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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한끼 아라비아의 디저트부터 산사의 국수까지, 맛과 믿음의 음식인문학

박경은 저 | 서해문집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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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74830250 / 308쪽 140 x 1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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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 저자 : 박경은
저자 : 박경은
유년시절, 계몽사에서 출간된 50권짜리 소년소녀문학전집을 끼고 살았다. 세계 명작으로 꼽히는 작품들도 재미있었지만 특히 사랑했던 책들은 세계 각국의 동화집이었다. 인도의 망고, 독일의 소시지, 일본의 경단, 북유럽 자작나무 숲의 열매로 만든 잼의 맛을 상상하는 것이 즐거웠다. 그럴 때면 늘 사회과부도를 펼쳐 들고 그 나라가 어떻게 생겼는지 지도로 확인해봤다. 직접 가서 먹어보고 싶다는 열망 때문에 지리학자가 되어야 할지, 탐험가가 되어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기자가 됐다.
《경향신문》에 입사해 25년째 기자로 일하면서 줄곧 희망해온 것은 ‘음식’ 담당 기자가 되는 것. 하지만 안타깝게도 신문사에선 ‘음식’을 독립적인 취재 영역으로 두지 않아 늘 꿈만 꾸며 전국부, 산업부, 경제부, 문화부 등을 거쳤다. 그나마 문화부에서 종교 담당 기자를 하면서 종교와 음식을 엮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앞으로도 먹거리를 중심으로 한 인간 본연의 원초적 욕망에 대한 글을 써볼 계획이다.

책 속에서

음식을 먹는 것은 저마다 고유한 존재의 본질과 세계를 만들어가는 행위다.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그들과 함께 무언가를 먹는 행위에서 시작될 수 있다. 하지만 상대의 식문화에 대한 낯섦이 상대의 세계를 거부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 아닐까 싶다. 심지어 상대가 먹는 음식이나 또는 먹지 않는 음식, 그 숭고한 음식이 조롱의 수단이자 공격의 칼날로 변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그 낯섦이 배척이 되고 혐오로 커지는 상황을 우리는 무수히 보아왔다. 이 책이 서로의 낯섦을 극복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머리말’에서

식사 역시 모두 채식이다. 그런데 훨씬 한정적이다. 수확 과정에서 벌레를 죽일 수 있다는 이유로 땅속에서 자라는 채소를 먹지 않기 때문이다. 감자며 양파, 마늘, 당근, 생강, 무 등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뿌리채소가 모두 해당된다. 게다가 벌레가 있을 가능성이 많은 채소도 금지 품목에 포함된다. 이 ‘가능성’의 대표적인 채소는 브로콜리다. 사실 속속들이 분해하지 않는다면 벌레의 유무를 알 수 없는데, 벌레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브로콜리도 먹지 않는다. 식사를 하다 음식에서 벌레가 나온다면 식사는 중단된다. 입맛
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생명체를 죽였다는, 혹은 죽일 수 있다는 참회의 마음에서다. -본문 26~27쪽

금식 기간에 정해진 규정을 어길 경우 가난한 신자는 무거운 벌금을 내거나 채찍을 맞았고 투옥되는 일까지 있었다. 하지만 부자는 특혜를 누렸다. 바로 돈을 주고 버터를 섭취할 수 있는 권리를 산 것이다. 1491년 프랑스 국왕 샤를 8세의 왕비 안Anne de Bretagne은 로마 교회에서 버터 섭취권을 얻었다. 이후 독일, 헝가리, 보헤미아 등지로 버터 섭취권은 확산됐다. 교회는 버터 섭취권을 판 돈으로 화려한 건물을 짓고 보수도 했다. 교회에는 버터 섭취권 판매를 위한 헌금함도 마련돼 있었다. 이때 지어진 대표적 건축물이 루앙 대성당의 첨탑이다. 이것이 이 성당의 별명이 ‘버터 타워’인 이유다. 음식사가인 일레인 코스로바Elaine Khosrova는 이를 ‘영적 착취 시대의 기념물’이라고 표현했다. -본문 33쪽

‘빵에 누룩을 넣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지금도 두 교회 사이의 큰 차이점이다. 가톨릭에서는 누룩을 넣지 않은 빵을, 정교회에서는 누룩을 넣은 빵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왜 두 교회는 이 부분에서 첨예하게 맞서는 것일까? 정교회가 누룩이 든 빵을 사용하는 것은 최후의 만찬 식탁에 오른 빵에 누룩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 가톨릭에서 누룩이 들어 있지 않은 빵을 사용하는 이유는 최후의 만찬이 유월절 만찬이었다는 해석에 따른 것이다. 유월절은 유대교의 대표적 절기로, 재앙에서 구원받았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 시기에는 누룩을 넣지 않은 빵을 먹는 것이 관습이었다. -본문 107~110쪽

불가에는 ‘승소僧笑’라는 말이 있다. 스님을 미소 짓게 한다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슬며시 미소가 나오는 음식이라니, 얼마나 맛있는 것이기에. 바로 국수다. 탐식을 죄악시하는 승가에서도 국수는 과식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법정 스님이 생전에 가장 좋아한 음식도 국수였다. 스님과 오랫동안 교류했던 이들이 스님을 추억하며 떠올리는 것이 법정 스님표 간장국수다. -본문 114쪽

프레첼은 어떻게 사순절四旬節과 연관을 갖게 됐을까? 사순절은 부활절 이전 40일 동안을 말한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까지 과정을 되새기며 금식과 특별 기도 등 경건한 생활을 이어간다. 고대 로마 시대 이후 기독교 문화가 지배해온 서구에서 사순절은 고행 또는 금욕과 같은 의미였다. 이 시기에는 단순히 종교적 의례를 잘 지키는 것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식생활에도 큰 제약이 따랐고, 성관계도 육체적 쾌락을 추구하는 행위로 여겨져 금기시됐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이 극한의 스트레스를 계속 견디고만 살 수는 없는 법이다. 대대적인 ‘고행’에 들어가기 직전 사람들은 한바탕 먹고 즐기고 쾌락을 추구하는 난장을 벌인다. 그것이 바로 사육제謝肉祭, 즉 카니발carnival이다. 이 축제의 시간은 욕망의 해방구이자 기존 질서를 전복하는 기능으로 작용했다. -본문 176~177쪽

스님은 음식을 배우려는 사람에게 무엇을 가르칠까? 속세에선 날고뛰는 요리사가 이곳에 와서 무엇을 배우는 걸까? 스님의 주방엔 특별한 조리법이 없다. 그때그때 상황과 재료에 따라 달라진다. (…) 같은 음식이라도 어떤 때는 조청을, 또 다른 때는 오미자를 넣는다. 애매하게 남은 비트 조각은 즉석에서 갈아 밀가루 반죽과 섞으면 먹음직스럽고 예쁜 연보랏빛 수제비가 뚝딱 만들어진다. (…) 음악으로 따지면 상황에 맞게 즉흥곡을 연주하는 연주자 같다. 스님은 그런 것이 ‘살아 있는 요리’라고 말한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도록 시스템이 갖춰진 음식점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던 요리사도 처음엔 당황하다 스님 곁에서 어깨너머로 살펴보며 이런저런 시도를 해본다. (…) 본의 아니게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게 됐지만, 스님은 늘 “나는 요리사가 아니라 수행자”라고 강조한다. 음식을 통해 수행의 길을 걷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하지만 끊임없이 들고 나는 사람, 주변에 몰려드는 사람을 보면 귀찮을 법도 한데 “배우겠다는 마음은 다 귀한 인연”이라며 언제든 넉넉히 품어준다. -본문 250~251쪽

신부님과 인터뷰를 하면서 지난 60년간 언제가 가장 좋았고 기억나는 순간인지 물었다. 너무 진부하지만, 그래도 물어보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었다. 드라마틱한 어떤 순간을 기대했던 내게 신부님은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언제나 내 답은 ‘지금 이 순간’”이라고 대답하셨다.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한다는 것이었다. 이 모든 순간이 모인 것이 내가 된다는 것이었다. (…) 신부님은 당시 새 치즈 개발에 관심을 쏟고 있었다. 임실에서 나는 고추씨에서 추출한 캡사이신을 섞어 매운맛을 낸 치즈다. 신부님이 실험적으로 만들어놓은 치즈를 맛봤는데 칼칼하고 깔끔한 뒷맛이 무척 좋았다. 맥주가 엄청 당기는 맛이라고 했더니, “그럼 나중에 이 치즈를 안주 삼아서 맥주를 마시자”라고 하시며 아이처럼 웃었다. (…) 치즈를 안주 삼아 신부님과 함께 맥주를 마시는 것은 이제 불가능해졌다. 그래도 앞으로 이 치즈가 시판되면 볼 때마다 신부님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 땅에 신부님은 그렇게 마지막 선물을 남겨주고 가셨다. “신부님, 주님 안에서 편히 쉬시길.” -본문 286~287쪽

목차

1부. 너무나 종교적인, 너무나 세속적인

가톨릭 신자는 왜 금요일에 물고기를 먹나
궁극의 채식주의, 자이나교에서 비건까지
“버터 섭취권을 팝니다”, 버터와 종교개혁
성경 속의 최음제, 사랑의 묘약인가 악마의 식물인가
성욕 때문에 탄생한 음식, 콘플레이크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다쿠앙과 단무지
슬픈 아티초크, 로마적인 너무나 로마적인
아라비아의 디저트, 달콤함은 믿음의 증거
아침 죽, 마음 밥상을 차리다
오신채, 스님의 수행을 해치는 다섯 가지 매운맛
이브를 유혹한 선악과는 토마토였다?
커피, ‘악마의 음료’에 세례를!
포도주 대신 웰치스 주스!


2부. 하늘엔 영광, 식탁엔 축복

가톨릭과 정교회의 ‘최후의 만찬’ 빵 논쟁
국수, 스님을 웃게 하는 특별식
그녀들의 브런치, 에그 베네딕트
눈물로 빚은 음식, 두부
덴푸라, 레이스 튀김옷이 아스라한 순수한 맛의 제국
라마단과 대추야자, 그리고 터키식 이프타르 정찬
모든 종교는 무화과로 통한다?
‘베드로의 물고기’를 먹으러 갑니다
부활절 식탁 . 달걀, 양고기, 빵과 케이크…
사육제 소시지와 사순절 청어의 싸움, 프레첼 빵
사찰음식의 끝판왕, 수륙재 상차림
성경에는 아몬드, 올리브, 알로에가 없다?
세계 각국의 크리스마스 빵
야곱의 팥죽과 렌틸콩
우주를 먹다, 시래기밥은 식물에 대한 예의
인도에도 쇠고기가 있다!
치즈버거 NO! 유대교 코셰르 음식을 소개합니다


3부. 먹는 인간, 수행하는 인간

교황의 요리책
사찰음식계의 세계적 스타, 정관 스님에게 묻다
사찰음식, 어디 가서 먹을까
술 마시면 지옥? 금주는 개종의 징표
‘식욕’을 대하는 종교의 자세
신부님과 보신탕
임실 치즈, 불모의 땅에서 기적을 일궈낸 벨기에인 신부님
코셰르 김치를 아시나요? 한국의 랍비 가정 방문기
한.중.일 삼국의 사찰음식, 뭐가 다르고 뭐가 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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