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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아리랑 2

정찬주 저 | 다연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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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0456128 / 372쪽 150 x 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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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광주민중항쟁 40주년 회심작
80년 5월, 따뜻한 가슴들이 살고 있었네


《광주 아리랑》은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14일간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다룬 다큐소설이다. 그때 광주에서 벌어진 사건들과 그 안에 얽힌 수많은 인물은 40년이 지난 오늘날 리얼리티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부활하여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때린다. 지금까지 제대로 조명하지 않은 광주시민 개개인을 집중적으로 다룬 이 작품을 통해 그들이 계엄당국 측에서 줄곧 몰아간 폭도가 아니었음을, 그저 안식을 찾지 못한 채 고달프게 살아간, 그러나 따뜻한 가슴을 가진 민초일 뿐이었음을 새삼 깨닫고 재발견할 것이다. 정말 광주는 특별한 도시가 아니라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보통의 도시였음을……. 그렇다. 80년 5월, 광주에는 따뜻한 가슴들이 살고 있었다.

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 어제는 부활절이었다. 무슨 인연에선지 부활절 새벽에 80년 5월 광주 이야기 《광주 아리랑》을 200자 원고지 2,400여 매 분량으로 탈고했다. 나는 불교 신자지만 ‘예수의 부활’이 오월광주 영령들에게도 영원한 생명의 꽃으로 뿌려지는 듯하다. 《광주 아리랑》에 등장하는 인물은 식당 주방장, 요리사, 시장 상인, 운전수, 페인트공, 용접공, 가구공, 선반공, 방직공장 여공, 예비군, 예비군 소대장, 대학교 교직원과 수위, 비운동권 학생, 영업사원, 재수생, 구두닦이, 농사꾼 등등이다. 이들도 80년 5월에 계엄군과 맞서 싸웠던 엄연한 실존이자 최대 피해자였던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나는 이분들을 한 분 한 분 ‘광주 5.18 역사로서의 소설’에 주인공이자 증인으로 영원히 기리고 싶었다. 화강암 같은 개결한 역사의 비석에 이름을 깊이깊이 새기듯. _작가의 말 중에서 《광주 아리랑》에서는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다 주인공이다. 죽었든 살았든, 필연이든 운명이든, 옳든 그르든 극한 상황에서 나름의 선택을 했던 주인공들이다. 그런 인물들과 행위들을 모자이크해 14일간 광주민주화운동의 실상을 눈앞에 펼쳐놓은 거대한 벽화가 《광주 아리랑》이다. 작가를 드러내지 않으려 몰인정한 가슴으로 그린 그 벽화에서는 되레 따뜻한 가슴들의 이야기가 직접 흘러나오고 있다. 이러저러한 주제와 기법으로 가지를 쳐가고 있는 5월문학 40년. 무엇보다 당시의 실상이 전설화, 풍문화, 관념화돼가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광주 아리랑》은 5월문학의 원본이 될 것이다. 아리랑 민요가 수없이 편곡, 개사되며 오늘도 불리고 감상되듯 《광주 아리랑》 인물들 각자가 다 주인공이 돼 제 세상 펼칠 작품들이 나올 것이다. 그러면서 그날 광주의 따뜻한 가슴들의 진실을 영원히, 감동적으로 전할 것이다. _서평 중에서(이경철, 문학평론가 · 전 중앙일보 문화부장) 총소리가 그치자 운전수가 다시 일어나라고 소리쳤다. 사격은 짧았지만 헌혈차는 유리창이 모두 깨졌고 의자는 뜯겨져 여기저기서 나뒹굴었다. 성한 사람들이 부상자를 부축해서 헌혈차에서 내렸다. 다른 시위 차량으로 옮겨 태우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박금희는 의자에 엎드린 채 “엄마, 엄마” 하고 가느다란 소리로 중얼거리면서 일어나지 못했다. 문순애는 순간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박금희의 옆구리 밑에서 피가 번지고 있었다. 박금희를 부축해서 밖으로 나오는 동안에는 피가 나지 않고 대신 하얀 무엇이 꽃처럼 피어났다. 문순애는 흐느끼면서 함박꽃 같은 그것이 삐져나온 내장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했다. “금희야, 금희야!” 헌혈차 밖으로 나온 박금희는 신음 소리도 내지 못했다. 문순애가 얼굴을 흔들었지만 눈꺼풀이 파르르 떨릴 뿐이었다. 손과 다리의 힘이 순식간에 빠져나가고 있었다. 총알이 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뚫고 나간 피 묻은 구멍이 또렷했다. 문순애는 박금희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소리 내어 울었다. “하느님, 금희를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_주먹밥과 헌혈 중에서 박남선은 공수부대원에게 수갑을 채운 뒤 무릎을 꿇렸다. 공수부대원이 잡혀 왔다는 소문이 돌자, 도청 안에 있던 시민군들이 너도나도 몰려와 소란을 피웠다. “트럭 뒤에 매달고 댕기면서 돌로 쳐 죽여야 해!” “분수대 앞으로 끌어내 공개적으로 총살시켜붑시다!” 공수부대원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 부들부들 떨었다. 박남선은 그가 불쌍해 보여 흥분한 시민군들을 진정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허리춤에 찬 45구경 권총을 빼 들었다. 그러고는 왼손으로 노리쇠를 후퇴시킨 뒤 총구를 천정을 향해 들고 시민군들을 둘러보았다. 즉석에서 그를 처형할 듯했다. 갑자기 상황실이 조용해졌다. 그러나 박남선은 시민군들의 기대와 달리 말했다. “서로 교전 중에는 상대를 죽일 수 있소. 그러나 포로로 잽힌 사람은 즉흥적으로 죽이지 않는 법이오. 우리가 분노를 이기지 못해 절차도 없이 죽인다믄 공수놈들과 뭐가 다르겄소. 긍께 이자의 처리는 내게 ?겨두고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주씨오.” _낙오한 공수부대원 중에서 소형 버스 안에는 여덟 명이 즉사한 채 의자들 사이에 끼어 있었고, 남녀 세 명이 중경상을 입은 채 끌려 나왔다. 손에 총을 맞은 여고생 홍금숙은 고통으로 혼절하기 직전이었고, 교련복을 입은 시민군 두 명은 숨만 붙어 있었다. 한 사람은 눈알이 빠져버렸고, 또 한 사람은 몸에 총을 맞아 고통스럽게 숨을 헐떡거렸다. 공수부대원들은 세 명을 경운기에 태우고 가다가 좁은 산길에서는 부상이 심한 시민군 두 명을 훔쳐 온 리어카에 싣고 홍금숙은 걷게 했다. 여단본부가 가까운 곳에 있는 듯했다. 무전연락을 받은 공수부대 대대장인 소령이 내려왔다. “엄니, 엄니” 하면서 의식을 찾은 시민군 한 명이 소령에게 빌었다. “살려주씨요. 관을 얻으러 댕긴 죄밖에 ?습니다.” “총을 쏴봤지?” “그런 적 ?습니다. 하느님께 맹세할랍니다.” “개자식, 이놈들 호주머니를 수색해!” 한 시민군의 호주머니에서 카빈소총 실탄이 두 개가 나왔다. 그러자 소령이 양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새끼들, 폭도구만. 밑에 데리고 가 처치해.” 하사 한 명과 사병 두 명에게 지시했다. 잠시 후 네 발의 총성이 주남마을 뒷산 골짜기를 울렸다. _주남마을 시민 학살 중에서 광주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모두 잠에서 일어나 가족들과 시민들을 보호합시다. 우리는 계엄군과 민주적으로 싸워 물리쳐야만 합니다. 빨리 잠에서 깨어나 도청 앞으로 나오십시오! 백운동 로터리에 방송승합차 한 대가 멈추어 있었다. 전옥주가 마이크를 잡고 방송하는 모습이 또렷하게 보였다. 박남선은 전옥주의 목소리를 또다시 들으면서 울컥했다. 괴롭고 참담했다. 한동안 사라졌던 그녀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다는 것 자체가 비극이었다. 한 아주머니가 날계란 두 개를 깨서 그녀들에게 내밀었다. 이영생 장로가 말했다. “박 실장, 저것이 광주의 마음이요. 시민덜이 또다시 우리에게 힘을 줄 것 같소.” 이 장로의 말은 옳았다. 시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도청으로 무너진 둑에서 물 쏟아지듯 모여들었다. _장갑차 출현 중에서 어디에 있는가, 친구는 어디로 갔는가, 친구들은 그리고 어디로, 어디로 나는 갈 것인가 어디에 내 몸과 마음을 기대며 살아갈 것인가 이 공포, 이 울분, 이 부끄러움, 이 슬픈 회피의 망령을 어디에 숨겨두고 걸어갈 것인가. 이불을 통째로 둘러쓰고 이빨로 홑청을 물어뜯으며 소리 죽여 운다. 비겁하게, 서럽게, 수치스러움을 삼키며 운다. 누렇게 오래된 노트에 고백하듯 쓰고 나자 쿵쾅거리던 심장이 편안해졌다. 창문을 통해 비집고 들어온 투명한 5월의 아침 햇살이 방바닥 한쪽에 누웠다. 그러나 비스듬히 누운 아침 햇살은 무심코 아름다울 뿐 그에게 위안 따위는 아니었다. 사방에서 공포와 울분, 부끄러움과 슬픔이 밑도 끝도 없이 밀려왔다. 끝내 총을 들지 못한 자신이 비겁하고 서럽고 수치스러웠다. _산 자의 아침 중에서

저자 소개

  • 저자 : 정찬주
저자 : 정찬주
자기다운 삶으로 자기만의 꽃을 피워낸 역사적 인물과 수행자들의 정신세계를 탐구해온 작가 정찬주는 1983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작가가 된 이래, 자신의 고유한 작품세계를 변함없이 천착하고 있다. 호는 벽록(檗綠). 1953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고, 상명여대부속여고 국어교사로 교단에 섰다가 십수 년간 샘터사 편집자로 법정스님 책들을 만들면서 스님의 각별한 재가제자가 되었다.
법정스님에게서 받은 ‘세속에 있되 물들지 말라’는 무염(無染)이라는 법명을 마음에 품고서, 전남 화순 계당산 산자락에 산방 이불재(耳佛齋)를 짓고 2002년부터 자연을 스승 삼아 벗 삼아 집필에만 전념 중이다. 장편소설 《산은 산 물은 물》, 《소설 무소유》, 《암자로 가는 길》(전 3권)을 비롯하여, 이 땅에 수행자가 존재하는 의미와 우리 정신문화의 뿌리를 일깨우는 수십 권의 저서를 펴냈다.
장편소설로는 인간 이순신을 그린 대하소설 《이순신의 7년》(전 7권), 《천강에 비친 달》, 《다산의 사랑》, 《칼과 술》, 《못다 부른 명량의 노래》, 《니르바나의 미소》, 《다불》, 《가야산 정진불》(전 2권), 조광조가 꿈꾼 나라를 다룬 《나는 조선의 선비다》(전 3권) 등이 있고, 산문집 《법정스님 인생응원가》, 《법정스님의 뒷모습》, 《불국기행》, 《자기를 속이지 말라》, 《공부하다 죽어라》, 《정찬주의 다인기행》, 중국 선(禪)유적지를 답사한 여행기 《뜰 앞의 잣나무》와 《행복한 중국 선여행》 등이 있고, 동화 《마음을 담는 그릇》, 《바보동자》 등이 있다. 행원문학상, 동국문학상, 화쟁문화대상, 류주현문학상을 수상했다.

책 속에서


어제는 부활절이었다. 무슨 인연에선지 부활절 새벽에 80년 5월 광주 이야기 《광주 아리랑》을 200자 원고지 2,400여 매 분량으로 탈고했다. 나는 불교 신자지만 ‘예수의 부활’이 오월광주 영령들에게도 영원한 생명의 꽃으로 뿌려지는 듯하다.
《광주 아리랑》에 등장하는 인물은 식당 주방장, 요리사, 시장 상인, 운전수, 페인트공, 용접공, 가구공, 선반공, 방직공장 여공, 예비군, 예비군 소대장, 대학교 교직원과 수위, 비운동권 학생, 영업사원, 재수생, 구두닦이, 농사꾼 등등이다. 이들도 80년 5월에 계엄군과 맞서 싸웠던 엄연한 실존이자 최대 피해자였던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나는 이분들을 한 분 한 분 ‘광주 5.18 역사로서의 소설’에 주인공이자 증인으로 영원히 기리고 싶었다. 화강암 같은 개결한 역사의 비석에 이름을 깊이깊이 새기듯. _작가의 말 중에서

《광주 아리랑》에서는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다 주인공이다. 죽었든 살았든, 필연이든 운명이든, 옳든 그르든 극한 상황에서 나름의 선택을 했던 주인공들이다.
그런 인물들과 행위들을 모자이크해 14일간 광주민주화운동의 실상을 눈앞에 펼쳐놓은 거대한 벽화가 《광주 아리랑》이다. 작가를 드러내지 않으려 몰인정한 가슴으로 그린 그 벽화에서는 되레 따뜻한 가슴들의 이야기가 직접 흘러나오고 있다.
이러저러한 주제와 기법으로 가지를 쳐가고 있는 5월문학 40년. 무엇보다 당시의 실상이 전설화, 풍문화, 관념화돼가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광주 아리랑》은 5월문학의 원본이 될 것이다. 아리랑 민요가 수없이 편곡, 개사되며 오늘도 불리고 감상되듯 《광주 아리랑》 인물들 각자가 다 주인공이 돼 제 세상 펼칠 작품들이 나올 것이다. 그러면서 그날 광주의 따뜻한 가슴들의 진실을 영원히, 감동적으로 전할 것이다. _서평 중에서(이경철, 문학평론가 · 전 중앙일보 문화부장)

총소리가 그치자 운전수가 다시 일어나라고 소리쳤다. 사격은 짧았지만 헌혈차는 유리창이 모두 깨졌고 의자는 뜯겨져 여기저기서 나뒹굴었다. 성한 사람들이 부상자를 부축해서 헌혈차에서 내렸다. 다른 시위 차량으로 옮겨 태우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박금희는 의자에 엎드린 채 “엄마, 엄마” 하고 가느다란 소리로 중얼거리면서 일어나지 못했다. 문순애는 순간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박금희의 옆구리 밑에서 피가 번지고 있었다. 박금희를 부축해서 밖으로 나오는 동안에는 피가 나지 않고 대신 하얀 무엇이 꽃처럼 피어났다. 문순애는 흐느끼면서 함박꽃 같은 그것이 삐져나온 내장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했다.
“금희야, 금희야!”
헌혈차 밖으로 나온 박금희는 신음 소리도 내지 못했다. 문순애가 얼굴을 흔들었지만 눈꺼풀이 파르르 떨릴 뿐이었다. 손과 다리의 힘이 순식간에 빠져나가고 있었다. 총알이 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뚫고 나간 피 묻은 구멍이 또렷했다. 문순애는 박금희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소리 내어 울었다.
“하느님, 금희를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_주먹밥과 헌혈 중에서

박남선은 공수부대원에게 수갑을 채운 뒤 무릎을 꿇렸다. 공수부대원이 잡혀 왔다는 소문이 돌자, 도청 안에 있던 시민군들이 너도나도 몰려와 소란을 피웠다.
“트럭 뒤에 매달고 댕기면서 돌로 쳐 죽여야 해!”
“분수대 앞으로 끌어내 공개적으로 총살시켜붑시다!”
공수부대원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 부들부들 떨었다. 박남선은 그가 불쌍해 보여 흥분한 시민군들을 진정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허리춤에 찬 45구경 권총을 빼 들었다. 그러고는 왼손으로 노리쇠를 후퇴시킨 뒤 총구를 천정을 향해 들고 시민군들을 둘러보았다. 즉석에서 그를 처형할 듯했다. 갑자기 상황실이 조용해졌다.
그러나 박남선은 시민군들의 기대와 달리 말했다.
“서로 교전 중에는 상대를 죽일 수 있소. 그러나 포로로 잽힌 사람은 즉흥적으로 죽이지 않는 법이오. 우리가 분노를 이기지 못해 절차도 없이 죽인다믄 공수놈들과 뭐가 다르겄소. 긍께 이자의 처리는 내게 맽겨두고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주씨오.” _낙오한 공수부대원 중에서

소형 버스 안에는 여덟 명이 즉사한 채 의자들 사이에 끼어 있었고, 남녀 세 명이 중경상을 입은 채 끌려 나왔다. 손에 총을 맞은 여고생 홍금숙은 고통으로 혼절하기 직전이었고, 교련복을 입은 시민군 두 명은 숨만 붙어 있었다. 한 사람은 눈알이 빠져버렸고, 또 한 사람은 몸에 총을 맞아 고통스럽게 숨을 헐떡거렸다. 공수부대원들은 세 명을 경운기에 태우고 가다가 좁은 산길에서는 부상이 심한 시민군 두 명을 훔쳐 온 리어카에 싣고 홍금숙은 걷게 했다. 여단본부가 가까운 곳에 있는 듯했다. 무전연락을 받은 공수부대 대대장인 소령이 내려왔다. “엄니, 엄니” 하면서 의식을 찾은 시민군 한 명이 소령에게 빌었다.
“살려주씨요. 관을 얻으러 댕긴 죄밖에 읎습니다.”
“총을 쏴봤지?”
“그런 적 읎습니다. 하느님께 맹세할랍니다.”
“개자식, 이놈들 호주머니를 수색해!”
한 시민군의 호주머니에서 카빈소총 실탄이 두 개가 나왔다. 그러자 소령이 양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새끼들, 폭도구만. 밑에 데리고 가 처치해.”
하사 한 명과 사병 두 명에게 지시했다. 잠시 후 네 발의 총성이 주남마을 뒷산 골짜기를 울렸다. _주남마을 시민 학살 중에서

광주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모두 잠에서 일어나 가족들과 시민들을 보호합시다. 우리는 계엄군과 민주적으로 싸워 물리쳐야만 합니다. 빨리 잠에서 깨어나 도청 앞으로 나오십시오!
백운동 로터리에 방송승합차 한 대가 멈추어 있었다. 전옥주가 마이크를 잡고 방송하는 모습이 또렷하게 보였다. 박남선은 전옥주의 목소리를 또다시 들으면서 울컥했다. 괴롭고 참담했다. 한동안 사라졌던 그녀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다는 것 자체가 비극이었다. 한 아주머니가 날계란 두 개를 깨서 그녀들에게 내밀었다. 이영생 장로가 말했다.
“박 실장, 저것이 광주의 마음이요. 시민덜이 또다시 우리에게 힘을 줄 것 같소.”
이 장로의 말은 옳았다. 시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도청으로 무너진 둑에서 물 쏟아지듯 모여들었다. _장갑차 출현 중에서

어디에 있는가, 친구는
어디로 갔는가, 친구들은
그리고 어디로, 어디로 나는 갈 것인가
어디에 내 몸과 마음을 기대며 살아갈 것인가
이 공포, 이 울분, 이 부끄러움, 이 슬픈 회피의 망령을
어디에 숨겨두고 걸어갈 것인가.

이불을 통째로 둘러쓰고
이빨로 홑청을 물어뜯으며 소리 죽여 운다.
비겁하게, 서럽게, 수치스러움을 삼키며 운다.

누렇게 오래된 노트에 고백하듯 쓰고 나자 쿵쾅거리던 심장이 편안해졌다. 창문을 통해 비집고 들어온 투명한 5월의 아침 햇살이 방바닥 한쪽에 누웠다. 그러나 비스듬히 누운 아침 햇살은 무심코 아름다울 뿐 그에게 위안 따위는 아니었다. 사방에서 공포와 울분, 부끄러움과 슬픔이 밑도 끝도 없이 밀려왔다. 끝내 총을 들지 못한 자신이 비겁하고 서럽고 수치스러웠다. _산 자의 아침 중에서

목차

5월 21일
시민군 2
주먹밥과 헌혈
적십자 대원
도청 축포

5월 22일
도청 장악
돌아온 두 교수
임시학생수습위원회
기동타격대
무기 회수
낙오한 공수부대원

5월 23일
눈감지 못한 시신들
시민수습위원회
전의 상실
주남마을 시민 학살
시민궐기대회 전후

5월 24일
기동순찰대
불안한 하루
궐기대회
송암동 주민 학살

5월 25일
신부님의 눈물
독침 사건
시민학생투쟁위원회
하나님을 속이지 말라

5월 26일
장갑차 출현
죽음의 행진
악행과 인간 방생
떠나는 자의 슬픔
비밀 결혼
마지막 밤

5월 27일
자정 전후
계엄군 진입
짐승의 시간 1
짐승의 시간 2
신이여, 무엇이오니까?
산 자의 아침

서평
따뜻한 가슴들로 모자이크한 벽화, 5월문학의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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