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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걸으면 좋겠습니다 남나희의 지리산살이

남난희 저 | 마인드큐브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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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8434282 / 304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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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지리산학교 숲길걷기반 교사, 지리산걷기학교 교사, (사)백두 대간평화트레일 이사장. 


경북 울진에서 태어나 1981년 한국등산학교를 수료했다. 유난히 눈이 많이 오던 1984년 1월 1일부터 국내 최초로 76일 동안 백두대간 단독 종주에 성공하여 산악계의 샛별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여성 세계 최초로 해발 7,455미터 높이의 히말라야 강가푸르나 봉에 올라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 뒤 ‘금녀의 벽’으로 불리던 350미터의 국내 최장 설악산 토왕성 빙벽 폭포를 두 차례나 등반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1994년부터 지리산에 내려와 살다가, 2000년 강원도 정선에서 일반인을 위한 자연 생태 학습의 장인 ‘정선자연학교’를 세워 교장을 맡았다. 그러다 2002년 여름 태풍 루사가 온 나라를 휩쓰는 바람에 그동안 피땀 흘려 이룬 모든 것을 잃고 나서 다시 지리산으로 돌아왔다. 현재 지리산학교와 지리산걷기학교에서 교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백두대간을 국제적 수준의 트레일로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저서로 백두대간 단독 종주의 기록 에세이 『하얀 능선에 서면』과 산문집 『낮은 산이 낫다』, 그리고 아들과 함께한 57일의 백두대간 등산 에세이 『사랑해서 함께한 백두대간』 등이 있다. 


 

머리말

마당에 내리는 볕이 따사롭다. 바람에는 온기가 실려 오고, 땅은 풀어지면서 새싹 도울 준비를 한다. 나무들 줄기에도 부지런히 수액이 돌기 시작한다. 이 어김없는 봄소식에, 나도 모르게 세월을 짚어본다. 서울 떠난 지 어느덧 27년, 화개에 온 지는 18년이다.
화개 이곳은 참 좋은 곳이다. 방문만 열어도 지리산 능선이 눈에 들어오고, 백운산 우뚝한 봉우리도 멀지 않다. 봄꽃은 일찍 피고, 겨울에도 추위가 세지 않다. 산세가 편안해서인지 사람들도 온면처럼 부드럽고 따뜻하다. 이렇게 좋은 곳에 살게 된 건 정말 행운이다. ‘오르는’ 산을 그만두고, 그냥 산의 품에 안겨 그렇게 잘 살았다.
별 욕심 없이 모든 일과 사물에 감사해 하며 비교적 만족한 생활이었는데, 그만 엄청난 시련이 닥쳤다. 아이를 잃은 것이다.
한동안 지옥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모든 일에서 손을 놓았다. 작은 밭일도, 일기도, 사람 만나는 일도. 오직 산으로만 갔다. 산에 가서 울었고, 산의 위로로 숨 쉬었다. 아픈 나를 산은 말없이 받아주었다. 산이 말로써 나를 위로했다면 나는 산에도 가지 못했을 것이다. 산은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주었고, 내가 원없이 걸을 수 있도록 품을 내주었다. 나는 수없이 산을 오르내리며 위로를 얻었고, 큰 호흡을 하면서 조금씩 일상을 회복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니, 그동안 손 놓고 있던 것들에 마음이 가기 시작했다. 방치해두었던 차밭을 다듬어, 내 방식대로 차를 조금 덖어 마시고 이웃께도 나누었다. 비로소 일기 쓸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난 일기장을 들춰보니, 그때 이미 글을 정리해서 책을 낼 준비를 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 기록들을 다듬고 최근의 이야기를 더해 만든 것이 이 책이다. 대부분 산에 다니는 이야기와 걷는 이야기, 그리고 사람들 이야기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산에 오르고, 그 속에서 기쁨과 치유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제 나는 그 없이 살아가는 데 조금 익숙해졌다. 여전히 생각나지만, 전처럼 많이 고통스럽지는 않다. 어딘가에 잘 가 있으리라, 그렇게 믿어진다. 나 혼자만 세상의 모든 고통을 짊어진 것만 같던 절망은 이제 없다. 내게 닥쳤던 고난만이 유난했던 건 아니리라, 남들도 비슷하게 아픔을 겪고, 그 상처에 돋은 새 살로 힘겹게 살아가는 것이리라, 그렇게 믿어진다. 산이 내게 준 가르침이다.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으며 내 생활을 돌아보니, 고맙게도 내 가 정말 단순하게 살고 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내가 매일 접하는 사물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 그 사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그렇게 관심과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보다보면 이해하는 마음이 생기는 모양이다. 내가 만나는 산길과 풀, 꽃, 나무, 돌, 동물, 곤충 들을 관찰하는 습관이 생긴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이야기들이 이 책에는 담겨 있다.
물론 무슨 학문적인 바탕을 가지고 쓴 건 아니다. 나는 그런 공부를 한 적이 없다. 순전히 내 시각으로 관찰하고, 내 입장에 서 이해하고, 내 생각으로 결론을 지을 뿐이다. 독자들께서 그 점을 헤아려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 한낱 일기 수준의 글들이 지만, 그래도 이 글이 누군가에게 자그나마 위안과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자연은, 산은, 나의 신이자 나의 부모, 나의 연인이고, 영원한 ‘내편’이다. 나에게 산이 그러하듯, 누구에게나 그런 대상이 있을 것이다. 꼭 산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자신 이 좋아하고 가까이하는 대상에게 정성을 다하고, 몸과 마음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다보면, 누구나 덜 아픈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산에서 위로를 받고 산에서 행복하듯, 당신도 그런 대상과 함께 하며 아픔에서 벗어나기를 기도한다.
오늘도 나는 걷는다. 당신도 걸으면 좋겠다.

책 속에서


* 젊은 날, 산에 대한 열정이 온통 나를 지폈다. 오르는 산만이, 암벽과 빙벽만이 산의 전부인 줄 알았다. 시간만 나면 산을 찾았고, 시간이 없어도 산엘 올랐다. 낮에 가는 것만으론 성에 안 차, 밤에도 헤드랜턴을 켜고 올랐다. 비 오는 날도 피하지 않았고, 눈이 오면 더 좋아라 했다. 겨울이 오면 계절을 앞서가는 선머슴처럼 남들보다 먼저 빙벽을 올랐다. 얼어붙은 폭포가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곳이었다. 온갖 무거운 장비를 지고도 힘든 줄 모르고 산을 누볐다. 눈 위에서 야영하는 걸 가장 큰 행복으로 알았다. (18~19p)

* 백두대간 산줄기를 1984년 1월 1일 부산 금정산에서 출발, 3월 16일 진부령까지 걸었다. 76일 간이었다. 제법 길고 먼 한겨울 산행이었다. 혼자 울고, 혼자 웃고, 혼자 자고, 혼자 먹고, 혼 자 감동했다. 혼자 걷고 또 걸었던 날들이었다. 나아갈 길이 없는 능선에서 나뭇가지를 헤치느라 장갑 낀 손 에 수도 없이 가시가 박혔다. 긴 세월 동안 낙엽이 쌓이고 쌓여 서 발이 푹푹 빠지는 길에서 넘어지기도 많이 넘어졌다. 시퍼렇게 언 볼을 나뭇가지에 사정없이 강타당해 눈물을 줄줄 흘리며 걸었다. 몇 방울 흐르던 눈물은 나도 모르게 굵다란 눈물줄기 로 변했다. 그럴 땐 아예 배낭을 풀고 앉아서 엉엉 울어버렸다. (19~20p)

* 눈이 허리까지 차서 러셀(겨울철 적설기 등반에서 선두가 눈을 헤쳐 나가며 등산로를 내는 일—편집자)은 고사하고 그냥 눈밭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기진해서 쓰러지기도 했고, 하루 종일 쉼없이 움직였는데도 고작 2.5킬로미터밖에 나아가지 못한 적도 있었다. 캄캄한 어둠 속, 혼자 있기가 너무 싫어서 밖으로 나가 눈사람이라도 만들어 몇 마디 나눠보려고 한 적도 있다. 그러나 슬프게도 추운 날 내린 분설은 뭉쳐지지가 않았다. 오랜 동안 눈 녹인 물만 마시다보니, 텐트에 누워 있으면 졸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환청으로 들렸다. 텐트 안의 빵이 얼어서 먹기 힘들 때는, 눈 녹인 물에 탈지분유를 풀고 그 물에 빵을 녹여서 마시다시피 먹었다. 태백을 지나며 눈을 녹였는데, 하얀 눈을 녹여도 물은 거무칙칙했다. 그 실소, 그 절망에 지금도 가슴이 뻐근하다. (20~21p)

* 그때부터 나는 세상에 산악인으로 알려지게 됐다. 내게 붙은 별칭도 가지가지였다. 산처녀, 산아가씨부터 시작해서, 철녀, 산에 미친 여자, 심지어 악녀 소리까지 들었다. 그 이후 산악인으로서는 당연한 수순이라 할 히말라야로 향했다. 네팔 히말라야 강가푸르나 봉(7,455미터)을 올랐다. 세계에서 여성 최초였다. (22p)

* 시간이 지나며 생각이 달라졌다. 이상하게 백두대간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거였다. 저 높은 백두산에서 시작해서 한 번도 물을 건너지 않고 지리산까지 이어져 있는 백두대간이라니. 말인즉슨 내 집에서 산줄기에 오르면 한 번도 물을 건너지 않고 섬진강 건너 호남정맥 끝자락의 백운산은 물론 곧바로 백두산까지도 갈 수 있다는 말 아닌가. 어찌 보면 전혀 놀랄 일도 아니었다. 본래는 옛사람들이 다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일제가 흩트려놓았던 걸 그동안 우리가 몰랐을 뿐이었다. (23~24p)

* 그렇게 아이는 커가고 나는 늙어가던 어느 날, 백두대간이 다시 내게 손짓을 했다. 2009년 9월 첫날, 열여섯 살 아이와 쉰세 살 나는 양식과 장비를 등에 지고 백두대간을 향해 길을 나섰다. 그때의 산행의 의미랄까, 화두라고 해도 되면 그렇게 부르고 싶다, 제목이라고 해도 좋다. 아무튼 우리에게 그때의 산행은 ‘순례’였다. 그 순례는 당연히 첫날부터 힘들었다. 나는 20년 가까이 그런 산행을 하지 않았고, 아이는 생전 처음이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모자 사이. 힘든 산행에서는 별로 좋은 관계는 아니다. 그럴지라도 우리는 53일 동안 백두대간에서 먹고, 자고, 걸었다. 그 길에서 서로를 확인했고, 서로를 알아갔다. 서로를 사랑하고 미워도 했다. (29~30p)

*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때가 되었다는 것을 느낀 것인지? 백두대간을 직접 눈으로 보고 여러 번 발로 걸어본 사람으로서, 그리고 백두대간의 가치와 의미를 몸과 마음으로 알아낸 사람으로서, 내 몫의 역할이 있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건 뭔가 나의 소임을 외면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였다. 그래서 지리산에 사는 몇몇 분들과 백두대간을 위한 일을 하나 시작했다. (38p)

* 백두대간을 위한 일이란, 첫째 여기저기 막혀 있는 부분을 연결하는 일이다. 내가 다녀보니 현재 백두대간 곳곳에는 위험한 지역 또는 야생동물 보호 지역 등의 이유로 막혀 있는 곳이 많다. 막혀 있으니 산행을 다니는 사람들은 그 구간을 벗어나 샛길(공식적으로는 비법정탐방로)로 다니거나(들키면 10만 원의 벌금을 내 야 한다) 더 위험하게 야간에 무리해서 지나곤 한다. 그런 곳의 등산로를 잘 정비해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39p)

* 두 번째는 그렇게 정비된 백두대간 길을 국제적인 트레일 (Trail)로 만드는 일이다. 지난해 여름에 미국의 PCT(Pacific Crest Trail) 일부 구간을 걸었는데, 길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문명에서 좀 벗어난 공간에서 자연의 진면목을 흠뻑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내가 보기에 백두대간은 결코 PCT에 뒤지지 않는 아름다움과 가치를 지닌 산줄기다. 아니, 어쩌면 단일한 맥(脈)으 로 이어진 산줄기라는 점에서 더 희귀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백두대간을 훌륭한 국제적 수준의 트레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39p)

* 그러나 그렇게 정비된 국제 트레일이 생긴다 해도, 그건 여전 히 반쪽짜리일 수밖에 없다. 여전히 진부령 어딘가에서 발길을 멈추어야 하는, 막혀 있는 백두대간인 것이다. 이 남녘의 백두대 간은 저 북녘의 백두대간과 이어질 때 ‘진짜 백두대간’이 된다. 그래서 남한의 백두대간과 북한의 백두대간을 잇자는 운동이 우리의 세 번째 일이 된다. (39~40p)

* 나는 남한만의 백두대간이 아니라 북쪽의 백두대간까지 내 발로 디뎌보고 싶다. 하나 된 백두대간 산줄기를 타고 백두산까지 오르고 싶다. 우리 국민들뿐 아니라, 외국의 많은 산(山)애호가와 평화애호가들이 부지런히 남쪽 백두대간을 찾는다면, 북쪽 백두대간도 언젠가는 열릴 수 있으리라 믿는다. (40p)

목차

추천의 말: 길을 낳는 사람/권경업ㆍ4
책머리에ㆍ8

1. 걸을 때마다 우리는 자란다
내가 만난 백두대간, 내가 만날 백두대간ㆍ18
오르는 산과 수행의 산ㆍ41
불일평전 이야기ㆍ50
어떤 동행ㆍ56
지리산학교ㆍ70
팔십다섯 청춘ㆍ77
숲길걷기반ㆍ85
눈꽃 산행ㆍ93
로저 셰퍼드 씨ㆍ100

2. 산에서 보고 듣는 일
산이 주는 신호ㆍ112
수상한 일들ㆍ119
봄 마중ㆍ128
나무의 상처ㆍ135
야생 고양이ㆍ142
멧돼지와 마주친 사건들ㆍ150
나무의 전략ㆍ157
태풍ㆍ167
풀을 뽑다가ㆍ173

3. 나의 지리산살이
딱새 손님ㆍ182
우리집 보물 1호ㆍ189
풀 잔치ㆍ197
농부 엄인주ㆍ206
나의 겨울 이야기ㆍ214
난로ㆍ221
나에게 매기는 점수ㆍ228
귀촌인 임백룡ㆍ232
기 수련과 자발공ㆍ242
김태곤 아저씨ㆍ254
창호지 바르기ㆍ261
동지 축원ㆍ268
웃기는 병실생활ㆍ271
습관ㆍ284
나의 우렁각시들ㆍ289
어떤 자비ㆍ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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