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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

시리즈 : 시인동네 시인선 [97]

유홍준 저 | 시인동네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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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8964658 / 134쪽 14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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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책 속으로 지평선 위에 비가 내린다 문자로 새기지 못하는 시절의 눈물을 대신 울며 첨벙첨벙 젖은 알몸을 드러낸 채 간다? 나는 지평선에 잡아먹히는 한 마리? 짐승…… 어디까지 갈래? 어디까지 가서 죽을래?? 강물을 삼킨 지평선이 양미간을 조이며 묻는다 낡아빠진 충고와 똑같은 질문은 싫어!? 있는 힘을 다해 나는 지평선을 밀어버린다 -「지평선」 전문

저자 소개

1962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났다. 1998년 『시와반시』신인상에 「지평선을 밀다」 등이 당선되어 등단했고 시집으로『喪家에 모인 구두들』『나는, 웃는다』『저녁의 슬하』『유홍준 북천 까마귀』가 있다. 2005년에 젊은 시인상을, 2007년에 시작문학상과 이형기문학상을 수상했다.

머리말

제지공장을 지나 정신병원을 지나 북천을 지나
백정의 마을 섭천에 와 있다.

말수도 줄고, 웃음도 줄고, 술도 줄고, 시도 줄었다.

더욱 더 또렷해진 건
내 무서운
눈빛뿐,


2020년 5월
유홍준

책 속에서

지평선 위에 비가 내린다
문자로 새기지 못하는 시절의 눈물을 대신 울며
첨벙첨벙 젖은 알몸을 드러낸 채 간다
나는 지평선에 잡아먹히는 한 마리
짐승…… 어디까지 갈래
어디까지 가서 죽을래?
강물을 삼킨 지평선이 양미간을 조이며 묻는다
낡아빠진 충고와 똑같은 질문은 싫어!
있는 힘을 다해 나는 지평선을 밀어버린다
―「지평선」 전문

 

 

개오동나무 꽃이 피어 있었다
죽기 살기로 꽃을 피워도 아무도 봐주지 않는 꽃이 피어 있었다
천령 고개 아래 노인은 그 나무 아래 누런 소를 매어놓고 있 었다
일평생 매여 있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안 태어나도 될 걸 태어난 사람이 살고 있었다
육손이가 살고 있었다
언청이가 살고 있었다
그 고개 밑에 불구를 자식으로 둔 애비 에미가 살고 있었다
그 자식한테 두들겨 맞으며 사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 개오동나무 꽃이
그 고개 아래
안 피어도 될 걸 피어 있었다
―「천령」 전문

 

 

당신의 집은
무덤과 가깝습니까
요즘은 무슨 약을 먹고 계십니까
무덤에서 무덤으로
산책을 하고 있습니까
저도 웅크리면 무덤, 무덤이 됩니까
무덤 위에 올라가 망(望)을 보았습니까
제상(祭床) 위에 밥을 차려놓고
먹습니까
저는 글을 쓰면 비문(碑文)만 씁니다
저는 글을 읽으면 축문(祝文)만 읽습니다
짐승을 수도 없이 죽인 사람의 눈빛, 그 눈빛으로 읽습니다
무덤 파헤치고
유골 수습하는 사람의 손길은 조심스럽습니다
그는 잘 꿰맞추는 사람이지요
그는 살 없이,
내장 없이, 눈 없이
사람을 완성하는 사람이지요
그는 무덤 속 유골을 끄집어내어 맞추는 사람입니다
저는 그 사람이 맞추어놓은 유골
유골입니다
―「유골」 전문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지평선 13
차력사 14
잉어 16
대나무 꼭대기에 앉은 새 17
유골 18
천령 20
살구 21
혈거 22
눈빛 24
토막 난 나는, 돌아다닌다 26
샐비어 28
백미러 29
코끼리 타고 부곡하와이 30
석등 32
천도 34

제2부
손 37
참새 38
조무래기 박새 떼 39
으아리 40
물밥 42
옥천사 흰 눈, 43
내 옛집 지붕은 화관을 쓰고 44
이마 위의 주름을 들여다봄 46
모란 48
산청―당나귀 49
피가 나면 피가 멎을 때까지 50
무덤 52
싸리나무 설법 53
하얀 면장갑 54
벌레의 눈 56
산청―세한도 57
판서(板書 ) 58

제3부
할미꽃 61
전라도미용실 62
주전자처럼 생긴 새 63
우명(牛鳴) 64?
누치 68
미력 69?
테이프는 힘이 세다 70
신발 태우는 노인 72
용접공의 눈 73?
다족류 74?
십자드라이버에 관한 보고서 76
그라목손 78?
고령 79?
치킨 조립공 80
신발을 물고 달리는 개 82
창틀 밑 하얀 운동화 84
외팔이 86

제4부
전원 89
죽밥 90
꼬마전구꽃 필 무렵 92?
哭의 리듬 94
운동화의 혓바닥 96
저녁의 연속극 97?
인월(引月) 98
신발 베고 자는 사람 100
고촌 102?
중국집 밥그릇 104
정직하다는 것은 105
궁유 106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꽃 108
산청의 봄 110
사흘 동안 111?
반달 112

해설 죽음의문장으로쓴삶의비망록 113
고봉준(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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