진심으로 생각했다. 그러면 두 사람 모두 통증과는 이별이다. 저세상에서라면 영원히 사이좋은 모녀 노릇을 해줄 수 있었다. (「집 지키는 딸」)
1. 집 지키는 딸
2. 퍼스트레이디
3. 미션
해제_고령사회, 장녀들은 잠들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